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불륜사건 전말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2: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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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외도에 내연녀 협박…부인은 괴로웠다

[일요시사=사회팀]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남편이 기혼을 숨기고 연수원 동기와 바람이 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내가 신혼집에서 목을 매달았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자주 등장하는 막장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 사건을 두고 양가의 진실공방이 뜨겁다.




지난 7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전 남편인 사법연수생 B씨의 불륜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사법연수생 불륜사건’이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 유부남 사법연수원생의 불륜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카페가 만들어질 정도다.

숨진 A씨의 어머니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법무법인 앞에서 “내 딸 목매달아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 “법조인이 될 자격 없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해당 법무법인에서 연수 중이던 C씨가 사위인 B씨와의 성관계 내용을 문자로 보내는 등 딸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사법연수원은 지난 22일 ‘사법연수원생 불륜사건’의 시작과 끝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사건의 논란은 지난 7월, 30세의 A씨가 자신의 신혼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됐다. 자살사건 직후 A씨의 유가족은 “사법연수원생인 남편 B씨(31)가 연수원 동기인 C씨(28)와 불륜을 저질러 A씨를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자살 원인 둘러싸고 
양측 가족 진실공방

실제로 B씨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C씨와 교제를 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생이면 누구나 아는 ‘공인커플’이 됐으며, C씨는 B씨가 유부남인 사실을 안 뒤에도 관계를 정리하기는커녕 오히려 B씨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해 A씨에게 보내며 이혼을 요구하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A씨는 결혼 전부터 시댁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어머니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받아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또한 B씨 집안은 A씨에게 7000만원짜리 고급 외제차와 서울시내 5억원짜리 아파트, 일산 소재 2억원짜리 전셋집과 9000여만원의 카드빚을 갚아줄 것을 요구했고, A씨 측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소중한 딸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을 택했던 것이다.

A씨와 B씨는 5년간 캠퍼스 커플로 만나다가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와 내연녀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A씨는 결국 신혼집으로 마련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A씨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어떻게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8개월 동안 모를 수 있느냐’며 조롱했고, 자신이 B씨와 은밀히 나눈 대화 내용까지 고스란히 A씨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총각행세’유부남 연수원생 동기와 교제
내연녀 이혼 요구하는 문자 보내 조롱
밀애 눈치챈 아내 충격 받고 목숨 끊어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법연수원 게시판에 ‘불륜 커플 처벌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수없이 올려 한때 게시판이 폐쇄되기도 했다. 추석연휴 동안에도 ‘사법연수원생 불륜’은 인터넷 검색순위 상위를 유지했다. 누리꾼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좀처럼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법연수원이 진상 규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누리꾼들은 B씨와 C씨를 간통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간통죄를 적용하려면 간통을 한 날짜를 비롯해 장소와 물증 등이 확보돼야 하고, 간통을 한 당사자들의 자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포함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5급 공무원 신분인 연수생은 견책·감봉·정직·파면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삼촌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사법연수원 간통사건 묻혀선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호소글을 게재했다. 그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A씨가 B씨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개 공개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글에서 그는 “B씨와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A씨가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한 후 B씨의 가족은 A씨를 예비 며느리처럼 극진히 대접했지만, 고인이 2차에 실패하고 2010년 아들이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하자 B씨의 어머니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A씨의 시어머니는 “내가 너라면 혼인신고로 남자 발목 안 잡을 것” “네 년 찢어 죽여도 분 안 풀려” 등 문자메시지로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B씨의 가족은 강남집, 외제차, 현금 10억원에 이르는 혼수를 요구했다. 오랜 시간 만났고 외로움을 많이 타던 고인은 사랑하는 B씨와 헤어질 수 없었고, 그걸 너무 잘 아는 고인의 어머니는 결혼시키기로 결심했다”며 “무리한 요구였지만 어머니는 집을 팔아 가락동 아파트(5억원), 차량(7000만원), A씨의 빚(9000만원), 전세아파트(2억원)를 혼수로 해줬다”고 밝혔다.

간통죄로 처벌?
현실적으로 어려워

또한 “하지만 B씨의 가족은 고인이 애비도 없고, 2차도 합격 못했는데 응당 주어야 할 현금 5억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내용을 고인에게 밤새 전화와 문자로 쏟아 부었다”며 “고인은 그때부터 심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손발이 극심하게 떨리고 심장이 뛰는 불안증 때문에 결국 사시 2차 시험 도중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B씨와 불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된 연수원생 C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가족과 고인 사이에서 중재를 해줬어야 할 B씨는 연수원에서 총각행세를 하며 동기 C씨와 바람을 피웠다”며 “고인이 사준 외제차를 타고 장모가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를 쓰며 B씨와 C씨는 8개월 동안 부부와 다름없이 생활했다”고 전했다.

