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 맛집에서

지난 12일 불금 저녁 폭우 속에도 60대 중반의 고등학교 동기 3명과 종로구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에 있는 등심을 잘하는 맛집을 다녀왔다. 우리가 맛집을 찾던 중 안내요원 띠를 두른 70대 어르신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과 주변 식당은 주로 젊은 청년과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포장마차 골목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송해거리에는 7-80대 노인이 주로 찾는 곳이다. 종로구청이 송해거리로 가야 하는데 잘못 찾아온 우리 같은 노인을 위해 포장마차 골목에 안내요원을 배치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 실장 출신으로 보험 관련 논문만 30여편 쓴 보험 박사 친구 R, 건강관리공단에서 기획,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건강 박사 친구 K, 서울시 초등학교 최연소 교감을 거쳐 10여년 동안 교장을 역임한 교육 박사 친구 Y, 그리고 필자까지 우리 4명은 주로 건강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먼저 보험개발원 출신 R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며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5위에서 7위 사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이때 R은 놀라지 말라면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세계 2위고, 노인빈곤율은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배경도 설명해줬다.

우리나라가 1950년대 전쟁 직후 평균수명이 50세가 채 되지 않았는데, 불과 70여년 만에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의료기술 발전, 경제 성장, 교육 수준 향상,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단명 국가에서 장수 국가로의 극적 변화를 이뤄낸 것은 너무도 잘한 것이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면서 생길 부작용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그는 정부의 노인정책을 지적했다. 그리고 고령사회에 맞는 연금, 노동시장, 주거정책 개선을 해야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장수 국가여서 노인 정책을 수십년간 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 사이 갑작스럽게 장수 국가가 돼 정부가 노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짧아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재명정부가 청년 문제와 함께 노인 문제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니 기대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건강관리공단 출신 K가 “우리나라가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자살률이 가장 높아 삶의 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K는 우리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고,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매일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고, 특히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면서 본인은 서울대병원 담당 주치의한테 자신의 건강을 다 맡기고 주치의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필자도 한마디 했다. “건강한데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게 최근 의학·심리학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라며, 지나치게 건강을 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불안이 늘어나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으니 건강을 챙기되 과유불급을 삼가자고 했다.

필자 말에 R도 거들었다. 예전에는 “건강을 지키려면 노력해야 한다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지나친 건강관리가 건강을 해친다는 역설이 등장했다”며 ‘수명의 65%는 부모의 DNA에 따라 결정되며, 건강은 타고난다’는 최근 보고서가 있다면서 35%를 지키기 위해 너무 지나친 건강관리는 오히려 항체형성도 안 되고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K가 “장수 집안이 평균적으로 수명이 긴 건 사실이지만, 흡연·음주, 식습관, 운동 여부, 사회적 관계망, 교육 수준, 의료 접근성 등이 건강 수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며 “‘수명의 65%는 DNA로 결정된다’는 주장은 믿을 만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국민건강보험 출신다운 말을 했다


필자도 장수시대에 노인으로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바로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 즉 버킷리스트 10가지를 작성해 하나씩 도전해보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필자도 곧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자 R은 버킷리스트 10개 중 한 개는 이미 정했다면서 다음 주 조용하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중 5개 이상을 해외 역사 탐방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K는 “나는 친구들을 좋아하니 친구들과 같이 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우리 4명은 고깃집을 나와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포장마차도 들렀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주잔을 들고 ‘건강을 위하여’ 라는 구호와 함께 건배도 했다. 그때 옆 테이블의 한 젊은 청년이 필자에게 “아버님 연세로 보이시는데 너무 멋있다”며 “자신의 부모님은 암 치료를 위해 요양원에 계신다”며 우리를 부러워했다.

포장마차를 나와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고깃집에서도 포장마차에서도 한마디 없던 교장 출신 Y가 밤늦게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그가 작사·작곡한 ‘부모님 사랑의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식과 조카를 교육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멘트도 있었다. Y는 본인이 작사·작곡한 ‘선산에 담긴 사랑’이라는 가사도 단톡방에 올렸다.

우리 세 친구는 추석을 앞두고 자식과 조카를 위해 멋진 선물을 준비한 Y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필자는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여러 생각을 해봤다.

세계 2위 장수 국가에 살지만, 세계 1위 노인빈곤율의 상황을 극복하는 게 당분간 국가가 책임지기 쉽지 않으니, 우리나라 노인 스스로 무엇을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국가와 사회 정책과 시스템이 평균수명을 올려 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R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해보고, K처럼 꾸준히 건강 체크도 하고 운동도 하고, Y처럼 조상을 기리며 자식과 조카 교육도 시키고, 필자가 언급했듯이 버킷리스트도 작정해 도전해보고,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장수 국가에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부도 세계 2위 장수 국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빈곤 노인이 원하는 게 돈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돈이 없어서 자살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없고 자식한테까지 외면받을 때 자살한다는 점을 잘 새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익선동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법정동으로, ‘더할 익(益)’과 ‘착할 선(善)’을 합쳐 ‘예전보다 더 좋은’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우리는 익선동에서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건강에 대한 담소를 니눌 수 있어 행복했다.

Y가 작사·작곡한 노래 두 곡이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 소개한다.

 

<부모님 사랑의 노래>


                                 작사·작곡 윤경동

 

윤@@ 아버지, 넓은 품에 안아 자수성가, 평생을 헌신하셨네
5남 2녀 우리 모두에게 하늘 같은 믿음을 주셨네

오@@ 어머님, 인자한 미소로 살림을 지혜롭게 가꾸셨네
유머 속에 따뜻한 사랑으로 가족의 등불 되어주셨네

아, 우리 부모님 사랑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어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가난 속에 씨앗을 심으시고 풍요로운 삶을 일구셨네
7남매의 꿈과 희망 되어 길을 밝혀주신 그 발자취

당신들의 땀과 눈물이 우리 삶을 이루어 주셨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리


아, 우리 부모님 사랑 별빛처럼 영원히 빛나리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추억 속에 살아 계신 부모님 사랑 노래하리

 

<선산에 담긴 사랑>

                              작사·작곡 윤경동

홀홀단신 걸어가시던 길 열흘 넘게 산을 오르시며
조상 묘소 하나하나 찾아 정성으로 풀을 베셨네

아버님의 그 소원 하나 한 자리에 조상님 모시기를
막걸리 잔에 묻힌 한숨도 사랑으로 남아 있네

 

(후렴)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윤@@ 오@@ 그 마음 자식들이 가슴에 품으리

 

2
30년 전 형제들 함께 마침내 이루었던 그 뜻
서천 땅에 모신 선산 안에 가문의 뿌리 살아 있네

힘이 부쳐 못 한다 하여도 병든 몸에 걸음을 멈추어도
자식들의 손에 이어질 그 정성은 꺼지지 않으리

 

(후렴)

 

3
추석 달빛 고이 내려 풀꽃 사이 스며드네
벌초의 땀방울 속에 우리 집안의 사랑 있네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조상 대대로 흐르는 정성 후손들이 지켜 가리

추석 달 밝은 밤에 부모님 그 뜻 노래하리
디지털은 도구일 뿐, 본질은 기억이고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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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