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격 파면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시계 초침이 돌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이번 21대 대선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 대선 레이스가 초단기로 진행되는 만큼 본선까지 어느 후보를 내세우고, 어떤 방식으로 경선을 치러 흥행을 이끌어낼 것인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다소 기울어진 운동장서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서 집권여당이 또 다시 대선후보를 내는 게 과연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붙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 강제 규정은 아니라곤 하지만 국민 정서상 후보를 내더라도 온전한 지지를 받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각종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고수해오고 있는 만큼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당내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의 목소리도 당 내부서 힘을 얻고 있고,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직전까지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서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당장 아무런 경선룰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가에 밝다는 한 야권 인사는 “(대선이)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넘겨 짚어선 안 된다”며 “차분하게 준비하되 경선서 얼마만큼 치열한 경쟁으로 흥행을 이끌어내는지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친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대립구도를 보이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시너지효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 잠룡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7일,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이 첫 주자로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비명계 인사인 김 전 의원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김 전 의원에 이어 이 대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의 인사들도 출마 선언 시기를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권 본선행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단기 선거에선 무엇보다 경기 룰(경선 룰)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연유로 각자 후보들마다 자신에게 보다 더 유리한 룰로 경선을 치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김 전 총리는 “이제 새로운 질서를 만들 시점이다. 그동안 미뤄둔 경선 방식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이 제안했던 완전국민경선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곧 있을 대선의 의미는 막중하다. 계엄을 저지르고 탄핵을 반대한 세력의 집권은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며 “정권교체는 필수로 압도적 지지가 없으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합의를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탄핵의 강을 함께 건넌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손에 땀을 쥐는 경선이 국민의 관심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그는 “민주당 경선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선 안 된다. 민주당 울타리를 넘어 범야권 세력이 크고 튼튼하게 하나 되는 과정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4일, 조국혁신당은 조기 대선 시 야권 및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던 바 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내란 종식과 헌정 수호,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에; 함께하는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에 우리 민주주의 최초로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길은 결코 간단치 않다. 국민의 절박한 마음을 더 모을고 모아야 비로소 이뤄낼 수 있다”며 “혁신당은 야권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대선 오픈 프라이머리, ‘국민주권 아레나 2025’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이 이 제안에 함께해주시길 간곡하게 요청드린다. 우리 국민과 함께 담대한 첫걸음을 떼고 압도적 대선 승리를 일궈내자”고 요구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기자 간담회서 “조국혁신당이 주장하는 것은 당 구분 없이 모든 후보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자는 방식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방법보단 각 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정하고 이후 많은 국민들의 사회 대개혁 요구를 수용해 야권이 단일화돼 정권교체되는 과정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사무총장은 “중요한 것은 (이 대표의) 당 대표 사퇴 시점이다. 이 대표가 대표로 있는 동안 대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공정성 훼손 측면서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경기에 나설 선수들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서 경기 룰부터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를 포함한 다른 경선 후보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야 한다. 구체적 논의는 특별당규준비위원회서 진행하고 최종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와 혁신당이 제안했던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여의도 정가에선 이 대표의 사퇴 시기가 이르면 이번 주 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8일 예정돼있는 국무회의서 차기 대선일이 결정돼 이날 공고될 경우 당일이나 이튿날에 사퇴를 선언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조기 대선일은 오는 6월3일로 확정됐다. 정부는 오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주재로 정례 국무회의를 갖고 선거일 지정을 공표하기로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날 제21대 대선 선거관리 대책위원회를 열고 조기 대선 관리 대책 및 현안에 대한 토론을 갖는다.
아직까지 이 대표는 대선 출마에 대해 이렇다 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일, 헌재의 파면 결정 직후 긴급 입장을 통해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향해, 성장과 발전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민들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다.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평화·경제·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고도 했다.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이었으나 이날 발언은 사실상 간접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대표의 사퇴 시기는 아직 정해해지 않았으나 이르면 8일로 보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6일, 김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의 사퇴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내일(8일) 국무회의를 통해 (선거일 공고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헌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거취 문제도 정리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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