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BMW 된서리 사연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17 11: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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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맡겼더니 ‘폐차’ 새차 뜯어보니 ‘녹차’

[일요시사=경제1팀] 잘나가는 수입차, 하지만 사고 난 뒤 실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리비가 국산차보다 턱없이 비싼가 하면 잘못 수리돼 재차 서비스센터에 맡겨지는 등 애프터서비스(AS) 스트레스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차 본사 앞에서 ‘시위 퍼포먼스’까지 벌이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 기막힌 사연을 들여다봤다.

‘미니쿠퍼’ 차량을 BMW코리아에 수리를 맡겼다 4개월여 만에 폐차 상태로 돌려받은 차주가 1인 시위에 나섰다. 차량 소유주 정모(49)씨는 지난 7일부터 서울 중구 회현동 BMW코리아 본사 앞에 자신의 파손 차량을 세워놓고 ‘A/S 맡겼더니 사고차로 돌려주냐?’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S가 기막혀∼

3년 전 미니쿠퍼를 중고로 구입한 정씨는 지난 7월 계기판에 차량 이상을 알리는 체크 등이 들어오자 BMW코리아 판매사인 도이치모터스 서울 동대문점에 차량수리를 맡겼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측은 정씨에게 미션에 이상이 생겨 수리를 해야 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세 달이 넘도록 수리는 끝나지 않았다. 정씨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측은 “수리 차량이 많이 밀려있다”, “부품을 독일에서 주문 배송 중이다” 등의 변명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끌었다. 수리기간이 계속 길어지자 도이치모터스 측은 급기야 ‘수리비 할인’, ‘수리비 면제’ 등의 이야기도 꺼냈다.

수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정씨는 지난달 16일 뜻밖의 통보를 받았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한 공업사로부터 “사고 차량을 방치하면 어떡하냐. 가져 가라”는 황당한 전화를 받게된 것이다. 이후 정씨가 확인한 결과 춘천에 방치된 사고 차량은 바로 그가 4개월 전 동대문점에 맡긴 차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차량을 진단하는 직원이 내 차량을 멋대로 몰고 나가 만취상태에서 사고를 낸 것”이라며 “BMW라는 글로벌 기업이 AS를 받으려고 들어온 차량 관리를 이렇게 소홀하게 할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정씨는 또 지난해 BMW코리아에 A/S를 맡겼다가 내비게이션을 도난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BMW는 차량을 인계하자마자 블랙박스를 제거하고 수리에 들어갔다”며 “차량을 돌려 받은 뒤 내비게이션이 사라진 것을 알고 BMW에 항의 했더니 보상해주겠다고 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내부 조사 결과 해당 직원이 개인적인 일로 차를 몰았다가 사고를 내고 차량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해당 직원은 해고 조치했고 도이치모터스 쪽에도 벌칙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최대한 고객이 요구하는 보상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지만 정씨가 원하는 보상 규모인 6000만원은 미니쿠퍼 신차 두 대에 가까운 금액”이라며 “2009년식인 차량의 연식을 고려한 잔존가치를 기준으로 2000만원을 보상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BMW 측이 ‘무상수리’ 운운할 때는 이미 차량이 사고가 난 뒤의 일이었다. 고객을 능욕한 행태에 대해 화가 난다”며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놓고 BMW코리아와 도이치모터스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고객차 몰다 음주사고
구입 직후 차량 시트부속서 녹 현상 발생

앞서 지난 6일에도 BMW코리아 본사 건물 앞에서 이색 시위가 벌어졌다. BMW 320d 차주 박모(36)씨는 녹차캔이 달린 BMW 모형자동차와 면봉, 녹차 성분이 든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무개념 상팔자 BMW코리아와 BMW 독일 본사를 위해 이 과분한 녹차를 내리노니 드시고 깨어나시고, 면봉을 드리노니 고객의 얘기를 들으시고, 휴지를 내리노니 X쌀 때마다 고객의 심정을 힘주어 생각하길 바란다”며 성명서를 낭독했다.


그는 지난 3일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코오롱 모터스 앞에서 자신의 차량 앞 유리를 해머로 깨고 차량 보닛에 붉은색으로 ‘모태 녹차(출고될 때부터 녹이 슨 차)’라고 적은 바 있다.

한 달 전 리스로 4800만원에 이르는 BMW 320d를 구입한 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시트에 녹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담당자의 형식적인 대응에 화가나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해당 차량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평생 보증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날 앞 유리가 깨진 320d를 직접 운전해 BMW코리아 본사가 입주한 건물을 찾은 박씨는 “고객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원래의 BMW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며 “BMW코리아는 방청처리를 하면 괜찮다고 하는데 방청제 성분을 알려달라 했더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자료없음’, 구체적인 성분은 ‘영업비밀’이라고 돼 있더라”고 밝혔다.

이어 “녹이 스는 문제에 대해 내놓은 유일한 대안이 방청처리인데 말도 안 되는 물질로 방청처리를 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본사 고객센터와 전화통화조차 되지 않았다”며 BMW코리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보상 두고 갈등

박씨의 주장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차량 구입자 5000명에게 직접 연락을 해 무상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녹이 심하게 슨 경우 무상교체도 진행하고 있다”며 “차량이 운행이라든가 안전에 영향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리콜처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BMW코리아는 국내 수입 브랜드 가운데 던연 판매량 1위 업체다. 그러나 고객이 수리를 맡긴 차가 폐차로 컴백하고 녹슨 차가 팔리는 상황에서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지적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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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