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배우 이시영이 전 남편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임신한 사실을 밝히면서, ‘미동의 임신’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시영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재 저는 임신 중”이라며 “결혼 생활 중 시험관 시술로 둘째 아이를 준비했지만 수정된 배아를 이식받지 않은 채 긴 시간이 흘렀고 이혼에 대한 이야기 또한 자연스럽게 오가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모든 법적 관계가 정리돼 갈 즈음, 공교롭게도 배아 냉동 보관 5년의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왔고, 폐기 시점을 앞두고 이식받는 결정을 제가 직접 내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상대방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한 무게는 온전히 제가 안고 가려 한다”며 “저는 늘 아이를 바라왔고 정윤이(첫째)를 통해 느꼈던 후회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으며 제 손으로 보관 기관이 다 돼가는 배아를 도저히 폐기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시영은 “앞으로 수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제 선택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저는 저에게 와준 새 생명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며,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앞으로 저에게 주시는 질책이나 조언은 얼마든지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히 받아들이겠다. 혼자서도 아이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깊은 책임감으로 앞으로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전 남편 조모씨는 이날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둘째 임신에 반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가 태어났으니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
이미 첫째와 자주 교류하며 가족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둘째 출산 후 양육에 필요한 부분은 협의해 각자의 역할을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민법 제844조는 ‘혼인 중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며, 이혼 후 출생 시 300일 이내라면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시영이 밝힌대로 법적 관계가 정리된 시기 즈음에 배아를 이식받아 임신했다면, 조씨의 동의와는 상관없이 법적으로 친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올해 초 서울 가정법원에 협의이혼 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부로 인정되면 양육비 부담도 필연적이다. 다만, 양육권 분쟁 가능성은 제기될 수 있다. 조씨가 양육권을 주장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조씨가 이미 “책임을 져야 한 다” 는 입장을 밝힌 터라 소송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한편, 이날 이시영의 임신 고백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갑론을박이 격렬히 벌어지고 있다. 쟁점의 핵심은 ‘동의 없이 임신’에 대한 윤리적 경 계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더라도 윤리적으로 문제 되는 일이다” “동의 없이 아이를 태어나게 한 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선택 아닌가” 등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한 누리꾼은 “전 남편의 동의를 무시한 건 그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친부가 돼도 아이의 정서적 부담은 누가 해결할까”라고 지적했다.
반면 응원하는 측은 “어머니가 아이를 원하는 마음은 누가 막을 수 있나. 폐기보다 태어나는 게 더 좋은 선택” “시험관 시술로 준비한 배아는 이미 ‘가족’의 일원이었을 텐데, 버리는 게 더 힘들었을 것” 등의 의견을 제기했다.
한 생명윤리학과 교수는 “배아 이식 시점에서의 동의 여부가 법적으로도 중요한데, 이미 냉동 상태인 배아는 부 부 공동의 의사로 보관된 것이므로 이를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정서적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상황이 복잡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따라서 초기 시험관 시술 시 배아 사용·폐기 등에 대한 사전 합의서 작성과 법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이라며 “한국은 수정란 관련 분쟁 사례가 없어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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