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패’ 민주당 예측 불가 앞날

어차피 반반, 올인 결과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쥐고 흔들었던 ‘11월 위기설’이 지나갔다. 결과는 1승 1패. 정치권이 예상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잔인한 한 달을 겨우 넘긴 민주당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달 25일 법원은 위증교사 사건 1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의도 안팎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예상했지만 전부 빗나간 것이다.

빗나간 예상
반전에 반전

두 판결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반응은 그때마다 제각각이었다.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을 받자 민주당은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반면,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봤다.

이후 지난달 25일 재판서 무죄가 나오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쉽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민주당은 “정의로운 판결로 진실을 밝혀준 사법부”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라며 환호했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열흘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형 판결은 ‘정치 판결’ ‘미친 판결’이라고 맹비난하더니 유리한 판결은 ‘사필귀정’이라고 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사법부 전체가 아닌 사건을 개별적으로 놓고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무죄 선고에 국민의힘은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위증했다고 주장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씨는 일부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받았지만 위증하도록 시킨 이 대표는 어째서 무죄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일부 증언이 위증에 해당하지만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디기에는 고의가 부족하다고 봤다.

법조인 출신의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위증죄가 성립하는 요건과 위증교사가 성립하는 요건 자체가 달라 (이번 판결은)법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재판부가 많은 고심을 했다고 본다. 사법부로서 검찰권 행사에 제동을 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열흘 간격으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여야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선고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한다면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키우는 격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지도부 역시 의원 개개인에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가까스로 넘긴 한고비 “한숨 돌렸다”
‘무죄+유죄=유죄’ 공세 펼치는 국힘

국민의힘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듯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두 재판 결과 모두 예측을 비껴갔으니 남은 선고도 지켜봐야 한다”며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그대로 굳어지면 앞으로 10년 동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증교사 사건이)무죄를 받았어도 (선거법 위반으로 1심서 유죄를 받았으니)어찌됐든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위증교사의 경우 검찰이 항소심을 제출한 만큼 2심 역시 무죄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이 잠시 휘청였을지 언정 이 대표의 리더십은 건재하다는 평이다.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자 비명(비 이재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3총(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및 3김(김경수·김동연·김두관)은 ‘이 대표 흔들기’ 대신 ‘민주당 지키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 1심서 이 대표가 무죄 선고를 받은 뒤로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지지층의 결집력이 강해진 결과 나설 명분이 사라졌으니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를 통해 “당내서 플랜 B를 얘기하는 분은 없고,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일부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비명계 구심이라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난달 25일 저와 만나 이 대표 재판을 걱정하고 ‘당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사법부 압박을 최소화하는 대신 검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울 전망이다. 앞으로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서 법원이 아닌 검찰에 날을 겨누는 것이 득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적 제거만 몰두하는 검찰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윤석열정부와 검찰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소리 높였다.

검찰 정조준
사법부 압박

이들은 오는 10일 토론회를 열고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민주당 친명계 초선 모임인 ‘더민초’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윤정부 퇴진에 힘을 싣겠다며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사법부로부터 눈을 돌린 민주당은 검사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검사 등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 차장이 관여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불기소 처분은 직무 유기일뿐더러 공무원의 중립과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일 검사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한 뒤 같은 달 4일 검사 탄핵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박승환 1차장과 공봉숙 2차장, 이성식 3차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권한 남용”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들은 “수사 검사들의 증거와 법리 판단에 따른 기소 여부 결정, 그리고 그에 대한 검사장의 정상적인 결재 절차를 통해 사건이 처분된 경우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수사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불복 절차는 항고·재항고 등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탄핵 사유가 부존재해 헌법재판소서 기각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서 탄핵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공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자 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직무정지라는 목적을 위해 탄핵을 수단으로 삼는 결과가 돼 본말이 전도된 것일 뿐만 아니라 권한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편에 서서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이 나라 시스템을 어디까지 망칠지 참 걱정된다. 특정인을 기소하거나 특정인을 유죄 판결했다고 해서 탄핵한다는 건 너무 후진적인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민생으로
승부수

자칫하면 민심의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의 검사 탄핵 의지가 완고한 것은 김 여사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특권의식을 가진 검찰이 이 같은 결기로 ‘살아있는 권력’인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한 적 있었냐는 점에서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김건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검찰은)여기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견을 뒷받침했다.

민주당은 검찰 탄핵과 민생을 투트랙 전략으로 끌고 갈 방침이다. 이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축소하면서도 동시에 외연 확장을 통해 대권주자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제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며 민생경제에 속도를 올리겠단 의지를 밝혔다.

이후 이 대표는 판결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각종 토론회와 현장을 찾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역시 대안 정당, 수권 정당을 기조로 잡고 연일 논평을 쏟아냈다.

우선 지난달 27일 이 대표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서 “교육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공동체,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재정 여력이 없는 교육청은 사업을 줄이거나 복지 및 시설 보수유지 비용을 깎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수십조원이 투자되는 윤석열정부의 ‘초부자 감세’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특례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본회의서 의결은 될 텐데 이것도 (윤석열 대통령이)거부권을 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플랜 B 없다” 이 구심점으로 단일대오
검사 탄핵·민생 법안 투트랙으로 돌파

지난달 28일에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맞지만 (여당이 위원장인)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라 될 리가 없다”며 “이미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을 할 것처럼 얘기하다가 지금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히려 발목 잡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상법 개정을 하고 그 외에도 주주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지배경영권 남용과 부당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누군가는 부당하게 이익을 보고 선량한 대다수는 손해를 보는 시장은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게 주가조작 아니냐?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이 주머니에 들어왔다고 해도 힘 세고 권력이 있으면 처벌도 받지 않고 이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을 ‘농망4법’이라고 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를 추진했다. 지난 1일에는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했으며, 오는 8일에는 ‘쌀값 안정화를 위한 농민 간담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주로 향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예정이었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날짜도 오는 10일로 미뤘다. ‘당원게시판 논란’ ‘김건희 특검 중대 결심’ 등으로 갈등을 겪는 친한(친 한동훈)계 이탈표를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같은 민생 법안에 여당이 투표해야 하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민생’ 두 글자를 앞세운 만큼 ‘이재명 방탄’이라는 국민의힘 측 목소리도 잦아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는 법정 시한인 2일까지 처리하고 ‘김건희 예산안’은 축소, 민생 예산은 확대하는 등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채해병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명단을 제출하면서 여야가 또다시 대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희 특검법만큼 부담되는 안건을 올린 뒤 “국정조사 수용을 결단하라”며 공을 여당에 넘긴 것이다.

사느냐
마느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플랜 B는 없다”며 이 대표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지만 법원의 시간에 돌입하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플랜 B, C, D까지 준비해도 종잡을 수 없는 게 법원의 생태계”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이나 연초 즈음 크게 판이 뒤집힐 것 같다. 민주당뿐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해당하는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이 대표 앞날을 예상하는데 부질없다. 이 대표가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고 대권주자로서 무너질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옳다고 생각되는 길을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2년 구형 김용, 이재명과 무슨 관계?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표와 혐의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그의 판결이 이 대표 재판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추측이 한때 여의도 정가를 떠돌았다.

검찰은 공범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1년, 자금 공여자인 남욱씨에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반면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 남씨에 대해서는 사실상 선처를 요구했다”며 “이는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검사의 정치적 탄압 의도며 나머지 세 사람의 허위진술에 대한 보상이자 특혜성 구형”이라고 주장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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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