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불륜사건 전말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2: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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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외도에 내연녀 협박…부인은 괴로웠다

[일요시사=사회팀]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남편이 기혼을 숨기고 연수원 동기와 바람이 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아내가 신혼집에서 목을 매달았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자주 등장하는 막장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 사건을 두고 양가의 진실공방이 뜨겁다.




지난 7월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가 전 남편인 사법연수생 B씨의 불륜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사법연수생 불륜사건’이 세간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 유부남 사법연수원생의 불륜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카페가 만들어질 정도다.

숨진 A씨의 어머니는 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법무법인 앞에서 “내 딸 목매달아 자살하게 만든 살인자” “법조인이 될 자격 없다”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해당 법무법인에서 연수 중이던 C씨가 사위인 B씨와의 성관계 내용을 문자로 보내는 등 딸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사법연수원은 지난 22일 ‘사법연수원생 불륜사건’의 시작과 끝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사건의 논란은 지난 7월, 30세의 A씨가 자신의 신혼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됐다. 자살사건 직후 A씨의 유가족은 “사법연수원생인 남편 B씨(31)가 연수원 동기인 C씨(28)와 불륜을 저질러 A씨를 자살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자살 원인 둘러싸고 
양측 가족 진실공방

실제로 B씨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사법연수원 동기인 C씨와 교제를 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생이면 누구나 아는 ‘공인커플’이 됐으며, C씨는 B씨가 유부남인 사실을 안 뒤에도 관계를 정리하기는커녕 오히려 B씨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해 A씨에게 보내며 이혼을 요구하는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A씨는 결혼 전부터 시댁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어머니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받아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또한 B씨 집안은 A씨에게 7000만원짜리 고급 외제차와 서울시내 5억원짜리 아파트, 일산 소재 2억원짜리 전셋집과 9000여만원의 카드빚을 갚아줄 것을 요구했고, A씨 측은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소중한 딸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을 택했던 것이다.

A씨와 B씨는 5년간 캠퍼스 커플로 만나다가 우여곡절 끝에 2011년 4월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와 내연녀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A씨는 결국 신혼집으로 마련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A씨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어떻게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8개월 동안 모를 수 있느냐’며 조롱했고, 자신이 B씨와 은밀히 나눈 대화 내용까지 고스란히 A씨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총각행세’유부남 연수원생 동기와 교제
내연녀 이혼 요구하는 문자 보내 조롱
밀애 눈치챈 아내 충격 받고 목숨 끊어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법연수원 게시판에 ‘불륜 커플 처벌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수없이 올려 한때 게시판이 폐쇄되기도 했다. 추석연휴 동안에도 ‘사법연수원생 불륜’은 인터넷 검색순위 상위를 유지했다. 누리꾼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좀처럼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연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사법연수원이 진상 규명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에 대한 처벌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전망이다. 누리꾼들은 B씨와 C씨를 간통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간통죄를 적용하려면 간통을 한 날짜를 비롯해 장소와 물증 등이 확보돼야 하고, 간통을 한 당사자들의 자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형사처벌은 사실상 어렵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포함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5급 공무원 신분인 연수생은 견책·감봉·정직·파면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삼촌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사법연수원 간통사건 묻혀선 안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호소글을 게재했다. 그는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A씨가 B씨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욕설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여러 개 공개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 글에서 그는 “B씨와 함께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A씨가 사법고시 1차를 합격한 후 B씨의 가족은 A씨를 예비 며느리처럼 극진히 대접했지만, 고인이 2차에 실패하고 2010년 아들이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하자 B씨의 어머니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A씨의 시어머니는 “내가 너라면 혼인신고로 남자 발목 안 잡을 것” “네 년 찢어 죽여도 분 안 풀려” 등 문자메시지로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B씨의 가족은 강남집, 외제차, 현금 10억원에 이르는 혼수를 요구했다. 오랜 시간 만났고 외로움을 많이 타던 고인은 사랑하는 B씨와 헤어질 수 없었고, 그걸 너무 잘 아는 고인의 어머니는 결혼시키기로 결심했다”며 “무리한 요구였지만 어머니는 집을 팔아 가락동 아파트(5억원), 차량(7000만원), A씨의 빚(9000만원), 전세아파트(2억원)를 혼수로 해줬다”고 밝혔다.

간통죄로 처벌?
현실적으로 어려워

또한 “하지만 B씨의 가족은 고인이 애비도 없고, 2차도 합격 못했는데 응당 주어야 할 현금 5억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내용을 고인에게 밤새 전화와 문자로 쏟아 부었다”며 “고인은 그때부터 심한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손발이 극심하게 떨리고 심장이 뛰는 불안증 때문에 결국 사시 2차 시험 도중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B씨와 불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된 연수원생 C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가족과 고인 사이에서 중재를 해줬어야 할 B씨는 연수원에서 총각행세를 하며 동기 C씨와 바람을 피웠다”며 “고인이 사준 외제차를 타고 장모가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를 쓰며 B씨와 C씨는 8개월 동안 부부와 다름없이 생활했다”고 전했다.

