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세컨사업’ 열내는 속사정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18 11: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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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포’ 맞고 해롱대다 ‘뜬금포’

[일요시사=경제1팀] 프랜차이즈 업계가 새 수익원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화상태에 달한 내수시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리제한과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신규 출점 제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하나 둘, 기존에 해오던 사업과는 전혀 다른 업종을 들고 나와 ‘뜬금포’를 터뜨리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제빵기업 SPC그룹이 온라인음악 시장에 진출한다. 식품전문기업이 자사 회원을 기반으로 신규 수익원 발굴에 나선 첫 시도여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눈 좀 돌리니

지난 12일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계열사인 SPC네트웍스를 통해 이달 중 ‘헬륨’이라는 이름의 자체 음원 유통 서비스를 시작한다. 멜론이나 소리바다와 마찬가지로 MP3 음원을 파는 사업이다. SPC네트웍스는 그룹 가맹점의 결제망과 멤버십 서비스 ‘해피포인트’ 관리를 맡고 있다.

SPC그룹은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 임대 방식으로 운영한다. 온라인 음악시장 3위인 네오위즈인터넷의 ‘벅스뮤직’과 제휴해 벅스뮤직이 보유한 음원을 가져오고 음원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등 5000여개의 유명 제과제빵 프랜차이즈를 계열사로 거느린 기업이다. 음원시장 주요고객은 청소년과 20∼30대로, SPC그룹의 빵·아이스크림 고객과 일치한다.

1200만명에 달하는 SPC그룹의 해피포인트 카드회원 대부분도 10∼30대의 젊은층이어서 그룹은 헬륨의 마케팅에 해피포인트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음원을 살 때마다 해피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쌓아둔 해피포인트로 결제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해피포인트를 다른 업체에서도 적립·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멤버십으로 전환한 이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온라인 음악시장은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이 50%대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엠넷닷컴(CJ E&M), 벅스뮤직(네오위즈인터넷), 올레뮤직(KT뮤직)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선 프랜차이즈 기업은 또 있다. 국내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 카페베네는 고속도로 휴게소사업에 진출한다. 카페베네는 지난 7일 중부고속도로 하남 하이웨이파크 민자 유치개발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이번 사업규모는 총 888억원으로, 카페베네가 사업시행법인을 설립해 10만㎡ 부지에 신개념 문화휴식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시공사는 한라건설이 맡는다.

음원시장·휴게소 등 신규 진출 잇달아
중기업종 지정 후 수익원 발굴에 총력

카페베네는 ‘카페베네’와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의 성공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와 스토리가 살아있는 신개념 문화휴식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길 위에 길’이라는 콘셉트로 고속도로 길 위에 상행선과 하행선을 연결하는 ‘본선 상공형 휴게시설’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완공될 6만5572㎡ 규모의 휴게시설에는 자체브랜드인 카페베네와 블랙스미스를 비롯해 편의시설(레포츠·패션스토어, 기업형슈퍼마켓 주유소 등) 및 문화시설(커피테마파크, 보타닉하우스, 전망데크, 체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휴게소 내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한 유아시설 등의 복지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카페베네는 이와 함께 추가 사업으로 1000석 규모의 상시 공연장과 테마파크, 300실 규모의 외국인 대상 비즈니스호텔과 중소형 컨벤션센터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약 1600대 동시주차가 가능한 주차장 일부는 장기주차장으로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될 예정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하남 하이웨이파크는 하남 지역개발의 중심지역으로 카페베네의 성공 동력과 함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며 “연평균 방문객 2000만 명, 매출액 1600억 규모의 전국 1위 휴게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 중부고속도로에 위치한 하남 하이웨이파크는 최근 신세계 유니온스퀘어가 인근 3km 지역에 2015년을 목표로 개발을 발표하는 등 수도권 동부 지역의 신흥 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처럼 불황기 속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업 다각화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내수 시장 특성상 규모적 성장에 한계를 타파하기 위함이다. 또 불황으로 인한 구매력 하락과 1인 가구 증가에 인한 소비행태의 변화 탓에 새로운 플랫폼 개발로 성장세를 이어가자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외식업과 제과점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선정되며 매장 확장에 제동이 걸리자 새 수익 모델 발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제빵과 외식업에만 주력해 온 두 프랜차이즈 기업이 한 쪽에만 치우친 매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2011년부터 준비해 온 사업이며 우연히 시기가 겹쳤을 뿐,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것과는 무관하다”며 “음원시장 진출이라는 거창한 개념이 아닌 해피포인트의 광범위한 고객망을 적극 활용해 협력사를 다각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먹거리 넘쳐나

그러나 프랜차이즈업계의 ‘뜬금포’ 세컨사업을 바라보는 세인들의 시선이 곱지 많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기업이 수익창출을 위해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새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는 당연한 투자행위겠지만 결국은 이러다 세상 모든 판매 행위는 대형 기업만 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동반위 상생안 후폭풍

 

고소·고발전 ‘점입가경’

동반성장위원회는 제과점업·외식업 등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후폭풍과 관련 적합업종 지정 재논의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동반위는 지난 14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한 여러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규제 사항을 재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제과점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여 상생 방안을 찾자고 제의가 들어오면 함께 방안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현재는 권고안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반위는 지난 5일 제과점업 대기업에 가맹점 신설 비율을 전년도 말 점포수의 2% 이내로 제한하고 재 출점과 신설은 인근 중소 제과점에서 도보로 500m 이내로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 동네빵집과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 사이에 고소·고발이 잇따르는 등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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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