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오세훈 티 나는 대권 행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2.17 14:26:44
  • 호수 1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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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의혹 발목 잡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실상 대선 행보가 시작됐다. 오 시장은 각종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의 향방에 따라 오 시장의 대권 행보 향방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조기 대선’이란 말이 금기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도 조기 대선을 공식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강경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는 경선서 선출하는데 ‘배신자’ 인상을 주면, 경선서 미끄러진다.

자제한다지만…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들은 조기 대선 관련 질문을 받으면, 묘한 답변을 내놓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서 “내 입장은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만에 하나’라는 단서를 붙여 “대선이 열리면 당이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개헌 등 차기 구상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4일, 신년 외신 기자간담회서 조기 대선 관련 질문을 받자 “현직 시장으로서 시정에 전념하는 입장이라 대선 출마 언급은 자제하는 편”이라면서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에 상황을 봐서 명확하게 답하겠다”고 답변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서도 같은 질문을 받고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라며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답변으로 드린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5일 TV조선 <강적들>에 출연해 패널들로부터 “대선 출마 의사가 100%인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웃기만 했다. 출마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고 있다.

대신 오 시장은 간접적인 언행으로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오 시장은 평소와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각종 현안에 대해 언론 인터뷰·각종 행사 참석·페이스북 게시글 게재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신년 외신 기자간담회서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서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했다. 평소 오 시장의 성향대로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오 시장도 “구체적 사안에 대해 제가 다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이 자리서 더 깊이 있는 말을 드리는 건 자제하겠다”면서도 “일각서 나오고 있는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력이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찬성과 반대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아전인수’식의 애매한 답변이었다.

각종 현안에 적극 주장
평소와 다른 이슈 대응

지난 7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같은 날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이재명 분신의 범죄는 곧 이재명의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 전 부원장을 일컬어 ‘내 분신’이라고 했다”며 “이재명 분신에 의해 오간 불법 자금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엔 ‘이재명’이란 이름이 130차례나 등장한다”며 “사건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보다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주장한 이 대표를 다시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 대표의 주장을 일컬어 “극성 지지자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개헌 논의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 대표 홀로 개헌 논의에 귀를 막고 있다”며 “2년 반 전, 87년 체제를 바꾸기 위해 국회 헌법개정특위 설치까지 제안하셨던 분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판했다.

하루 전인 지난 9일엔 페이스북에 “한·미·일 외교는 윤석열정부가 옳았다”며 “저는 계엄 선포에 즉시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엔 예나 지금이나 적극 찬성하고 동의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한일관계를 회복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망친 한미관계를 완벽히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반대 견해를 드러내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인기 속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견해도 제시했다. 지난 6일엔 페이스북에 “최근 중증 외상 전문의 양성을 담당했던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국회 예산 심사 과정서 지원 예산 9억원이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에 5억원을 긴급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의 거짓 선동”이라며 “9억원은 기획재정부서 깎인 것이고, 정부여당이 증액 협상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지난 10일 다시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감액 예산안을 처리하는 최악의 예산 폭주를 저질러 9억원 지원이 무산됐던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국회서 개최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했다. 현장엔 오 시장의 지지자들이 다수 모였고, 권영세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힘 의원 48명도 참석했다.

“껍질 벗겨주겠다”
잔뜩 벼르는 명태균

떠들썩한 분위기를 놓고,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 같다”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오 시장은 이날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한 ‘5대 강소국 체제’를 주장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 메가시티화한 후 권한을 위임하자”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범여권 대선후보 중 오 시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5.1%)·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11.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10.3%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 견해를 밝혔고, 모나지 않은 평소 언행으로 인해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내 대선주자로서 ▲유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등과 함께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일각에선 오 시장의 경쟁력을 경계한다. 우상호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오 시장을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후보로 지목했다. 우 전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서 이재명 후보가 0.74%포인트 차로 패배했던 원인은 서울”이라며 “서울서 이겨야만 이번 대선도 승리할 수 있는데, 오 시장이 여권서 제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 6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 명태균 게이트로 가장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던 정치인은 오 시장이었다. 명씨 측도 같은 날 특검법 발의를 환영하면서 “나를 고발한 오세훈·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달라. 이 자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던 명씨의 반응을 소개했다.

오 시장도 토론회서 명씨 질문을 받자 “그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며 “검찰의 빠른 수사를 촉구한다”고 받아쳤다.

커진 목소리

조기 대선이 실제로 진행되면 민주당과 명씨의 공세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지난 2004년 이후 국회를 떠난 지 오래돼 당내 기반이 약해 ‘오세훈계’ 중엔 현역 의원이 없다. 민주당과 명씨의 공세를 적극적 방어할 기반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당에선 강경보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중도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오 시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유창하면서도 뚜렷한 의견 제시를 자제하는 평소 언행이 당내 경선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오 시장이 활짝 기지개를 켤지 여부는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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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