또한 “B씨가 기혼자임을 알게 된 C씨는 A씨의 이혼을 요구했다”며 “B씨가 선뜻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자 C씨는 협박하기 시작했다. 고인에게 직접 전화하는 것은 물론, B씨와 C씨 둘 사이에 있었던 온갖 문자와 편지, 채팅 내용을 캡처해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B씨의 어머니 이씨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그저 피해자 가족이 작성한 내용에 가설이 보태져 카더라 통신처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 사실 확인이나 여과 없이 기사화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신혼의 달콤함
물거품처럼…

이어 “가족이 속한 학교와 교회에까지도 피해가 커지는바 저희도 조만간 모든 것을 밝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때가 되면 모든 정보를 다 들으시고 올바른 판단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의 유족으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한 사법연수원은 관련자들을 불러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연수원은 유족 측의 주장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자 지난 10일부터 A씨와 B씨, C씨의 어머니를 직접 불러 조사를 벌였다. 연수원은 진상 규명을 위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등의 조사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수원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예민한 사안이지만 사실에 기초해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칠 것”이라며 “관련자들의 잘못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기사화되자 A씨를 옹호하는 카페가 개설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지난 17일 “기사에 관한 입장표명글을 추가로 올린다”며 “먼저 저희 대신하여 열심히 청원 올려주시고, 저희 위해 싸워주셔서 너무나 큰 힘이 되고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유가족 입장은 사실 처음에 상간녀 C측에 바란 것은 정말 진정한 사과였던 것 맞다. 또한 이렇게 까지 인터넷 상으로 확대될 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렇게 세상에 알려진 뒤에도, 이모양과 신모 군 측은 진정한 사과를 하려고 생각하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인터넷 글 지우기만 급급해서 정말 분개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청원만큼은 지속적으로 올라왔으면 하는게 저희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사법고시 합격하자 시댁 태도 돌변
아파트·외제차에 수억 지참금 요구
심한 불안과 우울증 시달리다 결국…

A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B씨 집안은 ‘사’자가 아니면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다. B씨의 아버지는 현재 H대학교 교수고 그 여동생은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학생이다. 여동생은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의사를 만나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고. 그리고 평소 B씨 자체도 사치스러웠다고 한다. 결혼 전부터 수천만원짜리 명품 시계 6개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중고거래로 명품을 팔기도 했다. 사치성을 알았더라면 결혼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들은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 그저 혼인신고만 했을 뿐이었다. 이후 B씨의 어머니가 딸에게 ‘널 저주하는 데 내 인생 다 바치겠다’는 식으로 저주의 문자를 퍼부으며 괴롭혔다고. A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전화번호를 여러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의 책임 절반은 B씨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토로했다.
내연녀 C씨는 사건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진 뒤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등 2차 피해를 입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B씨의 어머니는 ‘기자들께 보내는 당부의 글’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권력집단과 피권력집단의 문제도 아니고 사법연수원의 제식구 감싸기는 더더욱 아니다. 한 집안의 문제이고, 부부의 문제이며, 고부간-친사위간 갈등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진실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더욱 많은 정보들이 공개됐을때 그 파장은 너무 커서 양쪽 가족 모두에게 지금보다 더욱 크나큰 상처가 되고 심지어 고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하도록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가)그저 조용히 있는 것이 사돈 집안 사람들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수원 진상조사 나서
내연녀 신상털기 조짐

A씨는 Y대 학부 졸업 후 지방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그리고 남편 B씨는 지방대에서 Y대로 편입해 사법시험을 패스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B씨의 아버지는 지방대 교수로 알려졌다. 현재 숨진 A씨의 휴대폰은 잠금 상태고 공장 초기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유족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불륜 사건이 인구에 오르내리면서 법조인 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은 사법연수원 측의 진상조사 결과 및 징계 수위를 눈여겨 볼 것이다. 만약 식구 감싸기 식의 형식적인 조사와 징계가 내려질 경우 법조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명을 다루는 법조인들에게 기본적인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만일 이번 불륜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도덕성 측면을 충분히 감안해 그에 상응하는 징계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앞으로 법조인들이 존경과 신뢰를 받는 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 계속 남아있기를 원한다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마땅하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자는 결코 남에게 엄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법조인을 차단할 수 있는 사전 정화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판사들 출신 보니…
3분의 1 이상 ‘강남 사람’

매년 신규 임용되는 판사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가치관에 귀 기울여 사회적 갈등을 마지막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맡은 사법부의 인적 구성이 특정 지역·계층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의 판사 임용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2010∼2012년 신규 임용 판사 499명 가운데 특목고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강남 3구’ 출신은 174명으로 전체의 34.9%를 차지했다. 특목고 졸업생은 전체의 24.6%인 123명, 강남 고교 출신은 51명으로 10%를 넘었다. 강남·특목고 출신 판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고교별로 보면 대원외고 출신 신임 판사가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학교 출신은 2위인 명덕외고(18명)의 배에 가까웠다. 3년 동안 10명 이상의 새내기 판사를 배출한 고교는 네 곳으로 한영외고(17명)와 대일외고(10명) 등 모두 수도권 소재 외국어고였다.

강남·특목고 졸업자 법조계 점령
지방 명문은 뒷걸음…편중화 지적

몇 년 전만 해도 희귀했던 과학고 출신 판사도 서울과학고 4명, 한성·광주·강원·대구과학고 각각 2명 등 16명이나 배출됐다. 특목고를 제외한 서울 일반고 출신 판사들 사이에서는 ‘강남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부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곧바로 임용된 이들과 달리 올해부터는 최소 3년 이상의 법조 경력자만 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외고를 중심으로 한 특목고 출신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법조계에 대거 수혈된 탓에 이들의 독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로스쿨이 사법고시를 대체하는 법조인 양성 통로가 되면서 오히려 특목고·강남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부터 졸업하기 시작한 로스쿨 출신들은 2015년부터 판사직에 지원할 수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9∼2012년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614명 가운데 특목고 출신은 219명(35.7%),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은 98명(16.0%)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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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