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봐도 안다? 계약금도 양극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계약금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은 강남 3구의 경우, 계약금이 20%인 반면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경기·인천 등은 5%로 낮아지고 있다.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신축 아파트 분양 계약금 ‘10%’ 룰이 강남권 단지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현금 보유량을 갖춘 수분양자를 모집하기 위해 계약금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반대로 미분양이 속출한 경기와 인천 신규 분양 단지에선 계약금까지 할인하며 판촉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서로 대금을 치르게 된다. 시행자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분양가의 20% 이내에서 계약금을 정할 수 있다. 집단대출이 가능한 중도금, 잔금과 달리 계약금은 별도의 대출 상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문율
깨지다

이 같은 이유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비율을 정하는 사업시행자가 많았다. 계약금을 비교적 소액으로 잡아 수분양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분양한 대다수 아파트는 계약금 비율을 20%로 내세웠다.

국평 최고 분양가 기준 계약금은 ▲강남구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10월 분양)’ 4억4000만원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12월 분양)’ 4억3000만원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10월 분양)’ 3억8000만원 ▲강남구 ‘청담르엘 (9월 분양)’ 5억원 등이다.


이밖에 ‘디에이치방배(서초구)’ ‘래미안레벤투스(강남구)’ ‘메이플자이(서초구)’ 등도 계약금 비율이 20%인 단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계약금을 높이더라도 ‘완판’이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 3구에 새로 분양하는 단지는 우수한 입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 단지의 청약자 수는 42만8416명으로, 서울 전체 청약자 수(60만4481명)의 71%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청약 경쟁률은 서울 내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102 대 1)보다 약 3배 높은 289대 1을 기록했다.

잘나가는 강남 3구는 20%
수도권 미분양 단지는 5%

전문가 사이에선 수도권 부동산시장 옥석 가리기가 청약시장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과 단지별로 수요 쏠림이 심화하며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린 지난해의 흐름을 올해에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확대된 공급 절벽이 예상됨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경기·인천 등에서 계약금 5%가 분양시장의 룰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급등한 공사비와 자재비,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수요자들의 초기 부담이 커지자 계약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문턱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실질적인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분양가가 6억원인 단지라면 계약할 때 10%인 6000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5%로 줄이면 초기 납입금이 3000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분양 성과도 좋아지는 분위기다.


수도권 시장
옥석 가리기

아파트 분양은 계약 직후 입주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도금 납부와 잔금 일정 등을 거쳐 수년 뒤에 입주하는 구조다. 초기 계약금만 마련하면 비교적 여유 있게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분양시장에서도 흥행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천 연수구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은 3개 블록 분양을 모두 계약금을 5%로 책정했고, 조기에 100% 계약을 끝냈다. 경기 용인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도 지난해 계약금 5% 혜택을 더해 조기에 전 세대 계약을 마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10% 계약금은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계약금이 낮아지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입지가 좋은 곳이지만 가격 부담을 느껴 계약을 망설여 온 수요자들의 분양 시장 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계약금을 5%로 내건 경기·인천 신축 단지.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경기 김포시 풍무동에 선보인 롯데건설의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8층 9개동 72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65㎡A 267가구 ▲65㎡B 134가구 ▲75㎡A 59가구 ▲75㎡B 39가구 ▲75㎡C 23가구 ▲84㎡A 98가구 ▲84㎡B 100가구다.

2028년 7월 입주를 진행하는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계약금을 5%로 낮췄다.

롯데건설 측은 “계약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초기 현금 보유액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젊은 세대가 감당할 부담을 덜어냈다”며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비교적 여유 있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단지 수요자들은 1차 계약금 1000만원이면 계약 가능하다. 15일 내 계약금 나머지 5%만 입금하면 된다. 이후 입주 때(2028년 7월)까지 추가 비용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또 전매제한도 6개월로, 1차 중도금 납입 전 전매도 가능하다.

단지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6억6400만원부터(65㎡ 5억3600만원, 75㎡ 6억500만원)다. 계약금 5%를 적용할 경우 3320만원(각각 2680만원, 30 25만원)에 불과해 입주 전까지 들어가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과 자금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주저한 수요자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며 “기존 계약자들도 혜택을 받도록 소급 적용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설명했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 단지=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단지 브랜드 타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가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1단지를 포함해 총 3724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은화삼지구 일대에 들어서는 신도시급 주거 단지다. 이번에 선착순 분양되는 2·3단지는 전용면적 59·84㎡, 총 2043가구 규모다. 입주는 2028년 2월 예정.


