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락 말락 'MB 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10 1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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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지뢰밭 "건들면 터진다"

[일요시사사=사회팀] 지난 3일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7개월여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경기도 동두천에 새로 문을 연 청소년 대안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 환한 웃음과 함께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던 이 전 대통령. 그러나 전국 곳곳에 도사린 지난 정권과 관련한 비리 의혹들이 속속 드러난 지금. 이 전 대통령의 웃음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총 공사비 10조7161억원. 이명박 전 대통령(71)의 공약이기도 했던 호남고속철도사업은 오송과 익산, 광주를 거쳐 송정, 목포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다가올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호남고속철도사업은 MB정부의 비자금과 연결된 창구로 의심받고 있다.

대형국책사업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지난 8월 국회 한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과 대형 건설사가 연루된 담합 비리가 곧 터질 것"이라며 "그 배후에는 MB정권 당시 장·차관급 인사를 포함한 막후 실세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고속철도사업은 철도시설공단이 발주처로 모두 19개 구간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이중 최저가입찰로 낙찰된 8개 공구에서 8개 대형건설사(두산건설, SK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GS건설, 대우건설)는 공사를 나눠먹기로 서로 담합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실에 따르면 8개 대형건설사 책임 임원들은 입찰 전 회동을 통해 간사를 선임했고 약속된 입찰가대로 각 공구 입찰에 참여했다. 단 대우건설은 담합 문건에 써진 입찰가대로 공사를 수주하지 않았다.


담합 방법은 다음과 같다. A건설사가 예정 설계가 대비 78.67%의 입찰가를 써내면 B건설사를 비롯한 다른 업체는 0.1%~0.2%P 가량 높은 입찰가를 써낸다. 그리고 최저가 규정에 의해 낙찰된 A건설사는 다른 공구 입찰에서 B건설사보다 0.1∼0.2%P 가량 높은 입찰가를 써내 B건설사가 낙찰되도록 돕는다.

'호남고속철사업' MB정부 비자금 창구 의심
'내곡동 수사' 채동욱 혼외자 의혹으로 주춤

이 같은 수법으로 8개 대형건설사는 1조5697억원 규모의 공사를 나눠먹었다. 담합에 가담한 건설사의 평균 낙찰률은 78.5%였다. 이미경 의원실은 전국 공공공사 최저가입찰 평균 낙찰률이 71.9%인 것을 고려할 때 업체가 챙긴 이득은 13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평균가보다 높은 낙찰률은 상당한 공사비가 이익으로 남았음을 뜻한다. 실제로 공사에 투입된 돈 외에 '눈먼돈'이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미경 의원실이 보관하고 있는 문건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 고위 관계자들은 호남고속철도사업 업체 선정 과정에서 압력을 가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8개 건설업체 및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은 호남고속철도사업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기관은 담합 및 알선,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수사 결과에 따라 오래 전부터 업계에 오르내리던 'MB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지 촉각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호남고속철도 비리는 상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터지면서 지난 정권과 유착된 각종 비리 의혹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난 모양새다.

더불어 현직 검찰 수장이 물러나면서 불거진 '외풍' 의혹은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 입장에서 적잖은 부담이다. MB정권에 대한 공세가 거세질수록 반사적 이익을 얻게 될 민주당 일각에선 "정권 눈치 보느라 수사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채동욱 변수'
MB의 향배는?

지난달 27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68)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김 전 처장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전 직원 김태환(57)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판결했다. 공문서 변조 등 혐의로 기소된 경호처 시설관리부장 심형보(48)씨 역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받았다. 

앞서 김 전 처장 등은 내곡동 사저 부지와 경호시설 부지 매입가를 임의로 정한 뒤 매수대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35)씨에게 9억7000만원의 이득을 안겨주고 국가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기소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검팀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헌법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옴에 따라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참여연대로부터 김 전 처장과 같은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5일 이 전 대통령을 배임 및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66)는 시형씨와 함께 피고발인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식세계화사업' 검은돈?
 배후로 정권실세들 거론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곽규택)가 수사 중이며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점으로 내곡동 사저 의혹이 재점화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기자가 만난 민주당 한 관계자는 내심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앞서 민주당은 서울중앙지검에 시형씨를 포함한 관련자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8개월 만에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하면서 '봐주기 수사'란 비난을 들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9월 내곡동 사저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제출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사건 핵심 당사자인 시형씨와 김 여사가 무혐의 처분되면서 민주당은 쓴맛을 다셔야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불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은 "이 전 대통령이 부지 매입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매수대금을 배분한 건 자신들의 판단"이라는 진술도 번복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의 정황만으로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엔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상 또 다른 제보가 이어진다면 이 전 대통령 일가가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 'MB 비리'가 더 있다는 점도 변수다.

총체적 부실
한식 세계화 


지난 8월 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한식세계화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라고 비유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가 주도한 대표적인 '영부인 사업'으로 꼽힌다.

