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데⋯” 가정폭력 아내에게 아이 뺏긴 남편 사연

“가해자가 등본 열람 제한”
행정청 “직권 취소 어려워”
주민등록법 사각지대 뚜렷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아내의 허위 가정폭력 피해 주장으로 자녀의 소재조차 확인할 수 없게 됐다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피눈물로 호소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신을 서울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대한민국 법과 행정이 진짜 아빠의 눈을 가리고 범죄 혐의자의 거짓말을 보호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아내 B씨로부터 아동학대범으로 신고당했으나 경찰 및 검찰 조사 결과 최종 ‘혐의없음(무죄)’ 처분을 받았다. 반면 아내 B씨는 경찰 수사 결과 ‘가정폭력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문제는 B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간 뒤, 자신의 가정폭력 피의 사실을 숨기고 가정폭력상담소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는 점이다. A씨는 “아내가 거짓 눈물 연기로 ‘상담 사실 확인서’를 발급받았고, 이 종이 한 장을 주민센터에 제출해 아이들의 주민등록 열람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가정폭력 피해자가 상담 사실 확인서 등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상대방이 본인과 세대원의 주소를 열람할 수 없도록 제한할 수 있다.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지만, A씨는 이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이다.

 A씨가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수사결과 통지서와 아내의 기소 의견 송치 사실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가 호소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공무원들은 ‘규정대로 처리했으니 더 이상 모른다’ ‘직권 취소는 어렵다. 제한을 건 아내가 직접 와서 해제 신청을 해야만 풀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수사기관이 밝혀낸 진실보다 가해자가 받아낸 상담 확인서 한 장이 더 강력한 권한을 갖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가정폭력으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아내가 선처를 베풀 리 만무한데, 행정청은 규정 타령만 하며 범죄 혐의자 뒤에 숨어 아빠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며 “폭력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엄마 밑에서 아이들이 안전한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A씨는 글과 함께 ▲본인의 검찰처분서(혐의없음) ▲경찰 수사결과 통지서 ▲상담소 정정확인서 ▲아내의 수사결과 통지서 등을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보호시설에서도 사실이 발각돼 퇴소당했는데, 주민센터 공무원들만 이를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응원한다 꼭 이겨내시라” “절대 포기하지 마시길” “얼마나 억울할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니” “억장이 무너질 거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 제한 제도는 지난 2009년 처음 마련됐다.  피해자가 상담소 확인서 등 관련 서류를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가해자의 열람·교부가 제한되는 구조다. 해당 제도는 가정폭력의 급박한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신속히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설계됐으며, 별도의 사실 조사 없이 서류 요건만 갖추면 즉시 처리되는 것이 핵심이다.

 ▲가정폭력 상담 사실 확인서 ▲가정폭력 피해 관련 의료기관 진단서 ▲경찰서장 발급 가정폭력 피해 사실 소명 서류 ▲법원의 임시보호명령 또는 보호명령 결정문 중 단일 서류 한 장만으로도 즉시 신청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상담 사실 확인서와 함께 병원 진단서나 경찰 확인서 등 추가 서류를 같이 제출해야 했으나, 피해자의 신속한 보호를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단일 서류만으로도 즉시 신청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요건이 대폭 완화됐다.

 문제는 사후 구제 절차의 경직성이다. A씨는 경찰과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고, 역으로 아내가 가해자로 기소된 수사 결과를 제시했다. 상식적으로는 즉각 열람 제한이 해제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일선 행정 공무원들은 행정안전부의 운영 지침(매뉴얼)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행 지침상 열람 제한을 해제하려면 피해자(신청인)가 직접 해제를 신청하거나, 가정폭력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확정 판결문’ 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서나 혐의없음 통지가 있더라도, 공무원 재량으로 제한을 직권 취소하게 되면 사후 책임의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A씨는 검찰 무혐의 통보서가 나와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행정소송이나 가정폭력 관련 소송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려야만 아이들의 주소를 알 수 있는 ‘시간의 감옥’에 갇히게 된 셈이다.

당초 기존 주민등록법에는 가정폭력 범죄와 관련한 등·초본 교부 제한 신청에 관한 근거만 있었을 뿐, 해제에 대한 법적 근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선 민원 현장에서 오랜 기간 혼란이 발생해 왔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교부 제한을 신청한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상속 절차 등에서 사망자의 등·초본을 교부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반복됐다. 즉, 잠글 수 있는 법은 있되 열 수 있는 법은 없는 ‘반쪽짜리 제도’가 수년간 운용돼 온 것이다.

이에 2023년 12월 국회에서 주민등록법이 개정돼 교부 제한을 해제할 수 있는 근거가 비로소 신설됐지만, A씨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내용이다.

개정법과 시행령이 상정한 해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피해자(신청자) 본인이 직접 해제를 신청하는 경우,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본인이 신청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신청인이 진짜 피해자’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A씨처럼 교부 제한을 신청한 사람 자체가 가정폭력 가해자이고, 오히려 제한 대상자(A씨)가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진짜 피해자인 경우는 어디에도 규정돼있지 않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를 가장해 제도를 악용한 경우에 대한 직권 해제나 이의신청 절차가 여전히 부재한 것이다.

물론 보호 대상이던 피해자가 가해자로 판명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다만, 이번처럼 제도의 허점에 갇힌 피해자를 돕기에는 현행법이 가진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최소한의 사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사 결과가 확정됐거나, 상담소 확인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된 경우에는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 원칙은 유지하되, 수사 결과나 법원 판단이 명확히 나온 사안에 대해선 일정 요건 아래 행정 조치를 재심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요시사>는 9일 A씨에게 사실관계를 질의하기 위해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그가 이전에 같은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0월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지난해 5월 작성글에서 “그날 아내와 말다툼이 있었고, 아내의 전 남편 자녀가 이를 몰래 촬영했다”며 “그러나 영상에는 아내의 욕설은 빠지고 제가 큰소리를 내는 장면만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을 근거로 A씨는 아동학대 혐의 피의자로 구청과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으나, 최종적으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이 뇌경색으로 인한 편마비 환자임을 강조하며 “저는 가정폭력을 저지를 힘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오히려 B씨가 시어머니에 대한 폭력과 흉기를 이용한 위협, 아이 앞에서의 자해 등 A씨와 자녀에 대한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를 저질러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구청 조사에서는 B씨가 ‘피의자’로 분류됐고, 경찰에서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아내는 병든 남편과 살기 싫다며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해 왔고, 과거 흉기로 위협하거나 아이 앞에서 자해하고, 본인의 어머니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라며 B씨의 여성 쉼터 입소 자격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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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