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외롭게 떠난 김새론

새로운 시작 꿈꿨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우 김새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김새론의 사망은 예견된 미래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단 한 번의 잘못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언론과 네티즌들의 타작질에 또 한 생명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지만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돌변해 김새론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김새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일까?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오후 4시54분경 서울 성동구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가 집을 방문했다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김새론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으며,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 영상
고통 호소

현장서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7일 국가수사본부 정례 브리핑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변사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별다른 추가 수사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김새론은 2022년 5월18일 서울 청담동 부근서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사고로 변압기가 파손되면서 주변 건물 4곳과 가로등의 전기가 일시적으로 끊겼고, 인근 상점 57곳에서는 카드 결제가 한동안 불가능해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그는 현장서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채혈 검사를 요청했으며, 검사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인 0.2%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인해 김새론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사고 전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차현주’역을 맡았으나, 대부분의 촬영분이 편집됐고, 후반부에서는 다른 배우로 대체됐다.


자숙 기간 동안 김새론은 생활고를 겪으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방송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 대부분을 가족의 생활비와 부모의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음주 운전 사고로 인해 발생한 위약금과 손해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전 소속사로부터 약 7억원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기존에 거주하던 소속사 명의의 아파트서도 나와야 했다. 채무 상환이 지연되자 소속사는 김새론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상환을 요구했다. 회사 자금을 개인에게 빌려준 만큼, 변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송 활동이 끊긴 김새론은 채무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론의 반응이 워낙 부정적이었던 탓에 복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카페와 연기학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으나, 빚을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김새론은 채권자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고, 반드시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는 2022년 5월 김새론의 음주 운전 사고 이후 그의 근황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같은 해 11월, 이씨는 제보를 근거로 “김새론이 자숙 기간 중 생일을 맞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며 비판했다. 이듬해에는 김새론이 생활고로 인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보여주기식 행태’라며 지적했다.

음주 운전 사고 후 방송 끊겨 생활고
알바로 생계 유지하다 극단적 선택

지난달 6일에는 김새론이 SNS에 한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결혼설이 제기되자, 이씨가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본인 번호까지 삭제했다”며 “자숙의 진정성이 없고, 유명 연예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이씨 등 유튜버와 일부 언론 보도가 김새론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권영찬 한국연예인자살예방협회 소장은 지난 17일, 김새론의 빈소서 언론에 “유튜버의 ‘폭로 영상’으로 고인이 큰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김새론에 대한 영상이 모두 내려간 상태다. 유튜브에는 “한 사람을 죽게 만들고 영상만 내리면 그만인가” “이런 방송 채널은 삭제해야 한다” 등 비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룹 AOA 출신 권민아도 이씨를 비판했다. 권민아는 “저도 전혀 일면식 없는 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저에 대해서도 예전에 함부로 지껄이고 당해본 사람으로서 다 아는 척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역겹다”며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음을 밝혔다.

이어 “마치 날, 아니 우릴 오래전부터 지켜봐 온 사람처럼 엄청 가까이 늘 계셨었던 것처럼 허위 사실만 가지고 ‘팩트다’ ‘팩트다’ 세뇌하는 영상이구나. 다 보지도 못하고 껐다”며 “그때 당시에는 당신이란 사람도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상처받고 울었는데, 저도 그땐 솔직히 정신적으로 더 미치는 줄 알았다”고 당시 고통을 회상했다.

김새론의 사망 이후, 지난 19일 방송서 한 연예부 기자는 김새론의 카페 아르바이트가 ‘보여주기식’이 아니었음을 직접 확인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우연히 카페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김새론을 마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김새론의 아르바이트가 가짜라는 기사가 나왔을 때 저도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동의 한 카페에 우연히 방문했는데 부엌서 일하다가 쪼르르 와서 ‘주문받을게요, 오래 기다리셨죠’라고 상냥하게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인이 ‘저 사람 김새론인 것 같다’고 말해 확인해 보니 정말 김새론이었다”며 “눈으로 직접 일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새론에게 자신의 명함과 함께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나도 기사를 보고 오해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기사들에 대해서도 내가 대신 사과하고 싶다. 언젠가 좋은 날, 좋은 장소서 꼭 영화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후 카페 사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그는 “그 메모를 본 김새론이 옥상에 올라가 한참 동안 오열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새론은 개명 후 카페 개업과 연예계 복귀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지인은 “음주 운전 사고 이후 김새론이 이름을 ‘김아임’으로 개명했다”며 “안경을 쓰고 이름도 달라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지만, (카페에서 일하는)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정체가 밝혀졌고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연기자로서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칸 영화제
최연소 배우

김새론은 지난해 4월 연극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이씨의 폭로 영상이 공개된 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당시 그는 이미 법적 처벌과 피해 보상을 마친 상태였으며, TV 드라마나 상업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김새론의 연극 무대 복귀를 부정적으로 다루며 여론을 형성했고, 결국 그는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작품서 하차해야 했다.

