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싫어도 만나야 정치다

여야 협치 복원의 길

정치가 타락하면서 국민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짐’이 되고 있다 ‘정치 실종’에 살고 있는 국민이 절망하고 있는 즈음. 22대 국회가 지난 2일 개원식을 여는 동시에 첫 정기국회 막을 올렸다. 해병대원 특검법과 방통위원장 탄핵 등 각종 정쟁이 격화되면서 의원 임기 시작 96일 만에야 지각 개원식을 개최한 것이다.

특검과 탄핵 남발

그동안 민생 챙기기는 뒷전이고 싸움질만 하던 국회의원들은 늑장 개원에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파안대소로 기념촬영까지 했다.

지각 개원식에 이어 한 가지 더 안타까운 것은 지난 1987년 6공화국 출범 이후 대통령의 개원식 첫 불참이다. 국회는 정쟁으로 역대 가장 늦게 개원하고, 현직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이를 외면했다. 퇴행적인 한국 정치의 적나라한 민낯이다.

대통령의 불참은 그동안 거대 야당이 수많은 특검법과 탄핵안으로 대통령을 구석에 몰아넣었기 때문일까?

여야는 역시 ‘네 탓’ 공방이다. 대통령실은 “국회를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고 했고, 야당은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맞받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도 참석했으면 국민이 보기에 좋았을 텐데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모두 각자의 처지에서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입법부 존중이라는 대의는 차치하고서라도 연금·의료·교육 등 윤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야당 주도의 국회 도움 없이는 생각할 수가 없고 정국 구도를 무시한 채 야당과 각 세우기만 전념한다면 국정은 어떻게 할 것인지 답답하다.

대통령이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국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경우, 차기 대통령도, 22대 국회도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 뻔하다. 이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의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으로 작금의 ‘비정상 국회’가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국회의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법 폭주라고 할 수 있다. 개원도 하지 않고 정권을 공격하는 입법과 탄핵소추, 청문회를 남발하며 국회가 처리해야 할 직분을 내팽개쳤다.

나아가 22대 여소야대 정국의 국회가 극단의 대치 상황을 보인 데는 국민의힘, 민주당 등 여야 모두 책임이 크다. 절대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새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안부터 제동을 거는 등 과도한 입법권을 행사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쟁점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거대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앞세우는 불리한 지형 속에서 리더십 위기와 정치력 부족으로 좀처럼 협치의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초보’라고는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정치적 유연성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지난 22대 총선 참패 직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회담한 데 이어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야권발 특검·탄핵 남발 우려
정기국회 시작부터 정쟁 몰이

하지만 지난달 29일 회견에선 “지금 국회는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의 회담 제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협치를 강조했던 태도에서 크게 후퇴한 발언이었다.

이런 탓에 윤정부가 들어선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야당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탄핵을 입에 달고 있다. 이는 거대 의석수를 내세운 횡포에 가깝다. 물론, 협치를 외면한 윤 대통령의 정치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민주당의 근거 없는 ‘계엄령 주장’과 같은 당 전현희 의원의 ‘대통령·김건희 여사에 대한 살인자 발언’ 등은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버렸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은 이유가 없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국민은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지지하거나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망신이나 봉변을 당할 일을 걱정한 모양인데, 그 또한 의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수반으로서 윤 대통령은 참을 수 없는 모욕 정치에도 협치와 통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국정 파트너인 야당을 끊임없이 설득해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을 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밉더라도 상대방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국민을 위해선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

22대 첫 정기국회 회기 시작과 동시에 야당은 채 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방통위 파행 등의 공세를 바짝 당길 태세다. 하지만 지나치면 역풍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여당과 협의 없는 단독 통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야당 단독 통과 – 대통령 재의요구 – 재표결 및 폐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예산안을 놓고 지나친 힘겨루기는 자제해야 한다. 예산 통과가 해를 넘겨 ‘준예산 사태’라도 빚어지면 서민들에게 직격탄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가 정쟁을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국가채무가 1126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새해예산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의정 갈등 해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수출은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지만 내수가 부진한 탓에 민생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 급증 등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에 대한 정부의 정책 대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정부여당은 민생 저출생, 의료개혁, 미래 먹거리, 지역 균형 등 6개 분야 170개 주요 법안 추진을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제 살리기, 나라 바로 세우기, 미래 예비, 인구 대비 등 165개 입법과제를 선정했다.

