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술로 망한 이재룡

거짓말, 또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개가 똥을 끊지”라고 했던가. 이번이 벌써 3번째 음주 운전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걸 알았는지 거짓말까지 해가며 숨겼지만 덜미가 잡혔다. 확실한 건 이재룡의 남다른 술 사랑은 40년 연기 인생에 독이 됐다는 점이다. 방송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이재룡은 1986년 MBC 1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40년 가까이 연기활동을 이어온 중견 배우다. 1964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난 그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녹아드는
연기 호평

이재룡은 오랜 시간 꾸준히 활약해 온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시간이 흐르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는 드라마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로 자리 잡았다.

이재룡은 <상도> <불멸의 이순신> <제왕의 딸 수백향>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는 여러 작품에서 안정적으로 역할을 소화하며 중견 배우로 자리 잡았다.

다수의 메디컬 드라마에서 의사 역할을 맡으며 ‘의사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그 시작점으로 꼽히는 작품이 1994년 방송된 MBC 드라마 <종합병원>이다.


이재룡은 <종합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 1년 차 김도훈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종합병원>은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수술 장면과 의료 현장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큰 관심을 모았고, 이재룡 역시 해당 작품을 통해 주목받았다.

이후 2008년 <종합병원2>에서 같은 역을 이어받아 외과 의사로 등장했다. 전공의에서 시작해 전문의로 성장한 모습을 그린 설정으로, 다시 한번 의사 역할을 맡았다.

이재룡은 <종합병원>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촬영하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난다. 처음 들어갔던 시체실에서 맡았던 냄새, 강원도로 의료봉사를 갔던 장면 등이 기억난다”며 “<종합병원>은 정말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시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병원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면서 수술 장면까지 보여준 드라마는 <종합병원>이 처음이었다”며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에 흥행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때는 그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다”고 머쓱해했다.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어설픈 가짜 의사로 보일까 봐 걱정해서 배역이 정해지자마자 병원을 찾아 의학 용어와 도구 사용법 등을 배우며 준비했다”며 “힘든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날에는 일부러 머리를 감지 않거나 면도를 하지 않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이재룡은 <종합병원2>를 촬영하면서 달라진 환경을 체감했다. “CPR 방법도 바뀌었고, 기구 사용법이나 용어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수술 장면에서 피를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그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며 격세지감을 표현했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에 대해서도 “당시 함께했던 신은경, 김지수, 전광렬 등의 배우들이 드라마 방영 이후 모두 스타가 됐는데, 그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다.


‘소주 4잔’ 이실직고 최악의 불명예
3번째 음주 운전에 ‘술타기’까지…

이재룡은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 “김도훈이라는 인물은 ‘진실’이라는 코드로 이어지는 캐릭터였는데, 나는 살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기할 때도 그런 인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캐릭터가 단조롭게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제작진은 김도훈에게 진중한 느낌을 원했다”며 “배우 입장에서는 다소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의사 캐릭터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서도 “드라마에서 의사의 실수나 의료사고를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단순히 개인의 잘못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며 “상황적인 요인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이재룡은 2016년 KBS2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병원 기조실장 역으로 또 다른 의사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미지를 굳혔다.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 1995년, 배우 유호정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1993년 드라마 <산다는 것은>에 함께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방송에서 연애 시절 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서로 첫인상이 아주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이재룡은 “우리는 연애할 때 서로를 인정하고 만났는데, 그 당시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서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유호정은 “(이재룡과) 연기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연기 연습을 할 때 옆에서 손을 잡고 계속 함께 연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면서 관계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재룡은 여러 방송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그는 “남자들이 하자가 많은데 그걸 다 안아주는 사람이 아내”라며 “장가를 가장 잘 간 사람은 나”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방목 중”이라고 덧붙이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아내에게 의지하는 일상도 함께 언급했다.

가정 내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집안의 모든 명의는 아내 앞으로 돼 있다”고 말하며 유호정이 가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호정 역시 방송에서 “결혼 후에도 서로를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며 부부 관계를 설명했다. 가족과 관련된 일화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종합병원>
존재감 ↑


“밖에서는 친구들과 편하게 지내지만 집에서는 아내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려고 한다”는 이재룡의 말에 유호정은 “아이들이 아빠를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육 방식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하자 유호정도 “가족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동감했다. 두 사람은 봉사활동에도 늘 함께 참여해 왔다.

