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법원 독립성·검찰 중립성 논란

정치냐? 사법이냐?

갈수록 정치와 사법이 뒤엉켜 국가적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과 법률에서 법원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법적 판단에 정치가 개입하는 ‘사법의 정치화’, 정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의 희비가 엇갈린 판결로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치권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논쟁이지만,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정치화시키려는 정치세력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사법부
정치화

정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한다면, 사법은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가린다. 또, 사법부는 대한민국의 정의구현이라는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고 국가와 국민, 사회 질서 확립을 위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한 독립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을 앞세워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경향이 크다. 반면, 사법부는 법치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위상을 강조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은 입법과 사법의 대등성을 전제로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다.

한국 정치의 굵직한 흐름이 사법부 결정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 전직 대통령 대다수가 사법적 문제로 감옥에 가거나 탄핵당했다. 한국 정치에서는 정치와 사법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가 맞는 후보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일이 일상화돼 버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는 민주주의의 영역이고, 사법은 법치주의의 영역이다. 양자는 밀접하게 연결돼있지만 각자의 본질이 다르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의 사법화나 사법의 정치화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최대한 수렴하고 이를 조직화하는 가운데 국가 의사를 결정하고,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치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다수결을 앞세운 포퓰리즘으로부터 근본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도 사법도 균형과 절제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 더욱이 상호 존중이 사라지고, 여야의 진영 전쟁과 유사한 일이 정치와 사법 사이에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재판을 둘러싼 여야의 법원에 대한 압력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는 사법부다. 어느 시대건, 권력자는 사법부를 권력자의 입맛대로 구성해 마음껏 주무르려 했다. 하지만 앞서 법복을 입었던 대다수 법관은 민주국가에서 법원이 무너지면 독재가 횡행하고 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국회와 법원 뒤엉켜 국가적 혼란
재판 결과 따라 우려하는 목소리

그러나 정치가 본질을 잃고 사법적 판단으로 결정된 사안에 일희일비하는 작금의 현실은 모순적인 정치세력의 후진 정치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세력은 법을 만들어서, 또는 법을 해석하고 판결하는 법원을 압박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 한다.

삼권분립이라는 현대 민주주의 체계가 확립된 이후 과거 왕정이나 황제정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압박해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점점 심화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인들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 결정을 법원에 떠넘기면서 나타나는 문제고,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에 정치적 성향이나 이해관계가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사법의 정치화는 매우 위험하다. 사법적 판단은 모두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내려져야 한다.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는다면, 소위 외부의 지령을 받아 판결한다면 그 패악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권이 마땅히 합의로 해결해야 할 갈등을 민·형사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현상을 가리키고, 사법의 정치화는 정치권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법원이나 헌재를 정치적으로 종속시키려는 현상을 말한다.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재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기에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또, 일부 정치세력의 소위 ‘법 악용 사태’가 사법을 제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민주’라는 미명의 파쇼적 정치행태가 나타나고 급기야 비극적 독재를 낳게 된다. 결국 사법의 정치화는 공정한 재판을 본질로 하는 사법이 정치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그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입맛대로
주무르려

공정한 재판은 사법부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전제한다. 정치화된 사법은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법원은 정치인 특히 야권 정치인이 관련된 정치 재판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심리를 지연하거나 판결을 미뤄왔다.

혹여 판결을 선고한다 해도 법 논리에 맞지 않는 판결을 선고하며 국민의 비난을 자초해 왔다.

이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사법의 정치화’ 행태로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법원 스스로가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다. 사법부가 정치의 시녀가 되고 노예가 되는 불행한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 양극화의 극단화에 따른 정치의 사법화가 극심해짐에 따라 사법의 정치화 또한 심화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부터는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친인척, 측근, 참모, 여야 의원들까지 모두 사법적 결정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일이 늘어 최근 들어 정치의 사법화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잠재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치와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충성’을 담보하는 대법관을 임명할 동기도 함께 늘어난다. 후보의 중립성이나 전문성보다는 이념적 선명성이 중요한 척도가 되는 듯하다.

