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외롭게 떠난 김새론

새로운 시작 꿈꿨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우 김새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김새론의 사망은 예견된 미래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단 한 번의 잘못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언론과 네티즌들의 타작질에 또 한 생명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지만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돌변해 김새론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김새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일까?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오후 4시54분경 서울 성동구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가 집을 방문했다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김새론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으며,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 영상
고통 호소

현장서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7일 국가수사본부 정례 브리핑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변사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별다른 추가 수사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김새론은 2022년 5월18일 서울 청담동 부근서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사고로 변압기가 파손되면서 주변 건물 4곳과 가로등의 전기가 일시적으로 끊겼고, 인근 상점 57곳에서는 카드 결제가 한동안 불가능해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그는 현장서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채혈 검사를 요청했으며, 검사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인 0.2%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인해 김새론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사고 전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차현주’역을 맡았으나, 대부분의 촬영분이 편집됐고, 후반부에서는 다른 배우로 대체됐다.


자숙 기간 동안 김새론은 생활고를 겪으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방송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 대부분을 가족의 생활비와 부모의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음주 운전 사고로 인해 발생한 위약금과 손해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전 소속사로부터 약 7억원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기존에 거주하던 소속사 명의의 아파트서도 나와야 했다. 채무 상환이 지연되자 소속사는 김새론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상환을 요구했다. 회사 자금을 개인에게 빌려준 만큼, 변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송 활동이 끊긴 김새론은 채무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론의 반응이 워낙 부정적이었던 탓에 복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카페와 연기학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으나, 빚을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김새론은 채권자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고, 반드시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는 2022년 5월 김새론의 음주 운전 사고 이후 그의 근황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같은 해 11월, 이씨는 제보를 근거로 “김새론이 자숙 기간 중 생일을 맞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며 비판했다. 이듬해에는 김새론이 생활고로 인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보여주기식 행태’라며 지적했다.

음주 운전 사고 후 방송 끊겨 생활고
알바로 생계 유지하다 극단적 선택

지난달 6일에는 김새론이 SNS에 한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결혼설이 제기되자, 이씨가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본인 번호까지 삭제했다”며 “자숙의 진정성이 없고, 유명 연예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이씨 등 유튜버와 일부 언론 보도가 김새론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권영찬 한국연예인자살예방협회 소장은 지난 17일, 김새론의 빈소서 언론에 “유튜버의 ‘폭로 영상’으로 고인이 큰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김새론에 대한 영상이 모두 내려간 상태다. 유튜브에는 “한 사람을 죽게 만들고 영상만 내리면 그만인가” “이런 방송 채널은 삭제해야 한다” 등 비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룹 AOA 출신 권민아도 이씨를 비판했다. 권민아는 “저도 전혀 일면식 없는 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저에 대해서도 예전에 함부로 지껄이고 당해본 사람으로서 다 아는 척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역겹다”며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음을 밝혔다.

이어 “마치 날, 아니 우릴 오래전부터 지켜봐 온 사람처럼 엄청 가까이 늘 계셨었던 것처럼 허위 사실만 가지고 ‘팩트다’ ‘팩트다’ 세뇌하는 영상이구나. 다 보지도 못하고 껐다”며 “그때 당시에는 당신이란 사람도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상처받고 울었는데, 저도 그땐 솔직히 정신적으로 더 미치는 줄 알았다”고 당시 고통을 회상했다.

김새론의 사망 이후, 지난 19일 방송서 한 연예부 기자는 김새론의 카페 아르바이트가 ‘보여주기식’이 아니었음을 직접 확인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우연히 카페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김새론을 마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김새론의 아르바이트가 가짜라는 기사가 나왔을 때 저도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동의 한 카페에 우연히 방문했는데 부엌서 일하다가 쪼르르 와서 ‘주문받을게요, 오래 기다리셨죠’라고 상냥하게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인이 ‘저 사람 김새론인 것 같다’고 말해 확인해 보니 정말 김새론이었다”며 “눈으로 직접 일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새론에게 자신의 명함과 함께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나도 기사를 보고 오해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기사들에 대해서도 내가 대신 사과하고 싶다. 언젠가 좋은 날, 좋은 장소서 꼭 영화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후 카페 사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그는 “그 메모를 본 김새론이 옥상에 올라가 한참 동안 오열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새론은 개명 후 카페 개업과 연예계 복귀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지인은 “음주 운전 사고 이후 김새론이 이름을 ‘김아임’으로 개명했다”며 “안경을 쓰고 이름도 달라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지만, (카페에서 일하는)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정체가 밝혀졌고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연기자로서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칸 영화제
최연소 배우

김새론은 지난해 4월 연극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이씨의 폭로 영상이 공개된 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당시 그는 이미 법적 처벌과 피해 보상을 마친 상태였으며, TV 드라마나 상업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김새론의 연극 무대 복귀를 부정적으로 다루며 여론을 형성했고, 결국 그는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작품서 하차해야 했다.