인터뷰에서 “직접 현장에 가서 집을 짓거나 기부, 재능 기부 등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일상 외 활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가정생활이 평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이재룡은 술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르며 유호정과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술 사랑은 지나쳤다. 이재룡은 총 3번의 음주 운전에 적발됐다. 가장 먼저 시작된 건 2003년이다. 이재룡은 3월21일 새벽 2시10분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사거리 인근에서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당시 아내의 벤츠 승용차를 몰던 그는 택시의 측면부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그는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음주 측정을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연행된 이후에도 한동안 이를 부인하다가, 결국 조사 과정에서 음주 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그는 집에서 대학원 동기들과 술을 마신 뒤 술이 부족해 다시 술을 사기 위해 포장마차로 이동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이재룡은 음주 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입건됐고,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후 한동안 별다른 사건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2019년 다시 음주로 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6월11일 새벽, 이재룡은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만취 상태로 볼링장 입간판을 넘어뜨려 약 5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당시 길을 지나던 중 입간판을 손으로 치거나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은 뒤늦게 알려졌고, 경찰은 재물손괴 혐의로 이재룡을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검찰은 피해 금액이 크지 않고, 이재룡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전액 배상했으며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재룡 측 역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인정하며 피해 금액을 즉시 보상했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전했다.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음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구설에 올랐다.

2003년
첫 적발

이후 최근 또 다시 한번 음주 운전 사건이 발생했다. 이재룡은 지난 6일 오후 11시쯤 서울 강남구 삼성중앙역 인근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현장을 벗어난 혐의를 받았다.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잇달아 들이받으며 수십미터 구간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차량이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주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도로에는 파손된 중앙분리대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차량 역시 앞 범퍼 일부가 파손된 상태로 확인됐다.

이재룡은 사고 직후 현장을 벗어나 자신의 집에 차량을 주차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후 지인의 집으로 이동해 머물다 다음 날인 7일 오전 2시쯤 경찰에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사고 이후의 행적도 논란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재룡은 사고 직후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지인들과 합류했고, 이 자리에서 증류주와 고기를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술을 마신 정황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술타기’ 의혹이 제기됐다.

사고 이후 술을 더 마셔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어렵게 만들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재룡은 경찰 조사에서 “소주 4잔을 마신 뒤 운전했다”며 “중앙분리대에 살짝 접촉한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운전 당시에는 음주 상태가 아니었다”는 입장도 함께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음주와 관련해서는 “증류주를 맥주잔으로 한 잔 정도 마셨을 뿐이며 원래 약속된 자리였다”며 음주 측정을 방해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식당 관계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들어왔고 술에 꽤 취한 상태로 보였다”며 “사고 직후 대책을 논의하는 분위기였고 나갈 때까지 계속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CCTV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음주 운전과 사고 후 미조치, 음주 측정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행위 역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경찰은 해당 혐의들을 적용해 이재룡을 검찰에 송치했다.

“차라리 여자를 만나”
유호정 발언 재조명

이재룡이 음주 운전 및 술타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며 논란이 되자 과거 아내 유호정의 발언이 파묘되며 화제가 됐다. 유호정은 과거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연애 시절 술 때문에 많이 싸웠다. 일찍 들어간다고 해놓고 새벽까지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주일에 몇 번만 마시겠다, 몇 시까지 들어오겠다는 각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었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약 3주간 별거를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룡 역시 해당 방송에서 “시작은 술이었다”고 언급하며 당시 상황을 인정했다.

또 다른 방송에서는 유호정이 “술을 마시느니 차라리 여자를 만나라”고 말한 일화도 공개됐다. 이재룡은 결혼 초기 술자리로 인해 갈등이 반복되자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유호정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남편의 술 문제에 대해 “술로 사고 치고 오면 한동안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재룡 역시 여러 방송에서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해 아내에게 사과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갈등이 반복됐음을 인정했다. 한 차례는 아내의 화를 풀기 위해 집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심지어 이재룡은 최근 지인 안재욱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주량에 대해 과시하기도 했다.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해 배우 안재욱, 성지루, 윤다훈 등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콘텐츠는 출연진들이 실제로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고, 자연스럽게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이날 방송에서 이재룡은 직접 준비해 온 맥주와 테킬라를 꺼내 보이며 술 이야기를 꺼냈다.

함께 출연한 안재욱은 이재룡에 대해 “이겨본 적이 없고 취한 걸 본 적도 없다”고 말하며 그의 주량을 언급했다. 이어 “젊었을 때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마실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과거 술자리 일화를 전했다. 또 “1차, 2차, 3차를 가도 끝까지 멀쩡했다”며, 술자리에서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출연진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이재룡의 주량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재룡 역시 “그래도 아직까지는…”이라며 웃으며 답했고, 과거에 한번 크게 취했던 적이 있다고 거들었다.

해당 영상은 공개 당시 큰 문제 없이 넘어갔지만 음주 운전 사고가 알려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사건 직전까지 술을 주제로 한 방송에 출연해 주량과 술 이야기를 나눴던 모습이 다시 회자되면서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짠한형 신동엽’ 측은 이재룡이 출연했던 영상을 공개 약 2주 만에 비공개 처리했다. 음주 운전 전과가 있는 연예인을 음주 방송에 출연시켜 논란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음주 측정
방해 목적

이에 누리꾼들은 “음주 운전 전과자들을 모아놓고 술 먹방이라니 세상 좋아졌다” “아내인 유호정조차 저렇게 말한 건 평상시에 문제가 많았던 것” “음주 운전은 예견된 일이었다” “안재욱 2번이나 음주 운전했는데 역시 끼리끼리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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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