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국힘 전대’에 바라는 네 가지

그 나물에 그 밥 목소리도 뻔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몰락해 가고 있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통해 변화를 만들려 하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 상황에서 현재까지도 윤석열을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당으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 속에서 아예 보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약체 야당
존폐갈림길

그간 한국의 보수 세력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자유민주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한국당 등 10여 차례 당명을 고치면서 나름 한쪽 진영의 위치를 지켜왔고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꿔 윤석열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난 22대 총선 대패, 여소야대의 정국을 이룬 가운데 21대 대통령선거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건국 이래 가장 약체화된 야당으로 전락,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 대처 방식도 비상 계엄 조치에 못지않게 열등했다. 당면한 위기 상황을 차원 높고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극복하는 대신, 불법 계엄을 옹호하며 정권 포기의 길을 택했다.

국민이 맡겨준 5년 임기의 정권을 3년 만에 포기해 버린 것이다.


한국 보수 세력의 법통을 승계한 국민의힘은 선진화된 국가를 제대로 끌어나갈 집권 철학을 세우고 국가를 시대정신에 맞도록 운영한다는 책임을 감당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정국이 여소야대 상황으로 바뀐 불리한 상황을 극복, 돌파하는 데 필수적인 내부 결속과 효율적인 당정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여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펼치는 특검 공세를 극복하는 데 절실히 요구되는 대응 선전 역량도 너무 취약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만 의존하다가 정권 수호에 꼭 필요한 거당적 단합과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도 못했다.

불법 비상계엄 전 윤석열의 집권 여당이 무위무능의 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21세기 한국의 국력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상당한 집권 철학의 부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남의 나라를 모방하면서 따라잡던 전술 국가를 넘어서서 다른 나라가 우리를 모방하면서 따라오게 만드는 전략 국가적 비전을 집권 철학으로 정립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8·22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를 끌어내려 하지만 대표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올 법한 목소리가 너무도 뻔한 만큼 큰 기대는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최근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방향을 얘기하는 (혁신안) 1호 안도 통과되지 않고 전당대회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고 탄식했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1호 안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지난 대선을 통해 법적·정치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공당으로서 계엄과 탄핵 사태를 사과해야 마땅한데 그 문제로 지금까지도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윤석열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당으로
‘이러다 와르르’ 보수 붕괴 걱정도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당 대표 후보 등이 보수 재건을 위한 비전 경쟁을 펼쳐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장악한 당의 기류는 정반대다. 윤희숙 혁신위가 마련한 쇄신책이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의 출당 문제든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니 갓 입당한 전씨가 “추종자 약 10만명이 이미 입당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당 대표로 만들겠다”면서 활개를 칠 수 있다. 극우 유튜버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당이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

친윤 세력 청산의 기치를 내걸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면서 혁신을 표방한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과 연대할 뜻을 비쳤다. 가뜩이나 국민의 외면을 받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관심도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다수 국민의 부아만 더 돋우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파’와 ‘찬탄(탄핵 찬성)파’ 간 대립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극우 논란 등 당 정체성 이슈와 인적 쇄신 범위에 대한 논란까지 맞물리며 이들 간 노선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 의원 등 5명이다. 아직 뚜렷한 1강 주자는 없지만, 김 전 장관이 여론 조사상 가장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 후보자라는 역량으로 등판한 것이고 안철수 의원은 상시 출마자로 정치적 인지도가 상당하나 당의 세력이 없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조경태 의원은 선수는 많으나 인지도도 낮고 지지 세력도 없으며 역대 의원 생활 동안 권력자의 옆에 있었지, 앞장서서 무엇을 해본 적은 없는 인물이다.

장동혁 의원은 1.5선, 주진우 의원은 초선으로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

한 불출마
그 여파는?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양일간 무선 100%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4.9%가 김문수 전 장관을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답했다.


