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후 시나리오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1.20 10:29:39
  • 호수 1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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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서 법 기술 난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구속됐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앞으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절차를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소 이후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맡았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행적을 밟을 수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15일 오전 10시33분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오전 2시50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경찰의 관저 진입이 목전에 다다르자, 뒤늦게 자진출석을 언급했다.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도 직접 참석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수단 총동원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영장 발부 후 10일 이내 기소해야 하고, 수사를 계속해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지방법원 판사의 허가를 받아 10일 이내 범위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10일 동안 윤 대통령을 조사한 후 검찰에 넘기고, 검찰이 10일 동안 추가 조사한 후 기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지난 2일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지난해 12월31일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영장 효력을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가처분을 신청했다.

윤 변호사가 진행한 절차들은 현행법에 규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윤 변호사가 이의신청이라고 표현한 준항고와 권한쟁의심판은 인용 가능성이 처음부터 희박했다. 체포에 대한 불복은 집행 전 이의신청이 아니라 집행 후 체포적부심·준항고 청구로써 진행할 수 있다.


윤 변호사가 말한 이의신청은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규정된 준항고를 의미한다. 이 절차는 검사·사법경찰관의 구금·압수·압수물 환부 관련 처분 등에 대한 취소·변경을 청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준항고라는 명확한 용어가 아닌 이의신청이란 애매한 표현을 쓴 것은 의미심장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체포·구금되지 않은 사람이 준항고를 제기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당시 윤 대통령 측은 “집행이 목전에 이르러 집행을 받은 것과 같은 정도로 볼 것이므로, 집행받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 영장 집행을 불허할 것을 구한다”고 주장했다.

권한쟁의심판은 2개 이상 기관이 특정 권한의 존재 여부와 범위를 놓고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중범죄 혐의로 인해 탄핵소추돼 직무 정지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체포 시도의 부당함을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윤 대통령 측의 권한쟁의심판 언급을 놓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 1일 “법원의 체포영장 적법성을 다투고 싶다면, 체포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하면 될 일인데 해괴한 절차를 언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직 시간 끌기를 통해 극단적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불순한 의도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종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포 후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실익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체포 당일 오후 9시47분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청구하고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항의했던 기존 입장을 유지·광고하기 위한 의도란 분석이 있었다. 체포적부심을 맡았던 소준섭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판사는 지난 16일 오후 11시10분 체포적부심을 기각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차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젠 윤 대통령이 ▲구속적부심 ▲압수수색에 대한 준항고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적부심, 준항고, 기피…방어책 주목
두 전직 대통령처럼…재판 보이콧?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영장에 “형사소송법 제110조·제111조는 이 영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원칙상 대통령 관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서 책임자의 승낙을 요구한다.

시설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외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이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측과 대통령경호처(이하 경호처)가 군사상 비밀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위 문장을 추가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부장판사에겐 그런 권한이 없다”고 반발하면서 권한쟁의심판을 언급했다.

경호처는 “대통령 관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는 것을 근거로, 특수공무집행방해 성립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공수처의 체포·압수수색 시도를 막았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비롯한 경호처 관계자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전 처장은 지난 10일 사퇴 후 경찰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윤 변호사가 이의신청이라고 표현한 준항고는 윤 대통령 체포와 함께 집행됐던 압수수색에 대한 적법 여부를 다투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검찰의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선동죄 관련 압수수색 집행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했던 선례도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이 전 의원에 대한 유죄를 확정할 때, 압수수색의 일부 위법을 인정하면서도 “위반의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을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는 내란죄 관련 수사권·기소권이 없다. 경찰과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이유도 경찰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기 때문이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기소하면,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는 취지로 공소 기각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소는 검찰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이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기소 전엔 보증금 납입 조건부 피의자 석방(일명 기소 전 보석)을 신청할 수 있고, 기소 후엔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기소 전 보석은 증거인멸·보복 우려 가능성이 있으면 허용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이유는 증거인멸 우려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유죄 인정 시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가 선고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다. 사형·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피고인은 법원이 필수적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필요적 보석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만 허가되는 임의적 보석을 신청해야 한다.

기소 후 공판준비절차가 마무리돼 공판이 시작되면, 윤 대통령은 기일마다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구속 기소된다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버스서 내리는 모습이 기일마다 촬영돼 보도될 것이다. 또 첫 재판은 촬영이 허가될 가능성이 있고, 일반인에게 추첨으로 방청권을 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서는 지지자들이 기일마다 법정에 참석했고, 가끔 소란을 부렸다.


아울러 탄핵 심판처럼 형사재판서도 판사에 대한 기피를 신청해 절차 지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서 조한창·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또 두 전직 대통령 모두 형사재판 진행 중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고, 출석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묵비권 행사

특히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까지 모두 사임해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임한 후 재판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도 이들처럼 재판을 거부하면서 출석하지 않거나 변호인들까지 모두 사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윤 대통령이 검사로서 직접 기소했다. 이들처럼 재판에 임한다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하나 더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은 이렇게 역사의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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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