<화제의인물> ‘UFC 스턴건’ 김동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2:53:15
  • 댓글 0개

“스쳐도 한방” 다음 목표는 챔피언 벨트

[일요시사=사회팀] 종합격투기 선수 김동현이 아시아인 최초로 UFC 9승을 달성하면서 챔피언벨트에 한 발짝 다가섰다. 지난 10일 브라질 홈무대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핵펀치’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한국인 최초의 UFC파이터 김동현(32·부산팀매드)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 ‘바루에리 호세 코레아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UFN) 29’ 웰터급 매치에서 브라질의 신흥 강자 에릭 실바를 2라운드 3분 만에 왼손 펀치에 의한 KO로 제압하면서 UFC 내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김동현의 별명 ‘스턴건(전기충격기)’은 결코 장난으로 지은 것이 아니었다.

브라질 강자
KO로 제압

아시아인 최초로 UFC에서 통산 9승을 맞은 김동현. 한때 경기 내용이 지루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다시 ‘스턴건’의 위엄을 나타냈다. 이번에 화끈한 KO승을 거두면서 타격과 그라운드를 고루 갖춘 올라운드형 파이터로 다시 한 번 진화했음을 증명했다.

이제 김동현은 명실상부한 한국 종합격투기의 에이스다. 특히 유도 기술을 섞은 테이크다운 능력과 끈질긴 레슬링 압박은 UFC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과거 UFC에서 발표하는 웰터급 TOP10 랭킹에 김동현 선수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김동현은 뛰어난 전적에도 불구하고 상위랭커로 뛰어 오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번번히 놓쳤기 때문이다.


T.J. 그랜트, 맷 브라운, 네이트 디아즈 등을 연파한 김동현은 6연승의 길목에서 ‘내추럴 본 킬러’ 카를로스 콘딧에게 기습적인 플라잉 니킥을 맞고 생애 첫 KO패를 당했다. 콘딧에게 덜미를 잡힌 김동현은 다시 넘버링 대회 언더카드 선수로 전락했고 콘딧은 승승장구하며 웰터급 잠정 챔피언까지 올랐다.

콘딧전에서 당한 부상을 이겨내고 UFC 141에서 션 피어슨을 꺾으며 건재를 과시한 김동현은 작년 7월 UFC 148대회에서 ‘주짓수 마스터’ 데미안 마이아를 만났다. 이는 마이아의 웰터급 데뷔전이기도 했다.

마이아는 미들급에서 한계를 느끼고 체급을 옮긴 선수지만 한때 서브미션으로만 5연승을 달리며 미들급 타이틀전까지 치렀던 강자다. 그런 마이아를 꺾는다면 단숨에 UFC 내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김동현은 마이아전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서 경기 시작 47초 만에 TKO로 패하고 만다. 김동현을 꺾은 마이아는 웰터급 데뷔 후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웰터급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에릭실바 실신 KO…아시아 최초 9승 달성
브라질 무대서 아시아 선수 승리도 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현은 좌절하지 않았다. 김동현은 UFC 마카오 대회와 일본 대회에서 파울로 티아구(브라질)와 시야르 바하두르자다(아프가니스탄)를 나란히 판정으로 물리치고 재기에 성공, UFN29대회의 준메인  이벤터 자리에 올랐다.

이번 김동현의 상대였던 에릭 실바는 변칙적인 타격과 뛰어난 서브미션 결정력, 여기에 잘생긴 얼굴과 화려한 쇼맨십까지 갖춘 브라질의 신흥 강자였다. 물러서지 않고 전진하는 화끈한 경기 스타일 때문에 옥타곤 3승2패의 평범한 전적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 당일 김동현은 브라질 관중들의 일방적인 야유에도 여유 있는 표정을 잃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옥타곤에 입장했다. 실바 또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포효를 하며 뛰어서 입장했다.

경기는 그라운드로 끌고 가려는 김동현과 스탠딩 타격으로 승부를 보려는 실바의 상반된 모습 속에 치열하게 진행됐다. 김동현은 1라운드 2분 경 기습적인 펀치에 이어진 테이크다운으로 상위포지션을 차지하며 1라운드를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2라운드에는 실바의 초반러시에 다소 고전하는 듯 했지만 라운드 중반 실바의 안면에 기습적인 왼손펀치를 작렬하며 실바를 그대로 KO시켰다. 김동현은 파운딩을 날리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쓰러진 실바는 이미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동안 중요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던 김동현이기에, 이번 승리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존 피치, 오카미 유신 등 김동현과 비슷한 유형의 그래플러형 파이터들이 퇴출된 마당에서 화끈한 KO로 승리를 따냈기에 UFC 내에서 김동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김동현은 2008년 UFC 데뷔 후 처음으로 펀치 KO승을 거두며 한국인 UFC 최다승 기록(9승2패)을 이어갔다. 또한 ‘녹아웃 오브 더 나이트’에 선정돼 상금 5만달러(약 5400만원)도 받았다.

