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풀어야 할 중도 방정식

품긴 품어야 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에서는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을 뭉뚱그려 중도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중도층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나뉜다. 이들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넓은 선거 연합을 구축해 가동 범위를 최대치로 늘려야 한다. 차기 집권여당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최대 난제였던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 간의 갈등이 일부 사그라드는 추세다. 지난 총선서 친명계가 대거 당선되면서 당의 주도권을 쥐었는데,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탄생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해 친문계의 활동 반경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평이다.

“내 탓이오”
갈등 봉합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검찰 총장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이 윤정부 탄생의 가장 단초가 되는 일이기에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에 대해)지지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소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 의견이 수적으로는 작아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내가 보기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과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는 것 등이 반대 이유로 거론됐다고 말했다.

친명과 친문은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오랫동안 공방을 벌여왔다. 친명계에서는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원인으로 꼽았고 비명계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부족하단 점을 부각했다.


진보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MBN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대선이 끝나고 우리가 왜 졌는지 성찰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는데, 당 차원서 백서를 안 낸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후보였기 때문에 후보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말해 아픈 곳을 꼬집었다.

다만 “여러 가지 것들이 종합적인 게 아니겠나”라며 “당시 정부가 했던 것 중에서 부동산 정책 같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대표 친문인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선 패배 원인은 문 전 대통령이 아닌 이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친명인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SNS에 “2022년 지방선거 때 (남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욕은 ‘대통령·지방선거·총선까지 몰아줬는데 민주당은 뭐했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세금은 천정부지, 표 달란 염치가 있느냐’였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라 0.73%포인트 석패였다”고 반박했다.

양문석 의원도 비명계를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 출신들의 사유물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정부 탄생은 내 책임” 명-문 정당 탄생?
통합 속도 내는 이…초일회·새미래는 아직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공개된 시기는 이 같은 계파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이다. 여기에 이 대표 역시 바로 이튿날 “대선 패배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 모두 총구를 거둬 들였다.


지난 13일 이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회동하면서 통합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회동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지사가 당의 통합을 위해 ‘당에서 마음에 상처 입은 분들을 보듬어 줄 때가 됐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해 ‘통 크게 통합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로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서 당원들이 당원 중심으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이에 공감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이 원외 비명계 조직인 초일회와 새미래민주당(구 새로운미래·이하 새미래)까지 전선을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의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가진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는 내려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통합력과 포용력을 갖춘 유능한 민주 정당으로 다시 한번 환골탈태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새미래 역시 이 대표 1극 체제를 거칠게 비판했다. 새미래 전병헌 대표는 창당 1주년 기자회견서 “가짜 민주당을 확실하게 대체해 정권 창출의 선봉에 나서겠다”며 “‘반 이재명’ ‘이재명 집권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 이것이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의 시대정신을 받드는 일이고 새 질서, 새 나라로 가는 위대한 관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일회와 새미래가 빅텐트를 구축해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대표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남서 “초일회가 가짜 민주당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결단을 한다면 대환영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날아오는
견제구

지난 4·10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워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호남서 태풍을 일으킨 혁신당이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으로 답해 든든한 우군으로 조기 대선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중도보다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지지층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혁신당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과 시민사회에 내란 종식과 헌법수호를 위한 원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극우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단단하게 연합해 압도적 승리로 집권해야 한다”며 “그래야 극우 파시즘을 발아 단계서 제거하고 반헌법 내란 세력을 권력 근처로부터 몰아내고 비로소 국민을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정 수호, 민주 공화정을 믿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다수 연합’으로 연대해야 한다”며 “혁신당은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름은 무엇이든 좋다”고 말했다.

