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법원 독립성·검찰 중립성 논란

정치냐? 사법이냐?

갈수록 정치와 사법이 뒤엉켜 국가적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과 법률에서 법원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사법적 판단에 정치가 개입하는 ‘사법의 정치화’, 정치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의 희비가 엇갈린 판결로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치권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논쟁이지만,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정치화시키려는 정치세력들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사법부
정치화

정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한다면, 사법은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가린다. 또, 사법부는 대한민국의 정의구현이라는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하고 국가와 국민, 사회 질서 확립을 위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한 독립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에 정치권에서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을 앞세워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경향이 크다. 반면, 사법부는 법치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위상을 강조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상의 삼권분립 원칙은 입법과 사법의 대등성을 전제로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다.

한국 정치의 굵직한 흐름이 사법부 결정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민주화 이후 전직 대통령 대다수가 사법적 문제로 감옥에 가거나 탄핵당했다. 한국 정치에서는 정치와 사법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가 맞는 후보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일이 일상화돼 버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는 민주주의의 영역이고, 사법은 법치주의의 영역이다. 양자는 밀접하게 연결돼있지만 각자의 본질이 다르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치의 사법화나 사법의 정치화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최대한 수렴하고 이를 조직화하는 가운데 국가 의사를 결정하고, 국가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치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다수결을 앞세운 포퓰리즘으로부터 근본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도 사법도 균형과 절제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 더욱이 상호 존중이 사라지고, 여야의 진영 전쟁과 유사한 일이 정치와 사법 사이에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재판을 둘러싼 여야의 법원에 대한 압력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다.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는 사법부다. 어느 시대건, 권력자는 사법부를 권력자의 입맛대로 구성해 마음껏 주무르려 했다. 하지만 앞서 법복을 입었던 대다수 법관은 민주국가에서 법원이 무너지면 독재가 횡행하고 공동체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정치권과 여론의 압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국회와 법원 뒤엉켜 국가적 혼란
재판 결과 따라 우려하는 목소리

그러나 정치가 본질을 잃고 사법적 판단으로 결정된 사안에 일희일비하는 작금의 현실은 모순적인 정치세력의 후진 정치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치세력은 법을 만들어서, 또는 법을 해석하고 판결하는 법원을 압박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 한다.

삼권분립이라는 현대 민주주의 체계가 확립된 이후 과거 왕정이나 황제정에서나 있을 법한 정치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압박해서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점점 심화하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인들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그 결정을 법원에 떠넘기면서 나타나는 문제고,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에 정치적 성향이나 이해관계가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사법의 정치화는 매우 위험하다. 사법적 판단은 모두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내려져야 한다.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는다면, 소위 외부의 지령을 받아 판결한다면 그 패악은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권이 마땅히 합의로 해결해야 할 갈등을 민·형사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는 현상을 가리키고, 사법의 정치화는 정치권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법원이나 헌재를 정치적으로 종속시키려는 현상을 말한다.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헌재의 권위가 추락할 것이기에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하고, 재판의 독립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또, 일부 정치세력의 소위 ‘법 악용 사태’가 사법을 제어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민주’라는 미명의 파쇼적 정치행태가 나타나고 급기야 비극적 독재를 낳게 된다. 결국 사법의 정치화는 공정한 재판을 본질로 하는 사법이 정치의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그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입맛대로
주무르려

공정한 재판은 사법부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전제한다. 정치화된 사법은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법원은 정치인 특히 야권 정치인이 관련된 정치 재판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심리를 지연하거나 판결을 미뤄왔다.

혹여 판결을 선고한다 해도 법 논리에 맞지 않는 판결을 선고하며 국민의 비난을 자초해 왔다.

이는 사법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사법의 정치화’ 행태로 사법부의 신뢰와 권위를 법원 스스로가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다. 사법부가 정치의 시녀가 되고 노예가 되는 불행한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정치 양극화의 극단화에 따른 정치의 사법화가 극심해짐에 따라 사법의 정치화 또한 심화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부터는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친인척, 측근, 참모, 여야 의원들까지 모두 사법적 결정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일이 늘어 최근 들어 정치의 사법화 범위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렇다 보니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은 잠재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치와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충성’을 담보하는 대법관을 임명할 동기도 함께 늘어난다. 후보의 중립성이나 전문성보다는 이념적 선명성이 중요한 척도가 되는 듯하다.

