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시즌2’ 국민의힘 웃는 속사정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30 15:52:04
  • 호수 1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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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라진다
여야 모두 윈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엔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란 주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민주당이 검찰 해체에 집념을 불태우는 사이, 무형의 이익을 누릴 국민의힘은 남몰래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경태·민형배·김용민·강준현·김문수 의원 등이 지난 11일 ‘검찰개혁’ 법안들을 발의했다. 이들이 발의한 법안들엔 ▲검찰청 폐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공소청 설치 ▲국가수사위원회(이하 국수위) 설치 등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청 폐지
공소청 설치

이들 법안에 따르면, 검찰청은 완전히 사라진다. 검찰의 7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마약) 수사 기능과 내란·외환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이 맡는다. 기소·공소 유지·영장 청구 기능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맡는다.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중수청·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업무 조정 ▲관할권 정리 ▲관리·감독 ▲불기소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등을 맡는다.

민주당의 구상대로라면, 검사의 수사권은 완전히 박탈된다. 중수청에 배치되는 기존 검사의 신분은 수사관으로 바뀐다. 기존 검찰수사관도 수사관 신분으로 바뀌기 때문에, 검사와 휘하 수사관이 같은 신분으로 경쟁하는 관계가 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이미 지난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폐지됐다. 따라서 국가수사위원회가 업무 조정 및 관리·감독 권한을 매개로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 기관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은 미국의 정보공동체를 지휘하는 국가정보장(DNI)서 본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위상에 결정타를 날렸다.

CIA의 각종 공작 실패 사례와 치부는 소련 해체 이후 냉전이 종식되면서 하나하나 만천하에 공개됐다. 아울러 9·11 테러는 CIA의 지나친 위상을 견제한 다른 정보기관의 비협조로 인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첩보마저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단 현실이 까발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후 미국은 지난 2005년 DNI를 신설해 CIA가 맡았던 정보공동체의 좌장 역할을 맡겼다. DNI는 정보공동체를 지휘하면서 정보기관의 보고를 취합하고, 정보 교환 흐름을 감독한다.

민주당은 로스쿨 설치 등 사법개혁과 관련된 많은 부분을 미국식 시스템에서 도입하고 있다. “검사가 수사에 참여하지 않고, 기소·공소 유지만 담당한다”는 발상도 우리가 인식하는 미국의 수사·기소 시스템과 비슷하다.

민주당 일각에선 오래전부터 “수사·기소 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다양한 반박이 제기된다.

신태훈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지난 2018년 발표한 논문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국 중 독일·일본 등 29개국에선 검사의 수사권·수사지휘권을 헌법·법률로 명시한다.

다만 미국 연방검사의 수사권이 명시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일각의 주장은 미국 연방검사의 직무 형태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검사가 아예 수사에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연방검사는 각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협업하는 형태로 수사에 참여한다.

미국 검사가 수사 안 한다고?
협업·통제 형태로 수사 참여

이어 수사 과정을 법률적으로 통제·감시하며, 기소하거나 대배심에 넘기는 형태로 수사를 종결·총괄한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수사 지휘·기소 형태로 수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실에선 검사와 수사관들이 TF를 구성해 수사하는 사례도 흔하다.

미국 법정 스릴러 장르 영화·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은 검사보가 수사기관의 수사 상황·증거 관련 보고를 들은 후 “이 정도로는 기소하거나 대배심에 넘길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수사관들이 “더는 수사하기 어렵다”는 등 경찰의 사정을 검사보에게 전하면서 하소연하거나 설득하는 장면도 흔히 나온다.

기소·대배심 회부 가능 여부를 수사 지휘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미국의 검사는 무죄가 선고된 제1심에 대해선 항소할 수 없다. 또 대배심에 넘겨지는 사건은 연방법 위반·살인 등 중범죄다. 대배심과 제1심은 배심원이 판단을 좌우한다. 검사로선 엄격하게 수사를 통제할 수밖에 없다. 검사의 엄격한 수사 통제는 곧 검사의 수사 참여이자 수사 지휘가 된다.

월가의 금융범죄 수사 과정을 다룬 드라마 <빌리언스>에선 주인공인 뉴욕 남부지검장이 뛰어난 능력과 카리스마로 금융범죄 수사를 맡은 FBI 요원들을 휘어잡아 수족처럼 부리는 과정이 묘사된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도 고담지검장 하비 덴트가 고담시의 부패한 경찰관들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묘사된다.

검사와 수사기관이 함께 팀을 꾸려 각자의 역할을 소화하는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설정들이다.

현실의 미국 검사는 대통령의 측근도 수사한다. 제프리 버먼 전 뉴욕 남부지검장은 지난 2020년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수사를 지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과 윌리엄 바 당시 미국 법무부 장관은 버먼 전 지검장을 기습 해임했다.

한국계 법조인으로서 지난 2017년 뉴욕 남부지검장 대행을 맡았던 김준현 변호사도 지난 2022년 S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검사도 수사한다”며 “직접 수사를 할 때도 있고, 경찰·FBI의 수사를 감독·지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먼저 수사를 시작했다”며 “검사의 개입 없이 그런 사건을 수사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형태에 대해선 “검사가 지휘하는 것은 아니고, 같이 토론하면서 일한다”며 “의견 충돌 상황에선 기소·공소 유지를 하는 사람은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의 지시를 따른다”고 답변했다.

