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사업에 낀 김건희 측근들 막전막후

“돈만 되면 무속·브로커 꼬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수차례 원조를 진행했다. 이 계획은 윤 전 대통령이 임기 전부터 언급했던 내용이다. 실제 윤석열정부 초부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이 시작됐다. 용산 참모들과 주무 부처 등은 자금 회수 불투명을 우려했다. 지원이 강행된 내막에는 ‘김건희의 입김’이 존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일가. 이른바 김건희 일가의 비리에는 사이비 종교, 무속이 자주 등장한다. 해외 원조 사업에도 개입한 의혹은 최근 드러났다. 공적개발원조(ODA)에 통일교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주무 부처 안팎에서는 시작부터 수상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다.

시작부터
의심 눈초리

윤석열정부는 ODA 공여국 세계 10위를 약속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을 통해 개발도상국 간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목표였다. EDCF는 개발도상국에 저리로 장기간 자금을 빌려주는 원조 제도다. 지원금을 받은 개발도상국은 항구, 다리, 도로, 댐, 병원 등 시설을 짓게 된다.

이 같은 지원은 국가 간 약속이자 사업인 만큼 철저한 심의가 요구된다.

EDCF 운용위원회는 대외경제협력기금법 제7조를 바탕으로 지원 효율성과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도움이 되는지 등을 평가한다. 하지만 윤정부의 EDCF 사업은 심의 과정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대표적으로 캄보디아와 우크라이나 EDCF는 이권 청탁, 주가조작 의혹 등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이 캄보디아에 제공한 EDCF 차관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수사로 불공정성이 알려졌다. 캄보디아 EDCF 사업이 통일교의 로비로 인한 특혜성 지원이라는 혐의가 제기된 것이다.

통일교 2인자로 알려졌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지난 2022년 3월22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소개로 당선자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통일교가 메콩강 핵심 부지에 종교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공적원조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7월 6000만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2개 등을 김건희씨에게 전달했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실제 윤정부는 캄보디아 EDCF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약 9730억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30억달러(2022~2030년)로 증액했다.

윤정부 때 EDCF 사업을 수주했거나 수주를 시도했던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도 특혜 논란의 주인공이다. 희림은 김씨가 대표인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때 설계·감리를 맡았던 만큼 정권과 유착관계가 깊은 것으로 의심받은 기업이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와 김씨를 연결한 것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메시지에 “희림 대표도 같이 한번 뵙겠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우크라이나·캄보디아 사업 불투명한데도 추진
정부 논의 전 주가조작범·사이비 종교인 설쳐

<한겨레21> 단독 보도에 따르면 희림은 EDCF로 지원한 캄보디아 국립의과대학 부속병원 건립 사업에 컨설턴트로 참여했다. 참여 시점은 2021년이다.


희림은 윤정부에서 2023년 7월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잔지바르에 60㏊ 규모의 기업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그런데 희림이 탄자니아와 이 사업을 약속하고 2년이 지난 뒤 EDCF 지원이 논의된다.

수출입은행은 이 사업에 EDCF 지원을 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지난 7월31일 발주했다.

또 희림은 2022년 케냐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망 구축 및 교차로 개선 사업과 같은 해 우즈베키스탄 화학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사업에 컨설턴트 역할로 참여했다. 2023년 탄자니아 잔지바르 빙구니 병원 및 훈련센터 사업, 지난해에는 모잠비크 베이라 및 펨바 국제공항 현대화 사업 등의 타당성 조사 용역을 수주했다.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EDCF 지원도 주가조작의 뇌관이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2023년 윤정부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키이우 교통 마스터플랜 ▲우만시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보리스필 공항 현대화 ▲부차시 하수처리시설 ▲카호우카 댐 재건 지원 ▲철도 노선 고속화(키이우~폴란드 등)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김씨 주식 계좌 관리인이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2023년 5월14일, 해병대 예비역 단체 대화방인 ‘멋쟁해병’에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틀 뒤 윤석열 부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배우자와 만났다. 이때부터 웰바이오텍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통일교 개입
동남아 지원

이어진 윤정부의 EDCF 논의는 지속해서 관련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한다. 2023년 5월17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과 만나 EDCF 추가 지원을 약속하는 방안에 가서명했다.

