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싸움으로 본’ 태광가 파란만장 가족사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08 1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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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적…3번째 시한폭탄 ‘째깍째깍’

[일요시사=경제1팀] 선대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둘러싸고 태광그룹 자녀 간 소송전이 확대되고 있다. 누나에 이어 이복형까지 가세했다. ‘가족간의 갈등’이라는 폭발성 외피를 두르고 있는 이 사건에는 현대 가족의 초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특히 천문학적인 ‘돈’문제가 걸려 있는 사안인 만큼 핏줄 간 ‘쩐의 전쟁’은 심화 될 전망이다.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상속분을 놓고 이호진(51) 전 태광그룹 회장의 누나에 이어 이복형도 소송에 나섰다.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이 전 회장의 배다른 형으로 알려진 이유진(54)씨는 최근 ‘선대회장의 차명재산 중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이 전 회장과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창업주가 남긴  
 차명재산 내놔”

유진씨는 서열상 창업주의 셋째아들이지만 혼외자다. 유진씨는 일단 태광산업·대한화섬·흥국생명보험 보통주 각각 5주씩, 태광관광개발과 고려저축은행·서한물산의 보통주 1주씩과 재산의 일부인 1억1000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씨 측은 “법원에서 창업주의 친자로 인정받은 후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해 2005년 (태광그룹 상속자들로부터) 135억원을 받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았다”며 “그런데 지난해 과세당국으로부터 5억57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은 후 상속신고에서 누락된 상속재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속신고에서 누락돼 새로 상속세가 부과된 재산 가액이 405억여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광그룹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는 계열사 주식, 무기명 채권, 현금 등을 차명 상속받아 다른 상속인들 모르게 실명화,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진씨 측은 상속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지는 대로 청구금액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돈 앞에 핏줄 없다”2세 유산분쟁 확대
이호진 상대 누나에 이어 이복형도 가세

앞서 이 전 회장의 누나인 재훈씨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며 78억6000여만원과 태광산업 보통주 주식 10주, 대한화섬 10주, 흥국생명 10주, 태광관광개발 1주, 고려저축은행 1주, 서한물산 1주 등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바 있다.

재훈씨는 1996년 11월 아버지인 이 창업주가 사망한 뒤 이 전 회장과 함께 부동산과 주식을 상속받았다. 상속분은 13분의 2로 똑같았다.

그러나 재훈씨는 이후 2010년 태광그룹이 검찰 수사와 세무조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이 전 회장이 몰래 상속받은 재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훈씨는 소장에서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및 이후 재판 과정에서 차명주식 등 추가 상속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전 회장은 이 재산을 실명화·현금화하면서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 전 회장이 막대한 규모의 차명 주식과 비상장 주식을 2003년부터 최근까지 현금화하거나 실명화해 가져가는 바람에 상속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재훈씨는 또 “아버지가 남긴 토지 등 부동산도 추가로 (소송에) 특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훈씨 측이 추정하는 차명 재산 규모는 주식과 무기명 채권 등을 포함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훈씨는 향후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지는 대로 소송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집안 곳곳에
갈등의 씨앗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태광가의 상속소송 전선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면서 그룹의 외형은 크게 확대됐으나 오너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불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씨앗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화 전 그룹 회장이 200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조카인 이 전 회장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기화 전 회장은 창업 때부터 경영에 참여해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아 그룹 회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조카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사실상 모든 일에 손을 떼야 했다.

이 때문에 당시 태광그룹 내부에서는 이기화 전 그룹 회장의 친인척들이 내부 임원들을 동원해 ‘이호진 퇴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투명성을 위해 ‘전문 경영인’을 포함 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3남이 회사 장악하자 외삼촌·누나들 중심 내부 반대세력 결속

이 일이 있은 직후 이 전 회장은 친인척들에 대한 신뢰를 접고 지분확대와 독자 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회사 안팎에 적대 세력을 키웠고 아들 현준군에게 회사 지분을 몰아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오너일가의 갈등은 더욱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세인 현준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태광그룹 계열사 티알엠,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동림관광개발, 티브로드홀딩스 등 5개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 티알엠 등 3개 계열사의 지분은 48∼49%에 육박한다. 딸 현나양에게도 이미 상속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오너일가들에게 위기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주력계열사의 지분을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하나하나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재훈씨와 유진씨를 비롯해 외삼촌과 창업주의 혼외 가족들이 하나둘 뭉치게 된 포석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횡령 혐의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2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 벌금 20억원 을 선고받은 후 병 보석 허가를 받고 입원중이다. 어머니 이 전 상무 역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뒤 형 집행정지 중이다.