또한 “B씨가 기혼자임을 알게 된 C씨는 A씨의 이혼을 요구했다”며 “B씨가 선뜻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자 C씨는 협박하기 시작했다. 고인에게 직접 전화하는 것은 물론, B씨와 C씨 둘 사이에 있었던 온갖 문자와 편지, 채팅 내용을 캡처해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B씨의 어머니 이씨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그저 피해자 가족이 작성한 내용에 가설이 보태져 카더라 통신처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 사실 확인이나 여과 없이 기사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신혼의 달콤함
물거품처럼…

이어 “가족이 속한 학교와 교회에까지도 피해가 커지는바 저희도 조만간 모든 것을 밝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때가 되면 모든 정보를 다 들으시고 올바른 판단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의 유족으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한 사법연수원은 관련자들을 불러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연수원은 유족 측의 주장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자 지난 10일부터 A씨와 B씨, C씨의 어머니를 직접 불러 조사를 벌였다. 연수원은 진상 규명을 위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조사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예민한 사안이지만 사실에 기초해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칠 것”이라며 “관련자들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기사화되자 A씨를 옹호하는 카페가 개설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지난 17일 “기사에 관한 입장표명글을 추가로 올린다”며 “먼저 저희 대신하여 열심히 청원 올려주시고, 저희 위해 싸워주셔서 너무나 큰 힘이 되고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유가족 입장은 사실 처음에 상간녀 C측에 바란 것은 정말 진정한 사과였던 것 맞다. 또한 이렇게 까지 인터넷 상으로 확대될 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뒤에도, 이모양과 신모 군 측은 진정한 사과를 하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인터넷 글 지우기만 급급해서 정말 분개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청원만큼은 지속적으로 올라왔으면 하는게 저희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사법고시 합격하자 시댁 태도 돌변
아파트·외제차에 수억 지참금 요구
심한 불안과 우울증 시달리다 결국…

A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B씨 집안은 ‘사’자가 아니면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B씨의 아버지는 현재 H대학교 교수고 그 여동생은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학생이다. 여동생은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의사를 만나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고. 그리고 평소 B씨 자체도 사치스러웠다고 한다. 결혼 전부터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 6개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중고거래로 명품을 팔기도 했다. 사치성을 알았더라면 결혼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들은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그저 혼인신고만 했을 뿐이었다. 이후 B씨의 어머니가 딸에게 ‘널 저주하는 데 내 인생 다 바치겠다’는 식으로 저주의 문자를 퍼부으며 괴롭혔다고. A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전화번호를 여러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의 책임 절반은 B씨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토로했다.
내연녀 C씨는 사건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진 뒤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등 2차 피해를 입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B씨의 어머니는 ‘기자들께 보내는 당부의 글’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권력집단과 피권력집단의 문제도 아니고 사법연수원의 제식구 감싸기는 더더욱 아니다.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진실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더욱 많은 정보들이 공개됐을때 그 파장은 너무 커서 양쪽 가족 모두에게 지금보다 더욱 크나큰 상처가 되고 심지어 고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하도록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가)그저 조용히 있는 것이 사돈 집안 사람들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수원 진상조사 나서
내연녀 신상털기 조짐

A씨는 Y대 학부 졸업 후 지방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리고 남편 B씨는 지방대에서 Y대로 편입해 사법시험을 패스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B씨의 아버지는 지방대 교수로 알려졌다. 현재 숨진 A씨의 휴대폰은 잠금 상태고 공장 초기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족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불륜 사건이 인구에 오르내리면서 법조인 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은 사법연수원 측의 진상조사 결과 및 징계 수위를 눈여겨 볼 것이다. 만약 식구 감싸기 식의 형식적인 조사와 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명을 다루는 법조인들에게 기본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이번 불륜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도덕성 측면을 충분히 감안해 그에 상응하는 징계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앞으로 법조인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 계속 남아있기를 원한다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자는 결코 남에게 엄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법조인을 차단할 수 있는 사전 정화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판사들 출신 보니…
3분의 1 이상 ‘강남 사람’

매년 신규 임용되는 판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가치관에 귀 기울여 사회적 갈등을 마지막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사법부의 인적 구성이 특정 지역·계층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의 판사 임용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10∼2012년 신규 임용 판사 499명 가운데 특목고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강남 3구’ 출신은 174명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했다. 특목고 졸업생은 전체의 24.6%인 123명, 강남 고교 출신은 51명으로 10%를 넘었다. 강남·특목고 출신 판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고교별로 보면 대원외고 출신 신임 판사가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학교 출신은 2위인 명덕외고(18명)의 배에 가까웠다. 3년 동안 10명 이상의 새내기 판사를 배출한 고교는 네 곳으로 한영외고(17명)와 대일외고(10명) 등 모두 수도권 소재 외국어고였다.

강남·특목고 졸업자 법조계 점령
지방 명문은 뒷걸음…편중화 지적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했던 과학고 출신 판사도 서울과학고 4명, 한성·광주·강원·대구과학고 각각 2명 등 16명이나 배출됐다. 특목고를 제외한 서울 일반고 출신 판사들 사이에서는 ‘강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부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임용된 이들과 달리 올해부터는 최소 3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만 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고를 중심으로 한 특목고 출신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법조계에 대거 수혈된 탓에 이들의 독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로스쿨이 사법고시를 대체하는 법조인 양성 통로가 되면서 오히려 특목고·강남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졸업하기 시작한 로스쿨 출신들은 2015년부터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9∼2012년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614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은 219명(35.7%),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은 98명(16.0%)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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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