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위액트 함형선 대표 & 전혜수 활동가

다시 뛰는 구조견 입양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물을 ‘반려’로 들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 그 삶을 책임지는 내내 안고 가야 할 감정의 무게도 작지 않다. <일요시사>는 인간에게 학대받던 동물이 인간에게 구조돼, 인간과 부대끼는 과정을 동물구조단체 위액트와 함께 따라가 봤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사무실에서 함형선 위액트 대표와 전혜수 활동가를 만났다. 함 대표는 출산을 앞둔 상태라 몸이 무거운 와중에도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 답변을 통해 위액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턱 낮춰

사단법인 위액트는 동물구조단체로, 지난해 3월 경북에서 산불이 났을 당시 고립된 개, 고양이, 염소 등을 구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동물 학대, 유기 등의 제보를 받으면 사전 조사를 거쳐 구조팀을 구성, 전국 어디로든 달려가는 단체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위액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게 구조팀이 아니라 임보(임시보호)·입양팀이라는 점이다.

함 대표는 “위액트가 만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구조, 임보, 국내·해외 입양 등 모든 일을 팀원 전체가 다 같이 했다. ‘위액트팀’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팀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생긴 게 임보·입양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위액트의 입양, 임보 절차는 우리의 프라이드이자 강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 위액트의 동물 입양 절차는 동물구조단체 중에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으로 알려져 있다. 위액트 입양팀은 구조 동물이 어떤 가족의 품에 안겨야 가장 행복하게 평생 살아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대기업 채용 과정에 버금가는 절차를 통해 입양자의 ‘진심’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다.


먼저 위액트 SNS나 신문 등을 통해 공고로 올라온 구조 동물을 확인한다. 입양 의사가 있는 사람은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입양 신청서 첫머리에는 “깊이 고민해 내린 결정이신 만큼, 신청서에 그 마음을 담아주시길 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입양자의 진심과 결심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신청서에는 구조 동물을 입양하고 싶은 이유를 비롯해 신청자의 정보 등을 묻는 질문이 있다. 주거 환경, 가족 구성원 정보,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 구조 동물을 입양한 뒤 경제적으로 비용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인근의 동물병원 유무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 구조 동물 입양 후 변화할 삶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재해달라고 요청했다.

질문 내용을 보면 신청자의 삶 전반이 드러난다. 생활 수준부터 마음가짐까지 신청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구조 동물이 생활하게 될 공간, 즉 신청자의 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한다. 신청자로선 상당히 부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웬만한 마음으로는 입양은 엄두조차 못 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입양 신청서가 통과되면 화상 면접, 트라이얼 등의 과정이 이어진다. 트라이얼은 위액트의 입양 절차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전 활동가는 “2주 동안 신청자와 구조 동물에게 미션을 준다. 이 미션에 대한 내용을 주마다 수행해서 위액트에 주면 다시 우리가 피드백을 주고 보완을 요청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구조 동물과 신청자가 함께 살아갈 공간에서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트라이얼 과정까지 마치면 최종 면접을 통해 입양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까지 약 한 달가량 소요된다. 이후 입양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기까지는 또 6개월이 걸린다. 한 마리의 구조 동물을 입양하는 데 반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셈이다.

함 대표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1400두의 구조 동물이 입양됐다. 국내와 해외 입양 두수를 따로 분류한 게 2021년 이후부터라 전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국내에서 파양된 수는 3건”이라며 “기적적인 숫자”라고 말했다. 3건의 파양에 대해서는 임신, 경제, 건강 등 입양자의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경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00두 이상 구출
절차 간소화로 매력도 업


현재의 입양 절차가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위액트는 최근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했다. 위액트 입양 절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트라이얼 과정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함 대표는 “트라이얼 과정은 입양 신청자들에게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 덕분에 내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면서 고마움을 표하는 분이 있고 ‘이 개만 입양하고 다시는 위액트랑 얽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며 “트라이얼 자체가 계속 검증받는 과정이라 (신청자 입장에서는) 시험받는 기분이 들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위액트는 지난해 10월 논의를 통해 지난 12월 입양부터는 트라이얼 절차를 없애기로 했다. 함 대표는 구조 동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구조 동물이 똑같이 입양 시장에 나왔을 때 신청자가 위액트의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입양을 포기하는 사례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함 대표는 “구조 동물의 매력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개는 너무 키우고 싶은데 저 절차대로 하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매력이 떨어지지 않나. 절차로 애들의 매력을 깎아내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지난 10월부터 논의하기 시작해 12월 초부터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절차가 복잡하면 구조 동물이 좋은 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입양 기회가 줄어들고, 절차가 간소화되면 기회는 늘어나지만 검증이 약해질 수 있다. 위액트의 결정은 상당한 딜레마를 안고 시작한 셈이다. 그럼에도 결정을 밀고 나가는 건 교묘하게 변형된 방식으로 동물을 입양, 판매하는 신종 펫숍, 신분증만 있으면 바로 입양이 가능한 시 보호소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전 활동가는 “강아지, 품종견, 흰 모색이 입양이 잘된다. 성북구에서 구조한 강아지는 입양하고 싶다는 신청서가 100건 넘게 들어오기도 했다. 거꾸로 말하면 성견, 믹스, 털이 하얗지 않은 개는 입양이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절차가 간소화된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이 아이들의 매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입양이 잘 안 되는 ‘진도믹스’에 대해 언급했다. 전 활동가와 함 대표는 “(진도믹스는) 정말 깨끗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에서 진도믹스 견을 키우고 있다는 함 대표는 “물건을 물어뜯는 저지레가 거의 없다. 또 실외 배변을 선호하기 때문에 굉장히 깔끔하다. 점잖고 조용하다”고 진도믹스의 매력을 늘어놨다.

함 대표는 “매년 그랬지만 지난해는 더 많이 달린 해다. (지난해) 1월 초부터 10마리 이상의 대규모 구조가 있었고 산불로 한 달 넘게 경북, 경남을 오갔다. 지난해 구조한 개가 200마리 정도다. 위액트는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2025년은 또 다른 성장을 한 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해를 잘 마무리한 점에서 뿌듯함도 있고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무서움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아, 올해 위액트 진짜 잘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더 많은 기회

전 활동가는 “트라이얼을 없앤 만큼 입양 문턱을 낮추고 소통방식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더 많이 문 두드려 주셨으면 한다. 신혼부부, 1인 가구 등은 입양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집을 비우는 시간이라든지, 자녀 문제 등 우려되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건지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비가 돼있으면 충분히 입양 가능하니 많이 신청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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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