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싫어도 만나야 정치다

여야 협치 복원의 길

정치가 타락하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고 있다 ‘정치 실종’에 살고 있는 국민이 절망하고 있는 즈음. 22대 국회가 지난 2일 개원식을 여는 동시에 첫 정기국회 막을 올렸다.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등 각종 정쟁이 격화되면서 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에야 지각 개원식을 개최한 것이다.

특검과 탄핵 남발

그동안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고 싸움질만 하던 국회의원들은 늑장 개원에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파안대소로 기념촬영까지 했다.

지각 개원식에 이어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지난 1987년 6공화국 출범 이후 대통령의 개원식 첫 불참이다. 국회는 정쟁으로 역대 가장 늦게 개원하고, 현직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했다. 퇴행적인 한국 정치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대통령의 불참은 그동안 거대 야당이 수많은 특검법과 탄핵안으로 대통령을 구석에 몰아넣었기 때문일까?

여야는 역시 ‘네 탓’ 공방이다. 대통령실은 “국회를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고, 야당은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맞받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이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모두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입법부 존중이라는 대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연금·의료·교육 등 윤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야당 주도의 국회 도움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고 정국 구도를 무시한 채 야당과 각 세우기만 전념한다면 국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답하다.

대통령이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국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차기 대통령도, 22대 국회도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 뻔하다. 이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의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으로 작금의 ‘비정상 국회’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국회의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고 할 수 있다. 개원도 하지 않고 정권을 공격하는 입법과 탄핵소추, 청문회를 남발하며 국회가 처리해야 할 직분을 내팽개쳤다.

나아가 22대 여소야대 정국의 국회가 극단의 대치 상황을 보인 데는 국민의힘, 민주당 등 여야 모두 책임이 크다. 절대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새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부터 제동을 거는 등 과도한 입법권을 행사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쟁점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거대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앞세우는 불리한 지형 속에서 리더십 위기와 정치력 부족으로 좀처럼 협치의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초보’라고는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유연성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지난 22대 총선 참패 직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한 데 이어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야권발 특검·탄핵 남발 우려
정기국회 시작부터 정쟁 몰이

하지만 지난달 29일 회견에선 “지금 국회는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의 회담 제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협치를 강조했던 태도에서 크게 후퇴한 발언이었다.

이런 탓에 윤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야당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탄핵을 입에 달고 있다. 이는 거대 의석수를 내세운 횡포에 가깝다. 물론, 협치를 외면한 윤 대통령의 정치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민주당의 근거 없는 ‘계엄령 주장’과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의 ‘대통령·김건희 여사에 대한 살인자 발언’ 등은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버렸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이유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국민은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지지하거나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망신이나 봉변을 당할 일을 걱정한 모양인데, 그 또한 의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수반으로서 윤 대통령은 참을 수 없는 모욕 정치에도 협치와 통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 파트너인 야당을 끊임없이 설득해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을 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밉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국민을 위해선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22대 첫 정기국회 회기 시작과 동시에 야당은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통위 파행 등의 공세를 바짝 당길 태세다. 하지만 지나치면 역풍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여당과 협의 없는 단독 통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야당 단독 통과 – 대통령 재의요구 – 재표결 및 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예산안을 놓고 지나친 힘겨루기는 자제해야 한다. 예산 통과가 해를 넘겨 ‘준예산 사태’라도 빚어지면 서민들에게 직격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가 정쟁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국가채무가 1126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새해예산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의정 갈등 해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수출은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지만 내수가 부진한 탓에 민생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 급증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부여당은 민생 저출생, 의료개혁, 미래 먹거리, 지역 균형 등 6개 분야 170개 주요 법안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 나라 바로 세우기, 미래 예비, 인구 대비 등 165개 입법과제를 선정했다.

여야, 정부 모두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비쟁점 법안들은 우선 처리하는 협치의 정신을 살려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 저출생 대응, 의료체제 안정 등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민생 과제다.

한·이 회담 무슨 얘기?
아쉬움과 기대감 교차

특히, 정부는 677조원에 달하는 새해예산안과 저출생 문제 및 연금개혁 등 민생을 위한 예산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등을 돌려서도 안 된다. 현실은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소야대 정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행 대치 양상을 보이는 여야 간 정쟁은 정기국회의 순조로운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 ‘2특검 4국조’가 국회 파행을 부를 수 있다.

2특검(특별검사)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4국조(국정조사)는 채 상병 순직 은폐,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특혜,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기도, 동해 유전 경제성 부풀리기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말한다. 여당이 이 모두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22대 첫 정기국회는 민생에서 시작해 분야별 개혁으로 보폭을 넓혀가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민생과 개혁만큼은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여야 협치의 시작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지금까지 민생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제로 국회를 만들어 왔다. 밀린 숙제가 많은 만큼 이제 와서 법안 몇 개 뚝딱 해치운다고 당장 ‘일하는 국회’가 될 리는 만무하다.

협치를 내세운 여야 대표들의 당내 조율과 설득도 중요하지만, 특히 또 다른 정치 초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야 협상을 주도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정기국회 첫날부터 ‘예산 시정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외친 것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협의정신을 하루 만에 거스르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 탓이다. 정부도 필요한 개혁 과제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적극적인 설명과 협의·설득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일 국민의힘 한 대표와 민주당 이 대표의 국회 회담에선 8개 합의사항을 발표됐다. 발표문에 아주 눈길을 끌 만한 획기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22대 국회 개원 이후 줄곧 이전투구만 벌였던 여야 관계를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했다고 평가한다.

이날 여야는 민생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했다. 여야 대표 회동 발표문에 포함된 ▲반도체 및 AI 산업, 국가 기강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가 포함됐다.

또,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지원 ▲가짜 영상 성범죄 대처 방안 수립 등은 비정치적 이슈였던 만큼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신속히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11년 만에 열린 야야 대표 회동 합의문과 같이 민생 과제들을 시원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두 대표는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민생 우선’을 강조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정치를 구현할 의지가 있다면, 두 대표는 여야 협의기구에 힘을 실어주고 정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특히 배려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는 이번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추후 검토 과제로 남겼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말한 만큼 향후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의료 대란과 관련해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사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파업 초기부터 진작에 여야가 공동 보조를 취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두 대표가 지구당제 도입을 적극 협의키로 한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구당 부활 도입의 경우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정당정치 활성화’라는 명분이 있는 반면 구태 정치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가장 민생과 밀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1차 회담의 성과를 기반으로 2차, 3차 회담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22대 총선 후 4개월여가 지나서야 완성된 여야 새 지도체제가 협치 분위기를 이어갈 열쇠는 다름 아닌 ‘신뢰’다.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에서 경험했듯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꺼낸 후 상호 불신만 키우고 돌아서는 빈손 회담이 또 연출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국민의 짜증만 키울 뿐이다.

이번 여름의 폭염과 고물가, 고금리에 지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업의 고용·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대책 마련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만남의 의미가 있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이 비록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것이 마중물이 돼 민생 협치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민생정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협의를 이어간다면 의외의 결실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여야가 양보와 타협 정신을 통한 협치(協治)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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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