경기 후 브라질 한인회, 해병대 전우회와 식사를 함께한 김동현은 교민 지미 리가 제작한 영상인터뷰에서 “1라운드 끝나고 (그라운드로 가볼까 했지만)그라운드는 아니다 생각해서 원래 작전대로 타격으로 맞불을 놓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루했는데…위기 속 빛난 ‘강펀치’
타격·그라운드 고루 갖춘 올라운드 파이터

이번 경기결과를 두고 해외 언론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폭스TV> 해설진은 “그라운드 플레이에 능한 김동현과 녹아웃 카운터를 노린 실바가 1라운드에서 자신들의 기존 플레이 스타일을 펼쳤지만, 2라운드에선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판정승이 많았던 김동현의 플레이스타일을 꼬집은 얘기이기도 하다.

또한 <폭스스포츠>는 “김동현이 잔혹하게(devastating) 실바를 무너뜨렸다”면서 “3연승을 올린 김동현은 2008년 데뷔 이후 처음 거둔 KO 승리로 그가 헤엄치는 파이터들의 상어 탱크(shark tank of fighters) 속에서 더욱 존재감을 갖게 됐다”고 극찬했다.

아시아 최강
UFC‘스턴건’

브라질 <수페르 루타스>에 따르면 김동현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를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에릭 실바를 이기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김동현에게 이번 대회는 중요했다. 웰터급 톱10에 진입하고 UFC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바를 꺾어야 했다.

이어 김동현은 “그렇지만 3번째 라운드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실바를 KO로 눕힌 카운터 펀치에 대해서는 “순간적으로 기회가 보였고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KO승으로 9승에 성공한 김동현은 일본의 오카미 유신이 갖고 있는 UFC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13승)에도 한 발 더 다가섰다. 특히 오카미가 최근 UFC 무대에서 퇴출됐기 때문에 김동현이 승승장구를 이어간다면 오카미의 기록을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옥타곤 데뷔 후 두 자리 승수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된 스턴건 김동현, 그가 9승을 거두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꾸준한 승리로
존재감 입증

김동현은 시합이 결정되면 오전 훈련 후 식사와 휴식, 오후 훈련 후 식사와 휴식, 저녁 운동 후 식사와 휴식 등 온종일 훈련에만 매진한다. 늘 반복되는 사이클이지만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기에 지루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시합을 앞두고 집중해서 운동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오히려 경기가 끝나고 쉬는 기간이 더 힘들다고 한다.

시합을 앞두고 감량하는 기간에는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즐기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가 제일 힘들어 하는 건 식단 조절이다. 하루가 1년 같이 느껴질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한다. 가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자동차를 보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차를 좋아하는 그는, 사고 싶은 차로 바꾸기 위해서는 성공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시합이 끝나면 햄버거나 피자, 삼겹살 등 가리지 않고 먹는다. 미국과 일본 등 격투기 선진국의 명문 체육관 선수들의 식단을 따라해봤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한식이 제일 잘 맞는다고 한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생각으로
명실상부 한국 종합격투기 에이스

김동현은 중학교 때 유도를 시작해 용인대학교 유도학과에 입학했다. 그 후 종합격투기에 입문해 ‘스피릿 MC’에서 두 번의 프로경기를 승리했지만, 2004년 경제적인 문제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2006년, 일본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DEEP’ 무대로 복귀했고, 8번의 경기에서 7승 1무를 기록했다. 그 중에는 웰터급 챔피언인 하세가와 히데히코와의 경기도 있었는데, 그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한 뒤 다음 대회에서 타이틀 경기를 가졌지만 무승부 판정이 나 타이틀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이후 김동현은 미국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와 네 경기를 계약했다. 2008년에 열린 UFC 84 대회에서 잉글랜드의 제이슨 탄과 데뷔전을 가져 3라운드 팔꿈치 공격에 의한 TKO 승을 거두었다.

9월 7일 UFC 88에서 TUF 출신의 맷 브라운과의 경기에서 2-1 판정승을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경기인 UFC 94에서는 웰터급의 정상급 파이터인 카로 파리시안과 붙어서 원래는 2-1 판정패였으나 카로 파리시안이 경기에 금지된 진통제인 하이드로콘 및 다른 기타 물질을 섭취한 사실이 검사 결과에 의해 밝혀지면서 3월17일에  9개월간 출전 정지 조치가 취해졌고, 이 경기는 무효가 됐다.

