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봐도 안다? 계약금도 양극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계약금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 희소성이 높은 강남 3구의 경우, 계약금이 20%인 반면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경기·인천 등은 5%로 낮아지고 있다.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신축 아파트 분양 계약금 ‘10%’ 룰이 강남권 단지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현금 보유량을 갖춘 수분양자를 모집하기 위해 계약금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반대로 미분양이 속출한 경기와 인천 신규 분양 단지에선 계약금까지 할인하며 판촉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서로 대금을 치르게 된다. 시행자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분양가의 20% 이내에서 계약금을 정할 수 있다. 집단대출이 가능한 중도금, 잔금과 달리 계약금은 별도의 대출 상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문율
깨지다

이 같은 이유로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비율을 정하는 사업시행자가 많았다. 계약금을 비교적 소액으로 잡아 수분양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분양한 대다수 아파트는 계약금 비율을 20%로 내세웠다.

국평 최고 분양가 기준 계약금은 ▲강남구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10월 분양)’ 4억4000만원 ▲서초구 ‘아크로리츠카운티(12월 분양)’ 4억3000만원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10월 분양)’ 3억8000만원 ▲강남구 ‘청담르엘 (9월 분양)’ 5억원 등이다.


이밖에 ‘디에이치방배(서초구)’ ‘래미안레벤투스(강남구)’ ‘메이플자이(서초구)’ 등도 계약금 비율이 20%인 단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계약금을 높이더라도 ‘완판’이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강남 3구에 새로 분양하는 단지는 우수한 입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 단지의 청약자 수는 42만8416명으로, 서울 전체 청약자 수(60만4481명)의 71%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강남 3구의 청약 경쟁률은 서울 내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102 대 1)보다 약 3배 높은 289대 1을 기록했다.

잘나가는 강남 3구는 20%
수도권 미분양 단지는 5%

전문가 사이에선 수도권 부동산시장 옥석 가리기가 청약시장까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과 단지별로 수요 쏠림이 심화하며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린 지난해의 흐름을 올해에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확대된 공급 절벽이 예상됨에 따라 이 같은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경기·인천 등에서 계약금 5%가 분양시장의 룰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급등한 공사비와 자재비, 이에 따른 분양가 상승으로 수요자들의 초기 부담이 커지자 계약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문턱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실질적인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분양가가 6억원인 단지라면 계약할 때 10%인 6000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5%로 줄이면 초기 납입금이 3000만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분양 성과도 좋아지는 분위기다.


수도권 시장
옥석 가리기

아파트 분양은 계약 직후 입주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도금 납부와 잔금 일정 등을 거쳐 수년 뒤에 입주하는 구조다. 초기 계약금만 마련하면 비교적 여유 있게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분양시장에서도 흥행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천 연수구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은 3개 블록 분양을 모두 계약금을 5%로 책정했고, 조기에 100% 계약을 끝냈다. 경기 용인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도 지난해 계약금 5% 혜택을 더해 조기에 전 세대 계약을 마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존 10% 계약금은 사실상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계약금이 낮아지면 무주택 실수요자의 참여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입지가 좋은 곳이지만 가격 부담을 느껴 계약을 망설여 온 수요자들의 분양 시장 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계약금을 5%로 내건 경기·인천 신축 단지.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경기 김포시 풍무동에 선보인 롯데건설의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8층 9개동 72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65㎡A 267가구 ▲65㎡B 134가구 ▲75㎡A 59가구 ▲75㎡B 39가구 ▲75㎡C 23가구 ▲84㎡A 98가구 ▲84㎡B 100가구다.

2028년 7월 입주를 진행하는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계약금을 5%로 낮췄다.

롯데건설 측은 “계약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초기 현금 보유액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젊은 세대가 감당할 부담을 덜어냈다”며 “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도 비교적 여유 있게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단지 수요자들은 1차 계약금 1000만원이면 계약 가능하다. 15일 내 계약금 나머지 5%만 입금하면 된다. 이후 입주 때(2028년 7월)까지 추가 비용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또 전매제한도 6개월로, 1차 중도금 납입 전 전매도 가능하다.

단지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6억6400만원부터(65㎡ 5억3600만원, 75㎡ 6억500만원)다. 계약금 5%를 적용할 경우 3320만원(각각 2680만원, 30 25만원)에 불과해 입주 전까지 들어가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과 자금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주저한 수요자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며 “기존 계약자들도 혜택을 받도록 소급 적용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설명했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 단지=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단지 브랜드 타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가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1단지를 포함해 총 3724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은화삼지구 일대에 들어서는 신도시급 주거 단지다. 이번에 선착순 분양되는 2·3단지는 전용면적 59·84㎡, 총 2043가구 규모다. 입주는 2028년 2월 예정.


