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에 또 당한 요식업자 속사정

‘배달 거지’가 먼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배달의민족의 서비스 약관과 제도의 변경이 요식업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주문 취소에 대한 고객의 책임을 없애고 가게의 책임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요식업주들은 주문 취소 후 수거되지 않는 음식, 배달비, 수수료 등 이중으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서비스 약관이 변경된 후 손님들의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배달이 완료된 후 주문 취소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문제는 주문 취소로 인한 손해는 점주들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맘대로 전환

지난해 11월 배민은 고객이 받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객관적인 문제가 제기될 경우 배민이 외식업주의 동의 없이 직접 주문을 취소할 수 있도록 서비스 약관을 변경했다.

배민이 객관적인 문제 사유로 본 것은 ▲주문 내역과 제공된 상품이 다른 경우 ▲주문 내역이 누락된 경우 ▲조리 및 포장 과정서 훼손돼 하자가 발생한 경우 ▲포장이 부실하거나 조리 지연이 발생한 경우 ▲음식물이 부패하거나 이물질이 포함돼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경우 ▲고객과 합의되지 않은 상태서 배달 지연이 일어난 경우 등이다.

취소 및 환불로 외식업주와 고객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두 주체가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유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 배민은 외식업주의 동의 없이 직접 고객의 요청에 따라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 이 경우 외식업주는 환불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주문 취소 조치에 대해 고객센터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또 배민은 배민1서비스로 접수된 주문의 배달의 경우, 배민 또는 배송기사의 귀책사유로 상품이 훼손·분실되거나 오 배달될 경우 배민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외식업주의 동의 없이 직접 해당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배민이 외식업주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

만약 외식업주가 배송기사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이전에 주문이 취소된 경우에는 업주가 자체적으로 주문 상품을 폐기하면 된다.

당시 배민이 서비스 약관을 변경한 이유는 고객의 정당한 환불 요청에 대해 외식업주가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는 등 환불 처리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 약관 변경
공짜로 밥 먹는 법 공유되기도

당시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객관적인 조건에 해당되는 경우에 즉시 취소 및 환불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며 “이번 약관 개정을 통해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효율적인 조치를 통해 고객 경험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당 서비스 약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됐다.


문제는 배민이 인정하는 사유의 객관성이다. 배민이 지적한 객관적인 문제 사유가 아니더라도 고객 요청한 주문 취소는 대부분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무런 증빙 없이 주문 취소를 하는 법이 공유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돈 안 내고 배달음식 먹는 법’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그는 게시글에 “우선 배민에서 집에서 20~30분 정도 거리에 배달음식을 ‘알뜰배달’로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후 배달이 시작되고 배달이 집에 도착할 즈음에 고객센터 채팅으로 주문 취소하면 음식값은 환불이 되고 공짜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고 작성했다.

그러면서 “꼭 채팅으로 진행해야 음식 상태나 배달 지연에 관한 증거 없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일요시사>에 “배민이 서비스 약관을 변경할 때 수긍했던 건 내가 배달을 시키는 고객이라도 해당 사유라면 환불을 요청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작 주문 취소 및 환불이 들어와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배달을 받으면서 주문을 취소하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객이 주문 취소를 하면 가게 화면에 뜬다”며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으면 배민 측에서 전화해 주문 취소 승인을 하라고 압박하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배달비는 물론 수수료까지 가게서 환불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민서 손실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업주들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민 손실보장제도는 배민배달 조리 요청 알림 후 가게와 고객의 사정이 아닌 배민 배달 주문 취소, 재조리 등 배달 문제 발생 시 정상 주문의 정산 금액에 해당하는 비용을 환급하는 것이다.

모든 책임은 점주 몫?
“손실보장제 문제 있어”

요식업 점주 A씨는 지난 17일 3만4000원 상당의 음식 배달에 문제가 생겨 해당 제도를 통해 1만9800원을 환급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제도를 통해 실제 받은 금액을 보면 수수료만 약 30%에 달하는 것 같다”며 “배달기사의 착오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인데 피해는 왜 점주들이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배민 측 관계자는 “음식 배달이 정산될 시에는 회사에 지급되는 중개이용료(최대 기준 7.8%), 결제수수료(모든 카드결제 시 포함되는 것으로 우아한형제들이 수취하는 금액이 아님), 배달비와 부가가치세가 있는데 3만4000원 상당의 음식이라면 2만6000 이상 정산이 된다”며 “이보다 적은 것은 가게에서 자체적으로 발급한 할인쿠폰 사용 시 할인된 금액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업주 B씨는 배민이 해당 제도의 지급 방식을 공지도 하지 않은 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당초에는 배달비와 수수료를 제외하지 않고 주문 취소건에 대한 모든 금액을 보장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수수료와 배달비를 빼고 절반도 안 되는 금액만을 보장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도 변경을 했다면 적어도 점주들에게 확실히 알려줘야 이해하거나 대비할 텐데 답답하다”며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상담원이 변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본사와 연락할 수 있는 창구도 미흡해 이 같은 상황이 매번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당초에는 기존 배달기사의 실수로 음식 배달에 문제가 생기면 배민서 음식값을 전액 보상했지만 최근 공지도 없이 수수료와 배달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주문 취소에 따른 손실을 가게만 보고 있는 셈이다.

객관적 사유?

배민 측에서는 주문 취소의 사유에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손실보장제도 변경 역시 업주에게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제도 변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약관상 문제 등을 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배민의 경우 타 플랫폼과 달리 전액 보상을 했었는데 라이더의 인건비와 음식에 들어간 자원을 보면 전액 보상을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민에서는 고객의 주문 취소를 무작정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며 “막무가내로 주문 취소를 하는 고객이 발견되면 이용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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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