원탁회의서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을 비롯한 정치개혁 토대와 평등한 정책 연대 추진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역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다수파 연합을 만든 뒤 원탁회의를 거쳐 정책연합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며 “선거 구도는 ‘민주헌정수호 세력’과 ‘내란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다수파 연합을 만들어 진보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도 있는 논의를 제시한 혁신당이 조기 대선서 민주당과 연대를 할지, 독자적 노선을 걸을지는 불투명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대권주자 배출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 전 대표가 부재인 상황서 새로운 대선주자를 세우자니 마땅한 인물이 없을뿐더러 당의 동력도 이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황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연합, 또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당을 지속 가능케 하는 안정적인 방법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상황에 휩쓸려 조급하게 후보를 내기보다 조 전 대표의 복귀를 기다리고, 대신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럴 경우 “대놓고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당내 갈등이 불거질 위험이 있다.

아직 노선을 정하지 못한 혁신당은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강조하는 동시에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혁신당은 이 대표가 띄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이미 논의된 정치개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새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혁신당은 “민주헌정수호세력이 힘을 모아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의 바탕 위에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며 다시 한번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리저리
꺾이는 핸들

여의도를 벗어난 광장·시민사회·노동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중도 민심이 잘 드러나는 집단으로 민주당이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응원봉 불빛이 국회대로를 메우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광장 민심을 확인한 여당 일부가 이탈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이후에도 한남동 관저와 남태령 고개 등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광장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시민단체 ‘퇴진행동’은 지난 2017년 10월 “촛불이 밝혀진 지 1년이 다 됐고 정권이 교체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해결된 과제는 2%에 불과하다”며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 진척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과제는 52%로 나타났다. 적폐 청산을 위해 내세웠던 100대 과제들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정책소통플랫폼을 개설해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시민의 질문에 의원이 직접 답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공론 플랫폼 ‘모두의질문Q’를 공개했다. 이는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산하의 플랫폼으로 결과물은 ‘녹서’로 발간된다.

이 대표는 모두의질문Q 출범식서 “광장의 에너지가 정치에 직접 반영돼야 한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해 국민 집단지성이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이 녹서다. 국민이 묻게 해야 한다. 민주당도 그걸 알고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에너지가 일상적으로 정치에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문제가 심각한데 국민을 주체로, 주권자로 인정하지도 않고 이때까지 우리가 수십 년간 쌓아왔던 온갖 성취를 다 망가뜨리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들은 나서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약간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경험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를 끌어내렸는데 결과는 무엇인지, 그 후 나의 삶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 사회는 얼마나 변했는지 (국민들은)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호불호’ 강한 이재명표 경제 정책
연타하는 좌·우클릭…커지는 고민

민주당은 광장 민심 포용에 나섰지만 노동·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성장’을 28차례 언급하며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었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이 대두된다. 52시간제 예외 인정과 주4일제 도입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잠시 주춤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서도 유독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요구해 온 삼성전자를 위한 특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추진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이 대표의 노동 유연화가 ‘필요에 따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윤정부의 노동 유연화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입장 철회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으로 표현되는 여러 얘기를 하고 결국 내놓은 반도체특별법이나 국가미래 먹거리 산업 특별법 등 정책은 전혀 전향적 노선이 안 보인다”며 “깜빡이는 오른쪽으로 켰는데 왼쪽으로 돌아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여당의 먹잇감이 됐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등을 위해 총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는데 여권에서는 “대한민국을 배네수엘라처럼 만들겠다는 것” “뒷일은 생각 않고 당장 눈앞에 놓인 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한 야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경제정책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대표는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시도하는 것 같다”며 “문제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새로운 가치로 ‘잘사니즘’을 내걸었는데, 중도층을 끌어올만한 구체적인 비전이 아직 뒷받침되지 않아 국민 피부에 잘 와닿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산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
몽땅 한 편으로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이 대표의 우클릭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선거가 가까워지면 진보는 우클릭, 보수는 좌클릭하게 되는데, 지금은 양쪽이 똑같이 우클릭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외면하고 우측으로 치우치면서 민주당이 그 빈 공간을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후방에 대한 걱정이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며 후방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후방 걱정 없이 쭉 우클릭을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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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