분양 조건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계약금은 5%로 책정됐으며, 1차 계약금은 정액 500만원으로 고정된다. 중도금 대출 체결 이전에도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해 투자 수요자의 관심도 기대된다.

실내 테니스장, 스크린 테니스, 골프클럽, 피트니스클럽, 실내 체육관 등 운동시설과 함께 사우나, 키즈카페, 공유오피스, 독서실 등 편의 공간이 조성된다. 모든 주차장은 지하로 배치해 지상은 공원형 단지로 꾸며지고, 조경 면적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여유 있게
자금 계획

단지가 들어서는 은화삼지구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직주근접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중심의 4개 반도체 팹(Fab)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현재 1기 팹은 착공에 돌입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입해 6개 팹을 짓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본격화되면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가시화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함께 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 온기가 도는 가운데,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7월부터 시행 예정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3단계 적용을 받지 않아 금융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 효성중공업이 인천 부평구에 선보이는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이 일부 잔여세대에 대해 선착순 한정 특별분양에 돌입한다. 2475가구의 매머드급 대단지 규모에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각종 입지적 장점까지 갖춘 대장주를 선점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구 산곡1동 87-903번지 일대(산곡 재개발 정비사업)에 들어선다. 지상 최고 45층 총 2475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이 중 1248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왔다.

일부 잔여세대에 대한 선착순 계약은 원하는 동·호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청약통장도 필요없다. 타 지역 거주자나 유주택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내 집 마련 최적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전매는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1년 뒤 가능하다. 계약금은 분양 가격의 5%로 책정해 초기 자금 부담을 낮췄다.

기·인천 미분양 속출
할인 판촉으로 털어내기

무엇보다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는 바로 7호선 산곡역 초역세권 입지다. 산곡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30분대, 강남까지 1시간 내에 도달 가능하다. 산곡역에서 GTX-B(예정) 개통이 예정된 부평역(수도권1호선, 인천1호선)까지도 약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특히 전용면적 59㎡ 타입에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발코니 확장 시 안방 슬라이딩 붙박이장을 제공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방 3개, 욕실 2개 구조에 발코니 확장 시 체감 면적이 크게 넓어지며, 곳곳에 수납 특화 설계도 더해져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혼부부나 3인 가족 등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에게 최적화된 구조로 평가받는다. 널찍한 서비스 면적도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전용 84㎡ 서비스 면적은 26~33㎡ 수준이지만,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의 경우 42~48㎡로 더 넓다. 실사용 면적으로 보면 인근 단지 전용 96㎡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또한 84㎡는 타입에 따라 4베이, 알파룸, 3면 발코니 구조 등을 선보여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2024년 10월 입주를 시작한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가 화려한 조경과 초대형 커뮤니티시설로 주목받고 있다. 단지 조경이 150만주가 넘는 꽃과 나무로 이뤄진 가운데 최신식 커뮤니티시설로 리조트 못지않은 경관과 편의 설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 동, 총 1500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5억3000만~5억4000만원대, 전용 74㎡ 6억6000만원대, 전용 84㎡ 7억3000만원대, 전용 99㎡ 8억7000만원대다. DK아시아 ‘신검단 로열파크씨티 Ⅱ’의 첫 번째 시범 단지인 1500가구(왕길역 로열파크씨티)는 계약금 5%만 납입할 수 있도록 했다.

DK아시아가 시행을 맡은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가장 큰 특징은 조경이다. 보통 공동주택의 법적 조경 면적의 비율이 15% 수준이지만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조경 면적은 38%에 달한다. 고급 수종으로서 겨울철에 달콤한 꽃향기가 만리를 간다는 의미의 ‘만리향’으로 알려진 은목서를 단지의 주목으로 내세웠다.

초기 비용
부담 줄어

이 밖에 사계절 동안 즐길 수 있는 상록 계열의 침엽수가 전체 나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DK아시아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환경에서 리조트처럼 단지 내에서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리조트 아파트 콘셉트 수요가 높아졌다”며 “정원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일상이 축제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경 조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단지 주변의 공원 조경의 규모 역시 웅장하다. 단지 주변에는 축구장 10배 크기인 약 6만6000㎡ 규모에 달하는 5개의 테마 정원이 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모티브로 한 잔디광장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플리마켓과 연주회, 다양한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플라워 파크, 키즈 워터파크, 숲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원 콘셉트의 포레스트 파크 등이다.

국내 최초의 조형 문주 ‘로열 그랜드 게이트’도 왕길역 로열파크씨티의 상징물이다. 높이 8m에 달하는 로열 그랜드 게이트는 우아한 디자인에 조명을 활용해 압도적인 규모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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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