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부동산 동향]‘정부발’ 개발호재 마을은?

[박민우 부동산전문기자] 전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48곳이 풀린다. 정부는 이곳에 ‘걷고 쉬고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 집값은 물론 주거환경이 훨씬 나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혜(?)를 입는 지역을 둘러봤다.

전국 개발제한구역 48곳 생활문화공간 조성
‘걷고 쉬고 체험’4개 사업 5년간 1천억 투입

전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48곳이 도시민의 걷는 길, 여가와 전통문화 및 자연환경·생태 체험 공간으로 거듭난다. 국토교통부(이하 국교부)는 도시민의 생태휴식 공간 조성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이용, 자연·역사·체험이 어우러진 생활문화 공간을 조성한다. 이 사업에 향후 5년간 1000여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1억∼5억씩 지원
“주민 소득 기여”

그 일환으로 국교부는 지난 6일 개발제한구역이 있는 90개 시·군·구로부터 공모 신청을 받아 사업제안서 평가 및 현장조사를 거쳐 48개 친환경·문화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사업은 ▲걷는 길(21개·116.3㎞) ▲여가녹지(8개·5만4974㎡) ▲경관(17개) ▲전통문화(2개) 등 4개 분야로 시행된다.

지원금액은 ▲걷는 길 89억4500만원 ▲여가녹지 32억7500만원 ▲경관 74억6900만원 ▲전통문화 7억5000만원으로 정해졌다. 국교부는 총 209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번 선정된 사업들에 대해 해당 시군구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사업비의 70∼90% (1억∼5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은 개발행위를 제한만하고 방치하는 소극적 접근방식을 넘어 도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생태체험, 여가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친환경·문화 사업을 통하여 보다 많은 도시민들이 개발제한구역을 여가 휴식공간으로 이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구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걷는 길] = 누리길로 불리는 걷는 길 사업은 지난 3년간(2010∼2012년) 총 연장 116.3㎞를 조성했다. 국교부는 향후 관할 지자체와 협의해 권역(수도권·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창원)별로 중심도시를 외곽에서 벨트형으로 두르는 둘레길을 완성할 계획이다. 21개 사업에 지원되는 금액은 89억4500만원이다.

누리길 사업지로 가장 많이 뽑힌 지역은 전남이다. 나주시 금당 누리길(L=2.1㎞·지원금 4억5000만원), 담양군 대전 생태하천(L=6㎞·4억5000만원), 화순군 도덕산 누리길(L=4.0㎞·3억6000만원), 장성군 황토 단감(L=11.5㎞·4억5000만원) 등 4곳이나 된다.

경북은 3곳이 선정됐다. 경산시 생명 누리길(L=4.2㎞·4억5000만원), 고령군 낙동강 행복(L=12㎞·4억9500만원), 칠곡군 동무골(L=4㎞·4억5000만원)이다. 여기엔 휴게시설, 돌탑, 주차장, 보행데크, 전망데크, 화장실 등이 조성된다.

서울시에선 은평구 북한산(2.5㎞·1억2000만원)이 선정됐다. 부산시는 해운대 반송동 석대천변 황토숲길(L=1.2㎞·4억8000만원)과 금정구 범어사 문화체험길(L=2.3㎞·5억원)이 들어선다. 대구시는 북구 화담마을(18㎞·4억5000만원), 충북은 청원군 대청호반(L=7㎞·5억원), 세종시는 비학산(L=5㎞·5억원)이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또 ▲광주시는 동구 너릿재(L=1.5㎞, B=1∼2m·4억5000만원)와 북구 삼각산(L=4.5㎞·9000만원) ▲대전시는 대덕구 산디마을(5.8㎞·5억원)과 동구 식장산 몽돌지압길(1.7㎞·3억6000만원) ▲울산시는 중구 입화산 참살이숲(L=14㎞·5억원)과 북구 강동 사랑길(L=1.7㎞·4억원) ▲경남은 창원시 국화꽃 향기속으로(B=4m, L=5㎞·4억9000만원)와 김해시 김해 백두산(2.29㎞·5억원)이 개발된다.

[여가녹지] = 여가녹지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매수한 토지나 기타 유휴 국공유지를 활용해 조경수 식재, 야외수영장, 분수, 실외 체육시설 기타 여가시설 등을 설치해 도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참고로 정부(LH공사가 대행 중)가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현재까지 매수한 토지는 1198필지 2070만7000㎡다. 여가녹지 사업은 8곳에 32억7500만원 지원된다.


사업지로 가장 많이 뽑힌 지역은 경기도다. 의왕시 포일2지구 숲속마을주변(5억원)에 보행·안전시설·광장·숲가꾸기 시설이, 의정부 자일IC 하부 체육시설(4억8000만원)에 풋살경기장·휴게시설이, 남양주 황금산 문화공원(3억5000만원)에 산책로·피크닉장·휴게쉼터가 들어선다.

대전시는 대덕구 산디마을(5억원), 동구 효평동(4억9500만원)에 편의시설, 생활체육시설, 팔각정자 등이 조성된다. 이밖에 광주시 광산구 운평마을(2억7000만원), 대전시 유성구 송림마을(4억원), 울산시 남구 솔마루길(2억8000만원)엔 각각 다목적구장, 편의시설, 데크, 파고라, 체육시설 등을 설치한다.