분양 조건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계약금은 5%로 책정됐으며, 1차 계약금은 정액 500만원으로 고정된다. 중도금 대출 체결 이전에도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해 투자 수요자의 관심도 기대된다.

실내 테니스장, 스크린 테니스, 골프클럽, 피트니스클럽, 실내 체육관 등 운동시설과 함께 사우나, 키즈카페, 공유오피스, 독서실 등 편의 공간이 조성된다. 모든 주차장은 지하로 배치해 지상은 공원형 단지로 꾸며지고, 조경 면적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여유 있게
자금 계획

단지가 들어서는 은화삼지구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직주근접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중심의 4개 반도체 팹(Fab)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1기 팹은 착공에 돌입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입해 6개 팹을 짓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본격화되면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가시화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도는 가운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7월부터 시행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3단계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 효성중공업이 인천 부평구에 선보이는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이 일부 잔여세대에 대해 선착순 한정 특별분양에 돌입한다. 2475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규모에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각종 입지적 장점까지 갖춘 대장주를 선점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구 산곡1동 87-903번지 일대(산곡 재개발 정비사업)에 들어선다. 지상 최고 45층 총 2475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이 중 1248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왔다.

일부 잔여세대에 대한 선착순 계약은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없다. 타 지역 거주자나 유주택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내 집 마련 최적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전매는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 뒤 가능하다. 계약금은 분양 가격의 5%로 책정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췄다.

기·인천 미분양 속출
할인 판촉으로 털어내기

무엇보다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는 바로 7호선 산곡역 초역세권 입지다. 산곡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30분대, 강남까지 1시간 내에 도달 가능하다. 산곡역에서 GTX-B(예정) 개통이 예정된 부평역(수도권1호선, 인천1호선)까지도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특히 전용면적 59㎡ 타입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발코니 확장 시 안방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방 3개, 욕실 2개 구조에 발코니 확장 시 체감 면적이 크게 넓어지며, 곳곳에 수납 특화 설계도 더해져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혼부부나 3인 가족 등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에게 최적화된 구조로 평가받는다. 널찍한 서비스 면적도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전용 84㎡ 서비스 면적은 26~33㎡ 수준이지만,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의 경우 42~48㎡로 더 넓다. 실사용 면적으로 보면 인근 단지 전용 96㎡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또한 84㎡는 타입에 따라 4베이, 알파룸, 3면 발코니 구조 등을 선보여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2024년 10월 입주를 시작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화려한 조경과 초대형 커뮤니티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단지 조경이 150만주가 넘는 꽃과 나무로 이뤄진 가운데 최신식 커뮤니티시설로 리조트 못지않은 경관과 편의 설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 동, 총 15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5억3000만~5억4000만원대, 전용 74㎡ 6억6000만원대, 전용 84㎡ 7억3000만원대, 전용 99㎡ 8억7000만원대다. DK아시아 ‘신검단 로열파크씨티 Ⅱ’의 첫 번째 시범 단지인 1500가구(왕길역 로열파크씨티)는 계약금 5%만 납입할 수 있도록 했다.

DK아시아가 시행을 맡은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가장 큰 특징은 조경이다. 보통 공동주택의 법적 조경 면적의 비율이 15% 수준이지만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조경 면적은 38%에 달한다. 고급 수종으로서 겨울철에 달콤한 꽃향기가 만리를 간다는 의미의 ‘만리향’으로 알려진 은목서를 단지의 주목으로 내세웠다.

초기 비용
부담 줄어

이 밖에 사계절 동안 즐길 수 있는 상록 계열의 침엽수가 전체 나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DK아시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경에서 리조트처럼 단지 내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조트 아파트 콘셉트 수요가 높아졌다”며 “정원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일상이 축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경 조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단지 주변의 공원 조경의 규모 역시 웅장하다. 단지 주변에는 축구장 10배 크기인 약 6만6000㎡ 규모에 달하는 5개의 테마 정원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모티브로 한 잔디광장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플리마켓과 연주회, 다양한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플라워 파크, 키즈 워터파크, 숲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원 콘셉트의 포레스트 파크 등이다.

국내 최초의 조형 문주 ‘로열 그랜드 게이트’도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상징물이다. 높이 8m에 달하는 로열 그랜드 게이트는 우아한 디자인에 조명을 활용해 압도적인 규모감을 선사한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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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