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싸움으로 본’ 태광가 파란만장 가족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08 10:00:58
  • 댓글 0개

사방이 적…3번째 시한폭탄 ‘째깍째깍’

[일요시사=경제1팀] 선대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태광그룹 자녀 간 소송전이 확대되고 있다. 누나에 이어 이복형까지 가세했다. ‘가족간의 갈등’이라는 폭발성 외피를 두르고 있는 이 사건에는 현대 가족의 초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특히 천문학적인 ‘돈’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핏줄 간 ‘쩐의 전쟁’은 심화 될 전망이다.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상속분을 놓고 이호진(51) 전 태광그룹 회장의 누나에 이어 이복형도 소송에 나섰다.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이 전 회장의 배다른 형으로 알려진 이유진(54)씨는 최근 ‘선대회장의 차명재산 중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이 전 회장과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 내놔”

유진씨는 서열상 창업주의 셋째아들이지만 혼외자다. 유진씨는 일단 태광산업·대한화섬·흥국생명보험 보통주 각각 5주씩, 태광관광개발과 고려저축은행·서한물산의 보통주 1주씩과 재산의 일부인 1억1000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씨 측은 “법원에서 창업주의 친자로 인정받은 후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5년 (태광그룹 상속자들로부터) 135억원을 받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았다”며 “그런데 지난해 과세당국으로부터 5억57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은 후 상속신고에서 누락된 상속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속신고에서 누락돼 새로 상속세가 부과된 재산 가액이 405억여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광그룹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는 계열사 주식, 무기명 채권, 현금 등을 차명 상속받아 다른 상속인들 모르게 실명화,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진씨 측은 상속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지는 대로 청구금액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돈 앞에 핏줄 없다”2세 유산분쟁 확대
이호진 상대 누나에 이어 이복형도 가세

앞서 이 전 회장의 누나인 재훈씨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며 78억6000여만원과 태광산업 보통주 주식 10주, 대한화섬 10주, 흥국생명 10주, 태광관광개발 1주, 고려저축은행 1주, 서한물산 1주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바 있다.

재훈씨는 1996년 11월 아버지인 이 창업주가 사망한 뒤 이 전 회장과 함께 부동산과 주식을 상속받았다. 상속분은 13분의 2로 똑같았다.

그러나 재훈씨는 이후 2010년 태광그룹이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 전 회장이 몰래 상속받은 재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훈씨는 소장에서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및 이후 재판 과정에서 차명주식 등 추가 상속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전 회장은 이 재산을 실명화·현금화하면서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 전 회장이 막대한 규모의 차명 주식과 비상장 주식을 2003년부터 최근까지 현금화하거나 실명화해 가져가는 바람에 상속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훈씨는 또 “아버지가 남긴 토지 등 부동산도 추가로 (소송에) 특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훈씨 측이 추정하는 차명 재산 규모는 주식과 무기명 채권 등을 포함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훈씨는 향후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지는 대로 소송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집안 곳곳에
갈등의 씨앗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태광가의 상속소송 전선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면서 그룹의 외형은 크게 확대됐으나 오너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씨앗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화 전 그룹 회장이 200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조카인 이 전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기화 전 회장은 창업 때부터 경영에 참여해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아 그룹 회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사실상 모든 일에 손을 떼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 태광그룹 내부에서는 이기화 전 그룹 회장의 친인척들이 내부 임원들을 동원해 ‘이호진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투명성을 위해 ‘전문 경영인’을 포함 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3남이 회사 장악하자 외삼촌·누나들 중심 내부 반대세력 결속

이 일이 있은 직후 이 전 회장은 친인척들에 대한 신뢰를 접고 지분확대와 독자 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회사 안팎에 적대 세력을 키웠고 아들 현준군에게 회사 지분을 몰아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오너일가의 갈등은 더욱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세인 현준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태광그룹 계열사 티알엠,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동림관광개발, 티브로드홀딩스 등 5개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티알엠 등 3개 계열사의 지분은 48∼49%에 육박한다. 딸 현나양에게도 이미 상속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오너일가들에게 위기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주력계열사의 지분을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하나하나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재훈씨와 유진씨를 비롯해 외삼촌과 창업주의 혼외 가족들이 하나둘 뭉치게 된 포석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횡령 혐의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2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 벌금 20억원 을 선고받은 후 병 보석 허가를 받고 입원중이다. 어머니 이 전 상무 역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형 집행정지 중이다.

