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대한지적장애인골프협회 장애인스포츠 모범

작은 골프공 하나로 만들어낸 자활의 기적

시작은 ‘지환이’였다. 지환이는 지적장애 1급의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흔히 말하는 다운증후군. 게다가 심장 이상으로 태어나자마자 개복수술을 받아야 했다. 골반까지 뒤틀려 있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걷지 못했다. 스스로 서지 못했던 지환이는 부딪히고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뾰족한 것에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모서리가 있는 것을 두려워해서 의자에 앉지도 못했고 대인접촉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 그가 골프채를 쥔 뒤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연의 품속에서 맘껏 골프채를 휘두르면서 그동안 접해본 많은 다른 스포츠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듯했다.
“골프를 치려면 카트를 타야 돼. 카트에 타려면 의자에도 앉을 수 있어야 해.”

골프로 이겨낸 장애

그렇게 박지환(21)은 골프를 치기 위해 모서리의 두려움을 이겨냈다. 박지환은 지난 3월 당당히 한국골프대학에 입학해 대학생 골프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만 하라는 말을 듣기 전에는 골프채를 놓지 않는 연습벌레 박지환은 드라이버샷을 260m 이상 날릴 정도로 파워 넘치는 샷이 장기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티칭프로 자격증을 따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작은 골프공 하나로 이뤄낸 ‘기적’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장애인들 가운데 가장 자활이 어려운 경우가 지적·자폐성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스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인과 눈맞춤도 어려워 소통이 불가능해 보이던 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고, 집중력과 체력을 키워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모범사례가 있다. 세계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적을 일궈낸 곳은 대한지적장애인골프협회다.

“지적장애인들 사회화 교육에 응용”
미 백악관까지도 관심, 성공사례 전형

지적장애인골프협회는 김호진 명예회장이 조카인 박지환에게 골프채를 쥐어준 것이 그 출발이었다. 박지환의 사례를 옆에서 지켜본 김 명예회장은 박지환을 바꿔놓은 골프의 힘에 주목했다. 협업과 조직력이 요구되는 타 스포츠와는 달리 골프는 혼자서 멈춰있는 공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지적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동시에 4명이 한 조를 이뤄 경기를 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사회성을 키워갈 수도 있다.
골프의 이런 특성을 지적장애인들의 사회화 교육에 응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환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 음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해 2011년 9월 D컵스 지적장애인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대행사와 홍보, 인쇄물, 방송에 발품을 팔아가며 프로 선수들에게 재능기부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의 간곡한 설득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갔다. 그리고 이듬해 6월 김 명예회장은 지적장애인 골프대회의 성과를 더욱 폭넓게 공유하기 위해 골프업계 관계자들과 지적·자폐성 발달장애 어린이의 부모, 각계 후원자들을 모아 지적장애인골프협회를 발족시켰다. D컵스 지적장애인 골프대회는 지난해 2회 대회를 거쳐 올 9월 3회 대회를 치렀다. 선수들은 유사골프인 스내그골프를 통해 입문 교육과정을 거친다. 지적장애인 골프대회는 선수 2명과 지도자 1명, 자원봉사를 하는 서포터즈 2명 등 5명을 한 팀으로 꾸려 진행한다. 이벤트리그는 1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선수들이 참가하지만 컵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박지환도 2년 연속 이 대회에 참가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비용이 많이 드는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실제로 대한지적장애인골프협회의 등록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복지관이나 청소년수련관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들이다. 부모가 없는 경우도 있고, 편모·편부 슬하에서 제대로 된 자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 오히려 넉넉한 집안에서는 지적장애인 자녀를 외부에 공개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다.
골프의 교육적 효과도 증명해 보였다. 100여 명의 지적장애인들을 상대로 실험했을 때 미술이나 음악, 다른 스포츠 종목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골프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고 골프에 빠져든 경우가 50% 이상이었다. 실제로 원촌중학교에서 강남 지역의 특수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승마와 골프 등 6가지 과목에 대해 교육을 실시한 뒤 설문을 한 결과 골프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장애인골프협회에서는 현재 서울의 강남·송파·관악·마포구와 성남 분당, 수원, 부천, 제주 등에서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골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행정 및 교육 당국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골프 교육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은 ‘파급효과’ 때문이다. 국내 교육 구조상 강남권에서 지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골프교육이 활성화되면 손쉽게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고 강남교육청도 이러한 부분에 가장 열려있는 기관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관심

지난 4월에는 아카데미를 발족해 교육자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지적장애인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고 데이터화했다. 성과를 보인 지적장애인들에게 포인트를 부여해 골프장의 그린키퍼 교육과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골프장경영협회 산하의 잔디연구소와 연계해 지적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실질적인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감추기에 급급했던 지적장애인들이 편견을 깨고 사회로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삼육대 윤재영 교수는 사상 처음 시도된 이러한 실험을 연구과제로 삼아 논문을 작성했고 골프가 지적장애인들의 신체협응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고 협동심을 길러내며 사회적응력을 키우는 등 56가지 부문에서 탁월한 교육효과를 보였다는 사실을 실증했다. 이 논문은 사회복지 관련 국제 저널에 발표돼 장애인 스포츠의 모범사례로 전 세계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적장애인골프협회의 성공 사례에 대한 소문은 백악관까지 흘러들어갔다. 지난 1월 백악관의 장애정책위원으로 재직 중인 박동우 위원이 윤 교수에게 ‘백악관 장애정책위원회에서도 지적장애 청년의 골프장 취업에 대한 과제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이 진행된 적이 있으며 대한지적장애인골프협회의 성과를 공유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장애인 복지에 관한 한 후진국이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최고의 장애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미국에 지적장애인골프의 성공사례를 전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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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