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점을 용이점으로⋯언론 ‘복붙’ 행태의 뜨거운 민낯

14개 매체서 오타 그대로 보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언론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로 지적되는 ‘받아쓰기’ 관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자료, 정치인 발언, 유명인의 SNS 내용 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데 그치지 않고, 타 언론사 기사를 출처 없이 베끼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는 언론 스스로가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저널리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한 통신사가 최초 보도한 ‘당근마켓에 등장한 ‘북한 지폐’ 판매글…“처벌 받습니다”’ 기사에서 ‘대공 용의점’을 ‘대공 용이점’으로 잘못 표기한 사례는 이 같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기사 내용 중 ‘조사 결과 판매자에 대한 대공 용이점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문제는 ‘대공 용의점’이 맞는 표현이지만, 통신사 기사에는 ‘대공 용이점’으로 표기되는 오타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용의점은 ‘범죄의 혐의가 의심되는 점’을 뜻한다.

이 오타는 단순한 유사 단어 교체가 아님에도 9일 <일요시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14개 매체서 해당 표현을 그대로 베껴 보도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수의 매체들은 ‘대공 용의점’으로 제대로 표기했지만 10여 매체 기사들은 ‘대공 용이점’으로 검색되고, 포털사이트서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단어였음에도 기본적인 맞춤법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네이버, 다음, 구글 검색 엔진에선 ‘대공용’만 입력해도 ‘대공 용의점’이 관련 검색어로 자동 추천되고 있다. 게다가 특정 의미를 갖는 단어도 아니다.


이 같은 ‘복붙(복사+붙여넣기)’ 행태는 보통 통신사와 매체 간의 전재계약 체계서 비롯된다. 통신사 기사는 계약사에겐 무료 제공되며, 비계약사에겐 수수료를 받는 등 제도적 허점을 안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통신사 기사를 ‘공짜 자원’으로 활용하는 매체들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

특히, 통신사 기사의 전재는 계약사든 비계약사든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다. 이는 언론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법적 절차의 복잡성과 배상액의 저조로 인해 강경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붙이 문제인 이유는 단순히 오타를 전재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 확인 절차 과정의 누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본질은 정보의 검증과 재구성인데, 이는 타인의 기사를 복사·붙여넣기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대규모 매체가 동시에 동일한 오타를 보도하는 경우, 대중은 이 정보를 ‘진실’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언론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레기’(기자+쓰레기의 신조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입증하는 셈이다.

이 같은 언론사들의 복붙 행태는 경제적 이유에도 맞닿아 있다. 매체는 클릭 수와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 이때 복붙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로 인해 언론은 기사를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독자들은 질 낮은 정보 또는 허위의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한 오타 수준을 넘어, 언론의 생명줄인 ‘신뢰성’을 해치는 심각한 병리 현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언론계 한 저명 인사는 “매체들은 통신사 기사의 무단전재를 자제하고, 독자적인 사실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며 “저작권법의 엄정한 적용과 함께, 언론계 내부적 개혁이 시급하다. ‘클릭 경제’의 노예가 아닌, 확인과 창조가 언론의 표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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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