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트렌드> ‘가성비+가심비’ 국밥집 재부상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소비자들의 지출이 위축되는 가운데, 외식 창업시장에서 국밥 전문점이 새로운 창업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외식 브랜드나 트렌디한 디저트 아이템들이 다소 주춤하는 사이, 전통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국밥이 다시 주목 받는 배경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고, 계절을 타지 않으며,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는 메뉴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의 ‘가심비’ 중심 소비 패턴과도 맞물리며, 국밥은 이제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경험이자 정서적 위로가 되는 외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국밥은 소주 한잔과 함께 하루의 피로를 녹일 수 있는 ‘만원의 행복’을 제공하는 메뉴로,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트렌드와 전통의 균형을 잡은 브랜드라면,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창업 아이템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만원의 행복

현재 창업 시장에 등장한 국밥 브랜드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대체로 다섯 가지 흐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가성비+안정성’ 모델이다. 대표 브랜드로는 ‘큰맘할매순대국’ ‘보승회관’ ‘국밥의대가’ ‘국밥생각’ ‘방가네소고기순대국’ ‘아빠곰탕’ ‘대한국밥’ 등이 있다.

이들은 전국적으로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표준화된 레시피,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바탕으로 초기 창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큰맘할매순대국’은 전국 430여개 점포를 보유하며 순댓국 프랜차이즈 중 가장 넓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보승회관’은 순댓국을 해장국 콘셉트로 재해석해 매장을 차별화하고 있다.

둘째, ‘뉴웨이브 국밥’ 트렌드다. 전통 국밥에 감성적 요소를 더해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살담재’ ‘달래해장’ ‘병천청년순대’ ‘콩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세련된 인테리어, SNS 바이럴이 가능한 비주얼 중심 플레이팅, 저염·건강 중심 식재료 사용 등으로 기존 국밥집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서울 북촌의 ‘안암’은 청양고추 오일과 고압 조리된 등갈비를 접목한 ‘맑은 등갈비국밥’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성수의 ‘계월’은 수비드 닭가슴살을 활용한 맑은 닭곰탕으로 젊은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밥이 더 이상 어르신의 음식이 아닌, 젊은 세대가 즐기는 힙한 메뉴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셋째는 ‘지역성과 콘셉트 스토리’를 강조한 브랜드다. 예를 들어 ‘나주곰탕’ ‘가마솥순대국밥’ ‘버들곰탕’ ‘옥천순댓국’ ‘정선할매국밥’ ‘청주순대국’ 등은 특정 지역의 전통 국밥을 기반으로 레시피를 차별화하거나, 향토 음식의 뿌리와 전통적 조리 방식을 현대화해 브랜드화한 사례다.

특히 ‘옥천순댓국’은 충청도의 맑은 순댓국 스타일을, ‘정선할매국밥’은 강원도식 구수한 육수와 재래식 수육 조합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넷째는 ‘복합식 외식 매장’ 콘셉트다. 국밥을 중심으로 한식 반상, 술안주 메뉴, 해장용 사이드 등을 구성하여 점심과 저녁 모두 공략 가능한 포맷으로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 브랜드로는 ‘일품양평해장국’ ‘달래해장’ ‘병천청년순대’ ‘소담해장국’ ‘순대생각’ ‘이삭국밥(비가맹)’ 등이 있다.

이들은 국밥 단품만이 아닌 수육, 죽, 보쌈, 주류 등 다양한 메뉴 확장과 함께 공간 활용도 및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며, 내점·회식·야식 수요까지 폭넓게 흡수하고 있다.

글로벌 외식·트렌디 디저트 주춤하자
전통성과 실용성 겸비한 국밥에 주목

다섯째, ‘배달 전문 국밥 브랜드’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포장·배달 특화형 국밥 브랜드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순대생각’ ‘국밥생각’ ‘소담해장국’ ‘열정국밥’ 등은 배달 전용 레시피 개발과 포장 용기 개선을 통해 뜨겁고 신선한 상태로 국밥을 전달하는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1~2인 가구, 혼밥족, 야근 직장인 등에게 특히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방 인력 최소화, 간소화된 메뉴 구성으로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또한 배달형 국밥 브랜드들은 ‘수육’과 ‘죽’ ‘술안주형 사이드’ 등을 함께 구성해 객단가를 효과적으로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배달 1건당 평균 1만5000~2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 소규모 점포 창업에도 유리한 구조다. ‘열정국밥’의 경우 배달 주문의 30% 이상이 국밥+수육+소주 조합으로 구성될 정도로, 세트 메뉴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

국밥 전문점 창업을 고려한다면 단순한 인지도 외에 본사의 지원 체계, 식자재 수급 안정성, 인건비 절감 구조 등 실질적 운영 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한 점포의 입지에 따라 ‘테이블 중심 내식형’ ‘포장 중심 테이크아웃형’ ‘배달 특화형’ 등 운영 포맷도 달라질 수 있어 유연한 모델 설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브랜드의 콘셉트가 명확하고, 그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검증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안정적인 출발의 열쇠다. 본사 차원의 마케팅 지원과 메뉴 개발 역량, 위생 관리 매뉴얼 등도 장기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또 창업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점당 매출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순수 국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수육, 술안주, 죽류, 반상 구성 등 부가 메뉴를 통한 객단가 상승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성공 점포일수록 ‘국밥+수육+소주’ 또는 ‘국밥+죽+보쌈’ 등의 세트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1인당 객단가를 1만2000~1만8000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국밥 전문점은 외식업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가치 소비형 창업 아이템’이다. 특히 불황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MZ세대와 시니어 세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범용성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가치 소비형

점차 국밥도 버거, 커피처럼 콘셉트 소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 국밥 전문점 시장은 더욱 정교한 분화와 브랜딩 전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 창업자는 단순히 메뉴가 아닌 ‘브랜드를 판다’는 관점에서 국밥 전문점을 전략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황일수록 든든한 한 끼와 소주 한잔이 주는 위로는 분명한 경쟁력이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