[경관] = 경관사업은 도로변에 수목이나 화초를 심거나 조명시설 및 조경물, 전망데크를 설치하는 등 경관이 훼손된 지역을 복구하거나 경관이 수려한 지역을 도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국교부는 17개 사업지에 74억6900만원을 지원한다.

둘레길 재정비
국공유지 활용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많은 사업지가 선정된 지역은 경기도다. 시흥시 갯골 생태공원(3억5000만원)과 하우고개(3억3400만원), 남양주 재재기로(3억5000만원), 양평군 두물머리(4억5000만원)가 새롭게 단장된다. 이들 4곳엔 탐방로, 수목식재, 간판, 보행·안전시설, 편의시설, 조명, 보호수 등이 조성된다.
부산시에선 동래구 만덕고개길(4억5000만원)과 김해 국제공항 입구(3억5000만원)의 공간·경관이 개선된다. 대구시 동구 대곡지 에코갤러리(4억5000만원)에 체험센터 및 쉼터가, 달서구 도원지 수변(4억5000만원)엔 데크 및 데크광장이 생긴다. 울산시 중구 태화저수지(5억원)와 울주군 온양 대골못(4억9000만원)에도 수목식재, 편의·운동시설, 데크, 조명 등이 설치된다. 경북 고령군 월성 달맞이공원(4억9500만원)은 공원, 전망데크, 주차장, 편의시설 등을 만드며 칠곡군 송림사 주변(4억5000만원)은 경관등, 교량난간이 교체된다.

국교부는 ▲서울시 도봉구 무수골 재정비(4억원) ▲인천시 계양구 계양역 주변 벚꽃길 조성(5억원) ▲광주시 남구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4억5000만원) ▲대전시 대덕구 고속도로변 경관녹화사업(5억원) ▲충남 계룡시 신도안 전통문화사업(5억원)도 지원한다.

[전통문화] = 전통문화사업은 개발제한 구역내 문화재나 문화적 가치가 높은 시설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체험공간으로 조성해 도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2개 사업지에 7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서울시 구로구 정선옹주 묘역(4억원)과 경기도 고양시 산영루(3억5000만원) 일대가 새롭게 정비된다.
국교부는 개발제한구역 48곳 해제와 함께 동서남해안의 지역거점 8곳을 휴양·체험·생태벨트로 조성하는 내용도 발표했다. 취지는 같다. 국민 여가생활 공간을 넓히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지역균형발전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국교부는 올해부터 거점지역별로 본격적인 설계 및 공사에 착수한다.

국교부는 “‘동서남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된 해안권별 핵심사업과 박근혜정부의 지역개발 공약인 ‘낙후지역 휴양·관광벨트 구축’사업과 연계해 해안권 거점지역별로 2013년부터 사업에 착수하는 등 해안권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동서남해안 8곳 휴양·체험·생태벨트 조성
동해 고창 거제 등 여가·경제 활성화 기대

이에 따라 동서남해안의 지역거점을 대표하는 경남 거제 지세포 해양레포츠타운 등 8개 사업(동해안 4곳, 남해안 3곳, 서해안 1곳)은 올해 하반기부터 설계와 공사가 착공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 1181억원(국비 564억원, 지방비 618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동해안권은 맑고 청정한 동해바다, 다채로운 지형·해안경관 등 청정한 이미지의 자연·생태적 관광자원을 활용해 가족체험·휴양·레포츠 벨트가 조성된다. 광역교통망 확충(제 2영동고속도로, 상주∼영덕 고속도로)에 따른 동해안 관광객 수요 증가에 대비, 동해 망상 및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에 다기능적 기능을 갖춘 ‘휴양·체험형 관광 거점’을 조성한다. 또 해맞이 명소인 울주 간절곶과 동해안 관광의 메카인 정동진 해안단구에 탐방로를 조성, 해안경관과 생태자원을 잇는 동해안 일주형의 ‘동해안 블루투어로드’도 만든다.

서해안권은 서해안의 역사·문화를 주제로 학습·체험형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갯벌·철새 등 세계적 생태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벨트가 조성된다. 고창의 람사르 갯벌생태지구가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광거점’으로 재탄생한다.

남해안권은 섬, 리아스식 해안 등 독특한 자연자원을 활용해 복합 체험·휴양·문화·관광지대가 조성된다. 수려한 다도해 관광자원을 활용해 서남해안 해양관광 및 물류 거점항으로 진도항 배후지를 개발함으로써 환황해경제권 및 동남아시아 등 세계로 진출하는 전진기지로 육성한다.


훼손 경관 복구
체험공간 확대

고흥은 우주과학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국내 유일의 우주과학 시설과 천혜의 관광자원을 연계한 ‘우주테마형 대규모 복합 휴양·문화공간’이 만들어진다. 거제 지세포는 남해안권 관광중심축으로 세계적 해양관광 휴양지대로 조성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거가대교 개통과 더불어 부산∼거제∼통영을 연결하는 광역적 관광 거점 축으로 남해안 발전 모델로 구축된다.

국교부 관계자는 “해안권별 거점사업이 완료되면 국민 여가생활 공간을 넓히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균형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외에도 해안권별로 지역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해안권 개발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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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