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정부여당의 섣부른 판단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정부여당 주도로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신속한 처리를 당부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추경 중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은 12조1709억원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 때부터 줄곧 주장했던 복지 공약이다. 원래는 ‘1인당 전 국민 25만원 지급’ 공약이었으나 보편적 지원보다 소득에 맞춘 차등 분배 주장을 수용해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까지 지원하는 안으로 확정됐다.

정부여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이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급속도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득 재분배 효과도 일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왜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힘이 빠진 상태서, 그것도 임시국회 마지막 날 밤에 추경안을 기습 처리했을까?

이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희망찬 꿈과 함께 시대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평등사회를 이루겠다고 주장해 왔다. 평등 사회는 가난한 사람이 없고, 못 배운 사람이 없고, 억울한 사람과 소외계층이 없는 사회, 그리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일컫는다.

그런데 평등은 모든 사람이 같은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뜻하지 않고, 사람의 권리와 의무와 자격 등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음을 정부와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

평등사회는 평등의 개념을 넘어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평등은 전근대의 신분제도 및 각종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유와 함께 근대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움으로써, 모든 사람이 동등한 조건(권리, 의무, 자격)으로 사회 구성원이 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그러나 19세기 전 세계가 경쟁 사회로 접어들면서 국가가 모든 사람의 권리와 의무와 자격을 더 동등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 즉 빈부의 격차와 직업의 귀천을 양산했다.

동등한 자격 아래애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부자가 되고 명예와 높은 지위도 얻었지만,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한 사람은 가난하고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게 됐다. 또 동등한 권리와 의무 안에서 이를 잘 지키는 사람과 못 지키는 사람과의 차이로 인해 새로운 불평등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평등이 사람의 권리 및 의무, 자격은 동등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불평등까지 양산해낸 셈이다.

그래서 현대의 최고 통치자나 위정자는 평등의 개념만으로는 모두가 동일하게 잘 먹고 잘 사는 평등사회를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해 ‘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해 평등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복지는 평등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보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복지는 1930년대 대공황을 거치면서 등장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영국은 전쟁의 암흑기에 비버리지 리포트를 준비하며 전후 영국 복지에 대한 전략을 세웠고, 미국은 1930년대 공황기에 뉴딜 정책으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해 복지의 틀을 구축했다.

1970년대를 거치면서 평등사회를 추구하기 위한 복지는 국가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보수 세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왔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자유와 평등 중에서 평등을 중요시하는 진보 세력에 의해 복지는 지금까지 국가의 주요 정책에 반영돼왔다.

현재 복지 수준은 덴마크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와 독일, 프랑스로 대표되는 유럽 국가가 GDP의 약 30% 수준인 반면, 미국·영국 등 영미 계열 국가는 GDP의 20%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북유럽 국가나 유럽 국가를 복지 선진국으로, 영미 계열 국가를 복지 후진국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가의 복지 수준은 평등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가가 사회·경제적으로 뒤떨어진 계층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지나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복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보수 세력일지라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과도한 평등사회를 추구하기 위해 국가가 복지만을 주요 카드로 사용하다간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진정한 평등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국가 차원의 복지와 함께 사회·종교 차원의 ‘나눔’이라는 개념도 새로운 복지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복지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자유와 평등보다 모든 정책에서 위에 있으면 안 된다. 복지는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보완 개념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 복지를 다 책임질 게 아니라, 우리 사회와 종교도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평등보다 평등에서 복지를 뺀 평등의 순수한 개념에 정의를 추가시킨 의미의 공정을 더 외쳤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내란 세력 척결과 검찰개혁 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거기다 복지 카드까지 꺼내 들었으니 국민의힘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필자도 민생회복지원금이 40%나 차지한 이번 추경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협치를 강조했는데, 경제를 살리기 위한 추경안에 복지 공약을 넣어 국민의힘을 외면한 건 잘못이었다.

혹시 정부와 여당이 휴가철 전인 7월 중순경 민생회복지원금을 소비쿠폰 형태로 지급해 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휴가철 특수를 노렸다면 더더욱 안 된다. 대선 승자의 정치적 포플리즘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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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