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비정규직 수호천사’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

제자가 선생님에 “정규직이세요?”

[일요시사=사회1팀] 작년 겨울,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사였던 박금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은 열악한 학교비정규직 노동환경을 세상에 알리고자 총파업을 이끈 바 있다. 현재 박 위원장은 휴직상태로 여전히 투쟁 중이다. 삭발 투혼으로 농성에 앞장서고 있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 16일 박금자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영등포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반가운 미소로 기자를 맞이해준 박 위원장은 삭발로 인해 머리가 짧은 상태였지만 인상 좋은 따뜻한 아줌마였다.

사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급식실은 대부분이 40∼50대인 여성들이었기 때문에 반감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1만5000명이 총파업에 동참할 수 있었던 건 작금의 노동환경이 그만큼 열악했다는 방증이었다.

급식실서 거리로

파업은 끝났지만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여전히 교육부 앞에서 농성 중이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2월 기준 전국 학교비정규직 계약 해지자는 6475명으로 이중 무기계약자는 1118명(17.3%), 기간제는 5537명(82.7%)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누락된 보조교사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계약해지 인원이 가장 많은 직종은 급식실 조리원이다. 이에 노조 측은 교육감이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해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고 호봉제를 실시할 것과 이를 위한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법원도 교육과학기술부에 노조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에 나서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저희가 이 투쟁을 시작 한 지 벌써 3년이 됐지만, 아직도 학교에는 비정규직이 많습니다. 이제는 비정규직 교사도 담임을 맡아요. 근데 문제가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이 ‘너희 담임은 정규직, 우리 담임은 비정규직이다’이렇게 나누고 있어요.”

단순히 급여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 현실이 개탄스러운 것이다. 박 위원장이 급식실에서 거리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20년 일해도 월급 100만원 “호봉제 시급”
툭하면 계약해지 “열악한 환경 개선해야”

“도서관 사서도 비정규직이 있어요. 근데 또 구분을 하는 거죠.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학교에는 무려 80여 개 비정규직이 있어요. 저희도 다 못 외울 정도죠.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해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해요.”

학교와 노조가 대립하는 구도는 아니다. 오히려 교장들은 노조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물론 교과부와 해당 시도교육청도 이들의 요구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알고 보면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는고.

“사용자는 교육감이 맞는 겁니다. 교육감이 저희의 임용과 급여를 책임져야죠. 법원에서도 이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바뀌지 않고 있어요.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서로 떠밀고 있다는 거죠. 딱 잡고 추진하면 되는 건데 말이죠. 교섭도 벌금 때문에 마지못해 나오고 있어요.”

여야 정치권도 학교비정규직 호봉제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답답하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어요. 그리고 이어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학교직원의 채용 및 근무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죠. 그런데 이 두 법안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요. 얼마 전에 이에리사 의원실에 항의도 해봤지만 별수 없었어요. 아마 9월 정도에나 본격적으로 이루어 질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슬로건으로 여성일자리를 강조했지만, 여성노동계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학교는 공공기관입니다. 급식소는 아이들의 영양을 제공하는 중요한 곳이죠. 그런데 아직도 급식실을 천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요. 정말 가슴이 아파요.”

보통 영양사는 정규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국의 초중고에 대략 3000명 정도가 현재 비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다. 조리사는 6000명 정도 되며, 조리원은 훨씬 더 많은 숫자다. 급식실에서 동일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인력 홀대

 

“비정규직이 업무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아요. 그런데 근무를 하면 할수록 급여차가 나요. 제가 20년 일 하면 정규직 급여의 40%를 받을 수 있어요. 정말 우습죠. 이게 현실이에요.”

노조 측과 교과부에 따르면 호봉제로 처우를 개선할 시 한 해에 5000억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 4∼5년이 지나면 예산이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유는 급식실 조리원들이 대거 정년을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희가 호봉제로 바뀌면 세금이 많이 나가지 않냐는 우려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 생각은 잘못된 거죠. 정부가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예산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전국의 수많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고용불안에 떨며 열악한 처우를 꾹 삼켜왔다. 특히 나이 많은 여성 인력들은 자신들을 홀대하는 분위기에 많은 상처를 받은 게 사실이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전국의 900만 비정규직의 운명이 걸려 있는 문제입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입니다. 자식들에게 물려줄게 얼마나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게 부모로써 최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자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와 비정규직이 되는 게 너무 슬프잖아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개선되어야 해요.”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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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