두 형들 사망으로
경영권 거저먹어?

태광그룹은 1950년 창업주가 설립한 태광산업을 모태로 석유화학, 섬유, 금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은 약 12조원으로, 재계 순위 40∼5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은 외부 노출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가풍 있는 사대부집안의 전통 관습을 무척 중시했던 창업주의 경영이념이 뿌리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창업주는 이 전 상무와의 사이에 식진(사망)·영진(사망)·호진 삼형제와 경훈·재훈· 봉훈 세자매를 뒀다. 장남 식진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태광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아 부회장까지 역임했으나 2003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식진씨는 생전에 정아·성아·원준 등 1남2녀를 뒀다.

연세대 상대를 나온 차남 영진씨는 어머니 이 전 상무 친구의 중매로 장상준(전 동국제강 회장)가의 4남2녀 중 막내딸인 옥빈씨와 1976년 결혼했다. 영진씨는 태광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인 대우파일, 흥국생명, 고려상호신용금고 등에서 중역으로 활동했으나 1994년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들 사이에는 성준·성은 남매가 있다.

형들의 타계로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은 삼남 호진씨는 대원고·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뉴욕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으로 알려져 있다. 호진씨의 부인은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맏딸 유나씨로, 이들은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를 뒀다.

3남3녀에 혼외자까지…복잡한 가계 주목
장차남·세자매·사촌 가족들 ‘호시탐탐’

이 창업주의 세 딸 역시 모두 이화여대 출신 재원으로 꼽힌다. 장녀 경훈씨는 친척 할머니의 중매로 진주의 대지주이자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가의 막내 며느리가 됐다. 경훈씨의 남편은 유통전문기업 GS리테일 대표인 허승조씨다. 경훈씨는 남편 허승조씨와의 사이에 지안·민경 자매가 있다.


차녀 재훈씨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 원용씨와 결혼했다. 원용씨는 현재 경희대 의대 교수로 있다. 이들의 만남으로 태광가는 정·관계 유력인사와 연결된다. 홍진기-노신영-정주영가로 닿은 인연은 다시 김한수-김복동가로도 이어진다. 재훈씨 부부는 슬하에 서윤·서정·서인·혁준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3녀 봉훈씨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광호가의 외아들 태원씨와 결혼했다. 태원씨는 현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으로 이들 사이에는 동우·상우·정우 3형제가 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유진씨는 차녀 재훈씨와 삼남 호진씨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태광 사태 배경엔 복잡한 가족사와 집안 갈등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향후 견제 세력의 반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 첫 번째가 장남 식진씨의 가족들이다. 유교적 가풍이 강해 보수적 기업으로 알려진 태광그룹에서 장자승계 원칙대로라면 장남의 아들인 원준씨가 차기 경영권자가 되지만 이 전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후로 이 전 회장의 아들 현준군으로 방향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 전 상무도 이를 두고 이 전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후폭풍은
이제부터…

실제 원준씨는 지난 2003년 삼촌인 이 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이 전 회장의 태광산업 지분(15.14%)보다 많은 15.57%를 보유하고도 지분확대가 막혀 지분율은 계속 줄어 현재 7.49%에 불과하다.

잠재적 반대 세력으로 분류돼온 다른 친인척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 소송을 건 재훈씨와 그 자매인 경훈·봉훈씨, 차남 영진씨의 가족들 뿐 아니라 이 전 회장의 삼촌 이기화 전 회장도 반전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