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남양유업 사태 총정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5.13 14: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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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만 안든 강도”…단두대 오른 ‘조폭우유’

[일요시사=경제1팀] 흔히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갑과 을’로 규정한다. 둘은 분명히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대등관계지만, 현실은 갑이 을보다 훨씬 우월한 특권을 누린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남양유업 사태’를 보면 갑과 을이 어떤 관계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물건을 못 받겠으면 받아서) 버리라고요. 버려. 그럼 망해. 망하라고요. 이 ㅆㅂㄴ아. 당신 얼굴 보면 죽여 버릴 거 같으니까. 이 ㄱㅅㄲ야. 자신 있으면 ㅆㅂ (여기로) 들어오든가. 이 ㄱㅅㄲ야. 맞짱 뜨기면. ㅂㅅ 같은 ㅅㄲ야. 받으라고 ㅆㅂㄴ아.”

직원 폭언 파일
인터넷 ‘발칵’

30대 남양유업 직원이 아버지뻘인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퍼붓는 음성 파일이 논란이다. 이는 아이디 ‘김OO’씨가 지난 4일 오전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남양유업 싸가지 없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음성 파일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2분45초 분량의 파일에는 30대 남양유업 영업관리소장이 하청 대리점주와 전화 통화하는 음성이 담겨 있다.

김씨는 설명글에서 “전화에서 욕을 하는 사람은 34살 남양유업 팀장”이라며 “하청 대리점주는 아버지뻘이다. (남양유업 팀장은) 인간이 돼라. 정말이지”라고 적었다.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남양유업 영업소장은 예정됐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대리점주에게 떠맡기며 물건을 받을 것을 강요한다.


영업 소장은 “죽기 싫으면 받으라고요. 끊어 빨리. 받아. 물건 못 받겠다는 그 따위 소리 하지 말고”라거나 “(물건을 받을 상황이 안 된다면) 버리든가 그럼. 버려”라고 몰아붙인다.

대리점주는 “지난달에도 목표치 넘게 물건을 받았다”며 이번에는 물건 보관할 창고도 없으니 더 이상 받을 수 없겠다“고 읍소했다.

그러자 영업 소장은 “차라리 망해라”, “죽여 버리겠다”, “제품 못 받겠으면 버려라”, “개 XX야”, “씨XX아”, “맞짱 뜨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음성파일은 삽시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유명 커뮤니티마다 음성 파일이 오르내렸고 네티즌들은 끔찍한 폭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남양유업 영업소장에 대해 발끈했다. 곧이어 남양유업 홈피와 블로그, 트위터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남양유업은 하루만에 공식 사과문을 냈다.

‘강매에 떡값까지’본사-대리점 고소·고발전
영업사원 점주에 욕설파일 공개돼 파문 확산

남양유업은 대표이사 명의로 “문제의 음성파일은 조사 결과 2010년 초 당사 지점 영업사원과 가맹 대리점주의 통화내용이 맞다”며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사표를 제출했고 당사는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이를 즉각 수리했다”고 밝혔다.

또 철저한 진상조사, 회사차원의 해당 대리점주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인성교육시스템 재편을 통한 대리점과 영업환경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약속했다.


제품 밀어내기
금품요구까지

남양유업의 이 같은 횡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양유업 대리점 업주들은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검에 남양유업이 201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리점 발주 물량을 부풀리고 명절 떡값 등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남양유업 대리점주 A씨 등은 남양유업이 주문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대리점에서 낸 주문보다 2∼3배 많은 양의 제품을 대리점에 보낸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의 필요가 아니라 본사의 판매 목표에 맞춰 제품을 ‘밀어내기’한다는 것이다. 필요한 양보다 많이 받은 유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두고 팔수가 없어 대부분 버려졌다고 했다.

A씨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남양유업 본사에서 이메일(전화, 문자도 종종 사용)로 매일 전국 남양유업지점으로 구체적 품목, 수량 등을 지시하고, 떠불(떠먹는 불가리스), 엣홈주스 등의 품목은 월간, 연간 목표에 따라 상시적으로 지시를 받는다”며 “여기에 남양유업 물류센터에 재고 품목이 급증할 때 물류센터의 요청으로도 밀어내기 품목과 수량이 할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보통 유제품유통업체에서는 상품 유통기간이 70%가 되면 상품 자체를 출고하지 않고, 본사 폐기하지만 남양은 이러한 상품을 대리점에게 밀어내기로 강제발주 해 폐기상품 처리비용을 대리점에게 떠 넘긴다”며 “폐기 상품을 대리점에게 정상주문 상품으로 강매해 이익을 취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리점에게 전가시킨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또 남양유업이 떡값 및 임직원 퇴직위로금과 대형마트 판매 직원의 급여도 대리점에서 내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명절이 되면 떡값이라는 명목의 돈을 각 대리점마다 10만∼30만원 씩 현금으로 착취하고, 유통업체 파견직 사원의 임금을 20∼30%만 지급한 채 나머지 70∼80%의 임금은 납품 대리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이러한 부당 착취로 신용불량자가 돼 망하는 대리점이 있으면 그 구역에 새로운 대리점을 개설하여 대리점 개설비 명목으로 200만∼500만원을 요구한다”며 “판매 장려금, 육성 지원비 등의 리베이트 명목으로 10∼30%를 요구하며 임직원 퇴직 위로금까지 요구하는 지경이 됐다”고 털어놨다.

