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윤석열정부의 깜냥 인사

윤석열정부 들어 장관급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7월,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후 지난 26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해 ‘윤석열정권 최악의 구제 불능 인사’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그의 자진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후보자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서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석열정권 들어 최악의 인사 참사, 최악의 구제 불능 반국가 인사를 뽑자면 김 후보자가 꼽힐 것”이라며 비판했다.

나아가 김문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 “경악스럽고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장면의 연속”이라며 “현재까지 계속되는 김 후보자의 반민주주의, 반국민, 반국가, 극우 친일 뉴라이트 본색에 극한 망언들”이라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렇듯 과연 김 후보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최적화된 인물인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나선 김문수의 과거 발언들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김문수의 과거 발언 중에는 고전 소설 <춘향전>에 대해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이야기”라며 성희롱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18년 5월31일 서울시장 선거 유세 자리에서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두고 죽음의 굿판이라고 발언해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했다. 그보다 더했던 논란은 앞서 2011년, 경기도지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119 갑질의 대명사로 불리는 “도지삽니다”라는 어록도 유명하다.

그해 12월19일, 김문수는 병문안 차원서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찾아 119에 전화를 걸면서 촌극이 벌어졌다. 사건 명칭이 아닌 “도지삽니다”인 이유는, 당시 이 사건을 그가 소방관에게 전화하는 태도가 갑질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고, 그 상징성 발언이 바로 “도지삽니다”였기 때문이다.

해당 논란 이후 김문수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개선을 요구했고,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의 징계성 인사를 조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문수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상황 수습을 위해 김문수는 격려 차원에서 남양주소방서를 직접 방문했으며, 소방본부에 전보 조처를 철회하라고 지시하면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지자체장 중에서 가장 성과가 우수했고 일을 열심히 해 온 것으로 유명했던 김문수의 정치생명을 한방에 끝장내 버린 사건으로서 반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자주 회자되는 사안으로 남아 있다.


장난 전화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자신의 권위만 내세우고 본인의 잘못임에도 소방관 잘못이라는 모습, 지극히 적반하장의 자존심 때문에 징계 내리는 패악질에 국민들의 눈에는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전화상으로 신분을 알 수 없어 장난 전화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이것이 소방관의 잘못이면 아무나 119에 전화해 ‘나 도지사인데 관등성명 대라’고 하면 다 관등성명을 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었다. 애초에 112, 119 등 긴급 전화는 1분, 1초에 생명의 경각이 달려 있는 만큼 이 같은 행동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었다.

김문수는 정치에 입문해 철새 정치인의 행보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 때 “박근혜는 불통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5·16 쿠데타에 대한 박근혜의 애매모호한 태도도 딴지를 걸었는데, 이때쯤 만난 김영삼 전 대통령(YS)과의 담화에서 당시 YS가 “박근혜는 칠푼이”라는 예언에 가까운 명언을 남겼다. 실제로 김문수의 정치 입문에는 YS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당권이 친박(친 박근혜) 세력에 넘어가자, 태도가 다소 바뀌어 지난 2014년 12월2일 서강대 강연에선 이전과는 대조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됐다.

그는 강연서 “박 대통령이 여러분 동문 아니냐. 박정희의 딸이라고 동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 같으면 당연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창피하냐?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이후로도 친박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환심을 사려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1년 후인 2015년 10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우리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그리고 대한민국도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아베를 중심으로, 중국은 시진핑을 중심으로, 심지어는 북한 같은 경우도 김정은을 중심으로 뭉쳐야 그 나라가 살아 나간다”고 말했다.

국가와 국민이 단결해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도였겠지만 일부에서 ‘전체주의를 옹호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뿐만 아니다. 김문수는 2016년 20대 총선서 수성구갑에 출마했는데,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후보에게 여론 조사상 계속 지는 결과가 나오자, 운동권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던 당사자인 전두환이 참가한 동창 체육대회까지 가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함께 사진을 찍는 돌발적 장면을 연출했다.

이 타이밍이 어찌나 뜬금없었는지 그 전두환마저도 제법 당황스러운 눈치를 보였을 정도였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행보였겠으나, 문제는 실패할 것이 너무 뻔해서 웬만한 사람들에게도 비호감으로 보일 잘못된 행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 지역 신문에선 존경하는 대통령을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계속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자, 선거를 며칠 앞두고선 급했는지 석고대죄하면서 “부디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십시오”라고 친박 지지층을 노린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당연히 진보 진영에서는 ‘운동권 거물’로 손꼽히던 인물이 자기 한 몸 살겠다고 진영 전향도 모자라 아예 뒤통수를 쳤다면서 냉소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전향해서 잘나가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더 비참한 것은 친박에서도 김문수는 진짜로 버리는 카드였던지 그의 캠프서 선거 기간 동안 지원 유세를 요청했는데 무시당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제일 뼈아팠던 건 “대통령 지켜달라기에 주민들은 안 지키실 거 같아서 김부겸 후보한테 투표했습니다”라는 일부 지역민들의 목소리였다. 그야말로 참담한 결과였다.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직후엔 박근혜 탄핵에 대해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이 논의하는 자리인 비상시국위원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당시의 김문수는 엄청난 격차로 총선서 참패하는 바람에 지자체장도, 국회의원도 아닌 보통 야인 정치인이었고, 당내서도 기반을 크게 상실해 사실상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이었던 터라 ‘왜 저 김문수가 저기 있어?’라며 의아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후 비상시국위원회 구성원 대부분이 바른정당으로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자유한국당에 잔류했는데, 2017년 새해가 되자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이유로 오히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등 상반된 행동을 보였다.

물론 비상시국위원 중 나경원·심재철·권영진·김기현·김현아 의원처럼 탄핵에 찬성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잔류했거나, 장제원·권성동 의원 및 김성태 전 의원 등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예도 있었지만, 이들은 최소한 탄핵 문제에 있어선 태도를 뒤집지 않았다.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깜냥이 안 되는’ 인사들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지식과 경험이 짧고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이들은 목소리도 높아진다. 스스로 증명하지도 못하고 상대방의 논리적 비판에 조금의 대응 논리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책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것을 소신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는 지식과 경험의 결핍, 이를 감추려는 얄팍한 자존심과 부도덕함이 복잡하게 얽힌 무지와 오만의 산물이다.

적어도 장관 후보자라면 지식과 경험, 도덕성, 인간 이성의 한계에 대한 성찰 등은 기본이다. 즉 국무위원 깜냥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관찰과 사고의 반복 과정에서 얻어지는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함은 물론, 인간애라는 도덕성,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지를 깨닫는 겸손을 두루 갖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 후보자가 그에 걸맞은 깜냥인지를 숙고해야 하고 사려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인사는 만사다. 인사가 원만하게 이뤄져 사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면 사회는 융성해지고 인사를 둘러싼 잡음도 없을 것이다.

흔히 ‘깜’은 흔히 ‘깜냥’이라고도 표현하며 어떤 직책이든지 그에 걸맞은 자격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이 맡아야 온당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김문수가 온당한 인사인지 윤정부의 깜냥 인사를 기대해 본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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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