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변곡점’ 한동훈 등판 초읽기

‘몰락한 황태자’ 다시 왕좌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자취를 감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복귀설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윤석열의 황태자’에서 한순간에 ‘배신자’로 낙인찍혔지만, 아직은 심폐소생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여당과 극우가 밀착한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질주하는 국민의힘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16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여의도를 떠났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최고위원들이 줄사퇴하자 정상적인 당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한 전 대표는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부활전

그런 한 대표가 지난 16일 복귀탄을 쏘아 올렸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책을 한 권 쓰고 있다”며 “머지않아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지만 보수는 오히려 똘똘 뭉치는 양상을 띠는, 이른바 ‘극우화’ 현상이 한 전 대표의 등판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에서조차 여당이 극우 세력과 극우 유튜버에게 끌려다니느라 닥쳐올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에서다.

‘조기 대선’이 금기어로 여겨지는 상황서 국민의힘에서는 과연 누가 대선후보로 뛰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동안 한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SNS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다.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역시 한 전 대표의 등판 시기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성급하게 나서기보다는 정치 동향을 파악한 뒤 정치권의 부름에 응답하는 식으로 전략을 세워 재등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설 연휴가 끝난 이후부터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보수 원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하며 복귀 시기를 재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변론기일이 끝난 직후인 2월 말이나 탄핵 결과가 나오는 3월 초 즈음에 한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이 시기를 놓친다면 두 번째 기회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처럼 어수선할 때 한 전 대표가 꾸준히 밀던 ‘차별화’ 전략이 먹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진짜 보수”다시 뭉치는 친한계
어쩌면 마지막 기회…대권 열차 올라타나

‘2말3초 등판설’에 힘이 실리면서 한 전 대표의 측근으로 이루어진 모임 ‘언더73’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졌다. 해당 모임은 73년생인 한 전 대표와 나이대가 비슷한 정치인 모임으로 국민의힘 김상욱·김예지·진종오 의원을 비롯해 박상수 인천서구갑 당협위원장·정혜림 전 부대변인·류제화 세종시갑 당협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짜기 위해 73년생 이하의 젊고 지적인 정치인들이 뭉쳤다!”는 소개 글을 작성했다. 젊은 정치인을 주축으로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두는 ‘건강한 보수’ ‘진짜 보수’를 내세워 세대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언더73은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 도서관을 찾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이사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김영삼 정신은 2025년 오늘, 정통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라며 “기필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라고 밝혔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환영하면서도 “소환 1호는 이재명 대표”라고 말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정권교체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윤도 싫고 이도 싫다”는 비토 세력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변론기일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친윤(친 윤석열) 세력은 강하게 결집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지난 1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탄핵 심판 7차 변론을 방청하는 등 지지층을 향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친한계도 지지 않고 한 전 대표 복귀설에 부지런히 군불을 땠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확정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 최종 변론 이후 2월 하순이 한 전 대표의 가장 빠른 복귀 시점이 될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복귀설을 띄웠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더는 (복귀를)늦출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광장 정치를 하는 우리 강성보수 지지층들 발언이 보수 전체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로 지금 나오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분명히 그 목소리도 있지만 이걸 걱정하며 ‘이게 아닌데’ 하는 목소리도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가 조기 대선 경선에 임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가 정권을 재창출하고 보수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한동훈이 대안이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너무 늦게 나올 수는 없다”고 답했다.

국힘 당내서도 극우화 우려
“계엄 반대” 중도 확장성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역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극우 집회에 참여하는 점을 지적했다.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전 대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일단 정치에 참여한 이상 자기 나름대로 뜻을 펼치려면 한번 큰 뜻을 품고 무대에 출연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전당대회 당시)63%라고 하는 절대적인 다수가 한 전 대표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뿌리가 아직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이 조기에 열린다면 어느 후보보다(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가 제일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전 대표가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은 비상계엄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날, 한 전 대표는 메신저를 통해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했으며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비상계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배신자 프레임’이 한층 두터워졌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거부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길 명분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이 고착화된 상황서 한 전 대표가 복귀하더라도 ‘이재명 대항마’로 자리를 굳힐지 미지수다. 짧은 텀을 두고 비상대책위원장, 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번번이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만큼 정치인으로서의 평가와 당내 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관문

‘검사 윤석열’에 이어 ‘검사 한동훈’까지, 이어지는 검사 프레임 역시 부담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출마한 데에는 검사 이미지를 빠르게 탈피하고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며 “문제는 그 시기가 너무 짧아 각인이 덜 됐다. 게다가 성공 대신 실패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국민 인식 속 ‘한동훈’이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복귀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부름이 필요한데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 총선 전략이 차별화였다면 조기 대선에서는 ‘세대교체’를 기치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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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