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남양유업 사태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7.29 13: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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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지만…‘악덕’ 주홍글씨 낙인

[일요시사=경제1팀] 올 상반기 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남양유업 사태가 일단락 됐다. 영업직원이 대리점장에게 내뱉은 욕설 녹취록이 인터넷에 공개된 지 두 달 반 만이다. 지난 75일은 남양유업 49년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기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온 국민의 손가락질 속에 범국민적으로 이렇게 욕을 먹은 기업이 또 있을까 싶다.



이른바 ‘갑(甲)의 횡포’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 사태가 사측과 대리점협의회간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태는 유통업계에 만연했던 ‘밀어내기’ 관행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그간 받아온 악덕 기업 이미지와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매출감소, 무너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무너진 대외신뢰
점유율 회복 숙제

지난 18일 서울 중구 중림동 LW컨벤션 기자회견장. 지난 5월 9일 김웅 남양유업 대표가 임직원과 함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던 장소다. 남양유업은 영업사원의 폭언과 제품 떠넘기기 내용이 담긴 음성파일이 SNS를 통해 확산된 지 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열었다.

그리고 두 달여 뒤. 이날 김 대표 옆에는 이창섭 대리점협의회 회장이 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기까지는 곡절이 많았다. 최초로 ‘남양유업의 횡포’ 문제를 제기했던 전직 대리점주들과의 협상은 10여차례나 결렬되는 난항을 거듭했다.


지난달 현직 대리점의 98%인 1100여개 대리점주들이 모인 대리점협회와 협상을 타결한 뒤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남양유업 본사와 대리점협의회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을 통해 불공정행위 근절, 밀어내기 피해보상, 대리점계약 존속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안을 체결했다. 양측 협상이 결렬 위기를 맞을 때마다 중재 역할을 해 온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乙)을 지키는 길)’ 의원들도 참석했다.

양측은 우선 ‘밀어내기’ 등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이를 뒷받침할 발주시스템을 개선키로 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한 시정명령에도 포함된 내용으로, 회사가 대리점주들의 발주 내용을 삭제하고 임의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던 PAMS21 시스템을 투명하게 변경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근절·상생위원회 설치 등 최종 합의
임직원 고소·고발 취하…피해액 산정·보상키로

이와 함께 대리점주의 영업권을 회복시키고 권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들이 합의안에 포함됐다. 대리점주는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3년 내에서 계약기간을 보장받고,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3년의 추가 계약이 보장된다.

대리점주들의 영업환경 보호, 고충 처리 등을 협의할 ‘상생위원회’도 발족한다. 상생위원회는 회사 지명 3인, 대리점협의회 지명 3인 등 총 6명으로 구성되고 매분기 1회 이상 본사 사무실에서 정기회의를 개최하게 된다.

협상안 타결
어떤 내용?


‘밀어내기’ 피해를 입은 대리점에 대한 보상 부분은 아직 조율이 남아 있는 부분이다. 피해보상을 논의하는 ‘배상중재기구’를 구성해 늦어도 향후 2개월 안에 구체적인 보상액을 산정하기로 했다. 피해발생 여부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경우 해당 대리점의 평균 매입물량, 영업기간 등을 고려해 산정하기로 했다.

사측은 배상기금과 별도로 대리점별로 생계지원금 500만원을 즉각 지급하기로 하고, 보복성 징계로 계약이 해지된 대리점 8곳의 영업권도 다시 회복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날 남양유업 정상화를 위한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죄드리고 ▲남양유업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생의 모델로 거듭날 것이며 ▲이제는 국민들께서 남양유업을 용서하시고 제품을 구매해 주심으로써 대리점과 회사를 살려주실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서 울려주신 경종을 잊지 않고 낡은 관행을 뿌리 뽑아 업계를 통틀어 가장 좋은 대리점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며, 진정한 상생과 협력의 상징이 되는 모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 측도 “이 자리가 고통 받는 국민의 눈물을 멎게 하는 첫 걸음이 되도록 해달라”며 “이제 남양유업에 대한 분노를 거두고 응원해 주시기를 국민들께 부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사회에서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노력해야 되는데 한 발짝 진전이라 생각한다”며 “을지로위원회의 의원들께서 여기에 작은 도움이 돼서 당으로서는 보람을 느끼고 협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 협상 타결을 계기로 사측에 대한 모든 고소, 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다만 불공정거래에 관한 부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들어온 만큼 검찰 수사가 이어졌다.

협상 타결 4일 뒤,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곽규택 부장검사)는 김 대표와 영업총괄본부장, 영업2부문장, 영업관리팀장, 판매기획2팀장, 서부지점 치즈담당 등 임직원 6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남양유업 4개 지점의 전·현직 지점장, 지점 파트장, 지점 영업담당 등 22명은 형법상 업무방해 및 공갈죄를 적용해 300만원∼1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남양유업 법인도 벌금 2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다만 홍원식 회장은 밀어내기에 가담한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욕우유’에
소비자들 뿔나

남양유업 사태는 지난 5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으로 30대 영업직원과 50대 대리점주가 나눈 대화녹취 파일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3년 전 녹음된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떠맡기는 내용이 담겨있다.

음성 파일 속 영업직원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였고,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 소장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 음성파일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명 커뮤니티마다 음성 파일이 오르내렸고 네티즌들은 끔찍한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남양유업 영업직원에 대해 발끈했다. 곧이어 남양유업 홈피와 블로그, 트위터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막말 파문’으로 촉발
‘갑의 횡포’에 불지펴

앞서 4월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대리점주 측은 고발장에서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낸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의 필요가 아니라 본사의 판매 목표에 맞춰 제품을 ‘밀어내기’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받은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두고 팔수가 없어 대부분 버려졌다고 주장했다.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이 되면 떡값이라는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 씩 현금으로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70∼80%의 임금은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리점주 측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남양유업이 증거를 은폐하고 교묘하게 데이터를 조작해 이와 같은 불법 착취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당초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일축했으나, ‘폭언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를 일부 시인했다. 

남양 후폭풍
너도 나도 을?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는 곧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악덕 기업’, ‘횡포 기업’ 이라는 이미지 타격과 함께 매출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남양유업 매출이 대형마트 등에서 30% 이상 떨어졌고 주가도 급락해 사태가 시작된 지 5거래일 동안 시가 총액 1224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주당 100만원 이상인 종목을 뜻하는 ‘황제주’ 자리도 내줘야 했다.

남양유업 사태는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을 사회 전반에 화두로 던졌다. 식품업계는 물론이고, 주류, 편의점, 화장품, 베이커리 등 유통업계 전반과 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갑의 횡포를 고발하고, 바로 잡으려는 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회제도와 관련해서도 업계에 남긴 후폭풍은 간단치 않다. 국회에서는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과 집단소송제 등이 논의되는 등 경제민주화를 위한 불공정거래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남양유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서울우유ㆍ한국야쿠르트ㆍ국순당 등 다른 업계로 조사를 확대했다.

무엇보다 유통업계는 앞 다퉈 대리점ㆍ가맹점들과 ‘상생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윤리경영을 강조하며 내부단속에 나섰다. 빙그레는 이건영 대표이사가 협력업체와 대리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비롯해 재판매와 가격 유지 행위에 지위고하를 막론한 일벌백계 방침을 새로 세웠고, 현대백화점은 전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사회 전반으로 갑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으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옳다”면서도 “‘무늬만 을’들이 너나없이 본사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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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