거부시 협박·압력
데이터 조작 의혹

A씨 등은 이를 거부하면 남양유업 측에서 계약 해지, 보복적 밀어내기, 투자비용의 매몰가능성 등을 이용해 협박과 압력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를 은폐하고 교묘하게 데이터를 조작해 이와 같은 불법 착취 흔적이 남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A씨는 “남양유업은 피해자 소송 등 항의를 막기 위해 증거 수집을 어렵게 만들어 놓아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실제적인 증거를 찾기 힘들다”며 “대리점의 전산 발주데이터를 주문관리란 작업을 통해 사라지게 만들고 본사에서 수정한 데이터만 남게 전산프로그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모든 부당한 금품요구는 오직 현금으로 요구하거나, 그 금액이 클 때는 차명계좌로 송금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홍원식 회장 무개념 주식거래 도마…먹튀?
대국민사과에도 불매운동…사태 ‘안갯속’

이에 남양유업 측은 당초 “이들이 주장하는 방식으로 대리점을 관리하면 다른 곳들은 왜 반발하지 않겠느냐”며 “불만을 가진 일부 대리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관련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욕 음성파일’ 파문으로 남양유업 횡포에 대한 국민 공분이 커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일부 시인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 이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원천적으로 차단할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겠다”면서 일부 직원들이 대리점으로부터 떡값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진상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에도
회장님은 지분매각

여기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연이은 ‘주식 매각’ 배경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홍 회장은 욕설파문이 일기 전인 지난 4월 18일부터 5월 7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취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원식 회장은 18일을 시작으로 9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6852주를 장내 매도했다. 매각 규모는 적게는 72주에서 많게는 1383주까지 다양하다. 처분금액은 주당 110만원 수준으로 지분 매각을 통해 75억원을 현금화했다.

홍 회장은 유투브를 통해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폭언 녹음파일이 공개된 3일, 남양유업대리점주 항의 집회가 열린 6일, 주가 100만원이 깨지면서 황제주 지위를 내줬던 8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9일에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269주를 105만원에 장내 매각했다.

그 사이 보유주식은 18만771주에서 17만3919주로, 지분율은 25.10%에서 24.15%로 줄어들었다. 이번 홍 회장의 지분율 변화는 지난 2009년 6월12일 증여세 물납으로 1만4100주가 줄어든 이후 4년만의 일이다.
이에 대해 김웅 대표는 “개인적인 은행 채무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증권거래소를 통해 합법적으로 거래한 것으로 안다”며 말했다.

그러나 업계와 증권가 안팎에서는 홍 회장이 남양유업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는 거래소 안팎의 정보를 부정한 방법으로 미리 빼내 주식에 대한 손해를 막기 위해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주식 배당으로 올해에만 1억8000만원의 현금을 챙긴 대기업의 오너가 은행 채무를 갚기 위해 주식을 또 판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미공개 내부정보에 의해 자기 회사의 주식 등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 내부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잇따라 매각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폭언 파문 사태’가 결국 임직원들의 대국민 사과로까지 이어졌지만 지역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인터넷상에서는 ‘피해자인 대리점주들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고, 대국민 사과는 쇼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는 판매 중단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많은 이들 역시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어 현재로선 남양유업 사태 향방을 짐작키 힘든 상황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남양유업 ‘욕설 파문’후폭풍
공정위 드디어 칼 뽑았다

남양유업 직원의 ‘욕설 파문’으로 불거진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이 여러 업계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조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우유 등 주요 유제품 업체들로 조사를 확대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불공정행위 등의 혐의로 이달 말 20여개 업체를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정위는 이날 시장감시국 등에서 3개팀을 구성해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본사가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물량을 강제로 넘기는 밀어내기 행위가 있었는지가 조사의 초점이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의 대리점 관리 현황과 영업, 마케팅 관련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월과 4월 대리점주들의 신고를 받고 불공정거래 의혹을 조사 중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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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