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반복되는 ‘보선 피로감’ 책임론

깜냥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

잦은 선거로 인한 ‘선거 피로’와 ‘과다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적절하게 해소하면서 대표의 충원과 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방선거 실시 이후 보궐선거(이하 보선)가 급증하면서 선거비용의 문제와 낮은 투표율로 인한 대표성의 약화를 우려, 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선거로 선출된 자 등이 임기 중 사퇴, 사망, 실형 확정으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 등으로 인해 그 직위를 잃어 공석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궐위라고 한다. 보선은 궐위를 메우기 위해 치러진다.

선출직의 선거법 위반 및 금품수수로 인한 당선무효 등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와 선거법의 제도적 허점이 결합한 결과에 따른 재선거는 지방행정의 공백, 지방재정의 압박,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선출직의 낙마로 인한 보선은 혈세 낭비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를 치러 당선됐던 지자체단체장 보선으로 인한 행정 부재와 혈세 낭비는 오롯이 주민들의 몫이지만 주민의 소중한 혈세 수억원이 재선거 비용으로 낭비되는 데에도 그 누구도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주민들의 손으로 지역에 적합한 정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장점은 차고 넘치지만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단체장의 추잡스러운 비리에 주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때로는 지방자치 무용론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관선 때와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래도 단체장에 대해 주민들의 원성이 빗발친다. 그 이유는 단체장을 잘못 뽑은 탓이 컸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발전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시야가 좁아 천편일률적인 행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방 의원은 다소 전문성이 떨어져도 할 수 있지만 단체장은 그럴 수가 없다. 최종 결재권자라서 전문성을 근거로 판단력이 앞서야 하지만 정책 판단 착오로 예산만 낭비한 사례가 생겨났다. 중앙정치 무대를 상대로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방안에서 퉁소만 불거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임기를 채우다 보니 당연히 업적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선출직 낙마로 인한 혈세 낭비
원인자 비용부담 원칙 적용해야

무엇보다 단체장은 정치적 역량이 중요하다. 중앙 요로에 인맥이 얽혀 있어야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면이 많았다. 선거로 단체장이 됐어도 중앙에 인적 네트워크가 없어 헤매기 일쑤였다.

중앙부처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찾아가서 예산 설득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다 보니 겉돌았다. 시장·군수들이 중앙에 올라 다니면서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삼아 너스레를 떨지만, 그 이면을 보면 웃지 못할 일도 많다. 실제로 일부 단체장의 국가예산 확보 작업은 엉터리다.

시장·군수들이 재선에만 관심을 두고 인기영합주의 선심 행정을 펴면서 불가피한 예산 낭비가 많아졌다. 멀쩡한 보도블록이나 교체하고 비싼 가로수나 조경수를 무계획적으로 심는 등 해마다 웃지 못할 풍경이 목도되기도 한다.


의회가 혈세 낭비를 감시해야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 깎일까 무서워,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만 더 굳어졌다. 지금의 시대정신이 혁신인 만큼 혁신의 아이콘을 단체장으로 선출해야 기초단체가 발전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멀었다. 그 이유는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 등 선출직 대표를 잘못 뽑아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상당수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개인 역량이 모자라는 사람들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기 전에는 대선과 총선이 정계 진출의 유일한 통로였다. 전두환이 말했듯 “국회의원 하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한다”는데 지방선거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출직은 동냥 벼슬로 사람 마음을 훔쳐야 해서 전생에 큰 업보를 진 사람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깜냥도 되지 않는 사람을 단체장으로 선출한 것은 패착이다. 특히나 호남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일변도로 인물이 선출되다 보니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역량 있는 인물이 경선서 진입 자체를 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였다.

또, 불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이 지역정치판의 쇄신을 도모해야 하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두 곳 영광과 곡성 기초단체장 후보 중 특히, 민주당 후보의 면면은 깜냥이 안 된다.

한 후보는 해당 지자체에 파이프 등 건설자재를 납품하다가 입방아에 올랐던 장사치다. 그런 인물이 정치가랍시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도의원까지 지내다 이번에는 군수 후보로 낙점됐다.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나머지 한 후보는 도의원 한 번 했던 이력으로 인구 3만도 되지 않는 시골에서 수십년을 군수 선거 때만 되면 정치판에 기웃거리던 인사다. 이들을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민낯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렇듯 선출직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닌데 아직도 지방화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달리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이웃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일하는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의 말만 들어서야 모두 주민을 위한 선량인 것처럼 배려와 공감 등 수려한 언변으로 사거리에서 90도 인사와 함께 한 표 달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낯 두껍게 표심을 공략한다.

영광, 곡성의 이번 군수 보선은 깜냥도 안 되는 그 나물에 그 밥의 지역정치꾼들이 조그마한 시골 동네의 한 줌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게 된 것이다.

여야, 승패 계산에만 몰두
개선 목소리 수면 아래로

이들이 혹시 이번 보선에 당선된다면 유권자들은 단체장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야 한다. 자기 돈 안 들이고 날마다 선거운동을 해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시·군정을 펼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반쪽짜리 군수들의 정치 수법은 편 가르기를 통해 다음 재선에만 신경 쓰고 쇼맨십이 강해 표 앞에 굽실거리고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앵무새 같은 사람일 게 틀림없을 것이다.

또, 이번 보선서 당선돼 청렴 군정 활동은 뒷전이고 사무관은 5000만원에서 7000만원한다는 군 단위 진급 인사나 자기 가족들 회사 먹여 살리려고 이권개입에 일삼을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렇듯 깜냥도 안 되는 군수 후보가 지역발전을 담보로 지역민의 행복을 그르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주민들 스스로 투표로서 견제하는 게 이번 보선의 핵심이다.

보선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선거비용과 행정력 낭비, 선거로 인한 국민 피로도가 크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 왔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여야는 승패 계산에만 몰두한 나머지, 개선의 목소리는 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보선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입법 취지는 흐릿해지고 비용과 횟수를 줄이자며 발의된 법안도 각 정당의 공천 갈등 와중에 사라진다. 실제로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예비후보자들 간 공천을 두고 잡음이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보선을 앞두고 꾸려진 공천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자들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꾸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혈세 낭비와 심각한 행정 공백을 낳고 있는 보선에 대한 개선책 마련도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


특히 보선 원인을 제공한 당선자에게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일고 있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 선거비용 등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현실적인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제도적 개선 방안은 보선 발생 시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게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국고,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인 제공자뿐 아니라 그를 추천한 정당에 귀책 사유를 물어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시키거나 해당 보선에 소속 정당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불법 선거를 저지르고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무책임한 발상의 근원이 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선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치러지는 보선은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더욱 키워 대의민주주의 뿌리를 크게 훼손하고, 유권자의 투표 의욕을 떨어뜨리는 후유증을 낳기 마련이다. 이는 선거비용으로만 따질 수 없는 손실이기에 보선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의 원인자 부담의 원칙 입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거는 ‘국민의 대표’ 선출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최근에 선출직들의 일탈로 인한 보선으로 많은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과 무관심의 증가로 인해 투표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기초단체장의 경우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차점자 당선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

가까운 일본은 선거일 이후 당선 승낙 기간 또는 3개월 이내에 사퇴, 사망이나 사직 등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경우, 재보선 시행에 따른 유권자의 혼란, 선거 시행에 따른 번거로움, 선거비용 낭비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점자 당선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진국의 지방자치 운영을 참고하고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과다한 선거비용’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에 대한 보선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실질적인 입법 의지는 전무하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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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