UFC 100에서 TJ 그랜트에게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승리한 다음, 2009년 11월14일에 열릴 UFC 105에서 댄 하디와 대결하기로 결정되었으나, 나카무라 카즈히로와의 훈련 도중 입은 부상을 입어 취소됐다.

2010년 5월29일에 열린 UFC 114에서 얼티밋 파이터 시즌 7 우승자인 아미르 사돌라와 맞붙어 압도적인 레슬링 실력으로 30-27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후 UFC 120에서 존 해서웨이와의 경기가 예상되었으나, 또다시 부상으로 취소됐다.

그리고 2011년 1월2일, UFC 125에서 얼티밋 파이터 시즌 5 우승 출신의 강자, 네이트 디아즈를 맞아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후 UFC와 4경기를 더 계약하였고, 2011년 7월 2일에 열렸던 UFC 132에서 WEC 챔피언 출신의 카를로스 콘딧과의 경기에서 1라운드 2분58초 만에 TKO패해 동양인 최초 6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카를로스 콘딧에게 맞아 오른쪽 안와골절을 당했다.

2011년 12월30일 UFC 141에서 캐나다의 션 피어슨을 꺾고, UFC 6승을 달성했지만, 2012년 7월7일 브라질의 데미안 마이아와의 UFC 148 경기에서 불의의 갈비뼈 부상으로 1년 만에 또 다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UFC에서 2패를 당한 김동현은 처음으로 UFC의 넘버링 PPV대회가 아닌 한 단계 아래급인 UFC on Fuel TV 대회로 밀려난다. 그러나 2012년 11월10일 UFC on Fuel TV 6에서 브라질의 파울로 티아고를, 2013년 3월3일 UFC on Fuel TV 8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시야르 바하두르자다를 모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으며 연승행진을 이어간다. 두 경기 모두 상대를 넘어뜨린 뒤 일어나지 못하도록 묶어 놓는 압박전술로 승리를 거두어 매미라는 별명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2013년 9월28일 UFC 아시아인 최다승자이자 김동현과 같은 그래플러스타일의 파이터인 일본의 오카미 유신이 퇴출되자 UFC에서 살아남으려면 김동현도 매미로 상징되는 지루한 경기스타일을 바꿔야 되지 않냐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김동현 역시 위기감을 느낀다는 심정을 밝혔다.

다시 한 번
챔피언 도전

지난 1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29에 출전한 김동현은 브라질의 에릭 실바를 맞아 스탠딩 자세에서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부치는 종전과는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결국 2라운드 3분1초를 남기고, 왼손 카운터 펀치를 작렬하며 KO승을 거뒀다. 이에 경기를 중계하던 성승헌 캐스터는 “5년 묵은 스턴건이 터졌다”며 감탄했고, UFC의 대표인 데이나 화이트마저도 트위터에 “Wow! What a fucking fight!”라고 칭송을 보내 그간 다소 입지가 불안했던 김동현으로서는 격투기 인생에 다시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김동현이 앞으로 원하는 경기는 웰터급 챔피언인 조르주 생 피에르와의 경기다. 같은 선수로서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선수이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동현 전적]

▲2013.10 승 UFC 파이트 나이트29(에릭 실바)
▲2013.3 승 UFC on Fuel TV8(시야르 바하두르자다)
▲2012.11 승 UFC MACAO(티아고)
▲2012.7 패 UFC 148(데미안 마이아)
▲2011.12 승 UFC 141(션 피어슨)
▲2011.7 패 UFC 132(카를로스 콘딧)
▲2011.1 승 UFC 125(네이트 디아즈)
▲2010.5 승 UFC 114(아미르 사돌라)
▲2009.7 승 UFC 100(TJ 그랜트)
▲2009.1 무 UFC 94(카로 파리시안)
▲2008.9 승 UFC 88 BREAKTHROUGH(맷 브라운)
▲2008.5 승 UFC 84 ILL WILL 다크매치(제이슨 탄)
▲2007.10 무 딥 32-32 임팩트(하세가와 히데히코)
▲2007.8 승 딥 31 임팩트(하세가와 히데히코)
▲2007.7 승 딥 CMA 페스티벌2(마에지마 유키하루)
▲2007.2 승 딥 28 임팩트(코히케 히데노부)
▲2006.12 승 딥 27 임팩트(안도 준)
▲2006.10 승 딥 26 임팩트(쿠보타 코우세이)
▲2006.08 승 딥 25 임팩트(이와미야 토모요시)
▲2006.05 승 딥 CMA 페스티벌(타니무라 미츠노리)
▲2004.09 승 스피릿MC 그랑프리 미들급(김형광)
▲2004.04 승 스피릿MC 3(노영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