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쬐는 뙤약볕에 폐지 줍는 노인들

“키만큼 쌓아도 3000원”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최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뜨거운 햇빛을 이기지 못해 그늘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때로 골목길이나 도로를 지나다 보면 폐지로 가득 찬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도심을 오랫 동안 누비며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폭염에 노출되면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불볕더위를 마다하고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오랜 시간 폭염에 노출되면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 18일 3시께 서울 중랑구 면목동 한 골목길서 한 노인 A씨를 만났다.

한 푼이라도…

이날 오전 9시부터 밖으로 나와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는 그는 여러 동네를 돌며 모은 폐지를 바닥에 두고 자전거 짐받이에 하나씩 쌓아 올리고 있었다.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이마도 땀으로 범벅 상태였다. 이날 면목동은 낮 최고기온이 33도에 육박했다. 

A씨는 “하루에 정해진 시간 없이 일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늦은 밤까지 일하거나 새벽에 종종 나가는 일이 많다”며 “쉬는 날은 거의 없고 아플 때 그제야 쉰다”고 말했다. 

주로 그는 금요일이나 주말 늦은 새벽 시간 때 사람이 많은 인근 술집 거리로 나가 폐지나 고철을 줍는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A씨의 자전거 짐받이에 쌓여 있는 폐지는 성인 남성 평균 키의 머리끝까지 올려져 있었다.


A씨는 “고물상에 가져갈 때 무게가 100kg 정도 된다”며 “요즘 박스 가격이 많이 낮아져서 1kg당 50원 정도 받고 있으니 다해봐야 5000원 정도 벌고, 운이 좋으면 1만원 이상까지 받는다”고 했다. 이렇게 A씨가 폐지를 모아 한 달 동안 얻는 돈은 15만원 남짓인 셈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밥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A씨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컵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이끌고 고물상으로 가려던 A씨는 출발 직전, 폐지들이 옆으로 쓰러지려 하자, 줄을 다시 꽉 조여 맸다. 그는 “사고 나면 결국 내 책임이니까 안 다치게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며 머쓱한 웃음을 보이고 자리를 떠났다. 

인근 거리서 만난 B씨는 차가 오는지 눈치를 살피며 손수레를 이끌고 반대편 도로로 건넜다. B씨는 빌라 밑 그늘서 손수레를 두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있었다. 

B씨는 “요즘 다리가 아파서 일은 오래 못하는데 박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100원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며 “하루 종일 박스 주워서 내 머리 위까지 높게 쌓아도 받는 돈이 3~5000원이 될까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0분 정도 휴식을 가진 뒤 자리를 떴다. 

“먹고 살려고” 생계 위해 폭염에도…
쉬는 날은 거의 없고 아파야 쉰다

소규모 고물상 기준 폐박스(폐골판지) 매입 단가는 1㎏당 50원으로 한 수레 가득 싣고 오면 80㎏ 정도로 4000원가량 받을 수 있다.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은 일당을 채우기 위해 여러 번 손수레를 힘겹게 끌며 길거리와 고물상 사이를 오간다. 


해당 지역서 고물상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C씨는 “하루에 30~40명 정도 어르신들이 폐지를 가져오실 때 평균 80~90kg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1kg당 50원을 받고 있는데 업체마다 가격이 다르다”며 “평균적으로는 거의 이 정도 가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된 경기 불황과 고물가는 빈곤층에게 더 가혹하다. 특히 재활용업계의 가장 낮은 유통단계에 뛰어든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의 고통은 우리 경제 하부 구조의 위기를 보여준다. 

폐지를 주워 재활용센터에 팔면 중간 상인을 거쳐 제지업체로 넘어가는데 제지업체가 정하는 가격이 내려가면 이와 연동해 폐지 매입 단가도 차례로 낮아지는 구조다. 결국 첫 단계서 노인들이 파는 폐지 가격은 중간 유통단계를 기준으로 삼은 통계치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업체별 가격 차이는 있지만 재활용센터서 매입하는 폐지 단가는 1㎏당 50원 안팎의 시세가 형성돼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5월까지 1㎏당 138원을 유지하던 폐골판지 평균가격은 1년 만인 지난해 5월에 절반인 79.6원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달에는 88.9원에 평균가가 형성돼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폐지 수집 노인들의 생활고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은 4만2000여명으로 평균연령이 76세였다. 이들이 1주일에 6일, 하루 평균 5.4시간 동안 주운 폐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15만9000원이었다.

새벽에도 나가 주워 
단가 하락에 한숨만 

또 서울시가 지난해 조사한 시내 폐지 수집 노인은 2411명으로 75% 이상이 경제적 이유로 폐지를 줍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65%)가량이 76세 이상 노인이었고 이 중 여성이 60%에 달했다. 평균수입은 월 15만원에 그쳤다. 주 5일 이상 폐지를 줍는다는 답변도 50% 이상이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지난 3월11일, 폐지 수집 노인들의 일자리, 생계·주거, 돌봄, 안전 4대 분야를 지원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폐지 수집 노인이 다른 노인들을 돌보는 이른바 노노케어와 도시락 배달 등 저강도 공공일자리를 알선하거나 ‘폐지수집 일자리사업단’을 통해 조금 더 높은 가격에 폐지를 매입하는 등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해당 정책에 대해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워하는 노인들이 있다.

앞서 만났던 A·B씨도 이 정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부분적인 대책만으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개인별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복지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노인복지과의 한 관계자는 “일일이 한 분씩 연락을 드릴 수는 없지만, 지원 물품이 필요하신 분들은 동주민센터나 일자리 담당자에게 말하면 우선적으로 지원해 드리고 있다”며 “폐지 수집 후 구와 협약을 맺은 공동 판매처를 확인하는 시스템까지는 구축하지 않았지만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시는 단골 고물상서 안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한 컵라면

이어 “조만간 자치구별로 수요 조사를 다시 할 것”이라며 “폐지 수집 어르신들의 안전과 소득활동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더 찾아내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지원을 희망하시는 어르신들께 경량 안전 리어카 42대와 쿨타워 및 쿨토시 2040세트를 수행기관을 통해서 지원해 드렸다”며 “전체 어르신에게 지원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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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