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 ‘중동 사태와 우리 경제’

“전쟁 더 길어지면 코로나 상황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중동 지역의 혼란은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사이 한국 경제도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다. 전쟁이라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달 28일 이란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사망했다.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일부 이란 국민은 환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중 봉기’를 부추기며 이란의 체제 변화를 촉구했다.

한낮의
기습 공격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끝날 듯했던 전쟁이 이란의 거센 저항으로 길어지는 모양새다. 이란은 사망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새 수장을 뽑고 무너진 지도부를 추슬렀다. 동시에 인근 중동 국가에 타격을 가했다. 특히 원유가 오가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고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NH금융연구소에서 만난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소장은 자신이 국방이나 외교 전문가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다양한 인사들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단을 공유했다. 이란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을 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속내가 다르다”는 조 소장은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11월 다음 해 경제 관련 주요 키워드를 10개 정도 뽑아 소개한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가 2026년 첫 키워드로 뽑은 게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었다. 세계 경제에 대한 키워드인데 미국 독립이라는 조금 생뚱맞은 키워드를 1위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 생각해 보면 그때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라고 주장하거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잡아가고 이란을 공격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는 역사적인 해인 셈이다. 뭔가 (역사에) 남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 쌓기’용 이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다르다는 게 조 소장의 생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속내 달라
이란도 죽기 살기로 버티는 중

그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목적은 이란이 자국에 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란이 가진 미사일을 소진하도록 하거나 핵 개발 능력을 없애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란이 시리아처럼 내부가 분열되는 등 쪼개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이란도 퇴로는 없는 상황이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전쟁을 수행하던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구성되기 무섭게 죽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을 3만명이나 죽였다. 지금 버티지 않으면 보복이 가해지지 않겠나. 그들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항밖에 남은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이 ‘약한 연결고리’를 공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 문제를 부각하거나 미군을 죽이고 걸프만 국가를 공격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국 내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 걸프만 국가들의 불만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 가해질 타격이다. 미국이나 이란 모두 출구전략이 요원한 상황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원유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는 한국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란의 경제 ‘젖줄’인 하르그섬 공습, 가스전 폭파 등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던 선이 지워지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6일 NH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 및 대응 포인트’ 보고서는 이란 전쟁 시나리오를 ▲조기 종전 시나리오 ▲지속 시나리오 ▲장기 지속 시나리오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정부 정책, 변수 등을 분석했다.

길어질수록
타격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정 가능한 가장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경제 충격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사례 등을 들어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해상 운임 등이 느리게 정상화했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물 경제와 물가에 제한적이지만 악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전쟁이 3개월 이상(지속 시나리오), 1년 이상(장기 지속 시나리오) 계속될 때는 경제에 미칠 악영향의 폭이 커졌다.

조 소장은 “전쟁이 약간 길어질 때와 엄청나게 길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양상이 다르다는 걸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 기간이 1년 이상 이어지는 상황을 장기 시나리오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소장은 정부의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오늘 전쟁이 끝나도 추경을 할 것이다. 보고서에도 언급했듯이 전쟁이 지금 끝나도 그 여파가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기에 정부로서는 경제적 충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추경을 진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어떨까. 석유나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운송이나 화학, 발전 등 업종에 집중되던 피해가 도소매, 음식점, 숙박 등 내수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불안감이 고조되면 한국은행도 뭔가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나.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했지만, 전쟁이 3개월 이상 길어지면 또 금리를 낮추자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정부의 방역 정책 등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지원금, 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던 상황과 유사한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돈 풀다가
정책 전환?

조 소장은 “전쟁이 그보다(3개월) 더 길어지면 신재생발전 등 일부 수혜 산업을 제외한 대다수 업종으로 피해가 확산할 것이다. 재정이나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에너지 구조 전환, 원전 재검토 등 체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단기적 경기 대응에서 중장기적 사업 구조 변화를 꾀하는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당시 시중에 돈이 풀린 이후 금리 인상 등을 통해 회수하려 했지만, 여전히 질병 창궐 이전보다 통화량이 많은 점을 언급했다. 그 결과 경제에 미친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뒤에라도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 저한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묻는다면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한 사람의 머릿속을 예측하는 게 가장 어렵다”면서 “섣불리 예측하고 전망하고 가정하는 대신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가장 낙관적인, 가장 비관적인,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대응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 미리 세워놓은 플랜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 소장은 이란 전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원론적인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나 기업, 가계 등에서 위기의식 없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진행하면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성원 전체가 진짜 위기다, 우리가 돌파해야 한다고 느끼면 안 시켜도 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게 돼있다”고 답했다.

조기 종전·3개월·1년 시나리오
정부 총체적·종합적인 대응 필요

이어 “이슈가 불거졌을 때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정책이 모이면 그만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상황 인식이다. 지금이 진짜 위기인지, 긴박한 상황인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에 대응은 범정부적이고 종합적이며 전방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이 ‘희망’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조 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2024년 12월3일)하기 한 달 전인 그해 11월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실제 결과는 1%였다. 예측과 달리 경제성장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조 소장은 “아무리 비상계엄이 있었다지만 6월에는 조기 대선도 열렸고 이후 반도체도 살아났다. 그럼에도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럼 한국은행에서 예측한 1.9%라는 숫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미 뭔가 잘못돼있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2024년 11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라고 예측했을 때 중요한 이슈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관세 부과 문제였다. 보고서 앞부분에서 한국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2026년 1분기부터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정하고 전망한다고 쓰여 있다. 2026년 1분기면 지금이다.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희망 말고
전망해야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계속 말하는 건 (전망에) 희망을 섞지 말고 좀 반갑지 않더라도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잘 모르겠다면 시나리오라도 짜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고 필요한 정도로 대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정확한 진단, 상황 인식에 기반한 전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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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