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최근 텔레그램의 협조로 이른바 ‘목사방’ 사건의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12·3 비상계엄과 내란죄 관련해서는 전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비상계엄과 내란죄 정보는 텔레그램 규정과 맞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범죄 성립 여부’라는 가능성을 열어둬 추후 핵심 관계자 등의 재판 결과 이후 정보는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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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12·3 비상계엄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과 증언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수많은 메모와 노트 등이 등장했지만 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명확한 내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건의 핵심 열쇠가 될 계엄 전후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자료를 확보하면 사건 추이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텔레그램이 자료를 넘기지 않고 있다.
넘기나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텔레그램과 상시 협의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해 하루 평균 3회 송·수신하고 있다. 약 90일 동안 270건의 답변을 받았다. 한국 경찰이 보낸 공문을 받은 텔레그램 측은 빠르면 24시간 내로 응답할 정도로 적극 협조하고 있다.
요청 사항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텔레그램이 한국에 협조하는 비율은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텔레그램은 수사 정보 제공에 비협조적인 소셜미디어로 꼽혔다. 2019년 ‘N번방(박사방)’ 사건 때도 텔레그램은 경찰의 일곱 차례에 걸친 이메일 수사 협조 요청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그랬던 텔레그램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경찰과 수사 협조 체제를 구축해 범죄 관련 정보를 공식적으로 회신하기로 했다. 당시 경찰청과 회의서 대한민국 법령을 준수하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는 지난해 8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 당국에 체포된 이후 급물살을 탔다. 두로프 CEO는 텔레그램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이후 텔레그램은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정책 등을 개정해 정보 제공 대상국에 한국을 포함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북미·유럽 지역의 일부 국가에만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텔레그램은 아직 비상계엄과 관련한 자료를 경찰이나 검찰 측에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90% 이상 수사 협조
“위헌·범죄 성립 여부 판단 안 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의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 수사가 시작된 후 포렌식 등을 거치며 이들이 텔레그램으로 소통한 사실은 확인했다”며 “하지만 대화방이 삭제되거나 텔레그램 회원 탈퇴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텔레그램에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텔레그램 측에서 ‘비상계엄의 위헌 여부와 내란죄 범죄 성립 여부가 명확히 판단되지 않았기에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군 관계자들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가 삭제한 정황, 텔레그램 메시지와 전화 등으로 핵심 관계자들이 연락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범죄 성립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해당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특수본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에서는 비상계엄과 내란의 정황은 수사를 통해 포착했지만 해당 정황적 증거에 맞는 사실 여부 판단은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존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의 사건과 신병을 인계받은 특수본서도 텔레그램 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수사팀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조치를 진행했다”며 “텔레그램이 자료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인사들은 특수본의 현재 수사 방식을 분석하면 아직 텔레그램 자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텔레그램이 어느 정도까지의 정보를 제공하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 특수본의 수사 방식을 살펴보면, 관계자들을 불러 참고인 또는 피고인 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진술에 의존하는 듯 보인다”며 “만약 텔레그램이 로그 정보를 제공했다면 수사의 속도는 더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 의혹 해소에 필수적”
“추후 제공될 가능성 있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앞서의 특수단 관계자는 “대화방의 모든 로그를 제공한다면 비상계엄 지시 등 현재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며 재판에 핵심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하지만 텔레그램 측에서 이를 거부하고 있어 오히려 수사와 재판 과정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한탄했다.
현재 비상계엄과 내란죄 수사는 특수본과 특수단서 진행 중이다. 양측 모두 관계자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체포조 의혹, 일부 언론사 단전‧단수, 북풍 공작 등에 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의혹을 명확히 해결하기 위해 텔레그램의 협조는 필수적이지만 협조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그램 개인정보 규정을 살펴보면 텔레그램이 관련 사법 당국으로부터 유효한 명령을 받은 경우, 사용자가 텔레그램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는 범죄 활동의 용의자로 확인된다면 사용자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해당 당국에 공개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정보보호학과 한 교수는 “텔레그램의 개인정보 규정서 중요한 것은 ‘텔레그램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는 범죄 활동’”이라며 “계엄 선포와 내란죄가 텔레그램 서비스 약관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수사기관서도 어쩔 수 없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텔레그램 측에서 범죄 성립 여부 판단이 나오면 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것으로 보면 윤 대통령이 아닌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관계자의 재판 결과라도 나오면 텔레그램이 예외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이 계엄 수사 이후 텔레그램을 탈퇴한 만큼 텔레그램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는 흔적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지우고 계정을 탈퇴하더라도 흔적은 고스란히 남는다. 앞서 텔레그램은 당초 ‘(탈퇴하거나 삭제하면)대화가 남아 있지 않고 철저히 암호화돼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정보 제공이 불가하다고 했지만 최근 정보 제공이 일부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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