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비켜간 단지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수도권 분양시장이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이달부터 본격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맞물리며 수도권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확대되던 아파트값 상승세가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27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시장 내 자금 흐름이 재편되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수도권 및 규제 지역에 대한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6억원 초과 금액이 전면 금지되며, 수도권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은 원천 차단됐다.

자금 흐름
재편 양상

이번 대책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6억원 제한 ▲대출 만기 최장 30년 제한 ▲주담대 이용 시 6개월 내 전입 의무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담대 원칙적 금지 등이다.

해당 조치는 지난 6월28일부터 바로 적용됐으며, 수도권 전역에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주택담보대출 이용 시 6개월 내 전입이 의무화됐고, 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규제 이후 수요자들의 자금 운용이 한층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정부는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지난달 27일 이전 입주자 모집공고가 완료된 단지에는 종전 대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대출 규제를 피하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이달부터 수도권에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 제도는 실제 이자보다 1.5%p 높은 금리를 적용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한도는 기존 대비 10~3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담대 한도 6억 제한 등
가계부채 관리 방안 시행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단지들은 반사이익이 기대되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민간임대 주택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대출 관련 부담이 없는 실거주 중심의 대안 주거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대책)’ 실행 이후 부동산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중저가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0억~12억원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동대문구, 서대문구와 경기 성남, 하남 등에 실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준주택으로 분류돼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오피스텔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택 가격의 절반가량을 대출받을 경우 10억~12억원대 아파트는 주담대를 6억원까지 제한받아도 구매할 수 있다. 12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려던 수요가 그 아래 가격대 아파트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5909만원이었다. 서대문구와 동대문구는 각각 10억2535만원, 9억4753만원을 나타냈다.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이나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뉴타운 등지의 10년 된 아파트(전용면적 59~84㎡) 시세가 11억~12억원에 형성돼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내 평균 아파트값이 12억원대 미만인 지역에도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거형 시장
풍선 효과도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접근성이 좋은 인기 지역인 성남과 하남 등에서도 실수요 기반 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 분당구 대장동 ‘더샵판교포레스트12단지’ 전용 84㎡는 지난 1일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동 고층 가구가 10억3000만원에 거래된 단지다.

주담대 한도 6억원 규제에서 비켜간 주거형 오피스텔 시장에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아 주담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내부 구조가 비슷해 사실상 아파트 역할을 한다. 1~2인 가구 등의 임차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올해 들어 금리인하 기대가 나오며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는 반등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07% 올랐다. 도심권과 서북권은 각각 0.48%, 0.62% 뛰었다. 면적별로 4월과 비교해 전용 40㎡ 초과~60㎡ 이하(0.04%), 전용 60㎡ 초과~전용 85㎡ 이하(0.09%) 오피스텔이 플러스 변동률을 보였다.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지난 1월 4.90%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전세 사기 이후 ‘전세의 월세화’ 현상으로 월세가 가파르게 올라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위치한 새 오피스텔 선호도가 높다”며 “금리인하 기대로 월세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택 대출 규제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가로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하 기조로 상대적인 투자 가치가 높아진 가운데 최근 정부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에 제동이 걸리며 상가 시장도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상품의 매력이 낮아진 가운데, 아파트시장을 겨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지 내 상가 등 집합 상가는 탄탄한 고정 배후 수요를 토대로 꾸준한 순영업소득 상승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집합상가의 순영업소득은 전국적인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 임대 동향 순영업소득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집합상가의 ㎡당 순영업소득은 2만9670원으로 확인된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23% 증가한 수치다.

빌라 시장은
위축될 수도

전국 집합상가 순영업소득은 ▲2만3680원(2024년 3분기) ▲2만9310원(2024년 4분기) ▲2만9670원(2025년 1분기)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 비교적 투자 수요가 높은 수도권의 순영업소득은 모두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서울시 집합상가의 ㎡당 순영업소득은 5만6260원으로, 전 분기(5만5140원) 대비 2.03% 올랐다.

경기도도 같은 기간 0.32%(3만770원→3만870원)만큼 뛰었다. 특히 인천시는 전 분기 대비 2.66% 상승하며 수도권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빌라(연립·다세대)를 포함해 비아파트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90%→80%)이 강화되고 전세 퇴거 자금 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빌라 시장은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 재개발 투자도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6·27 대출 규제 미적용 단지.