같은 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삼부토건 인사와 함께 폴란드에 가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했다.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 주가는 이 시기에 상승했다.

윤정부는 지난해 4월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 21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는 약정도 했다. 약 3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이 차관 협정 직전인 4월9일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건설사와 우크라이나 내 주택사업 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발표 당일 주가가 17%가량 올랐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도주했던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겸 웰바이오텍 회장)을 검거했다. 이 부회장이 이끈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과 함께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하던 무렵 전환사채(CB) 발행·매각으로 투자자들이 약 4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와 공조해 오후 6시14분께 이 부회장을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7월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지 55일 만이다. 그는 차량으로 압송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이 부회장은 2023년 5∼9월 삼부토건 주가조작에 가담해 수백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자본시장법)를 받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부토건 측은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뿌려 재건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주가조작과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특검팀은 7월14일 이 부회장과 함께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조성옥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회장과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다만 조 전 회장에 대해선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이 회장과 이 전 대표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조 회장은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의 기획자이자 주범으로 지목된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여태 잠적해 왔다. 그가 밀항을 시도한다는 정보도 나돈 바 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 조사를 토대로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김씨의 연관성을 규명해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의 계좌 관리를 맡기도 한 그는 삼부토건 측과 김씨 간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하지만 특검팀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이 전 대표를 별도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필리핀 지원은 기획재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의 압력으로 재개됐다. 필리핀 재무부는 2023년 11월 한국 정부에 EDCF 차관을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필리핀 전역에 산재한 350곳에 모듈형 교량을 짓는 5억1000만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건설 사업인데, 필리핀 정부는 이 가운데 4억3900만달러(약 6117억원)의 차관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 사업은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이름이 들어갔을 정도로 필리핀 정부에 절실한 사업이었다. 필리핀 농촌 지역 350곳에 강철 모듈형 교량을 건설해 농민과 농산물이 이동할 수 있는 농로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2028년까지 루손섬에 210개, 비사야스섬에 88개, 민다나오섬에 53개의 다리를 놓는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부실·부패 가능성에 필리핀 "지원 불가" 결론
권성동, 최상목에 압력 행사해 판단 여러 번 뒤집어

필리핀 정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차관 신청서를 한국 정부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차관을 신청하고 한 달 뒤인 2023년 12월 직접 농업개혁부 장관과 차관을 한국에 보냈다. 이들은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와 면담하고, 같은 달 7일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과 EDCF 기금을 운용하는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면담했다.

이 사업에는 필리핀 LCS그룹이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기재부는 필리핀의 요청을 받고 해당 사업의 EDCF 지원 여부를 수개월 동안 심의했으나 참여하려는 기업이 없었다. 기재부는 사업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 등으로 2024년 2월 “EDCF 지원이 곤란하다”고 결론 냈다. 특히 기재부가 사업 지원을 거절한 결정적인 이유는 부실·부패 가능성 때문이다.

해당 사업에 현지 컨설턴트로 참여한 필리핀 현지 기업 A사는 과거 비슷한 교량 건설사업에서 부실공사를 했고 부정부패 의혹이 있었다. 이 회사는 1996년 200개 교량을 설치하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가 납품 논란을 일으켰고, 도로와 연결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 교량을 설치하는 등 부실공사 문제로 말썽이 됐다.

그러나 권 의원은 당시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지원을 다시 검토해달라”며 “필리핀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에 EDCF를 지원하면, 그 대가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니켈 광산 채굴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국내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권 의원이 직접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이 참여 의향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한다.

권 의원의 압박에 결국 EDCF 기금을 운용하는 수출입은행의 필리핀 사무소가 5월 필리핀 농업개혁부 차관과 면담을 했다. 필리핀은 이 사업이 필리핀 정부의 최우선 사업이며, 권 의원이 언급한 대우건설이 참여 의사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선정한 사업 대상지 350곳은 엄격한 검토를 거쳐 선정한 곳이라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재확인한 결과 대우건설은 사업지가 너무 많아 관리 측면에서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우려에도
압박·강행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행스러운 점은 사업이 아직 착수되지 않은 단계여서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등의 사업비는 지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자그마치 7000억원 규모의 혈세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고, 부실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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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