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사업에 낀 김건희 측근들 막전막후

“돈만 되면 무속·브로커 꼬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수차례 원조를 진행했다. 이 계획은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전부터 언급했던 내용이다. 실제 윤석열정부 초부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이 시작됐다. 용산 참모들과 주무 부처 등은 자금 회수 불투명을 우려했다. 지원이 강행된 내막에는 ‘김건희의 입김’이 존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일가. 이른바 김건희 일가의 비리에는 사이비 종교, 무속이 자주 등장한다. 해외 원조 사업에도 개입한 의혹은 최근 드러났다. 공적개발원조(ODA)에 통일교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주무 부처 안팎에서는 시작부터 수상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시작부터
의심 눈초리

윤석열정부는 ODA 공여국 세계 10위를 약속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통해 개발도상국 간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목표였다. EDCF는 개발도상국에 저리로 장기간 자금을 빌려주는 원조 제도다. 지원금을 받은 개발도상국은 항구, 다리, 도로, 댐, 병원 등 시설을 짓게 된다.

이 같은 지원은 국가 간 약속이자 사업인 만큼 철저한 심의가 요구된다.

EDCF 운용위원회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제7조를 바탕으로 지원 효율성과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평가한다. 하지만 윤정부의 EDCF 사업은 심의 과정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와 우크라이나 EDCF는 이권 청탁, 주가조작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이 캄보디아에 제공한 EDCF 차관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로 불공정성이 알려졌다. 캄보디아 EDCF 사업이 통일교의 로비로 인한 특혜성 지원이라는 혐의가 제기된 것이다.

통일교 2인자로 알려졌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지난 2022년 3월22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소개로 당선자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통일교가 메콩강 핵심 부지에 종교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공적원조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7월 6000만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2개 등을 김건희씨에게 전달했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실제 윤정부는 캄보디아 EDCF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약 9730억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30억달러(2022~2030년)로 증액했다.

윤정부 때 EDCF 사업을 수주했거나 수주를 시도했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도 특혜 논란의 주인공이다. 희림은 김씨가 대표인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때 설계·감리를 맡았던 만큼 정권과 유착관계가 깊은 것으로 의심받은 기업이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와 김씨를 연결한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메시지에 “희림 대표도 같이 한번 뵙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캄보디아 사업 불투명한데도 추진
정부 논의 전 주가조작범·사이비 종교인 설쳐

<한겨레21> 단독 보도에 따르면 희림은 EDCF로 지원한 캄보디아 국립의과대학 부속병원 건립 사업에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참여 시점은 2021년이다.


희림은 윤정부에서 2023년 7월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잔지바르에 60㏊ 규모의 기업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희림이 탄자니아와 이 사업을 약속하고 2년이 지난 뒤 EDCF 지원이 논의된다.

수출입은행은 이 사업에 EDCF 지원을 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지난 7월31일 발주했다.

또 희림은 2022년 케냐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망 구축 및 교차로 개선 사업과 같은 해 우즈베키스탄 화학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사업에 컨설턴트 역할로 참여했다. 2023년 탄자니아 잔지바르 빙구니 병원 및 훈련센터 사업, 지난해에는 모잠비크 베이라 및 펨바 국제공항 현대화 사업 등의 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주했다.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EDCF 지원도 주가조작의 뇌관이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2023년 윤정부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부차시 하수처리시설 ▲카호우카 댐 재건 지원 ▲철도 노선 고속화(키이우~폴란드 등)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김씨 주식 계좌 관리인이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2023년 5월14일, 해병대 예비역 단체 대화방인 ‘멋쟁해병’에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틀 뒤 윤석열 부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배우자와 만났다. 이때부터 웰바이오텍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통일교 개입
동남아 지원

이어진 윤정부의 EDCF 논의는 지속해서 관련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한다. 2023년 5월17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만나 EDCF 추가 지원을 약속하는 방안에 가서명했다.