잠재적 대법관 후보들 처지에서는 특정 진영에 줄을 서 선명성 경쟁을 벌일 동기가 커진다. 자신이 줄 선 진영의 정부가 들어왔을 때 운이 맞으면 대법관에 임명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반면 이런 환경에서는 중도를 지향하는 법관이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다.


분명한 건 국민이 법관에게 부여한 막중한 사명을 완수하는 길은 헌법과 법률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다. 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방의 칭찬과 비방에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정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때로는 기존의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상상을 해야 하고, 서로 다른 세력 간에 합의도 해야 하고 양보도 해야 하고 타협도 해야 하고 이것이 정치라고 보는데 사법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사법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현실을 뛰어넘는 판단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본질 잃고 일희일비 현실
중립성보다 이념적 선명성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정치가 해야 할 고유한 기능을 사법부에 맡기고 판단을 의뢰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로서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여와 야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모순적 행태가 문제다.

정치는 많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사법 앞에서는 멈춰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아무리 현재 진행 과정에 있어서 올바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직 의원들이 사법부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이제 거의 모든 정치 의제와 사안, 절차와 과정이 사법화 및 검찰화하고 있다. 마치 국정과 국민 의사의 최후 심급으로서 그들의 최종 판정을 받아야만 정치적으로도 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늘날 심각한 진영 갈등을 초래한 주요 정치·사회·경제·인권·외교 의제와 사안 중 검찰·사법·헌재에 물어보지 않은 것은 드물다.


다수 국민 대표의 결정조차 극소수 수사 검찰과 담당 판사·재판관들의 판정에 합당과 부당, 합법과 불법 여부가 맡겨지고 있다. ​그것은 의회의 의안 통과 과정과 입법 내용부터 정부 정책 결정의 절차와 세부 사항에까지 이른다. 민주공화국의 정치와 정부, 의회와 정당으로서 중대한 직무 유기이자 궤도 이탈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 대북 송금 특검, 대통령 후보(이명박)에 대한 청와대의 고발을 계기로 정치의 사법화가 초래할 문제점을 지적할 때 주목한 정치인들은 없었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그 자체가 정치의 사법화였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정치의 사법화 원인은 ‘모 아니면 도’ ‘win or nothing’의 대통령제에 있다. 대통령제 시스템은 각 당이 단일대오로 결집하고 상대 당을 와해시켜야 할 동기를 준다. ‘법대로 하자’는 말은 지지부진한 대화를 종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깔끔한 대안 같지만, 당사자 모두에게 시간적·정신적·금전적 비용을 남긴다.

사법에서 벗어난 정치, 깎아내리기에서 벗어난 정치를 위해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 내각제는 다당제를 촉진하며, 다당제 아래에서는 한 정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연합해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연합정부(연정)가 형성되면 권력은 자연스럽게 분산되며, 승자독식서 비롯되는 정치의 사법화 수위를 낮출 수 있다. 내각제를 통해 다당제가 활성화되면, 합의와 협의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즉 숙의민주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면이무치(免而無恥). “정책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들은 면피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 2500년 전 정책과 법률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법가(法家)의 주장에 대한 공자의 비판이다. 법이라는 수단과 장치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협력을 유도하는 정치 환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누구도 한국 사회를 민주국가로 이해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히 삼권분립, 주기적 선거, 복수정당제, 언론 자유가 헌법과 제도상으로 보장되는 한 한국을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국가로 의심한다는 것은 전연 불가능하다.

연정의
필요성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이 민주공화국이 중대한 파열과 침식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의회정치, 나아가 정치, 더 나아가 국정의 사법화·검찰화·형사화를 말한다.

​민주주의서 사법과 검찰의 독립은 중요하다. 법치의 보루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을 넘어 검찰·사법의 논리가 정치·의회·국정의 영역에 침투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법은 본시 이중적이다. 근본 출발 원리는 인권 존중, 정의 실현, 법치, 약자 보호, 형평과 저울의 역할이지만,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승패 판정, 유죄-무죄, 흑백논리, 합법-불법의 양자택일 지반 위에 움직인다.

둘 다 법의 본질이다. 따라서 다수주의, 다수결과 소수 존중, 대화와 타협을 원리로 삼는 민주주의와는 자주 충돌한다. 법이 민주주의의 범주 내에서 법치를 위한 역할에 그쳐야 하는 이유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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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