미국은?
사례 보니…

김 변호사의 인터뷰 발언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수사 감독·지휘’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구상대로라면, 경찰·중수청을 산하에 둔 행정안전부는 비대해진다. 행정안전부 견제 방법은 아직 국가수사위원회 설치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가수사위원회가 수많은 사건을 일일이 조정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검사의 수사 지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검사가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뒤집은 사례가 실제로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 지난 1987년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던 신군부와 경찰에 맞서 박군의 부검을 강행한 사람은 최환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이었다.

그전까지 경찰은 수많은 고문을 자행했고,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당시엔 검찰이 경찰의 고문 은폐 뒤처리를 맡아야 했다. 당시엔 신군부의 비호하에 경찰이 지나치게 비대해 검찰이 제대로 견제하기 어려웠다.

지난 2016년 발생한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서도 검찰이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은 사례가 밝혀졌다. 사건에 연루됐던 법조 브로커 이동찬은 지난 2015년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지시를 받아 평소 호형호제하던 구모 당시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장에게 13회에 걸쳐 뇌물 1억1000만원을 줬다.

이후 구 과장은 “송 대표에게 유사수신행위법을 적용해 기소하라”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어기고, 미인가 금융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유사수신행위법상 유사수신행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란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때 적용될 수 있다. 즉, 송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더 큰 방향의 송치를 노렸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11월 구 경정의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5년형을 확정했다. 송 대표도 같은 해 여러 건의 유사수신 행위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았다.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재심 청구를 주된 분야로 삼는 박준영 변호사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가 다룬 사건 중 상당수는 경찰의 잘못된 수사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누명을 쓴 사례들이다.

누명 설계
상호 견제

경찰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사 당시 엉뚱한 사람을 체포해 모텔과 경찰서 등에서 수시로 폭행하거나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 제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수사 과정서도 엉뚱한 사람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가해 자백을 받아냈다.

물론 이들 사건에선 검찰도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전락시키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경찰이 누명을 설계했다는 것과 상호견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발생할 비극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22년 4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으로부터 비롯되는 피해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검찰 수사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려운 것은 아닌지, 자신을 상대로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반감이 있는 건 아닌지, 검찰개혁에 강경한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당시 스스로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고 공개했던 박 변호사는 간첩 조작 사건을 함께 변호했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지목해 “의원님이 변한 건지, 제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긍정적이었던 정의당에도 “정의당 의원들의 ‘정의’가 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는 쓴소리를 남겼다.

당시 박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비판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전엔 검사들이 미제 사건 처리를 위해 야근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칼퇴근한다”며 “사건이 경찰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처리해야 할 사건은 많아졌지만, 검사는 상대적으로 일을 덜 한다. 더 잘하고 빨리할 수 있는 걸 제도로 막는 게 개혁 맞느냐”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검찰과의 싸움에 집중하는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측근들은 연이어 구속됐고, 자신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으로 소환되는 과정이 생중계되는 등 모멸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지금까지도 검찰에 대한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오랜 비원 마무리하려는 민주
손해 없을 국힘의 약속 대련?

민주당은 현재 집권·여당이자 170석을 보유한 절대적인 원내 1당이다.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까지 합하면 189석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2년 집권여당이자 원내 1당의 기세를 타고 검수완박을 완수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검찰청법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늘리는 방법으로 우회해 검수완박을 무력화했다.

우회 경로를 통한 검수완박 무력화를 막는 데는, 검찰 해체가 가장 확실하다. 아울러 제1야당이자 원내 제2당이 된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 해체를 실현할 첫 관문은 국회 법사위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국민의힘의 요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제22대 국회 후반기엔 다시 원구성이 논의된다. 민주당으로선 1년 안에 오랜 비원인 ‘검찰 해체’를 마무리해야 한다.

물론 국민의힘도 검찰 해체에 반발하지 않는 건 아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를 일컬어 “수사기관을 정권에 종속시키는 악법이니,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수위에 대해선 “국수위 위원 11명 대부분은 대통령과 민주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수사기관을 명백히 정권에 종속시키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에 소속된 국민의힘 의원들과 보수 성향 법조인들을 초청해 ‘검수완박 시즌 2,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의 문제점’이란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민 변호사는 이날 “검찰은 해체하면서 공수처와 특검엔 왜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부여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권·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한 국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국수위와 비슷한 형태로 수사를 통제하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수위 위원 11명 중 대통령과 민주당은 7명을 추천할 수 있고, 시민사회단체도 추천할 수 있다”는 그는 “공소청이 전국의 항고를 모두 도맡는다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재산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 지연이 뻔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진 않는다.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는 국민의힘에도 눈에 띄지 않는 이익이 된다. 일단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대선 패배의 후유증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대여 투쟁 계기로 작용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된다.

아울러 검찰 해체가 국민의힘에 큰 손해가 되진 않는다. 어차피 대부분의 민생 치안 사건은 경찰의 수사를 거쳐 이를 송치받은 검사가 기소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그동안 논의된 검찰개혁은 정치인 등이 연루되는 대형 사건 수사 방향과 연결돼 논의됐다.

큰 손해
아니다

결정적으로 의석수 107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힘이 없다. 적당히 여론을 의식한 눈에 띄지 않는 약속 대련 형태의 반발을 이어가면서 지지층 결집에 주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 해체는 국민의힘에도 이익이 되면 됐지, 손해가 되진 않는다. 어차피 막기도 힘든데 무형의 이익이 있다면,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다. 민주당의 검찰 해체 시도는 국민의힘도 남몰래 웃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정치의 본질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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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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