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인터뷰> 'NL출신' 하태경이 말하는 이석기는?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4: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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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단순 과대망상? 국가전복 가능했다!"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른바 주체사상파(주사파)라고도 불리는 NL(민족해방)계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하 의원은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와 관련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NL계 출신인 탓에 그 내부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NL계 출신 하태경이 말하는 이석기, 그는 과연 누구일까? 하 의원이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NL계 출신으로 그 내부를 잘 알고 있는 하 의원은 이석기 사태가 발생한 후 다각도에서 의견을 개진하며 이슈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각 언론사들은 하 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 의원은 한때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내세운 소위 주사파 골수 운동권이었다. 하지만 통일운동을 하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실상을 접한 후엔 오히려 북한인권운동가로 180도 변신했다.

지난 4·11총선에서는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의 후보로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NL계 출신 하태경이 말하는 이석기, 그는 과연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하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하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석기 의원은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공개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다. 이 의원이 정말 국가전복을 노린 인물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겼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이석기 의원의 경우는 "종북보다 종미가 더 문제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공개적으로 종북을 옹호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본인이 실제 종북주의자라도 겉으로는 종북세력임을 감추거나 부정할 것 같은데 왜 노골적으로 드러내는지 의아해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석기 의원은 개인이 아니라 '김일성주의 종북조직'의 리더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목사가 예수를 비판할 수 없듯이 김일성주의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그 가족 그리고 북한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비판했다가는 자기 조직원들로부터 엄격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조직 내 분란이 올 수도 있다. 때문에 노골적인 종북주의자의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 체포동의안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이 130명이 모인 자리에서 폭동 논의를 한 것으로 나온다. RO조직이 정말 국가전복을 노렸다면 비밀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폭동 모의를 했다고 보는가?
▲ 이석기 의원은 3월 이후 정세를 전쟁 전야로 인식했던 것이다. 마치 김일성이 6.25 남침 직전 남로당이 함께 무장봉기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내려온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곧 전쟁이 일어나니까 남쪽에서도 급히 폭동과 테러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급해진 것이다. 그래서 비밀이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30명을 모아놓고 폭동 모의를 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전쟁 개시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남북대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결국 이석기가 정세 오판을 한 것이다.


- 새누리당은 현재 이석기 사태에 대해 민주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석기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의 야권연대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하는데?
▲ 지난해 4.11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은 이른바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양보를 이끌어내어 지역구에서 7명의 후보를 당선시켰다. 민주당의 협조 없이 통진당 독자적 역량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결과였다는 게 중론이다. 아울러 통진당은 당시 예상과는 달리 비례대표 6석도 획득했는데, 이는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정당표는 통진당에 행사한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야권연대'가 통진당의 선전에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은 "연대협상 당시 통진당의 종북성향이 드러나지 않았고, 야권연대가 총선 직후 사실상 해체됐다는 점에서 과도한 책임전가"라며 책임론에서 비켜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의 상대가 합종연횡 등을 통해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으로 변천하면서 일으킨 간첩단 사건 등 각종 종북논란에 대해 대한민국 전체가 다 알고 있는데 민주당만 모르고 있었다는 말인가?

?목적 위해 희생 두려워하지 않는 광신도 집단
"이석기 사태, 민주당 책임론 비켜갈 수 없어"

- 이석기 의원은 사건 발생 직후 종적을 감췄지만 이후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이 의원이 내란혐의자라면 그대로 도주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이 의원이 스스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이석기 의원이 돌아온 이유는 무죄를 확신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이 말하는 적들 앞에서 결연하게 싸우며 장렬하게 산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자기 조직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제2, 제3의 이석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가 적장 앞에서 꽁무니 빼거나 기가 죽은 모습을 보여주면 병사들의 사기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때문에 대한민국과 국정원을 자신의 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은 '수'(首, 수령)로서 최후의 순간까지 분사하는 모습을 자기 군대에게 보여주는 쇼를 하는 것이다.

- 일각에선 국정원의 녹취록만 놓고 보면 이 의원이 이적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내란 혐의를 적용한 것은 억지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개 초선의원 한 명이 국가를 전복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 지금 좌파 진영에서는 이석기 정국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석기 그룹이 별로 위험하지 않은데 국정원이 과장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정신병자, 병정놀이, 불장난" 이런 정도로 과소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극소수 테러집단이 위험한 이유는 자신들끼리는 똘똘 뭉치는 광신도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석기 그룹은 소수지만 무슨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반드시 목적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로 뭉쳐있는 집단이다. 또 이석기 그룹은 그 연령대가 대학생 수준이 아니라 우리 사회 중추인 4~50대가 주축이다. 이 연령대의 인사들은 우리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기밀정보에 접할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 너무 확대해석 하는 것은 아닌가?
▲ 결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이석기 그룹 멤버가 원자력발전소 주제어실에 들어가 악성코드가 심어진 USB를 주제어실 컴퓨터에 꽂고 나오면 원자력발전소에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 철도, 항공도 마찬가지다. 이런 테러는 각오와 결의로 무장한 딱 한사람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지방정부에 들어간 통진당 그룹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자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여러 기밀정보를 빼낼 수 있다. 그리고 지난 대선 야권연대에 성공했다면 이석기 그룹은 통일부, 노동부, 농림부 장관 등을 맡고 청와대에 진출하는 것도 성공했을 것이다. 아마 이랬다면 북한은 자신의 추종그룹이 정권에 진출한 것을 남침의 절호의 시그널로 오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막았기에 망정이지 야권연대는 정말 대한민국의 존망을 결정짓는 위험천만한 것이었다.

- 압수수색영장 속 등장한 RO산악회라는 조직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실체가 없는 단순 친목모임이라고 주장하는데.
▲ RO는 혁명조직이란 뜻의 보통명사이지 조직의 고유명사가 아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 이석기 그룹에는 그룹명이 없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때문에 국정원도 그룹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보통명사인 RO를 쓰는 것이다. 이 조직에 이름을 붙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비밀활동 능력이 그만큼 세련되고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조직에 이름, 가령 '구국동맹', '반제동맹' 등을 붙이면 이름이 없는 경우보다 조직이 발각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 요즘 세상에도 비밀지하활동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 이석기 그룹의 비밀지하활동 능력은 절대로 과소평가하면 안된다. 이들 중에 지도부급들은 평균 30년 정도 비밀지하활동을 해본 경험이 있다. 국정원 요원 못지않은 것이다. 과거 7, 80년대에도 지하당이 완전히 적발된 경우는 내부고발자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사건도 내부고발자의 협조가 있었기에 경기지역 RO를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하태경 의원 프로필

▲ 통일맞이 연구원

▲ 미시간주립대학교 객원연구원

▲ <중소기업신문> 기자

▲ SK텔레콤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열린북한 대표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제19대 국회의원 (부산 해운대구 기장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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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