김새론은 생전 배우로서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한 인터뷰서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씩씩한 태도를 보였다.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두운 이미지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도 “세상에는 밝은 아이도 있지만, 어두운 아이도 있을 것”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서도 김새론은 확고한 주관을 드러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다. 대본을 읽고 결정하는 건 결국 나다. 부모님과 소속사의 조언을 듣기는 하지만, 최종 선택은 내가 한다”는 그는 “어떤 특정한 장면이나 캐릭터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야기서 여운이 남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우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각오한 것이 있다. 내가 감수해야 할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지금까지 맡아 온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은 없다. 오로지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새론은 영화 <여행자>서 부모에게 버려진 ‘진희’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진희’라는 배역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압도하는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당시 아역 배우였지만 9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김새론은 이 영화에 출연하며 최연소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다.

이후 영화 <아저씨>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김새론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아저씨>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 원빈은 김새론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쏟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남다르다. 15년 전 개봉한 <아저씨>서 사실상 투톱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며 각별한 관계를 형성했다.

계속된
마녀사냥

당시 원빈은 ‘딸 바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어린 김새론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원빈은 김새론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들을 주기도 했으며, 김새론도 이를 소중히 간직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과거 미니홈피를 통해 원빈에게 받은 분홍색 미니 노트북과 알록달록한 공주님 머리빗을 공개하며 “아저씨처럼 바른 어른이 될게요. 제 방에 소중히 모셔뒀어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새론과 절친한 친구였던 그룹 악동뮤지션의 이수현도 빈소를 찾아 오열했다. 특히 이수현은 김새론의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곧장 달려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김보라도 함께하며 김새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김새론과 이수현은 연예계서도 소문난 절친으로, 각별한 우정을 이어왔다. 지난 2021년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독립만세>서도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김새론과 김보라가 이수현의 집을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수현은 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친해진 지 4~5년 정도 됐다. 단체 대화방서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할 정도”라며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번도 싸운 적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우리 집에 오면 김보라는 청소와 분리수거를 맡고, 김새론은 요리를 한다. 나는 베짱이처럼 논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집에 김보라와 김새론을 위한 칫솔과 슬리퍼를 항상 3개씩 준비해둘 정도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SNS서도 함께 찍은 사진을 꾸준히 공유하며 남다른 친분을 과시해 왔다.

김새론의 죽음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한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여러분, 우리는 못나지고 있다”며 과거 고인을 향한 도 넘은 공격과 비방을 가한 사회를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우 김새론의 사망 소식을 언급하며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김새론씨가 세상을 떠났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성경 구절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배우 이선균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새론씨의 과거 행적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지금 느끼는 비통함과 참담함, 그리고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잔인해지고 있다.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 순간, 죽창을 들고 목표물을 사정없이 공격한다”며 “그 방식이 아무리 공적 범위를 넘어 잔인해도 상관없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개명 후 복귀 준비 중 반복된 좌절
무차별 비난 문화에 대한 성찰 필요

또 “서로를 향한 ‘파묘’가 일상이 되었고, 폭로가 이어지고, 끝까지 쫓아가 상대를 짓이겨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며 “이 광기의 책임이 특정 정치 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상대를 공격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망설임 없이 죽창을 휘둘렀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최고위원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살해하지 않는 것, 섣부른 판단으로 집단 린치를 가하지 않는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키려 했던 가치들”이라며 “이제 다시 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지옥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법이 그를 처벌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바로 세운다’는 명목으로 손쉽게 죽창을 드는 것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며 “이 숨 막히는 지옥 열차를 멈추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능프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도 배우 김새론의 비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나 조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음주 운전은 분명히 큰 잘못이다. 만약 처벌이 약하다면 그것은 법체계의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인해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사람을 사회서 매장시키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쉽게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간다.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오징어 게임>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개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결과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으로 접한 그녀의 소식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그 기사뿐만 아니라 그녀가 일한 카페마저 온갖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우리가 타인에게 숨 쉴 틈도 없이 파괴적인 수치심을 부여하는 일을 멈출까”라며 “이제는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이며 깊은 슬픔을 표했다.

연예인을 향한 악성 댓글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지적돼왔다. 지난 2019년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 그리고 지난해 배우 이선균까지, 악성 댓글로 인한 안타까운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더 나아가, 김새론의 사생활을 세세히 보도하며 비난 여론을 부추긴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저씨도
울었다

그가 음주 운전 사고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근황이 전해지거나 복귀를 시도할 때마다, 언론이 그의 일상을 지나치게 부각하며 논란을 키웠다. 또 이 과정서 악성 댓글이 양산됐으며, 다시 기사화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지속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보도 방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논란을 소비하며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