▲덕소역 라온프라이빗 리버포레= 라온건설이 경기 남양주시 덕소뉴타운에서 선보이는 ‘덕소역 라온프라이빗 리버포레’가 정당계약 후 처음으로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29층 10개 동 총 999세대로, 전용 59·84·114㎡ 348세대가 일반 분양된다.

덕소뉴타운은 총 9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되며, 약 8500여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가 조성된다. 또 대규모 주거 단지를 비롯해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덕소뉴타운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곳은 경의중앙선·KTX 덕소역 북측에 자리한 5개 구역으로 ‘덕소역 라온프라이빗 리버포레’가 포함된다.

단지는 경의중앙선과 KTX가 지나는 덕소역이 도보 거리에 자리한 역세권 아파트다. 덕소역은 GTX-E, F 노선(계획)이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1월2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에 따르면 F 노선의 경우 D노선과 직결돼 덕소역에서 강남까지 환승 없이 한번에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덕소삼패IC가 바로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덕소삼패IC는 서울양양고속도로·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북부간선로·올림픽대로 등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서울 강동구와 잠실까지 2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남측으로 상업지역이 도보권에 자리한다. 롯데마트, 행정복지센터, 와부체육문화센터 등의 생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미사대교를 통한 미사강변도시로의 이동도 수월하며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 등도 인접한다. 바로 인근에 덕소초교가 있으며 와부중, 예봉중 등도 도보 거리에 있다. 남양주 명문 학교로 꼽히는 와부고와 덕소고도 인근에 자리한다.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롯데건설은 경기 김포시 풍무동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의 계약금을 분양가의 5%로 낮췄다. 지하 4층~지상 28층 높이로 9개 동, 전체 720가구 규모다. 면적·타입별 가구 수는 65㎡ A형 267가구, 65㎡ B형 134가구, 75㎡ A형 59가구, 75㎡ B형 39가구, 75㎡ C형 23가구, 84㎡ A형 98가구, 84㎡ B형 100가구다.

채광과 통풍을 고려해 전 가구를 남향(남동·남서)으로 배치하고, 방 3개가 발코니에 일렬로 배치된 4베이 판상형(일부 가구 제외) 위주로 단지를 구성했다. 전 가구에 팬트리 공간, 안방 드레스룸, 창고를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독서실, 피트니스클럽, 실내 골프클럽 등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시설도 갖췄다.

이번이 내 집 마련 기회?
오피스텔·상가 반사이익

단지에서 김포골드라인 풍무역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현재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선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연장이 확정되면 5호선까지 ‘더블 역세권’의 입지를 갖추게 된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김포시청, 김포시민회관 등이 단지와 멀지 않고 녹지 공간은 물론 김포시종합운동장, CGV 영화관 등 문화 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신풍초·풍무고와 사우동 학원가도 가깝다.

▲강남역 루카831= 강남에 들어서는 첫 번째 하이엔드 오피스텔 ‘강남역 루카831’이 분양 중이다. 지하 7층~지상 29층, 총 337호실 규모로 조성된다. 수요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용면적 100㎡가 넘는 준대형급 하이엔드 오피스텔과 1인 가구에 맞도록 설계된 소형 주거시설을 동시에 분양하고 있다.

최상층에는 루프톱 가든, 루프톱 인피니티풀이 들어설 예정이며 GX, 피트니스 센터 등 편의시설도 설계된다. 발레파킹, 하우스 키핑, 딜리버리, 케이터링 등 호텔급 프리미엄 컨지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며, 1~2층에는 프리미엄 상업시설을 조성해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강남역까지 도보 2분 거리로 초역세권 입지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강남대로와 테헤란로 중심의 오피스 업무지구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 인프라와 생활 인프라가 우수해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역 삼성타운을 비롯해 서초 법조타운 등 강남 주요 지역 접근성이 우수하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쇼핑시설은 물론 국립도서관과 예술의전당 등 문화시설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평촌 비바힐스= 초역세권 ‘평촌 비바힐스(구 비바힐스 호계)’ 주상복합 상가와 오피스텔 등이 9월 준공을 앞두고 분양 및 임대에 들어간다. 근린생활시설 외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아파트형 주택)로 시공되고 있는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지하는 모두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지상 1~3층 근린생활시설 46실, 4〜11층 오피스텔 72실(1.5룸, 2룸), 12〜15층 아파트형 주택(구 도시형 생활주택) 44세대(원룸, 1.5룸, 2룸)로 총 162개 호실로 구성된다. 주차는 125대가 가능하다.

