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봐도 안다? 계약금도 양극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계약금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은 강남 3구의 경우, 계약금이 20%인 반면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경기·인천 등은 5%로 낮아지고 있다.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신축 아파트 분양 계약금 ‘10%’ 룰이 강남권 단지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현금 보유량을 갖춘 수분양자를 모집하기 위해 계약금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반대로 미분양이 속출한 경기와 인천 신규 분양 단지에선 계약금까지 할인하며 판촉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서로 대금을 치르게 된다. 시행자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분양가의 20% 이내에서 계약금을 정할 수 있다. 집단대출이 가능한 중도금, 잔금과 달리 계약금은 별도의 대출 상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문율
깨지다

이 같은 이유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비율을 정하는 사업시행자가 많았다. 계약금을 비교적 소액으로 잡아 수분양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분양한 대다수 아파트는 계약금 비율을 20%로 내세웠다.

국평 최고 분양가 기준 계약금은 ▲강남구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10월 분양)’ 4억4000만원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12월 분양)’ 4억3000만원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10월 분양)’ 3억8000만원 ▲강남구 ‘청담르엘 (9월 분양)’ 5억원 등이다.

이밖에 ‘디에이치방배(서초구)’ ‘래미안레벤투스(강남구)’ ‘메이플자이(서초구)’ 등도 계약금 비율이 20%인 단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계약금을 높이더라도 ‘완판’이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 3구에 새로 분양하는 단지는 우수한 입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 단지의 청약자 수는 42만8416명으로, 서울 전체 청약자 수(60만4481명)의 71%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청약 경쟁률은 서울 내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102 대 1)보다 약 3배 높은 289대 1을 기록했다.

잘나가는 강남 3구는 20%
수도권 미분양 단지는 5%

전문가 사이에선 수도권 부동산시장 옥석 가리기가 청약시장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과 단지별로 수요 쏠림이 심화하며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린 지난해의 흐름을 올해에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확대된 공급 절벽이 예상됨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경기·인천 등에서 계약금 5%가 분양시장의 룰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급등한 공사비와 자재비,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수요자들의 초기 부담이 커지자 계약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문턱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실질적인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분양가가 6억원인 단지라면 계약할 때 10%인 6000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5%로 줄이면 초기 납입금이 3000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분양 성과도 좋아지는 분위기다.

수도권 시장
옥석 가리기

아파트 분양은 계약 직후 입주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도금 납부와 잔금 일정 등을 거쳐 수년 뒤에 입주하는 구조다. 초기 계약금만 마련하면 비교적 여유 있게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분양시장에서도 흥행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천 연수구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은 3개 블록 분양을 모두 계약금을 5%로 책정했고, 조기에 100% 계약을 끝냈다. 경기 용인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도 지난해 계약금 5% 혜택을 더해 조기에 전 세대 계약을 마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10% 계약금은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계약금이 낮아지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입지가 좋은 곳이지만 가격 부담을 느껴 계약을 망설여 온 수요자들의 분양 시장 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계약금을 5%로 내건 경기·인천 신축 단지.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경기 김포시 풍무동에 선보인 롯데건설의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8층 9개동 72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65㎡A 267가구 ▲65㎡B 134가구 ▲75㎡A 59가구 ▲75㎡B 39가구 ▲75㎡C 23가구 ▲84㎡A 98가구 ▲84㎡B 100가구다.

2028년 7월 입주를 진행하는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계약금을 5%로 낮췄다.

롯데건설 측은 “계약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초기 현금 보유액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젊은 세대가 감당할 부담을 덜어냈다”며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비교적 여유 있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단지 수요자들은 1차 계약금 1000만원이면 계약 가능하다. 15일 내 계약금 나머지 5%만 입금하면 된다. 이후 입주 때(2028년 7월)까지 추가 비용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또 전매제한도 6개월로, 1차 중도금 납입 전 전매도 가능하다.

단지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6억6400만원부터(65㎡ 5억3600만원, 75㎡ 6억500만원)다. 계약금 5%를 적용할 경우 3320만원(각각 2680만원, 30 25만원)에 불과해 입주 전까지 들어가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과 자금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주저한 수요자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며 “기존 계약자들도 혜택을 받도록 소급 적용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설명했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 단지=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단지 브랜드 타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가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1단지를 포함해 총 3724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은화삼지구 일대에 들어서는 신도시급 주거 단지다. 이번에 선착순 분양되는 2·3단지는 전용면적 59·84㎡, 총 2043가구 규모다. 입주는 2028년 2월 예정.

