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박근혜 지역구 물려받은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1.31 15: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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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박근혜(?) 타이틀, 부담이자 축복"

[일요시사=정치팀] 대구 달성은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있게 한 '정치적 고향'이다. 박 당선인은 이곳에서 내리 4선을 했다. 박 당선인이 대선을 앞두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박 당선인과 지역주민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을 정도다. 때문에 박 당선인의 대선승리와 함께 대구 달성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대구 달성에서 당선된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을 집중조명 해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을 염두에 둔 판단이었다. 덕분에 대구 달성에선 무려 14년 만에 새로운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비록 초선의 정치신인이지만 지역구에선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대구시청을 시작으로 42년간이나 공무원 생활을 했고 민선4기 달성군수까지 지냈다. 박 당선인의 후임이라는 타이틀은 큰 부담이지만 이 의원은 그래서 더욱 자신의 일에만 묵묵히 매진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열렸던 작년 국정감사는 여야 대선 후보의 검증 대리전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소속 상임위의 국감을 충실히 챙겼다는 평을 받았다. 이 의원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 의원은 과연 박 당선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대구 달성은 또 한명의 정치 거물을 키워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이 의원을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 대구시청을 시작으로 42년간이나 공무원 생활을 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
▲ 민선4기 달성군수를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후진 양성을 위해 달성군수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11총선을 앞두고 당이 어렵다며 달성군 당원협의회를 이끌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내 고향 달성군의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박 당선인의 부탁을 받아들여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다.


- 대구 달성군수로 재선이 유력했는데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이었는가?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0년 지방선거에 불출마한 것은 후진 양성을 위해서였다. 달성군 당협을 맡은 후 당원동지들과 합심단결해서 일했다. 2011년 말에는 달성군 당협이 대구지역 최우수 당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4년 달성군 부군수와 2010년 달성군 군수 재임 시 당시 달성군 국회의원이었던 박 당선인과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 계획하고 추진해왔던 일들이 많았다. 제가 달성군을 지키면서 마무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19대 총선에 출마하게 되었다.

- 이후 박 당선인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수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낙선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본인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달성군수선거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 당시 한나라당의 일원으로서 민심은 천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김문오 달성군수가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지역발전을 위해 한마음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

- 달성군수로서 이룬 여러가지 업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 재임기간 지하철 1호선 연장 추진 등 도시기반시설 확충과 함께 대구테크노폴리스, 대구국가과학산업단지, 달성2차산업단지, 세천산업단지 조성 등 달성군의 발전을 위한 신성장동력의 발판을 마련해냈다. 또 읍면별 장학재단을 설립해 지역인재 육성에 일익을 한 사항과 군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노인복지회관, 장애인복지관, 청소년수련관, 문화복지회관 등을 준공했다. 이 밖에도 다사 가창읍면 운동장 건립, 군종합 스포츠센터 착공, 화원교도소 하빈 이전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구 달성, 또 한 번 정치 거물 키워낼까?"
42년 공직생활, 지역구 잔뼈 굵은 진짜 일꾼

- 이 의원의 지역구는 박 당선인이 지난 14년간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했던 곳이다. 처음 공천을 받게 됐을 때 소감이 어땠는가? 앞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상당할 텐데.
▲ 박 당선인의 지역구라는 것이 굉장히 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깨가 무거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깨끗하고 모범적인 선거를 치러야겠다고 각오를 다지게 됐다.

- 박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인 만큼 박 당선인이 직접 공천에 심혈을 기울였을 것 같다. 이 의원께서 공천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각에선 친박 공천이었다는 말도 들린다.
▲ 새누리당 공천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했다. 박 당선인의 의중이 들어 간 것은 아니다. 공천은 당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졌고 당협 차원에서 여론조사 경선이 이루어졌다. 지역주민과 지역당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민선4기 4년간 지역 군수를 하면서 지역민과 함께 군정을 설계한 것이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 초선의원임에도 이례적으로 국토해양위에 배정됐다. 아무래도 박 당선인이 달성군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있는가?
▲ 국토해양위원회 위원 31명 중 절반이 넘는 16명이 초선의원이다. 이례적인 배정은 아니다. 대구의 GRDP(1인당지역총생산)이 18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대구의 성장동력 확충은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따라 대구 달성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테크노폴리스와 국가과학산업단지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한 성공적 조성은 대구 전체는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이와 같이 중요한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토해양위원회에 배정되기를 희망했고, 선배 및 동료의원들께서 충분히 이해해 주셨기 때문에 국토위에 배정된 것 같다.


- 박 당선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박 당선인이 약속을 지키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공약한 대로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고 국민이 100%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특히 서민이 웃을 수 있도록 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으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나 상임위 현안은 무엇인가?
▲ 현재 주택법개정안을 준비 중에 있다. 주택법의 경우 공동주택단지에 어린이집 부족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300세대 이상으로 되어 있는 의무설치 규정을 200세대 이상 어린이집을 의무설치 하도록 하고 어린이집 운영자 선정 기준을 정비해 어린이집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함과 동시에 영유아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국토해양위 현안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적으로 지난 1월15일 인수위에서 해양수산부 신설을 발표한 만큼 우리 위원회도 정부조직 정비에 따른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기본 원칙이 있다면.
▲ 심부름꾼으로서 말이 아닌 실천으로 참봉사자가 되고자 한다. 항상 낮은 자세로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 달성군민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민생정치를 실천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이종진 의원 프로필>

▲ 대구광역시청 청소과장
▲ 대구광역시청 공보관
▲ 대구광역시청 환경녹지국장
▲ 대구광역시 환경시설공단 이사장
▲ 대구광역시 달성군 부군수
▲ 대구광역시 달성군 군수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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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