잠재적 대법관 후보들 처지에서는 특정 진영에 줄을 서 선명성 경쟁을 벌일 동기가 커진다. 자신이 줄 선 진영의 정부가 들어왔을 때 운이 맞으면 대법관에 임명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이런 환경에서는 중도를 지향하는 법관이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다.

분명한 건 국민이 법관에게 부여한 막중한 사명을 완수하는 길은 헌법과 법률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다. 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방의 칭찬과 비방에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정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기존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상상을 해야 하고, 서로 다른 세력 간에 합의도 해야 하고 양보도 해야 하고 타협도 해야 하고 이것이 정치라고 보는데 사법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사법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현실을 뛰어넘는 판단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본질 잃고 일희일비 현실
중립성보다 이념적 선명성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정치가 해야 할 고유한 기능을 사법부에 맡기고 판단을 의뢰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로서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모순적 행태가 문제다.

정치는 많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사법 앞에서는 멈춰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아무리 현재 진행 과정에 있어서 올바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직 의원들이 사법부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이제 거의 모든 정치 의제와 사안, 절차와 과정이 사법화 및 검찰화하고 있다. 마치 국정과 국민 의사의 최후 심급으로서 그들의 최종 판정을 받아야만 정치적으로도 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늘날 심각한 진영 갈등을 초래한 주요 정치·사회·경제·인권·외교 의제와 사안 중 검찰·사법·헌재에 물어보지 않은 것은 드물다.

다수 국민 대표의 결정조차 극소수 수사 검찰과 담당 판사·재판관들의 판정에 합당과 부당, 합법과 불법 여부가 맡겨지고 있다. ​그것은 의회의 의안 통과 과정과 입법 내용부터 정부 정책 결정의 절차와 세부 사항에까지 이른다. 민주공화국의 정치와 정부, 의회와 정당으로서 중대한 직무 유기이자 궤도 이탈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 대북 송금 특검, 대통령 후보(이명박)에 대한 청와대의 고발을 계기로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할 문제점을 지적할 때 주목한 정치인들은 없었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그 자체가 정치의 사법화였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정치의 사법화 원인은 ‘모 아니면 도’ ‘win or nothing’의 대통령제에 있다. 대통령제 시스템은 각 당이 단일대오로 결집하고 상대 당을 와해시켜야 할 동기를 준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지지부진한 대화를 종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깔끔한 대안 같지만, 당사자 모두에게 시간적·정신적·금전적 비용을 남긴다.

사법에서 벗어난 정치, 깎아내리기에서 벗어난 정치를 위해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 내각제는 다당제를 촉진하며, 다당제 아래에서는 한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연합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연합정부(연정)가 형성되면 권력은 자연스럽게 분산되며, 승자독식서 비롯되는 정치의 사법화 수위를 낮출 수 있다. 내각제를 통해 다당제가 활성화되면, 합의와 협의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즉 숙의민주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면이무치(免而無恥). “정책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은 면피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2500년 전 정책과 법률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법가(法家)의 주장에 대한 공자의 비판이다. 법이라는 수단과 장치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협력을 유도하는 정치 환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누구도 한국 사회를 민주국가로 이해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히 삼권분립, 주기적 선거, 복수정당제, 언론 자유가 헌법과 제도상으로 보장되는 한 한국을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국가로 의심한다는 것은 전연 불가능하다.

연정의
필요성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이 민주공화국이 중대한 파열과 침식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의회정치, 나아가 정치, 더 나아가 국정의 사법화·검찰화·형사화를 말한다.

​민주주의서 사법과 검찰의 독립은 중요하다. 법치의 보루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을 넘어 검찰·사법의 논리가 정치·의회·국정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법은 본시 이중적이다. 근본 출발 원리는 인권 존중, 정의 실현, 법치, 약자 보호, 형평과 저울의 역할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승패 판정, 유죄-무죄, 흑백논리, 합법-불법의 양자택일 지반 위에 움직인다.

둘 다 법의 본질이다. 따라서 다수주의, 다수결과 소수 존중, 대화와 타협을 원리로 삼는 민주주의와는 자주 충돌한다. 법이 민주주의의 범주 내에서 법치를 위한 역할에 그쳐야 하는 이유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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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