여야, 정부 모두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비쟁점 법안들은 우선 처리하는 협치의 정신을 살려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 저출생 대응, 의료체제 안정 등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시급한 민생 과제다.

한·이 회담 무슨 얘기?
아쉬움과 기대감 교차

특히, 정부는 677조원에 달하는 새해예산안과 저출생 문제 및 연금개혁 등 민생을 위한 예산과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와 등을 돌려서도 안 된다. 현실은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국회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소야대 정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행 대치 양상을 보이는 여야 간 정쟁은 정기국회의 순조로운 진행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 ‘2특검 4국조’가 국회 파행을 부를 수 있다.

2특검(특별검사)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4국조(국정조사)는 채 상병 순직 은폐,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특혜,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기도, 동해 유전 경제성 부풀리기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말한다. 여당이 이 모두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22대 첫 정기국회는 민생에서 시작해 분야별 개혁으로 보폭을 넓혀가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민생과 개혁만큼은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여야 협치의 시작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지금까지 민생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제로 국회를 만들어 왔다. 밀린 숙제가 많은 만큼 이제 와서 법안 몇 개 뚝딱 해치운다고 당장 ‘일하는 국회’가 될 리는 만무하다.

협치를 내세운 여야 대표들의 당내 조율과 설득도 중요하지만, 특히 또 다른 정치 초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야 협상을 주도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정기국회 첫날부터 ‘예산 시정을 위한 대정부 투쟁’을 외친 것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협의정신을 하루 만에 거스르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 탓이다. 정부도 필요한 개혁 과제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적극적인 설명과 협의·설득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일 국민의힘 한 대표와 민주당 이 대표의 국회 회담에선 8개 합의사항을 발표됐다. 발표문에 아주 눈길을 끌 만한 획기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22대 국회 개원 이후 줄곧 이전투구만 벌였던 여야 관계를 생각하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했다고 평가한다.

이날 여야는 민생 공통 공약을 함께 추진할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했다. 여야 대표 회동 발표문에 포함된 ▲반도체 및 AI 산업, 국가 기강 전력망 확충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 ▲가계와 소상공인 부채 부담 완화가 포함됐다.

또,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입법 지원 ▲가짜 영상 성범죄 대처 방안 수립 등은 비정치적 이슈였던 만큼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신속히 합의안을 만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11년 만에 열린 야야 대표 회동 합의문과 같이 민생 과제들을 시원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두 대표는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민생 우선’을 강조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민생정치를 구현할 의지가 있다면, 두 대표는 여야 협의기구에 힘을 실어주고 정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특히 배려해야 할 것이다.

자본시장의 뜨거운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문제는 이번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추후 검토 과제로 남겼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말한 만큼 향후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의료 대란과 관련해 여야가 함께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한 것도 사태 해결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 파업 초기부터 진작에 여야가 공동 보조를 취했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두 대표가 지구당제 도입을 적극 협의키로 한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구당 부활 도입의 경우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정당정치 활성화’라는 명분이 있는 반면 구태 정치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과 가장 민생과 밀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에 대해선 합의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한동훈·이재명 대표는 1차 회담의 성과를 기반으로 2차, 3차 회담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

22대 총선 후 4개월여가 지나서야 완성된 여야 새 지도체제가 협치 분위기를 이어갈 열쇠는 다름 아닌 ‘신뢰’다.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회담에서 경험했듯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꺼낸 후 상호 불신만 키우고 돌아서는 빈손 회담이 또 연출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국민의 짜증만 키울 뿐이다.

이번 여름의 폭염과 고물가, 고금리에 지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업의 고용·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대책 마련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만남의 의미가 있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이 비록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것이 마중물이 돼 민생 협치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민생정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적으로 협의를 이어간다면 의외의 결실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여야가 양보와 타협 정신을 통한 협치(協治)의 복원을 기대해 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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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