김새론은 생전 배우로서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한 인터뷰서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씩씩한 태도를 보였다.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두운 이미지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도 “세상에는 밝은 아이도 있지만, 어두운 아이도 있을 것”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서도 김새론은 확고한 주관을 드러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다. 대본을 읽고 결정하는 건 결국 나다. 부모님과 소속사의 조언을 듣기는 하지만, 최종 선택은 내가 한다”는 그는 “어떤 특정한 장면이나 캐릭터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야기서 여운이 남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우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각오한 것이 있다. 내가 감수해야 할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지금까지 맡아 온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은 없다. 오로지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새론은 영화 <여행자>서 부모에게 버려진 ‘진희’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진희’라는 배역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압도하는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당시 아역 배우였지만 9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김새론은 이 영화에 출연하며 최연소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다.

이후 영화 <아저씨>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김새론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아저씨>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 원빈은 김새론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쏟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남다르다. 15년 전 개봉한 <아저씨>서 사실상 투톱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며 각별한 관계를 형성했다.

계속된
마녀사냥

당시 원빈은 ‘딸 바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어린 김새론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원빈은 김새론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들을 주기도 했으며, 김새론도 이를 소중히 간직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과거 미니홈피를 통해 원빈에게 받은 분홍색 미니 노트북과 알록달록한 공주님 머리빗을 공개하며 “아저씨처럼 바른 어른이 될게요. 제 방에 소중히 모셔뒀어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새론과 절친한 친구였던 그룹 악동뮤지션의 이수현도 빈소를 찾아 오열했다. 특히 이수현은 김새론의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곧장 달려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김보라도 함께하며 김새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김새론과 이수현은 연예계서도 소문난 절친으로, 각별한 우정을 이어왔다. 지난 2021년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독립만세>서도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김새론과 김보라가 이수현의 집을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수현은 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친해진 지 4~5년 정도 됐다. 단체 대화방서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할 정도”라며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번도 싸운 적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우리 집에 오면 김보라는 청소와 분리수거를 맡고, 김새론은 요리를 한다. 나는 베짱이처럼 논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집에 김보라와 김새론을 위한 칫솔과 슬리퍼를 항상 3개씩 준비해둘 정도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SNS서도 함께 찍은 사진을 꾸준히 공유하며 남다른 친분을 과시해 왔다.

김새론의 죽음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한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여러분, 우리는 못나지고 있다”며 과거 고인을 향한 도 넘은 공격과 비방을 가한 사회를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우 김새론의 사망 소식을 언급하며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김새론씨가 세상을 떠났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성경 구절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배우 이선균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새론씨의 과거 행적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지금 느끼는 비통함과 참담함, 그리고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잔인해지고 있다.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 순간, 죽창을 들고 목표물을 사정없이 공격한다”며 “그 방식이 아무리 공적 범위를 넘어 잔인해도 상관없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개명 후 복귀 준비 중 반복된 좌절
무차별 비난 문화에 대한 성찰 필요

또 “서로를 향한 ‘파묘’가 일상이 되었고, 폭로가 이어지고, 끝까지 쫓아가 상대를 짓이겨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며 “이 광기의 책임이 특정 정치 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상대를 공격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망설임 없이 죽창을 휘둘렀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최고위원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살해하지 않는 것, 섣부른 판단으로 집단 린치를 가하지 않는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키려 했던 가치들”이라며 “이제 다시 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지옥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법이 그를 처벌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바로 세운다’는 명목으로 손쉽게 죽창을 드는 것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며 “이 숨 막히는 지옥 열차를 멈추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능프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도 배우 김새론의 비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나 조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음주 운전은 분명히 큰 잘못이다. 만약 처벌이 약하다면 그것은 법체계의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인해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사람을 사회서 매장시키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쉽게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간다.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오징어 게임>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개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결과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으로 접한 그녀의 소식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그 기사뿐만 아니라 그녀가 일한 카페마저 온갖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우리가 타인에게 숨 쉴 틈도 없이 파괴적인 수치심을 부여하는 일을 멈출까”라며 “이제는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이며 깊은 슬픔을 표했다.

연예인을 향한 악성 댓글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지적돼왔다. 지난 2019년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 그리고 지난해 배우 이선균까지, 악성 댓글로 인한 안타까운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더 나아가, 김새론의 사생활을 세세히 보도하며 비난 여론을 부추긴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저씨도
울었다

그가 음주 운전 사고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근황이 전해지거나 복귀를 시도할 때마다, 언론이 그의 일상을 지나치게 부각하며 논란을 키웠다. 또 이 과정서 악성 댓글이 양산됐으며, 다시 기사화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지속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보도 방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논란을 소비하며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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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