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애도! 비통한 대한민국의 죽음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만을 남겨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인 김해 봉하마을 뒷산에서 투신해 한 많은 인생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지난 토요일 아침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한 국민들의 충격과 상처는 감당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직접적 원인은 두 달여가 넘는 검찰의 수사에 엄청난 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때문으로 확인됐다. 그는 유서에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해 책도 읽을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남겼다.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참으로 애석하고 비통하기 그지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국가의 지도자가 아무리 큰 비리와 만행을 저질렀어도 이처럼 끔찍한 최후를 선택한 예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노 전 대통령을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절감하게 할 만큼 그렇게 힘들게 했던 것일까.

그보다 더한 비리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살아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한 일’로 왜 하필 죽음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상황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지금 비탄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마디로 정신적 공황상태임에 분명하다. 얼마 전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될 때만 해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던 국민들이었다.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누구보다 도덕성을 강조해놓고 어찌 이럴 수 있냐”며 씻을 수 없는 배신감에 분노하는 국민들이 있는가 하면 “수천억원을 해먹은 전직 국가원수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인데 검찰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이명박정부를 대놓고 힐난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4년 후에 물러날 이 대통령도 과연 무사할까”란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어디 그뿐이랴. 충격에 빠진 국민들은 “고양이가 쥐를 몰 때도 막다른 궁지로 몰진 않는다”는 말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석해하고 있다. “과도한 치부를 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후원자로부터 그 정도의 돈은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무리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오죽하면 “현 정권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 너무 지나쳤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이유와 경위야 어찌됐든 노 전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 곁을 떠나고 없다.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성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이상과 뼈아픈 회한만 가득 남긴 채 모든 굴레를 지고 홀연히 결자해지(結者解之)를 택한 ‘스스로 바보’ 노무현.

그의 죽음은 단순히 전직 대통령 개인의 서거가 아닌 ‘대한민국의 죽음’이다. 죽음도 초죽음이다.


역사 속 9명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단 한 명도 깨끗하고 당당한 지도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그나마 가장 추앙받고 존경받을만한 존재 가치와 여지를 지닌 그였기에 대한민국도 함께 죽었다.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을 때 국민들은 한결같이 그만은 사저인 봉하마을에서 여생을 편안히 보내길 바라고 또 원했다. 하지만 그 여망은 퇴임 후 1년 남짓한 시점에 처참하게 무너졌기에 대한민국은 여지없이 죽었다.

그의 죽음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이 대한민국을 부정부패와 정치보복이 난무하는, 그래서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측은한 나라로 여기기에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은 비참하게 죽었다.

전직 국가원수로서 마지막 선택을 하기 전 이런 사실을 한 번만 더 깊게 생각했더라면 이 같은 참담한 비극은 없었을 것이기에 더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얼마나 애통하면 ‘수행했던 경호원이 담배 한 개비만 가져 갔더라도…’란 말이 나올까.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말로를 눈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국민들의 가슴은 이미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시커멓게 피멍까지 들었다.

이제 그를 둘러싼 사건의 모든 의혹은 죽음으로 끝났다. 끝까지 살아서 당당하게 밝히고 떳떳하게 대가를 치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죽음으로 모든 걸 묻고자 했기에 수사 역시 종결됐다.

하지만 그 진실은 먼 훗날 역사에서라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두 번 다시 이 같은 불행하고 참담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가 고개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생에서의 원과 한은 모두 훌훌 떨쳐버리고 정쟁과 비리가 없는 세상에서 생전에 못 다 이룬 꿈과 이상을 맘껏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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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