두 형들 사망으로
경영권 거저먹어?

태광그룹은 1950년 창업주가 설립한 태광산업을 모태로 석유화학, 섬유, 금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은 약 12조원으로, 재계 순위 40∼5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총수 일가에 대한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은 외부 노출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가풍 있는 사대부집안의 전통 관습을 무척 중시했던 창업주의 경영이념이 뿌리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창업주는 이 전 상무와의 사이에 식진(사망)·영진(사망)·호진 삼형제와 경훈·재훈· 봉훈 세자매를 뒀다. 장남 식진씨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6년 태광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아 부회장까지 역임했으나 2003년 지병으로 타계했다. 식진씨는 생전에 정아·성아·원준 등 1남2녀를 뒀다.

연세대 상대를 나온 차남 영진씨는 어머니 이 전 상무 친구의 중매로 장상준(전 동국제강 회장)가의 4남2녀 중 막내딸인 옥빈씨와 1976년 결혼했다. 영진씨는 태광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인 대우파일, 흥국생명, 고려상호신용금고 등에서 중역으로 활동했으나 1994년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들 사이에는 성준·성은 남매가 있다.

형들의 타계로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은 삼남 호진씨는 대원고·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뉴욕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으로 알려져 있다. 호진씨의 부인은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맏딸 유나씨로, 이들은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를 뒀다.

3남3녀에 혼외자까지…복잡한 가계 주목
장차남·세자매·사촌 가족들 ‘호시탐탐’

이 창업주의 세 딸 역시 모두 이화여대 출신 재원으로 꼽힌다. 장녀 경훈씨는 친척 할머니의 중매로 진주의 대지주이자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가의 막내 며느리가 됐다. 경훈씨의 남편은 유통전문기업 GS리테일 대표인 허승조씨다. 경훈씨는 남편 허승조씨와의 사이에 지안·민경 자매가 있다.


차녀 재훈씨는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 원용씨와 결혼했다. 원용씨는 현재 경희대 의대 교수로 있다. 이들의 만남으로 태광가는 정·관계 유력인사와 연결된다. 홍진기-노신영-정주영가로 닿은 인연은 다시 김한수-김복동가로도 이어진다. 재훈씨 부부는 슬하에 서윤·서정·서인·혁준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3녀 봉훈씨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광호가의 외아들 태원씨와 결혼했다. 태원씨는 현재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으로 이들 사이에는 동우·상우·정우 3형제가 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유진씨는 차녀 재훈씨와 삼남 호진씨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태광 사태 배경엔 복잡한 가족사와 집안 갈등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향후 견제 세력의 반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 첫 번째가 장남 식진씨의 가족들이다. 유교적 가풍이 강해 보수적 기업으로 알려진 태광그룹에서 장자승계 원칙대로라면 장남의 아들인 원준씨가 차기 경영권자가 되지만 이 전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후로 이 전 회장의 아들 현준군으로 방향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 전 상무도 이를 두고 이 전 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후폭풍은
이제부터…

실제 원준씨는 지난 2003년 삼촌인 이 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당시 이 전 회장의 태광산업 지분(15.14%)보다 많은 15.57%를 보유하고도 지분확대가 막혀 지분율은 계속 줄어 현재 7.49%에 불과하다.

잠재적 반대 세력으로 분류돼온 다른 친인척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에 소송을 건 재훈씨와 그 자매인 경훈·봉훈씨, 차남 영진씨의 가족들 뿐 아니라 이 전 회장의 삼촌 이기화 전 회장도 반전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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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