앞서 김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12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자료를 통해 "MB정부의 비호 속에 과다 편성된 예산, 사업관리 부실로 최근 3년간 46억∼94억원의 예산이 이월 또는 불용처리가 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지난 6월 공개한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 집행실태' 보고서를 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예산현액(당해 연도 예산액에 전년도 이월액을 합한 금액)의 합은 931억1700만원이다. 이중 정상 집행된 돈은 627억2200만원이며, 남은 222억7800만원은 다음 연도로 이월 집행됐고, 81억1700만원은 불용처리됐다. 평균 집행실적은 68.7%로 조사됐다.

특히 한식세계화사업을 추진한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산 편성 시 경쟁력 강화사업(36%)에 중점을 두었으나 실제로 집행된 예산은 한식 홍보사업(33%)에 더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김 여사가 쓴 '김윤옥의 한식이야기'라는 책 2000여부를 만드는 데 1억원이 쓰였으며 이 돈은 고스란히 국고로 지출됐다.

'한식 세계화 전도사'로 불린 S음식문화연구원의 양모 이사장 부부는 정부 보조금을 허위로 청구한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달 8일 양 이사장의 남편 남모(55)씨는 정산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수법으로 정부 보조금 수천만원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는 지난 2010년 정부로부터 '제7회 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제7회 한중 식문화대전' 등의 개최 명목으로 7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은 뒤 실제로 지급하지 않은 심사위원비, 인테리어 공사비, 항공비 등의 명목으로 3000만원 이상의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김형렬)는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단 검찰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양 이사장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리했다. 사정당국은 양 이사장 부부처럼 국고 보조금을 유용한 사례가 더 있는지를 내사하고 있다.

'4대강 설계자' 구속
비자금 흐름 드러날까

이와 관련해 국회 한 관계자는 "4대강사업에서 만들어진 비자금이 한식세계화사업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언도 구체적이다. "4대강사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비자금 일부가 한 대형건설사 지분 매입에 쓰이려 했지만 VIP(이 전 대통령)가 마음을 바꿔 한 외식업체에 투자했다"는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외식업체와 관련한 소문은 건설업자 사이에서 공공연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복수 관계자가 지목한 중견외식업체는 한식세계화사업 최전선에 있었으며, 정부 보조금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한식세계화사업과 관련한 여러 소문들을 접했다. '경영사정이 좋지 못했던 한 사업자가 '고대 라인'에 줄을 대기 위해 유명인에게 수억원을 후원했다'는 내용. '재무상태가 불량했던 모 기업이 무리한 한식세계화사업으로 적자를 보자 관련사를 매각했다'는 내용 등이다.

기자는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몇몇 핵심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얘기할 것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중 한 중견업체는 파트너사와 계상을 미루고 1주일 넘게 대표전화를 받지 않아 '사업장이 곧 매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금전적으로 비호했던 건 청와대의 모 비서관이란 의혹도 있다. 

사정기관 지근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권 실세의 개입은 섣불리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또 "공중으로 증발했다고 추정되는 돈이 20~30억원에 불과해 다른 공공사업들보다는 규모는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국고 보조금을 횡령했다기보다는 사업자에게서 직접 돈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몇몇 외식업자들은 비상장된 자신의 회사를 띄운 뒤 되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로
윗선 밝혀질까

이명박 정부의 판도라는 결국 대형 국책사업에 참여했던 사업자로부터 수수한 각종 뇌물이 될 확률이 높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다양한 이권에 개입해 돈을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 정권과 긴밀한 관계에 있던 인사들의 '릴레이 구속'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도로공사 사장 장석효(66)씨는 4대강 사업 설계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지난 2011년 4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장씨가 관급공사 수주 청탁을 명목으로 설계업체 유신 측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정권에서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산하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역임했으며 '4대강사업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4대강사업과 관련한 비밀 문건들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구속된 장씨가 입을 열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밖에도 2조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된 통칭 자원외교사업, '태국판 4대강'으로 불리는 한국수자원공사(K-워터)의 물관리사업 등도 'MB 비리'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억세게 운 좋은 MB 왜?
섹스 스캔들이 살렸네

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의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상황에 모아졌다. 워낙 구설이 많았던 정권이라 관련된 비리도 적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 등에서 고구마줄기 캐듯 나온 각종 비리 의혹은 핵폭탄급 이슈들에 묻혀 힘을 잃었다.

먼저 지난 3월 이 전 대통령의 퇴임 직후 터진 '고위층 성접대' 사건은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이 연루되면서 정국을 뒤흔드는 이슈로 급부상했다. 박근혜정부의 부실 인사와 검찰과 경찰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 사건은 거의 1달간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릴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현 정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던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하던 중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파견된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대변인직 인선 때부터 뒷말이 많았던 윤 전 대변인은 결국 경질됐다. 그러나 '윤창중 성추행' 사건은 현 정부의 사건 은폐 의혹과 맞물려 범국민적인 반감을 샀다. 당시 카메라 플래시가 오직 '윤창중'에게만 쏠렸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청와대가 몸을 낮춘 사이 여름 정국은 검찰이 주도했다. '전두환 비자금 수사' 'CJ 이재현 수사' 등 굵직한 사건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이 핵심 정치 이슈로 부각되면서 검찰의 칼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향했다. 자연스럽게 이 전 대통령도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방향을 놓고, 청와대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갈등을 빚었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이면서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사 관계자는 "섹스 스캔들이 이 전 대통령을 살렸다"고 씁쓸해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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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