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풀어야 할 중도 방정식

품긴 품어야 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에서는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을 뭉뚱그려 중도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중도층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나뉜다. 이들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넓은 선거 연합을 구축해 가동 범위를 최대치로 늘려야 한다. 차기 집권여당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최대 난제였던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 간의 갈등이 일부 사그라드는 추세다. 지난 총선서 친명계가 대거 당선되면서 당의 주도권을 쥐었는데,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탄생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해 친문계의 활동 반경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평이다.

“내 탓이오”
갈등 봉합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검찰 총장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이 윤정부 탄생의 가장 단초가 되는 일이기에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에 대해)지지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소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 의견이 수적으로는 작아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내가 보기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과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는 것 등이 반대 이유로 거론됐다고 말했다.

친명과 친문은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오랫동안 공방을 벌여왔다. 친명계에서는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원인으로 꼽았고 비명계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부족하단 점을 부각했다.


진보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MBN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대선이 끝나고 우리가 왜 졌는지 성찰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는데, 당 차원서 백서를 안 낸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후보였기 때문에 후보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말해 아픈 곳을 꼬집었다.

다만 “여러 가지 것들이 종합적인 게 아니겠나”라며 “당시 정부가 했던 것 중에서 부동산 정책 같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대표 친문인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선 패배 원인은 문 전 대통령이 아닌 이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친명인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SNS에 “2022년 지방선거 때 (남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욕은 ‘대통령·지방선거·총선까지 몰아줬는데 민주당은 뭐했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세금은 천정부지, 표 달란 염치가 있느냐’였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라 0.73%포인트 석패였다”고 반박했다.

양문석 의원도 비명계를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 출신들의 사유물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정부 탄생은 내 책임” 명-문 정당 탄생?
통합 속도 내는 이…초일회·새미래는 아직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공개된 시기는 이 같은 계파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이다. 여기에 이 대표 역시 바로 이튿날 “대선 패배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 모두 총구를 거둬 들였다.


지난 13일 이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회동하면서 통합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회동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지사가 당의 통합을 위해 ‘당에서 마음에 상처 입은 분들을 보듬어 줄 때가 됐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해 ‘통 크게 통합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로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서 당원들이 당원 중심으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이에 공감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이 원외 비명계 조직인 초일회와 새미래민주당(구 새로운미래·이하 새미래)까지 전선을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의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가진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는 내려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통합력과 포용력을 갖춘 유능한 민주 정당으로 다시 한번 환골탈태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새미래 역시 이 대표 1극 체제를 거칠게 비판했다. 새미래 전병헌 대표는 창당 1주년 기자회견서 “가짜 민주당을 확실하게 대체해 정권 창출의 선봉에 나서겠다”며 “‘반 이재명’ ‘이재명 집권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 이것이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의 시대정신을 받드는 일이고 새 질서, 새 나라로 가는 위대한 관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일회와 새미래가 빅텐트를 구축해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대표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남서 “초일회가 가짜 민주당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결단을 한다면 대환영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날아오는
견제구

지난 4·10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워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호남서 태풍을 일으킨 혁신당이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으로 답해 든든한 우군으로 조기 대선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중도보다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지지층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혁신당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과 시민사회에 내란 종식과 헌법수호를 위한 원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극우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단단하게 연합해 압도적 승리로 집권해야 한다”며 “그래야 극우 파시즘을 발아 단계서 제거하고 반헌법 내란 세력을 권력 근처로부터 몰아내고 비로소 국민을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정 수호, 민주 공화정을 믿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다수 연합’으로 연대해야 한다”며 “혁신당은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름은 무엇이든 좋다”고 말했다.

