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백화점’ 김병기 “제명? 재심 청구할 것” 반발

“의혹, 사실 될 수 없어” 심경 토로
윤심원 “일부 사유로도 제명 해당”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당 윤리심판원에서 제명이 의결되자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며 반발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며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재심 청구가 예고되면서 제명 처분은 다소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리심판원 결정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한 뒤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현직 국회의원의 제명은 정당법 제33조에 따라 당헌 절차 외에 당 소속 국회의원 2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김 의원의 경우 민주당 의원 총 163명 중 82명 이상이 동의해야 제명 처분이 최종 확정된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전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9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한 뒤, 오후 11시를 넘겨서야 의결을 마쳤다. 김 의원은 회의에 직접 참석해 일부 사안에 대해 ‘징계 시효 소멸’을 중심으로 적극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규 제7호 제17조는 성범죄를 제외하고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부 사안의 징계 시효 완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징계 시효 완성 여부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징계 시효가 완성된 사실들도 징계 양정에 참고자료가 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수 개의 징계 사유만으로도 제명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강선우 의원 공천 헌금 관련 대응 및 묵인 논란 ▲전직 동작구의원 공천 헌금 수수 의혹 ▲장남의 국가정보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 논란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논란 등을 포함한 13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논란이 잇따르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김 의원은 “제명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손으로 탈당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공천 헌금 의혹으로 함께 거론되는 강 의원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서울시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김경 후보자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논란이 불거진 뒤 자진 탈당했지만, 민주당은 제명 처분을 의결한 바 있다.

탈당은 당원이 스스로 당적을 이탈하는 행위인 반면, 제명은 당이 당헌·당규에 따라 당적을 박탈하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민주당 당규 제2호 제11조는 제명된 자 또는 징계 회피를 위해 탈당한 자에 대해 5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복당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령 기간이 지났더라도 향후 복당 심사에서 불이익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김 의원이나 강 의원 같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 탈당이나 제명 이후에도 의원직은 유지된다.


김 의원의 제명 처분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의혹을 덮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비판에 나섰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가 아닌 진실규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명으로 선을 긋는 순간, 그것은 사실상 증거인멸의 출발선에 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천 헌금과 수사 무마 의혹의 전모, 핵심 문건 유실 경위, 윗선 개입 여부를 성역 없이 밝히기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며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면 특검이 정쟁의 도구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정가에선 민주당이 제명 절차를 신속히 밟는 배경에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판단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내에선 김 의원의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공개 발언도 이어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당원과 의원들의 요구가 애당심의 발로라는 것을 김 의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본인이 그토록 소중히 여겨온 ‘애당의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보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도 지난 8일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 합동 토론회에서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면서 당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선당후사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자진 탈당을 거부한 것을 두고, ‘징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수위 조정도 꾀하려는 셈법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윤리심판원 규정상 징계 처분은 최고 수위인 제명을 비롯해 당원 자격정지·당직 자격정지·경고로 구분되며, 재심 결과에 따라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재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당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징계권 등 지도부 차원의 추가 대응 가능성도 제기된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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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