분양 조건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계약금은 5%로 책정됐으며, 1차 계약금은 정액 500만원으로 고정된다. 중도금 대출 체결 이전에도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해 투자 수요자의 관심도 기대된다.

실내 테니스장, 스크린 테니스, 골프클럽, 피트니스클럽, 실내 체육관 등 운동시설과 함께 사우나, 키즈카페, 공유오피스, 독서실 등 편의 공간이 조성된다. 모든 주차장은 지하로 배치해 지상은 공원형 단지로 꾸며지고, 조경 면적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여유 있게
자금 계획

단지가 들어서는 은화삼지구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직주근접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중심의 4개 반도체 팹(Fab)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1기 팹은 착공에 돌입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입해 6개 팹을 짓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본격화되면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가시화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도는 가운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7월부터 시행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3단계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 효성중공업이 인천 부평구에 선보이는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이 일부 잔여세대에 대해 선착순 한정 특별분양에 돌입한다. 2475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규모에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각종 입지적 장점까지 갖춘 대장주를 선점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구 산곡1동 87-903번지 일대(산곡 재개발 정비사업)에 들어선다. 지상 최고 45층 총 2475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이 중 1248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왔다.

일부 잔여세대에 대한 선착순 계약은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없다. 타 지역 거주자나 유주택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내 집 마련 최적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전매는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 뒤 가능하다. 계약금은 분양 가격의 5%로 책정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췄다.

기·인천 미분양 속출
할인 판촉으로 털어내기

무엇보다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는 바로 7호선 산곡역 초역세권 입지다. 산곡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30분대, 강남까지 1시간 내에 도달 가능하다. 산곡역에서 GTX-B(예정) 개통이 예정된 부평역(수도권1호선, 인천1호선)까지도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특히 전용면적 59㎡ 타입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발코니 확장 시 안방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방 3개, 욕실 2개 구조에 발코니 확장 시 체감 면적이 크게 넓어지며, 곳곳에 수납 특화 설계도 더해져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혼부부나 3인 가족 등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에게 최적화된 구조로 평가받는다. 널찍한 서비스 면적도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전용 84㎡ 서비스 면적은 26~33㎡ 수준이지만,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의 경우 42~48㎡로 더 넓다. 실사용 면적으로 보면 인근 단지 전용 96㎡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또한 84㎡는 타입에 따라 4베이, 알파룸, 3면 발코니 구조 등을 선보여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2024년 10월 입주를 시작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화려한 조경과 초대형 커뮤니티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단지 조경이 150만주가 넘는 꽃과 나무로 이뤄진 가운데 최신식 커뮤니티시설로 리조트 못지않은 경관과 편의 설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 동, 총 15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5억3000만~5억4000만원대, 전용 74㎡ 6억6000만원대, 전용 84㎡ 7억3000만원대, 전용 99㎡ 8억7000만원대다. DK아시아 ‘신검단 로열파크씨티 Ⅱ’의 첫 번째 시범 단지인 1500가구(왕길역 로열파크씨티)는 계약금 5%만 납입할 수 있도록 했다.

DK아시아가 시행을 맡은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가장 큰 특징은 조경이다. 보통 공동주택의 법적 조경 면적의 비율이 15% 수준이지만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조경 면적은 38%에 달한다. 고급 수종으로서 겨울철에 달콤한 꽃향기가 만리를 간다는 의미의 ‘만리향’으로 알려진 은목서를 단지의 주목으로 내세웠다.

초기 비용
부담 줄어

이 밖에 사계절 동안 즐길 수 있는 상록 계열의 침엽수가 전체 나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DK아시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경에서 리조트처럼 단지 내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조트 아파트 콘셉트 수요가 높아졌다”며 “정원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일상이 축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경 조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단지 주변의 공원 조경의 규모 역시 웅장하다. 단지 주변에는 축구장 10배 크기인 약 6만6000㎡ 규모에 달하는 5개의 테마 정원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모티브로 한 잔디광장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플리마켓과 연주회, 다양한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플라워 파크, 키즈 워터파크, 숲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원 콘셉트의 포레스트 파크 등이다.

국내 최초의 조형 문주 ‘로열 그랜드 게이트’도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상징물이다. 높이 8m에 달하는 로열 그랜드 게이트는 우아한 디자인에 조명을 활용해 압도적인 규모감을 선사한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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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