가시성
접근성

오피스텔과 아파트형 주택(구 도시형 생활주택)은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주택 수 제외 혜택이 주어진다. 호계사거리 코너에 입지해 상가 투자의 성공 요소인 가시성과 접근성을 두루 갖췄다.

‘인덕원-동탄역 복선전철’은 안양시 인덕원역에서 의왕, 수원, 용인, 화성 동탄역까지 약 39㎞(38.968㎞)의 노선으로 총 18개 역이 들어설 계획이다. 노선이 지나는 지역은 인구만 도합 약 400만명(393만명, 통계청 2024년 4월 기준)에 달할 만큼 수도권 남부 주요 지역에 해당된다. 개통 시 안양 인덕원에서 화성 동탄까지 약 30분가량 소요되는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 한층 더 가까워지게 된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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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김민석 ‘이재명 그늘’ 득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하며 당심에 호소하고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쥐어진 이재명이라는 칼날은 분명한 자산이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독으로 작용할지, 득으로 작용할지 조금씩 해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긴다. 정치인은 외부를 향한 투쟁만큼 내부를 향한 투쟁에도 철저해야 한다”며 “이재명정부 국정 성공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위해 민주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더 끈끈한 당청 관계 이어 “이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절대 과제인 이정부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전 총리는 정청래 지도부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하지 못했다”며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당 추진, 검찰개혁 논의, 공천과 선거 전략에서 나타난 숙의 부족, 토론 부족, 절차 미비, 일관성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검찰개혁 엇박자, 6·3 지방선거 전략 등 정청래 전 대표의 과오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여당다운 여당을 만들어내겠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지도부의 노력을 동지적 관점에서 치하한다”면서도 “결과 책임은 정치와 정당의 기본 윤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 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 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바른 노선하에 당과 당원과 지지층을 통합하고 총선 승리로 달려가겠다”며 “1인1표 당원주권 행사에 모든 당원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압도적 결의로 당의 리더십을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도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이정부 초대 총리로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실무를 뒷받침해 온 경력을 필살기로 ‘검증된 파트너십’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역할’ 재정의 검증된 파트너십 호소 그는 최근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제1국가 과제”라며 적극 힘을 실었다. 국회 복귀 첫 지역 일정으로 메가 프로젝트가 실행되는 주요 지역인 충북 청주를 선택하며 이 대통령과 합을 맞추기도 했다. 출마 선언 이후 김 전 총리는 연달아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전당대회를 겨냥한 의제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검찰개혁이나 당원 주권 강화에 쏠려 있던 민주당의 흐름을 여당다움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7일 ‘균형발전을 넘어 지방주도성장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데 이어 이어 언론, 지역주도 성장, 금융 분야를 민주당이 추진해야 할 4가지의 개혁 과제로 꼽으며 연속 토론 기획에 나섰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주제를 전당대회에서 다루기 위한 ‘어젠다 세팅’이라는 게 김 전 총리의 설명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강성 당원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도 과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정 전 대표가 여권 강성 지지층의 최우선 의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 “보완수사권의 티끌마저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김 전 총리의 선명성이 상대적으로 흐려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다’는 점 역시 ‘이정부의 대리인’ ‘하수인’ 등 수동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의 필살기로 점찍은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논의를 “제헌절 전에 끝내자”며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강성 개혁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검찰개혁의 동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뜁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김용민이 정청래고, 정청래가 김용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검찰개혁이 더 절실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하지 않고 대신 제게 본인이 구상한 개혁 지도를 완수해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며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의 혁혁한 공로자인 김 의원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부족한 선명성? 그러면서 “김 의원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비롯한 사회대개혁 지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용민과 정청래가 손잡고 함께 달리겠다. 김용민과 정청래의 의기투합! 응원해 주고 함께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대원칙은 정해지지 않았나”라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대해선 더 이상 당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 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당내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이견이 노출되면 민주당이 정한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 등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누가 당원주권정당 1인1표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 누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앞장섰는가? 반대했는가?”