같은 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삼부토건 인사와 함께 폴란드에 가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했다.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 주가는 이 시기에 상승했다.

윤정부는 지난해 4월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 21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약정도 했다. 약 3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차관 협정 직전인 4월9일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건설사와 우크라이나 내 주택사업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발표 당일 주가가 17%가량 올랐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도주했던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겸 웰바이오텍 회장)을 검거했다. 이 부회장이 이끈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과 함께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하던 무렵 전환사채(CB) 발행·매각으로 투자자들이 약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공조해 오후 6시14분께 이 부회장을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7월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지 55일 만이다. 그는 차량으로 압송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이 부회장은 2023년 5∼9월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가담해 수백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를 받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부토건 측은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뿌려 재건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주가조작과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특검팀은 7월14일 이 부회장과 함께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조성옥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회장과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다만 조 전 회장에 대해선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이 회장과 이 전 대표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조 회장은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의 기획자이자 주범으로 지목된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여태 잠적해 왔다. 그가 밀항을 시도한다는 정보도 나돈 바 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 조사를 토대로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김씨의 연관성을 규명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의 계좌 관리를 맡기도 한 그는 삼부토건 측과 김씨 간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하지만 특검팀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이 전 대표를 별도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필리핀 지원은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의 압력으로 재개됐다. 필리핀 재무부는 2023년 11월 한국 정부에 EDCF 차관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필리핀 전역에 산재한 350곳에 모듈형 교량을 짓는 5억1000만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건설 사업인데, 필리핀 정부는 이 가운데 4억3900만달러(약 6117억원)의 차관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 사업은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이름이 들어갔을 정도로 필리핀 정부에 절실한 사업이었다. 필리핀 농촌 지역 350곳에 강철 모듈형 교량을 건설해 농민과 농산물이 이동할 수 있는 농로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2028년까지 루손섬에 210개, 비사야스섬에 88개, 민다나오섬에 53개의 다리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부실·부패 가능성에 필리핀 "지원 불가" 결론
권성동, 최상목에 압력 행사해 판단 여러 번 뒤집어

필리핀 정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차관 신청서를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차관을 신청하고 한 달 뒤인 2023년 12월 직접 농업개혁부 장관과 차관을 한국에 보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하고, 같은 달 7일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과 EDCF 기금을 운용하는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면담했다.

이 사업에는 필리핀 LCS그룹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기재부는 필리핀의 요청을 받고 해당 사업의 EDCF 지원 여부를 수개월 동안 심의했으나 참여하려는 기업이 없었다. 기재부는 사업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 등으로 2024년 2월 “EDCF 지원이 곤란하다”고 결론 냈다. 특히 기재부가 사업 지원을 거절한 결정적인 이유는 부실·부패 가능성 때문이다.

해당 사업에 현지 컨설턴트로 참여한 필리핀 현지 기업 A사는 과거 비슷한 교량 건설사업에서 부실공사를 했고 부정부패 의혹이 있었다. 이 회사는 1996년 200개 교량을 설치하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가 납품 논란을 일으켰고, 도로와 연결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교량을 설치하는 등 부실공사 문제로 말썽이 됐다.

그러나 권 의원은 당시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지원을 다시 검토해달라”며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에 EDCF를 지원하면, 그 대가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채굴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국내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권 의원이 직접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이 참여 의향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권 의원의 압박에 결국 EDCF 기금을 운용하는 수출입은행의 필리핀 사무소가 5월 필리핀 농업개혁부 차관과 면담을 했다. 필리핀은 이 사업이 필리핀 정부의 최우선 사업이며, 권 의원이 언급한 대우건설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선정한 사업 대상지 350곳은 엄격한 검토를 거쳐 선정한 곳이라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재확인한 결과 대우건설은 사업지가 너무 많아 관리 측면에서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우려에도
압박·강행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행스러운 점은 사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은 단계여서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등의 사업비는 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자그마치 7000억원 규모의 혈세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고, 부실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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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