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매번 지적받지만 대체할 수가 마땅찮다. 여론조사 이야기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를 둘러싼 정쟁도 시작됐다. 앞으로 대선일까지 두 자리 혹은 세 자리 숫자에 온 나라가 휘둘릴 전망이다. 대선과 여론조사의 상관관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표본만 잘 뽑으면 1000명으로도 전 국민의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생성한 뒤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성, 나이, 지역별로 정해진 수에 맞게 표본을 정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다.
숫자 놀음
언뜻 보면 간단한 작업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점, 질문의 순서, 문구 등에 따라 조사 결과는 널을 뛸 수 있다. 신뢰 구간과 표본오차를 통해 ‘여지’를 두지만, 문제는 그 오차범위를 아득하게 벗어날 때 일어난다. 불신론과 무용론이 동시에 불거지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잠룡으로 분류된 여야 인사들은 저마다 유불리를 계산하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대선 구도는 압도적 ‘1강’ 체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다자 대결서도 30% 이상의 지지율로 선두를 지키는 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 파면’이라는 악재를 만난 국민의힘은 갈피를 못 잡는 모양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 진영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전 대표 한 사람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수 후보 가운데 중도층에 확장력을 가질 것이라고 예상됐던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20여명으로 예상됐던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8명으로 좁혀졌다. 민주당이 이 전 대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3명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과 비교하면 후보군이 많은 상황이다.
이들의 운명을 가를 경선 방식은 여론조사다. 민주당은 전국 4개 권역을 순회하며 경선을 치른 후 권리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경선룰을 둘러싸고 일부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면서 반발하며 불참을 선언하는 등 진통이 있었지만 그대로 결정됐다.
국민의힘은 100%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뒤 2차 경선서 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후보 2명을 추린다. 이 조사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같은 방식으로 최종 경선을 거쳐 1명의 후보를 결정한다.
여야의 후보가 결정되면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는 대선 6일 전까지 숫자의 향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 전 대표가 독주하는 상황서 보수 후보가 얼마나 따라붙을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선거 기간 중에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여론조사 무용론은 선거 때마다 불거졌지만 지난 대선 때는 정말 ‘거하게’ 틀리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특히 출구조사가 실제 대선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오면서 여론조사 기관이 더욱 체면을 구겼다.
2022년 역대급 오차 발생
그래도 다른 대안이 없어
지난 대선일인 2022년 3월9일 투표 시간이 종료되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국민의힘 당사가 얼어붙었다. KBS·MBC·SBS 등 방송 3사가 진행한 사전투표 결과는 윤 전 대통령 48.4%, 이 전 대표 47.8%로 0.6%p 차이에 불과했다. 자체적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한 JTBC 결과는 윤 전 대통령 47.7%, 이 전 대표 48.4%로 0.7%p 차이였다.
실제 결과는 윤 전 대통령 48.56%, 이 전 대표는 47.83%로 격차는 0.73%p였다. 출구조사 결과처럼 초박빙이었다. 하지만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 결과만 봤을 때는 윤 전 대통령의 여유 있는 승리가 점쳐졌다. 대부분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결과가 거듭됐던 것.
여론조사는 조사 규모나 방식 때문에 출구조사보다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대선 당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전국 330개 투표소서 유권자 7만329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가 ±0.8%p였다.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오차범위인 ±3.1%p보다 훨씬 작은 수치다.
또 전화로 조사하기에 적극적 응답층의 답변이 과대하게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에는 응답했지만 실제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민심이 괴리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크게 틀리면서 방식 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여론조사 기관 등급제’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는 이달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선거여론조사기관 평가제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여론조사 기관 등급제 도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연구 용역의 주요 내용은 여론조사 기관 평가 제도에 대한 선행 연구 사례, 여론조사와 조사기관의 품질을 평가할 지표 개발, 조사기관 평가 주체와 운영 방안 등이다. 명태균씨에서 시작된 여론 왜곡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명씨는 지난 대선과 주요 선거 경선서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등급제가 도입되면 부실 여론조사 기관은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여심위 등록 기준에 미달한 업체, 여심위 등록 의무가 없는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주로 하는 업체, 실제 선거 결과와 오차가 큰 여론조사를 발표한 업체 등은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등급제 도입은 확정되지 않았다.
민심과 괴리
물론 여기에 이번 대선은 해당 사항이 없다. 선관위는 오는 10월까지 연구 용역을 마치고 11~12월 공청회서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1월부터 이를 토대로 등급제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국도 틀렸다
우리나라만 대선 여론조사 결과가 크게 틀리는 건 아니다.
미국도 이번 대선서 여론조사 기관이 망신을 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대결로 치러진 대선서 여론조사 기관은 ‘초박빙’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312명, 해리스 전 부통령은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승이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