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대표 시절 주도했던 1인1표제와 검찰개혁을 필두로 선명성을 부각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보완수사권 폐지에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되 혼란과 공백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입장이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대화와 토론에 중점을 맞춰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듣겠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일 처리 스타일과 선을 그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총리는 총리 역임 시절에 “보완수사권 폐지가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라며 “폐지안을 기본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 입장을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지침으로 여러 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일부 존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 뜻까지 포함해서 지금까지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진짜 ‘여당’ 정 심판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보완수사권 폐지 원칙은 지키되,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외부적 통제와 엄밀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분노한다”며 “개혁은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국민 앞에 더 투명하게 서게 하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한 검증의 원칙은 검과 경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폐지가 살인범 편들기라는 <조선일보>식 프레임은 조잡하다”며 “자극적 언어에도 금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같은 친정부 이미지가 오히려 김 전 총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은 안정성이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이정부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관리형 여당 대표’ 이미지가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할 때도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만들어낸 여러 성과가 있는데 김민석 국무총리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일 높이 평가하고 싶은 건 자살자 감소”라며 “올 초 통계부터 보면 월간 수백명 단위로 자살자가 줄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여당 다운 여당”과 “현재 당내에서 제가 총선, 대선, 지방선거를 다 직접 총괄 지휘해 보고 승리까지 이끌어 본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는 제가 갖고 있는 나름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2년 후 총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김 전 총리의 안정형 기조가 당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이대로라면 총선 필패’ ‘여당으로서의 책임’ 등을 외치고 있다. 지난 1년 민주당의 키를 쥔 선장에 대한 일종의 심판론”이라며 “2028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승리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라는 꼬리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 이대로 괜찮을까? 김 “폭탄 선언식으로 안 돼” 모든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달려 있다. 현재 민주당의 강경한 기조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 과제로 ‘실용 통합’과 ‘외연 확장’을 제시했다. 김 전 총리는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민주 진영의 통합과 연대, 중도로의 외연 확장 기조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일시적인 갈라짐이 있을 경우 통합했고, 지금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는 연대하지 않나. 그리고 국민회의로 집권한 뒤 새천년민주당을 만들어 중도·보수 인사를 대폭 영입했는데 이게 확장”이라며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당이 통합 대상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혁신당이 결정해야 한다”며 “거대 책임 정당인 민주당으로 성격이 같은 세력들이 결합할 때는 다 흡수 합당한다”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시도한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폭탄 선언식으로 해서 일을 그르쳤다”며 “과욕이었다. (그래서) 일이 꼬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 역시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안 그러면 다음 총선에서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며 “이번 전대(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신임 지도부는 국민에게도, 대통령과 정부에도, 국회 야당에도, 정말 여당다운 책임을 다할 지도부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총선을 해볼 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국민께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옐로카드를 보내셨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다음 총선은 레드카드”라고 경고했다. 송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지면 정권 재창출은 없다. 정권 재창출이 없으면 이정부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며 “(전당대회는) 누가 이정부와 협력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 대표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가 “선명성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현실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개혁을 꿈꿔온 당원들의 숙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체제를 더 굳건히 하는 중단 없는 개혁이 시대정신”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담 못해” 안갯속 당심 결국 ‘국정 안정 파트너’와 ‘당원 주권·개혁 선명성’ 중 어느 프레임이 당원 표심을 더 움직이는지가 이번 전당대회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뿌리 깊게 박힌 ‘정통성’과 ‘개혁 선명성’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김 전 총리의 남은 과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겸공’ 찾은 김민석, 김어준도 우군으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유튜버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김씨는 정청래 전 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그의 라이벌인 김 전 총리에게 해명의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당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방송을 통해 자신이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1초 늦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감기약 먹고 일부러 안 온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면서도 “소모적으로 계속할 일은 아니기에 이것부터 털고 가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영상이 있다”며 계엄 당일 김 전 총리가 국회 담을 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 인터뷰를 공개했다. 앞서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김 전 총리를 향해 ‘감기약 성분 의혹’을 제기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같은 김씨의 태도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정 전 대표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거나, 한쪽으로 쏠린 기조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