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싫어도 만나야 정치다

여야 협치 복원의 길

정치가 타락하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고 있다 ‘정치 실종’에 살고 있는 국민이 절망하고 있는 즈음. 22대 국회가 지난 2일 개원식을 여는 동시에 첫 정기국회 막을 올렸다.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등 각종 정쟁이 격화되면서 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에야 지각 개원식을 개최한 것이다.

특검과 탄핵 남발

그동안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고 싸움질만 하던 국회의원들은 늑장 개원에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파안대소로 기념촬영까지 했다.

지각 개원식에 이어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지난 1987년 6공화국 출범 이후 대통령의 개원식 첫 불참이다. 국회는 정쟁으로 역대 가장 늦게 개원하고, 현직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했다. 퇴행적인 한국 정치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대통령의 불참은 그동안 거대 야당이 수많은 특검법과 탄핵안으로 대통령을 구석에 몰아넣었기 때문일까?

여야는 역시 ‘네 탓’ 공방이다. 대통령실은 “국회를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고, 야당은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맞받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이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모두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입법부 존중이라는 대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연금·의료·교육 등 윤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야당 주도의 국회 도움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고 정국 구도를 무시한 채 야당과 각 세우기만 전념한다면 국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답하다.

대통령이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국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차기 대통령도, 22대 국회도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 뻔하다. 이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의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으로 작금의 ‘비정상 국회’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국회의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고 할 수 있다. 개원도 하지 않고 정권을 공격하는 입법과 탄핵소추, 청문회를 남발하며 국회가 처리해야 할 직분을 내팽개쳤다.

나아가 22대 여소야대 정국의 국회가 극단의 대치 상황을 보인 데는 국민의힘, 민주당 등 여야 모두 책임이 크다. 절대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새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부터 제동을 거는 등 과도한 입법권을 행사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쟁점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거대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앞세우는 불리한 지형 속에서 리더십 위기와 정치력 부족으로 좀처럼 협치의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초보’라고는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유연성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지난 22대 총선 참패 직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한 데 이어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야권발 특검·탄핵 남발 우려
정기국회 시작부터 정쟁 몰이


하지만 지난달 29일 회견에선 “지금 국회는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의 회담 제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협치를 강조했던 태도에서 크게 후퇴한 발언이었다.

이런 탓에 윤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야당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탄핵을 입에 달고 있다. 이는 거대 의석수를 내세운 횡포에 가깝다. 물론, 협치를 외면한 윤 대통령의 정치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민주당의 근거 없는 ‘계엄령 주장’과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의 ‘대통령·김건희 여사에 대한 살인자 발언’ 등은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버렸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이유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국민은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지지하거나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망신이나 봉변을 당할 일을 걱정한 모양인데, 그 또한 의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수반으로서 윤 대통령은 참을 수 없는 모욕 정치에도 협치와 통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 파트너인 야당을 끊임없이 설득해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을 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밉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국민을 위해선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22대 첫 정기국회 회기 시작과 동시에 야당은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통위 파행 등의 공세를 바짝 당길 태세다. 하지만 지나치면 역풍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여당과 협의 없는 단독 통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야당 단독 통과 – 대통령 재의요구 – 재표결 및 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예산안을 놓고 지나친 힘겨루기는 자제해야 한다. 예산 통과가 해를 넘겨 ‘준예산 사태’라도 빚어지면 서민들에게 직격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가 정쟁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국가채무가 1126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새해예산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의정 갈등 해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수출은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지만 내수가 부진한 탓에 민생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 급증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부여당은 민생 저출생, 의료개혁, 미래 먹거리, 지역 균형 등 6개 분야 170개 주요 법안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 나라 바로 세우기, 미래 예비, 인구 대비 등 165개 입법과제를 선정했다.

여야, 정부 모두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비쟁점 법안들은 우선 처리하는 협치의 정신을 살려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 저출생 대응, 의료체제 안정 등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민생 과제다.

한·이 회담 무슨 얘기?
아쉬움과 기대감 교차


특히, 정부는 677조원에 달하는 새해예산안과 저출생 문제 및 연금개혁 등 민생을 위한 예산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등을 돌려서도 안 된다. 현실은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소야대 정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행 대치 양상을 보이는 여야 간 정쟁은 정기국회의 순조로운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 ‘2특검 4국조’가 국회 파행을 부를 수 있다.

2특검(특별검사)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4국조(국정조사)는 채 상병 순직 은폐,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특혜,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기도, 동해 유전 경제성 부풀리기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말한다. 여당이 이 모두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22대 첫 정기국회는 민생에서 시작해 분야별 개혁으로 보폭을 넓혀가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민생과 개혁만큼은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여야 협치의 시작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지금까지 민생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제로 국회를 만들어 왔다. 밀린 숙제가 많은 만큼 이제 와서 법안 몇 개 뚝딱 해치운다고 당장 ‘일하는 국회’가 될 리는 만무하다.


협치를 내세운 여야 대표들의 당내 조율과 설득도 중요하지만, 특히 또 다른 정치 초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야 협상을 주도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정기국회 첫날부터 ‘예산 시정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외친 것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협의정신을 하루 만에 거스르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 탓이다. 정부도 필요한 개혁 과제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적극적인 설명과 협의·설득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일 국민의힘 한 대표와 민주당 이 대표의 국회 회담에선 8개 합의사항을 발표됐다. 발표문에 아주 눈길을 끌 만한 획기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22대 국회 개원 이후 줄곧 이전투구만 벌였던 여야 관계를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했다고 평가한다.

이날 여야는 민생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했다. 여야 대표 회동 발표문에 포함된 ▲반도체 및 AI 산업, 국가 기강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가 포함됐다.

또,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지원 ▲가짜 영상 성범죄 대처 방안 수립 등은 비정치적 이슈였던 만큼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신속히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11년 만에 열린 야야 대표 회동 합의문과 같이 민생 과제들을 시원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두 대표는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민생 우선’을 강조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정치를 구현할 의지가 있다면, 두 대표는 여야 협의기구에 힘을 실어주고 정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특히 배려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는 이번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추후 검토 과제로 남겼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말한 만큼 향후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의료 대란과 관련해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사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파업 초기부터 진작에 여야가 공동 보조를 취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두 대표가 지구당제 도입을 적극 협의키로 한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구당 부활 도입의 경우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정당정치 활성화’라는 명분이 있는 반면 구태 정치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가장 민생과 밀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1차 회담의 성과를 기반으로 2차, 3차 회담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22대 총선 후 4개월여가 지나서야 완성된 여야 새 지도체제가 협치 분위기를 이어갈 열쇠는 다름 아닌 ‘신뢰’다.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에서 경험했듯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꺼낸 후 상호 불신만 키우고 돌아서는 빈손 회담이 또 연출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국민의 짜증만 키울 뿐이다.

이번 여름의 폭염과 고물가, 고금리에 지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업의 고용·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대책 마련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만남의 의미가 있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이 비록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것이 마중물이 돼 민생 협치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민생정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협의를 이어간다면 의외의 결실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여야가 양보와 타협 정신을 통한 협치(協治)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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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