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란 모의’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 군검찰 이첩된 이유

사실상 수사 끝 조만간 재판 기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을 군검찰에 이첩했다. 원 본부장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오히려 군검찰이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군검찰이 공수처의 기록을 검토한 후 조만간 원 본부장을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검찰로의 사건 이첩은 공소권이 없어서 그랬을 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은 12·3 내란 사태를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수개월간 원 본부장을 조사해 왔다. 군검찰로의 이첩은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마무리 단계

공수처가 원 본부장을 국방부검찰단에 이첩한 건 지난달 23일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원천희 본부장 사건을 국방부검찰단에 이첩했고 계엄 사태에 연루된 경찰 간부 수사는 현재 계속 진행 중”이라며 “군 관련 수사 역시 참고인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 사건의 경우 공소 제기 요구가 아닌 사건 이첩으로, 공수처가 자체 생산한 수사 기록 2500여쪽 등이 군검찰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내란 혐의가 인정된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원 본부장을 수사할 순 있으나 재판에 넘길 권한은 없다. 공수처법 제3조에 따르면, 공수처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의 대상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뿐이다. 원 본부장과 같은 현역 군인 등은 공수처의 기소 대상서 제외된다.


원 본부장은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만나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11월 말에 정보 관련 예산을 대면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정보사의 예산이 많아 이 부분을 정보사령관이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2일 정보사령관이 보고하는 자리에 정보본부장이 배석했던 사실이 있다”면서 “그 자리서 계엄 관련 논의는 없었다는 게 참석했던 사람들의 얘기”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원에 노상원 존재 캐물어
문상호 유임 비상식적 인사에 침묵

공수처는 지난 3월19일 원 본부장을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내 김 전 장관 등과 사전에 계엄을 모의했는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추진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원 본부장은 정보사 요원들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점거와 관련자 체포를 지시하는 등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 전 사령관의 직속상관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 한 롯데리아 매장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제2수사단의 구체적 임무 등에 관해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2수사단은 김 전 장관이 측근인 노 전 사령관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설치·운영하려고 했던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 조직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원 본부장은 그간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공수처가 지난 3월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로부터 원 본부장의 책임이 작지 않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원 본부장은 공수처의 수사를 받기 전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로 송치됐던 건 지난 1월23일이다. 이후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원 본부장을 수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그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공수처 조사를 받은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은 원 본부장이 노 전 사령관의 ‘비선 실세’ 행위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정보사 간부들은 원 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과 정보사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알지 못했다? 상반된 정황들
정보사 간부들 “일부러 안 막았다”

실제 문 전 사령관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원 본부장에게 김 전 장관의 불법적 지시나 노 전 사령관의 비선 행위를 보고하지 않았다. 문 전 사령관은 ‘비밀 준수’ 차원이었다고 변명했다. 군 정보 계통의 안보성을 고려하더라도 장관→국방정보본부장→정보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를 무시한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보사 출신 군 관계자는 “국방정보본부장은 영관급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다. 직무 배제가 될 계획이었던 사람이 중용된 것에 대해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채지 못했다면 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원 전 본부장이 노 전 사령관의 비선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같은 문제다. 사실상 피해를 보기 싫어서 인지했으나 언급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질될 뻔한 문 전 사령관을 살린 김 전 장관의 판단에 태클을 걸지 않은 것도 원 본부장이다. 원 본부장은 이 지시를 받아들이기 직전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군 인사를 총괄하는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도 검찰 조사에서 문 전 사령관이 경질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원 본부장에게 노 전 사령관의 비선 행위와 문 전 사령관의 유임 건에 대해 캐물었다. 원 본부장은 “문 전 사령관이 날 뛰어넘어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직보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원 본부장 건이 군검찰에 이첩된 것을 두고 사실상 수사는 마무리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해진 판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수개월간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를 했고 정보사 간부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면 내란 혐의 적용은 어렵더라도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될 수 있다”며 “군검찰서 공수처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서 추가 수사가 있을 순 있지만 전반적인 밑그림은 그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