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초등학교 2학년을 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네이버’ 어학사전에 따르면 아이는 ‘나이가 어린 사람’ ‘남에게 자기 자식을 낮춰 부르는 말’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막 태어난 아기’를 통칭한다. 여기서 ‘어리다’는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다.
지난 23일, 포털사이트 ‘네이트’ 내 커뮤니티인 네이트판에는 회사에 아이를 데려갔다가 사내 관리자로부터 주의를 들었다는 회사원의 하소연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날 ‘작은 여초 회사에 다닌다’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있는데, 방학 시즌이나 봐줄 사람 없거나 사정이 있을 때 많이들 아이들을 (회사에)데려오신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회사 대표도 부득이한 상황 발생 시 직장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 이해해주고 있는 만큼 별다른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래서 저도 우리 막내 아기 데리고 몇 번 회사에 갔다. 매번 그런 거 아니고 집에 봐줄 사람 없을 때였고, 아직 집에 혼자 두기에 너무 위험한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점심도 따로 데리고 먹고 할 만큼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아이가 다니는 학교서 급하게 공사가 예정돼있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회사에 데리고 갔는데, 관리자(과장)가 A씨를 불러 ‘초등학교 2학년짜리 자식을 데려오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주의를 줬다.
A씨가 “다른 직원들도 아이를 데려오지 않느냐”고 따지듯 묻자 관리자는 “그 직원들의 아이들은 미취학 아동으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을 데려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A씨는 “일부는 관리자 말이 맞긴 하다. 다른 직원들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그게 저희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가지 못할 이유가 되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끄럽게 굴지도 않고 아홉 살짜리를 집에 혼자 뒀다가 사고 나면 자기들이 책임질 거 아니고 우리 아이는 12월 말일 생이라 (체구가)작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중3 아이 데려온다고 뭐라고 하면 이해하겠는데 떠들지도 않고 혼자 앉아 있는 초2 아이도 견디기 힘든가요?”라며 “회사 데려가서 케어하는 것에도 나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누리꾼들로부터 위로의 댓글과 추천을 예상했던 A씨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해당 하소연 글에는 22명의 회원이 추천, 556명이 반대 버튼을 눌렀다(24일 오후 5시 현재).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원래 회사는 아이 데려오는 곳이 아닌데 미취학 아동 키우는 부모는 별 다른 방법이 없으니 봐주는 거 아니냐. 초2이면 반나절 정도는 혼자 있어도 되는 나이 아니냐?” “미취학이면 아이 혼자 맡길 곳도 없지만 초2라면 아이 혼자 놀 수 있다. 학원도 혼자 다니는 나이인데, 이런 아이를 회사까지 데려가는 건 좀…”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초2 학생을 애기라고 하나요?” 등 비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외에도 “난 초2때 쌀 씻어서 불리고 밥했었는데” “왜 배려를 해주면 고마운 줄 모르고 권리로 생각할까?” “죄송하지만 초2 아기라는 표현에서 이미 글쓴이의 육아 방식이나 성향이 예상된다”는 댓글도 달렸다.
반면 “초2 학생을 혼자 두기엔 너무 어리다. 그냥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허용해줬으면 좋겠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죄인 되는 세상이니 여자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라며 응원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은 “아이를 짐짝 취급하지 말고 우리가 늙으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낸 세금으로 부양받는 거니 조금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달렸다.
다른 누리꾼도 “초2라면 불안한 건 맞지. 4~5학년 되면 알아서 라면도 끓여 먹고 웬만한 건 하겠지만 혼자 놀 수는 있어도 부모 입장에선 불안할 수 있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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