원탁회의서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을 비롯한 정치개혁 토대와 평등한 정책 연대 추진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역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다수파 연합을 만든 뒤 원탁회의를 거쳐 정책연합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며 “선거 구도는 ‘민주헌정수호 세력’과 ‘내란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다수파 연합을 만들어 진보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도 있는 논의를 제시한 혁신당이 조기 대선서 민주당과 연대를 할지, 독자적 노선을 걸을지는 불투명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대권주자 배출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 전 대표가 부재인 상황서 새로운 대선주자를 세우자니 마땅한 인물이 없을뿐더러 당의 동력도 이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황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연합, 또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당을 지속 가능케 하는 안정적인 방법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상황에 휩쓸려 조급하게 후보를 내기보다 조 전 대표의 복귀를 기다리고, 대신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럴 경우 “대놓고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당내 갈등이 불거질 위험이 있다.

아직 노선을 정하지 못한 혁신당은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강조하는 동시에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혁신당은 이 대표가 띄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이미 논의된 정치개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새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혁신당은 “민주헌정수호세력이 힘을 모아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의 바탕 위에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며 다시 한번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리저리
꺾이는 핸들

여의도를 벗어난 광장·시민사회·노동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중도 민심이 잘 드러나는 집단으로 민주당이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응원봉 불빛이 국회대로를 메우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광장 민심을 확인한 여당 일부가 이탈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이후에도 한남동 관저와 남태령 고개 등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광장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시민단체 ‘퇴진행동’은 지난 2017년 10월 “촛불이 밝혀진 지 1년이 다 됐고 정권이 교체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해결된 과제는 2%에 불과하다”며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 진척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과제는 52%로 나타났다. 적폐 청산을 위해 내세웠던 100대 과제들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정책소통플랫폼을 개설해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시민의 질문에 의원이 직접 답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공론 플랫폼 ‘모두의질문Q’를 공개했다. 이는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산하의 플랫폼으로 결과물은 ‘녹서’로 발간된다.

이 대표는 모두의질문Q 출범식서 “광장의 에너지가 정치에 직접 반영돼야 한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해 국민 집단지성이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이 녹서다. 국민이 묻게 해야 한다. 민주당도 그걸 알고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에너지가 일상적으로 정치에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문제가 심각한데 국민을 주체로, 주권자로 인정하지도 않고 이때까지 우리가 수십 년간 쌓아왔던 온갖 성취를 다 망가뜨리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들은 나서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약간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경험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를 끌어내렸는데 결과는 무엇인지, 그 후 나의 삶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 사회는 얼마나 변했는지 (국민들은)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호불호’ 강한 이재명표 경제 정책
연타하는 좌·우클릭…커지는 고민

민주당은 광장 민심 포용에 나섰지만 노동·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성장’을 28차례 언급하며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었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이 대두된다. 52시간제 예외 인정과 주4일제 도입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잠시 주춤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서도 유독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요구해 온 삼성전자를 위한 특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추진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이 대표의 노동 유연화가 ‘필요에 따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윤정부의 노동 유연화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입장 철회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으로 표현되는 여러 얘기를 하고 결국 내놓은 반도체특별법이나 국가미래 먹거리 산업 특별법 등 정책은 전혀 전향적 노선이 안 보인다”며 “깜빡이는 오른쪽으로 켰는데 왼쪽으로 돌아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여당의 먹잇감이 됐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등을 위해 총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는데 여권에서는 “대한민국을 배네수엘라처럼 만들겠다는 것” “뒷일은 생각 않고 당장 눈앞에 놓인 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한 야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경제정책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대표는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시도하는 것 같다”며 “문제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새로운 가치로 ‘잘사니즘’을 내걸었는데, 중도층을 끌어올만한 구체적인 비전이 아직 뒷받침되지 않아 국민 피부에 잘 와닿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산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
몽땅 한 편으로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이 대표의 우클릭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선거가 가까워지면 진보는 우클릭, 보수는 좌클릭하게 되는데, 지금은 양쪽이 똑같이 우클릭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외면하고 우측으로 치우치면서 민주당이 그 빈 공간을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후방에 대한 걱정이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며 후방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후방 걱정 없이 쭉 우클릭을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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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