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존중과 두 기자의 무례함

전 남편을 왜 물어?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뜨겁다. 영화 <미나리>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물론 수상 소감조차 훌륭했던 덕분이다. 위트와 유머가 깃들어있으면서 타인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가 묻어있는 소감이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이 된 듯하다. 윤여정과는 반대로 기념비적인 업적에 생채기를 내는 사람들도 보인다. 마치 흑과 백처럼 악과 선이 분명하다. 
 

어느 직종이든 인성이 좋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앞에서도 뒤에서도 선한 사람이 있고, 사람들이 볼 때와 안 볼 때가 너무 다른 사람도 있다. 같은 직업군 중에는 이타적인 사람도 있고, 이기적인 사람도 있다. 

기레기+력

이는 기자 직종에도 적용된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기자는 무엇이든 질문해도 된다”는 직업적 특성을 무기로 무례한 행동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모자라 매우 편향적이고 악의적인 기사도 보게 된다.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선한 기자들이 적지 않음에도, ‘기레기’라는 신조어에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하겠는 건,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가 득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업적에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기레기력’을 발휘한 사람들이 있다. 서양이 먼저 시작했고, 동양이 뒤따랐다.


윤여정이 여우 조연상을 받은 뒤 백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 외국 기자는 이렇게 질문했다. “브래드 피트와 어떤 대화를 나눴고, 그에게서 무슨 냄새가 났나요?”

이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질문이다. 백인 우월주의가 기저에 깔려있다. 황인이라면 당연히 백인의 향기까지도 좋게 느낄 것이라는 전제를 놓고 던진 질문이다. 

윤여정은 “나는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고 유려하게 받아쳤다.

그러면서 인종, 젠더, 성 정체성 등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또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입니다”라는 말로 품격의 차이를 드러냈다. 

비열한 질문에도 진심을 담아 소신을 전달한 윤여정이 자랑스럽지만, 동양인의 수상을 아니꼽게 바라본 기자에 대한 불편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해당 매체도 그 질문이 부끄러웠는지 유튜브 영상에서 질문 장면을 삭제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 기자도 매우 무례한 짓을 저질렀다. 윤여정의 가수였던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윤여정의 수상에 대한 소감을 묻고 이를 기사화한 것. 

윤여정이 이슈인 현 상황에 숟가락을 올려보고자 전화기를 돌려본 노력은 가상하다 볼 수도 있으나, 그 방식이 너무 게으르고 치졸하다.


과연 한국 영화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주인공의 인생을 망칠 뻔했고, 오랫동안 남남으로 살아온 전 남편의 의견이 필요한 것일까.

엄청난 자산가로 알려진 전 남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경제력을 활용해 젊고 예쁜 여인을 만나고자 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과거 자신의 잘못에 대해 깊은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동서양 막론한 두 기자의 무례함
“벌레만도 못한 존재”라는 비난도

윤여정의 수많은 어록 중 하나가 “돈이 필요할 때 가장 좋은 연기가 나온다”이다.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드라마와 방송은 물론, 쉰 살이 넘은 나이에 노출이 있는 작품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혼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열심히 일하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두 아들을 키우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화녀>와 <충녀>를 통해 한국 영화계의 신성이었던 윤여정의 배우 서열은 단역까지 내려갔다. 봉준호·박찬욱 감독의 스승으로 평가되는 김기영 감독의 페르조나였던 그가 대사 몇 줄도 안 되는 인물을 연기해야만 했다. 

김수현, 인정옥, 노희경 등 당시 유명 작가의 도움과 13년의 공백을 무색게 하는 특별한 연기력 덕에 연기자로서 재도약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까진 매우 힘겨웠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너무 힘들게 살았는지, 젊었을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이니 그 고생의 강도는 짐작하기 어렵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 노출이 많은 작품이라 출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집 수리비를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연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현재 윤여정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등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유의미하게 작용했지만, 돈이 없어 원치 않은 작품을 선택해야 했던 배우의 심경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혼인 중에 다른 여인을 만나다 이혼한 것도 모자라, 헤어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 조차지지 않았던 ‘배드 파더’(Bad Father)의 발언이 이 순간에 꼭 필요했을까. 

윤여정에 대한 존중은 없이, 오롯이 기사를 쓰기 위한 상품으로밖에 보지 않은 기자의 노골적인 태도가 엿보인다.

묻는 사람도 문제지만, 그 질문에 냉큼 자신의 의견을 얹는 사람의 수준도 비상식적이다. “바람 피운 사람에 대한 통쾌한 복수”라느니, “외도를 하지 않아서 고맙다”라는 말은 정신병적 나르스시즘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를 두고 “해로운 벌레만도 못한 존재”라는 혹자의 가혹한 표현에 오히려 동의하는 의견이 많다는 건 그 기사가 얼마나 악의적인지를 드러내는 방증이다.


두 존재와는 달리 윤여정은 여우 조연상을 받은 뒤 글렌 클로스를 언급하면서, 상을 받지 못한 배우들을 위로했다. “배우들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 모두 각 영화의 수상자”라고 했다.

이를 들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아이 러브 허”(I Love her)라고 말한 건 타인을 존중하는 윤여정의 인간적인 태도가 전달돼서다.

나르스시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윤여정은 전 세계가 우러러보고 있고, 그와 반대편에 선 두 기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지,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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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