장동혁 의원은 19.8%, 조경태 의원이 11.0%로 뒤를 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에서는 김문수 전 장관이 26.7%로 가장 높았고 조경태 12.6%, 장동혁 12.3%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조경태 의원이 23.5%로 1위에 올랐다. 김문수 전 장관은 16.8%, 안철수 의원은 10.7%를 기록했다. 민심과 당심이 상반된 결과를 보였지만 본경선에서는 당원투표가 80%에 달하는 만큼 지지층에서 1위를 차지한 김문수 전 장관이 본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네 자리가 걸린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제외) 선거도 총 15명이 출마해 달아오르고 있다.

최고위원 다선을 자랑하는 김재원 전 최고를 비롯해, ‘안철수의 오른팔’에서 윤석열로 갈아타려 했으나 버림당해야 했던 김근식 당협위원장, 그리고 정치권의 싸움닭 김소연 변호사, 강서구의 불사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김민수 전 대변인, 손범규 당협위원장이 출마했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김재원·김근식 후보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김 전 강서구청장과 김소연 변호사는 극우 애국 세력들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이번 전당대회에서 소정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강서구청장은 계엄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지켜드리자”라며 탄핵 반대 여론전에 나섰던 인사다. 2023년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집행유예형이 확정돼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특별사면된 뒤 10월 보궐선거에 재차 강서구청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해 윤석열정부의 결정적 실책으로 지목됐던 인사다.


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경기도 과천 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보낸 것을 두고 “과천 상륙작전”으로 치켜세우며 “계엄으로 한 방을 보여줬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김소연 변호사도 부정선거 음모론 진영에서 활약하며 계엄 직후 페이스북에 “구국의 결단,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적극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

신천지
개입설

손범규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류여해 전 최고위원과 함운경 당협위원장,  장영하 변호사도 출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1명의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오는 인물들도 전혀 신선하지 않다.

이렇듯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중 개혁적으로 국민의힘을 쇄신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후보들이 이런데 어떤 기대를 할 것인가?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전당대회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 대한 흥행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고, 새로운 인물의 부재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의 쇄신과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요한 기로에서, 과연 어떤 인물들이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이끌어갈까?

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가 ‘신천지 개입설’을 둘러싼 진실공방 논란으로도 혼란에 빠졌다. 논란의 중심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권성동 의원이 있다.

홍 전 시장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를 앞섰음에도 당원투표에서 참패한 배경에 대해 “신천지·통일교 소속 수십만 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윤 캠프 본부장이었던 권 의원을 겨냥했다. 권 의원은 이를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홍 전 시장은 이에 반박하며 2022년 8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직접 만났고, 이씨로부터 “경선 당시 신도 10만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자해극”이라며, 당의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같은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 가능성이 과거부터 제기돼왔다. 이번 신천지 개입설은 전당대회와 맞물리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당내 쇄신은 지지부진하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했고, 윤희숙 의원이 제안한 쇄신안도 사실상 묵살됐다.

지지율 상승 컨벤션 효과? ‘관심 뚝’
‘반탄 VS 찬탄’ 노선 경쟁 격화 예고

한편,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윤 어게인(Yoon Again)’ 운동과 전씨의 입당 움직임이 당의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반탄파 후보들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으며, 장동혁 의원은 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 예정이며 김 전 장관도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7월 17%까지 추락해, 전국지표조사(NBS)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3%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지지율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거부하는 당내 구주류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거 국면이 되면 이재명정부에 반대하는 국민이 국민의힘 외에 어디 갈 곳이 있겠냐는 생각이라면 큰 착각이다. 민심이 외면해 사라져 간 정당을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영남 자민련’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한 후에야 혁신한다고 나설 텐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의 재건을 꾀하려면 첫째,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국민의힘이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시대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당의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낮은 지지율은 전당대회의 흥행을 저해하고,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솔하게 소통하고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틀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 당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전당대회의 흥행을 이끌고, 당의 미래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당내 갈등과 분열은 국민의 실망감을 자아내고, 당의 쇄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당원들의 단결을 끌어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진솔한 노력이 필요하다.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여부는 당원들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달려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단순한 당내 경쟁의 장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 쇄신
왜 막나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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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