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사람 몰리는 1000원 빵집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은 매일 선택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다. 5000원짜리 단팥빵, 6000원짜리 샌드위치에 익숙해진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시대. 그러나 지금, 거리 곳곳에 등장한 ‘1000원 빵집’이 그 공식을 바꾸고 있다. 단돈 1000원으로 구입 가능한 빵, 무인 운영, 테이크아웃 중심 구조, 여기에 부가 상품 판매 등 장점을 겸비한 1000원 빵집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프랜차이즈 시장의 새로운 혁신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일종이라고 평가한다.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존 시장에서 간과되던 하위 수요층을 타깃으로 한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점차 성능을 개선하며 기존 주류를 무너뜨리는 구조를 파괴적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1000원 빵집은 바로 그 정의에 부합하는 현장 사례 중 하나로 자리 잡을지 모른다.

파괴적 혁신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올인베이커리’ ‘빵아빵아’ ‘쏠베이커리’ ‘빵집오빠’ ‘빵이당’ ‘더마니빵집’ 등이 있다. 올인베이커리는 140여종의 제품을 전부 1000원에 판매하며, 무인 운영으로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매장에서는 아이스크림, 컵라면, 음료도 함께 판매하며 객단가를 높이고 있다.

빵아빵아는 롯데웰푸드와의 제휴로 품질을 담보하면서도 가격을 낮췄고, 쏠베이커리는 건강빵, 화학 재료 무첨가 식빵 등 프리미엄 제품에 1000원 정책을 결합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목할 브랜드는 ‘빵집오빠’다. 이 브랜드는 무인 모델이 아닌 유인 운영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SNS와 유튜브 바이럴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월 매출 9억원을 기록하는 매장까지 등장하게 한 파괴적 성공 사례를 보여준다.


HACCP 인증을 받은 OEM 생산 공장을 통해 전 제품 무방부제·무첨가 콘셉트를 유지하며, 건강 이미지로 MZ세대까지 흡수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전국 180개 이상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일부 점포는 월 7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빵은 1000원, 신뢰는 프리미엄’이라는 전략 아래, 고가 제과점이 포기한 신뢰와 감성을 저가로 되살린 대표 모델로 꼽힌다.

빵집오빠와 함께, 더마니빵집은 철원산 우리 밀을 사용해 건강한 수제빵을 선보이며, 지역 밀착형 정서와 감성을 담은 매장 콘셉트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저가 판매 방식이 아닌 ‘정직한 재료로 만든 정직한 빵’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으로 1000원 시장 속에서도 생존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빵이당은 프리미엄 생크림 케이크라는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1000원대 실속형 빵을 함께 구성, 프리미엄 소비자와 실속 소비자 양쪽을 모두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기념일 수요부터 일상 테이크아웃 수요까지 폭넓게 흡수할 수 있어 창업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유리하다.

이들 브랜드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감성적인 매장 설계와 SNS 기반 마케팅, 소비자 경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1000원 빵집들은 기존 고가 베이커리 체인인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한다.

가격 경쟁력은 기본이고, 메뉴는 단순하며, 운영 인력은 없거나 극소화돼있다. 점포는 평균 10~15평 규모로, 테이크아웃과 셀프 진열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커피 시장의 사례는 이 흐름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한때 스타벅스, 커피빈 등 고가 브랜드가 지배하던 시장은, 이제 메가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더벤티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 중심이 되었다. 1000원 빵집도 이런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에는 저가 이미지로 출발하지만, 점차 품질과 운영 시스템이 정비되며 시장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물가
빈틈 정확히 파고든 구조 변화


무인 시스템은 1000원 빵집 성공의 핵심 중 하나다. 올인베이커리와 빵아빵아는 키오스크 주문과 CCTV 원격 운영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거의 들이지 않는다. 점주 1인 또는 가족 단위 운영이 가능해, 월 3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아이스크림, 컵라면, 음료 등 부가 상품을 함께 구성해, 단가 1000원의 한계를 객단가 확장으로 극복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이런 모델에 창업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소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운영이 간편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1~2인 가족 창업자, 퇴직자, 주부 창업자의 유입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는 곧 ‘진입장벽이 낮은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기도 하다.

따라서 1000원 빵집은 유행 업종의 성격을 일정 부분 안고 있다.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화 전략과 본사의 운영 지원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일부 브랜드는 위생 이슈, 품질 문제, 공급망 부족 등으로 빠르게 폐점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살아남을 1000원 빵 브랜드는 무엇일까?

첫째, 품질에 대한 철저한 기준을 갖춘 본사 시스템. 둘째, 메뉴 단가 외에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부가 상품 구성. 셋째, 무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시스템. 넷째, SNS 마케팅을 통한 젊은 층 공략 감성. 마지막으로, 브랜드 확장성을 염두에 둔 가맹 전략이다.

예비 창업자들이 생존 가능한 브랜드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을 점검해야 한다. 원재료 공급 체계, 메뉴 개발 주기, 점주 교육 및 지원, 본사와의 소통 시스템, 기존 매장의 실제 수익성 공개 여부 등이다. 단순히 가격이나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의 목소리다.

작고 똑똑한

결론적으로, 1000원 빵집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고가 브랜드 독점으로 점점 좁아지고 있는 베이커리 시장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구조적 변화다. 가성비, 효율성, 소비 트렌드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 파괴적 혁신 모델은 머지않아 베이커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도 모른다. 이제 프랜차이즈 업계는 ‘크고 화려한 매장’ 보다 ‘작고 똑똑한 점포’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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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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