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킹으로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2025년 12월 초, 이 책이 인쇄되고 있는 현시점의 ‘쿠팡 사태’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우리 사회를 강타하는 중이다. 무려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 연 40조원이 넘는 매출의 대기업조차 그토록 허술하고 부실한 보안 관리 체계를 꾸려왔다는 사실에 모두가 경악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같은 시점에 디지털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외부 해킹 세력의 공격으로 54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증발했다. 바로 그때 가정집 안에 달린 ‘홈캠’ 12만여대를 해킹한 뒤 해외에 성 착취물로 팔아넘긴 범죄자 4명 역시 검거됐다.
사이버범죄는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시시각각 파괴하고 있다. 대체 왜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는가? 한국은 왜 ‘보안 공백’의 나라, 아니, 아예 보안이란 개념 자체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나라가 되어 버렸는가?
이 책은 지금껏 해킹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을 전면적으로 무너뜨린다. 우리가 해킹의 절박한 위협을 얼마나 똑바로 인식하지 못했는지, 한국이 이 문제에 얼마나 어설프고 안이하게 대처했는지를 총체적으로 밝혀낸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해킹이 심각해진 요인과 양상, 기술적·문화적 배경과 토양, 그 범죄의 정확한 실태와 장기적 전망에 관해 이토록 치밀하고 철저하게 다룬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그야말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첫 번째 책, 첫 번째 지적 결실이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다.
이것부터 명확히 짚어둬야 한다. 우리는 해킹을 모른다. 모두가 안다고 생각했을지언정, 실인즉 아무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정확히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이 책에 따르면, 무엇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버범죄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전체 해킹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해킹을 당해도 신고하지 않는 국내 기업이 열 곳 중 아홉 곳이 넘는다는 사실은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단 사이버공격을 당했던 피해 기업들이 숨긴다. 우리 정부는 그 기업들을 구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우리 정치권과 언론은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할 의지도, 능력도 전무하다. 그래서 정형화된 재난의 공식이 모두를 포위해 버렸다.
SK텔레콤, 삼성전자, KT, LG유플러스, 인터파크, 올리브영, 롯데카드, KB국민카드…. 이런 대기업들이 해킹당한 게 알려지고, 정부와 정치인들이 제재를 논하면서 호통을 치고, 기업들의 대표나 임원은 고개를 숙이고, 시민들은 분노한다. 지금 몇 년째 반복되면서 뉴스와 포털을 장식하는 레퍼토리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대체 왜 해킹당한 기업들이 신고하지 않는가? 왜 절대다수의 기업은 해커들이 원하는 대로 ‘몸값’을 지불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사태를 마무리하려 하는가? 저자들은 해킹 피해기업들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그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그것이 <한국은 해킹되었습니다>를 낳은 첫 번째 의문이었다.
해킹 사태가 ‘한국 사회의 가장 곪아버린 환부’임을 깨달았다는 세 저자의 치열한 기록은 우리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 책을 집어들 독자들이 먼저 그것을 확인할 차례다. 이 책은 한국의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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