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손인춘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6: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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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지키는 일에 남녀가 따로 있나?"

[일요시사=정치팀] 북한이 지난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실전 배치에 필수적인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핵사태는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또 우리나라의 대응책은 무엇이 있을까? <일요시사>가 국회 국방위원회의 유일한 여성의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게다가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북한의 핵위협은 코앞으로 다가온 대한민국의 현실이 됐다.

뉴스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정부와 국회 역시 긴박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국회 국방위원회 유일무이 홍일점 여성의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다.

손 의원을 보며 "군대도 안 갔다 온 여자가 국방위원을?"이라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손 의원은 무려 7년간이나 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육군 중사 출신이다.

퇴역 후에는 매출 100억대의 기업을 일궈내며 기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한국퇴역여군회 회장, 대한민국 예비역 부사관 총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을 맡으며 군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이런 손 의원이 생각하는 북핵 대응책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손 의원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다음은 손 의원과의 일문일답.



- 육군 중사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전역 후엔 모 건강식품회사 대표이사로서 매출 100억대의 기업을 키워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설명해 달라.
▲ 그동안 중소기업을 운영해오면서 국가 경제발전과 소외계층 돌보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점을 인정받아 CEO중 최초로 여성부가 선정한 신지식인에 뽑히기도 했다. 이후 새누리당에서도 나를 여성경제인대표 감동인물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치입문 제의를 받았다. 처음엔 정치입문 여부를 놓고 갈등도 했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 의원으로부터 더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조언을 듣고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여성으로서 군인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 어린 시절 유난히 몸이 약했다. 위염과 위경련 등으로 가끔은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 그런데 군대에 가면 규칙적인 생활로 몸이 건강해질 것이라며 한의사였던 아버지가 군 입대를 강력히 추천했다. 또 마침 친오빠가 3사관학교 출신 현역 장교였는데 오빠를 보니 군인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부사관에 지원하게 됐다. 실제로 입대 2년 만에 거짓말처럼 몸이 건강해졌다.

- 손 의원께서 대표발의한 고강도 게임산업규제법안인 일명 '손인춘법'이 논란을 겪고 있다. (셧다운제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로 확대 적용하고 매출의 1%를 징수해 중독예방센터를 운영한다는 내용) 게임업계에선 해당 법안이 게임중독 방지에 실효성이 없고, 게임산업을 궤멸시킬 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 손인춘법은 게임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주변에 게임중독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치유를 돕고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법이다. 사실 이러한 법안을 발의하면 게임업계도 도의적 책임감을 느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그러한 논의는 전혀 없고 마치 이 법이 게임산업을 죽이기 위한 법인 것처럼 매도했다. 게임산업계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재검토 해나가겠다. 하지만 이 법은 게임산업을 죽이기 위한 법이 아니라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치유함으로서 모두가 상생하기 위한 법이란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군대도 안 갔다 온 여자가 국방위원을?" 
육군서 7년이나 복무, 안보 전문성 자신

- 여성임에도 군가산점 부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많은 남성들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군가산점 부활에 대해 여성계와 장애인들은 역차별이라는 펼치며 반대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 군대는 누구나 가기 싫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한 장병들에겐 반드시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역차별 문제가 지적되지만 장애인은 이미 다른 다양한 취업혜택들이 적용되고 있다. 군 가산점 제도를 남성과 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의 편 가르기식 인식으로 바라보면 안된다. 국민들이 군가산점 제도를 튼튼한 국방 안보를 위한 필요요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각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 현재 국방위의 유일한 여성의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 국방위에 배정받을 때 주변에선 '남녀평등'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여성으로서 국방위 활동을 펼쳐본 소감은? 그동안 어떠한 성과를 얻어냈는지 설명해 달라.
▲ 군 시절 부사관으로서 인사, 작전 분야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전역 후에도 퇴역여군회, 재향군인회 여군협의회 등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누구보다 안보의식이 높고 군 문제와 관련해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지적은 인정할 수 없다. 여성 국방위원으로서 2014년도부터 3군사관학교 여생도 입교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군인가족을 위한 어린이집 확충 및 군인들의 노후 지원을 위한 관련법도 개정했다. 이외에도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사병들의 복지향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이 심각하다. 현재 국회차원의 대응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 일단 국회에서는 '북핵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향후 6자회담 및 주변국과의 협조와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또 국방태세를 점검하고 강화해 북한의 핵도발 위협 시 선제타격을 통해 한반도의 안전을 수호하겠다.

- 일각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대북 대화단절 정책이 이 같은 사태를 불러왔다는 주장도 있는데.
▲ 전혀 반대다. 이전 정권에서 퍼주기식 대북지원을 했지만 남북관계가 발전된 것이 무엇이 있는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6년이다. 오히려 이전 정권들의 퍼주기식 대북지원이 북한의 핵무장을 도왔다는 견해도 있다.



- 북핵 사태에도 코스피지수가 오히려 상승하는 등 현재까진 그 영향이 미미해 보인다. 북핵 위기가 앞으로 우리나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 아직까지 눈에 띄는 영향은 없다. 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더 강해지면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 위축 등으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북한의 핵 위협에도 너무나 침착한 국민들을 보면서 그동안 북한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도발 위협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안보불감증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이번 북핵 사태 대응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가?
▲ 첫 번째로 우리 군의 정보수집능력이 매우 취약했다. 북핵 실험 당시 기상 문제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2대가 무용지물이었다. 미국 및 주변국과의 정보공유로 대북 정보 획득에 문제가 없다고는 하나 장기적으로 군의 정보수집력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두 번째로 북한의 핵 도발 시 이를 방어 할 수 있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구축이 시급했다. 최근 군이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순항미사일을 공개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기본 원칙이 있다면?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감동인물로 선정이 돼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발로 뛰고 서민과 소외계층을 돌보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손인춘 의원
▲ 인성내츄럴 사장
▲ 한국퇴역여군회 회장
▲ 한국씨니어연합 회장
▲ 전주 인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고문
▲ 숙명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 대한민국예비역부사관총연합회 수석부회장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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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